최저임금제의 대안 안심소득제
2018-09-25취업자 증가폭 10만 명대로 급감
공무원 취업자가 9만 4천 명 증가
행정비용 절약형 안심소득제
최저임금과 안심소득
월드뷰 09 SEPTEMBER 2018●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10 |
박기성 /성신여자대학교 교수
2018년 최저임금은 전년도에 비해 16.4% 인상된 시간당 7,530원이다. 정부는 취약계층의 소득을 높여 소득격차를 완화하고 경제성장을 견인하겠다는 취지로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인상했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올해 1/4분기의 소득 동향을 보면 1년 전에 비해 하위 20%의 소득은 8.0% 감소한 반면에 상위 20% 소득은 9.3% 증가했고 처분가능 소득의 5분위 배율(소득 하위 20% 대비 상위 20%의 비율)이 5.95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등 소득격차가 심화되었다. 취업자 증가폭이 올 2월부터 10만 명대로 급감한 후 6월에도 10만 6천 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1년 새 업종으로는 제조업・교육서비스업・시설관리업・도소매업에서 31만 명이 감소했고 직종으로는 생산직・판매직이 23만 4천 명 감소했다. 농림어업 취업자는 1998년 경제위기 이후 매년 6만 2천 명씩 추세적으로 감소해 왔으나 2017년 6월 이후 증가세로 돌아선 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농림어업의 생산성이나 매출이 급증하지 않은 상황에서 취업자가 추세를 뛰어넘어 4만 1천 명 증가한 것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서 탈락하거나 들어가지 못하고 10만 3천 명(6만 2천 명+4만 1천 명)이 떠밀려서 농림어업에 취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기이한 현상은 1년 새 순수한 공무원인 공공행정 및 국방 취업자가 9만 4천 명 증가한 것이다. 전체 취업자 증가 10만 6천 명 중에서 농림어업 취업자 4만1천명 증가와 공공행정 및 국방 취업자 9만4천명 증가를 제외하면 민간 비농림어업 취업자는 오히려 2만9천명 감소한 것이다. 민간 비농림어업 취업자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지난 4월 감소한 후 벌써 3개월째 감소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민간 비농림어업 취업자가 각 1년 전에 비해 2014년 6월 58만 9천 명, 2015년 6월 39만 3천 명, 2016년 6월 31만 4천 명, 2017년 6월 25만 6천 명 증가했던 것과 대비하면 문재인 정부의 지난 1년간의 일자리 정책은 명백한 실패이다. 그러나 집권세력은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에 따른 고용쇼크를 이 정권의 정책 때문이 아니라 전・전전 정부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많은 논란 속에서 2019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확정되었다. OECD 국가 중 1980-2008년 기간 동안 최저임금을 보고한 15개 국가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이 10% 포인트 상승함에 따라 연 경제성장률이 0.51% 포인트 하락한다. 최저임금이 2017년 6,470원에서 2019년 8,350원으로 29.1% 인상되면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이 10.6% 포인트 상승되는 것이 된다. 위의 분석에 의하면 이것은 연 경제성장률을 0.54%포인트 하락시켜 향후 5년 동안 국내총생산을 205조 원 감소시킬 것이다. 이 감소는 임금 인상으로 근로자가 이득을 보고 기업이 손해를 보는 등 모든 효과를 고려한 후 국민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고 증발해 없어져 버리는 사회 후생의 순손실(social welfare loss)이다. 한편, 최저임금을 지불하는 것은 기업이므로 이를 인상하여 취약계층의 소득을 증대하겠다는 것은 국가의 책무를 중소영세 상공인들에게 떠넘기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과 같은 정책이 노동수요 특히 취약계층에 대한 노동수요를 크게 감소시켜 결국 그들에게 불리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정책기조가 바뀔 것 같지 않다. 그래서 현 정부가 입만 열면 부르짖는 소득격차 완화를 획기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안심소득제(safety income system)를 제안한다.
저소득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것이 현대 국가의 책무로 인식되고 있지만, 관건은 “어떻게” 지원하느냐이다. Milton Friedman의 Capitalism and Freedom (1962)의 본문 마지막 장인 12장의 제목은 “가난의 완화(The Alleviation of Poverty)”로 “가난의 제거(Elimination of Poverty)”가 아닌 것이 흥미롭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 한다”라는 옛말이 떠오른다. 그는 여기서 “어떻게”에 대해 두 원칙을 제시한다. 첫째는 지원해야 될 개인이나 가구를 정확히 식별해 지원해야 한다. 어떤 기준에 따라 특정 집단을 선정해 지원하면 그 집단에 속한 모든 자가 취약계층이 아니므로 잘못된 것이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제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 중에는 중산층 자녀도 있으므로 이 원칙에 어긋난다. 둘째는 그 지원이 가능한 한 시장기구(market mechanism)를 통해 시행되어 시장을 방해하거나 왜곡시키지 않아야 한다. 최저임금은 노동시장의 최저가격(price floor)으로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inefficient resource allocation)을 초래하므로 이 원칙에 위배된다. 필자는 두 원칙에 맞는 제도로 안심소득제(safety income system)를 제안한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근로의욕의 상실이다. 생계급여를 받고 있는 4인 가구에서 누군가가 파트타임으로 일해 연 1200만 원을 번다면 그만큼 생계급여가 줄어들므로 이 일을 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생계급여가 줄지 않으면서 근로의욕을 살려 소득을 늘릴 수 있는 해결책은 무엇인가? 현행 제도의 7개 급여 중 교육・의료・해산・장제 급여는 유지하고 생계・주거・자활급여와 근로・자녀장려금 대신에 다음과 같은 안심소득제를 도입하자. 4인 가구 기준으로 연소득 5,000만 원 미만까지 안심소득세율 40%에 따라 현금을 지원하고 그 이상의 소득 가구는 현행 소득세 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 1,200만 원을 버는 일을 하면 이 소득과 5,000만 원과의 차액의 40%인 1,520만 원을 지원받아 처분가능 소득이 2,720만 원이 되므로 이 일을 한다. 소득이 전혀 없는 가구는 5,000만 원의 40%인 2,000만 원을 지원받는다. 안심소득제는 현행 제도보다 더 강한 근로유인을 제공해 국민경제 향상에 기여할 뿐 아니라 근로소득의 증대로 인해 국가의 지원액을 감소시키면서 저소득 가구의 처분가능 소득을 크게 늘릴 것이다. 안심소득제는 5,000만 원 미만 소득 가구에 소득이 낮을수록 많이 지원되므로 소득격차 지표를 현격하게 낮춘다. 2015년 한국의 지니계수는 0.295로 35개 OECD 국가 중에서 20위이고 소득 5분위 배율은 5.1로 17위이다. 안심소득제가 시행되면 각각 0.039(13%)와 1.38(27%) 씩 낮아져 0.256과 3.72가 되어, 지니계수는 33위로 낮아지고 소득 5분위 배율은 29위로 낮아져 소득격차가 크게 완화될 것이다.
올해의 최저임금 시간당 7,530원을 받는 풀타임 근로자는 생계급여를 전혀 받지 못하고 근로장려금으로 130만 원을 받게되어 처분가능 소득이 연 2,018만 원이 된다. 반면에 안심소득제가 시행되면 근로소득에 추가해서 1,245만 원이 지급되어 그의 처분가능소득은 연 3,133만 원이 된다. 이것은 최저임금을 시간당 만원으로 인상할 경우의 연봉 2,508만 원보다 훨씬 많다. 안심소득제가 시행되면 최저임금을 가파르게 인상하지 않아도 저소득 가구를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안심소득제는 또한 행정비용을 절약하고 예산누수를 최소화할 것이다. 생계급여 등의 수급권자를 판정하기 위한 조사와 수급자 관리 등의 행정비용을 절약할 수 있으며 복지혜택의 전달과정에서 생기는 누수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안심소득제는 기존의 소득세를 부과・징수하는 국세청 자료와 조직을 이용할 것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행정비용이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 추가적으로 필요한 예산은 20조원 정도로 추정되지만 노동공급 증대로 인한 국내총생산 증가, 행정 및 복지전달비용의 절약 등으로 충당할 수 있을 것이다. 현 정부가 진정으로 소득격차 완화를 원한다면 안심소득제를 실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