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상 종교의 자유와 그 현실

헌법상 종교의 자유와 그 현실

2024-07-22 0 By 월드뷰

서헌제 (한국교회법학회 회장)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 박사이며,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자 부총장을 역임했다. 현재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중앙대학교 대학교회 목사이며, (사)한국교회법학회 회장이다.

기독교와 종교의 자유

종교적 존재인 인간에게 종교의 자유는 그 어떤 자유보다 소중하다. 따라서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으면 다른 자유도 보장될 수 없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종교개혁 이후 서구 각국에서 벌어진 종교 전쟁의 피비린내 나는 역사는 종교와 신앙의 자유를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순교자들의 피가 흘렀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그 결실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제20장은 “그리스도인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선언하였다. 이를 이어받아 미국 수정헌법 제1조를 비롯하여 우리나라를 위시한 대다수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헌법에서 종교의 자유를 기본권의 하나로 보장하고 있다.

2015년 종교인구 총 조사에 따르면 선교역사가 130년에 불과한 외래 종교 기독교가 한국 제1의 종교로 확인되었다. 그 배경에는 기독교가 선교 초기부터 그 본래의 사명인 복음 전파와 더불어 교육과 의료, 사회봉사를 통해 나라를 잃고 절망에 빠졌던 국민에게 소망을 주고, 인재를 양성하여 오늘과 같은 경제적 번영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큰 공헌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식민 통치를 경험하였던 많은 국가에서 기독교가 피지배 민족을 통치하는 이념적 도구로 악용되어 배척받았던 데 비해, 우리나라는 기독교가 일제에 대항해서 민족정신을 일깨우고 나라를 개화하는 데 기여하는 민족 종교가 되었다. 이로써 한국 교회는 세계 선교 역사상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흥하여 이제는 열방을 향하여 선교하는 교회로 세움을 입게 된 것이다. 특히 이승만 대통령을 비롯한 건국 초기 지도자들의 친기독교 정책도 한국 교회가 국가로부터 종교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받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종교의 자유란, 자신이 선택한 종교를 자신이 원하는 방법으로 믿는 자유를 말한다. 여기에는 내면적인 종교적 양심의 자유를 비롯해 종교적 신념을 외부적으로 표현하는 자유, 종교적 비판의 자유, 예배의 자유, 선교의 자유, 종교교육의 자유 등이 포함된다. 나아가 종교의 자유에는 어느 종교도 믿지 않을 자유, 믿을 것을 강요당하지 않을 소극적 자유도 포함된다. 우리 헌법 제20조가 추상적으로 선언하고 있는 종교의 자유가 현실적으로 어떻게 보장되고 어떤 제한이 있는지를 예배의 자유, 종교적 양심의 자유, 종교교육의 자유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헌법과 예배의 자유

종교의 존재 이유가 초월자에 대한 예배에 있으므로 ‘예배의 자유’는 종교자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70년간 법치주의가 비교적 잘 정착되어 국가 공권력이 예배를 직접 제한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 그 결과 예배의 자유가 주로 문제 된 경우는, 사법시험과 같은 국가시험이 일요일에 시행되므로 주일성수를 침해하였다든가 교회분열 시 서로 교회를 차지하려는 과정에서 교인들 간에 상대방의 예배를 방해하는 등 지엽적인 사항에 국한되었다. 그러다 보니 한국 교회는 무엇이 진정한 예배인지, 정상적인 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위기 상황에서 교회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의 기회를 가지지 못한 채 코로나19를 맞이하였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1년 초, 방역 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 공고’를 발령하였는데, 이 공고는 결혼식장과 장례식장은 50명 미만으로 인원을 제한하고, 백화점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하여는 인원 제한을 두지 않은 반면, 종교시설은 규모와 관계없이 비대면 예배·미사·법회만 허용하였다.

2021년, 방역 당국이 제시한 ‘거리두기 4단계’ 주요내용

불교와 가톨릭교회는 물론, 대부분의 기독교 교회들도 방역 당국의 예배 제한 조치를 비상시 일시적이고 부득이한 조치로 받아들여 비대면 예배로 전환하였다. 그러나 코이노니아(koinonia, 사귐)로서의 예배를 중시하는 소수의 기독교 교회들은 정부 조치에 대항하여 현장 예배를 강행함으로써 교회 폐쇄, 벌금 부과, 소송제기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코로나19 사태는 교회로 하여금 교회의 존재 이유인 예배를 마음 깊이 새기는 시련이자 기회가 되었다.

예배를 ‘하나님과 그의 백성 사이의 만남’이라는 정의에 따른다면 기독교인은 모든 삶의 순간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그의 임재를 경험하고, 또 하나님과 동행하는 예배자의 삶을 살아야 한다. 이처럼 개인의 삶 속에서의 예배는 교인들에게 중요한 부분이지만, 예배의 자유와 관련하여 문제 되는 예배는 공동체가 함께 하나님 앞에 특정 시간과 장소에 드리는 공동체 예배이다. 예수께서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이는 곳에 함께 하시겠다(마 18:20)’고 말씀하신 것은 교회 가운데 함께 하시겠다고 언약이며, 성도들이 모여 교회를 이루고 그 교회가 드리는 예배를 주님께서 받으신다는 의미이다. 코로나19의 시련 가운데서도 교회가 공예배를 고수하였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 현장 예배를 고수하는 교회들의 입장에서 과연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종교의 자유, 예배의 자유를 침해하였는지에 대한 헌법적 논쟁을 살펴보자.

현재 교회들이 제기한 수십 건의 소송에서 법원은 대부분 종교자유 침해가 아니라는 판결을 하였지만, 19인 이내의 소규모 종교단체의 경우에는 종교자유의 본질적 침해가 된다는 판결과 근래에는 종교자유 침해라는 판결도 일부 내려지고 있다.

먼저 종교자유 침해가 아니라는 판결은, 현장 예배 금지가 종교의식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의식의 장소와 방식 등의 일부 형식만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내면의 신앙의 자유와는 무관한 것이므로, 종교자유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과 기독교인도 국민인 이상 국가 법률을 준수할 의무를 진다는 점을 주된 논지로 한다. 특히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현장 예배 제한 조치는 타인의 생명과 건강을 배려함을 목적으로 종교자유의 침해가 아니며, 오히려 ‘인간에 대한 사랑’을 근간으로 하는 종교의 본질에도 부합할 뿐만 아니라 반드시 대면 예배만이 올바른 예배라는 생각은 왜곡된 인식이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종교자유 침해라는 판결은, 기독교 교리상 대면 예배가 진정한 예배라는 점에서 비대면 예배만을 허용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 침해이며,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인해 우울증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교회가 제공하는 심적 위안이나 마음의 평화가 음식점 등 다른 생산 필수시설이 제공하는 기능보다 덜 중요하다고 볼 이유가 없고, 무엇보다 특별히 교회 대면 예배만을 금지하는 차별 조치는 헌법상 종교의 자유 및 평등원칙 위반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법원의 엇갈린 판결은 종교의 본질이 무엇인지, 무엇이 진정한 예배인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다른 필수시설에 비추어 교회 예배가 어느 정도 중요성을 가지는지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시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결국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지켜보아야 할 일이지만 아직까지 대법원의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

헌법과 종교적 양심, 표현의 자유

종교적 양심, 신앙 양심은 그것이 각자의 내심에 머무르는 한 어떠한 제한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신양 양심이 외부적 표현 또는 행동으로 나타날 때는 헌법 제37조 2항에 따른 제한 여부가 문제 된다. 이와 관련해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우상숭배로 보고 이를 거부할 수 있는지, 기독교 평화주의에 근거하여 국민의 기본적 의무인 병역을 거부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주로 논의되었다. 그러나 차별금지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근래에는 동성애, 동성혼은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반한다는 종교적 신념을 가진 개인이나 기관에게 차별금지를 이유로 그 신념에 반하는 표현이나 조치를 강요하는 것이 종교의 자유 침해가 될 것인지가 중요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이다. 이 조항은 헌법에도 명시되지 않은 모호한 개념인 ‘성적 지향’을 차별 사유로 적시하여 종교적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조항을 근거로 기독교 사학과 기관들, 심지어는 신학대학에 대해서도 동성애, 동성혼을 미화하고 조장하려는 시정 권고를 남발하고 있다. 나아가 국가인권위원회법은 기독교적 가치관에 따라 사람을 채용하거나 사업을 영위하거나 교육하는 것을 모두 차별행위로 규제함으로써 기독교인의 신앙 양심을 침해하고 있다.

좌파들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관에만 적용되던 차별금지를 국민 개개인에까지 확장하고 위반자들에게는 이행강제금 부과, 형사처벌을 가하는 내용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은 성 소수자(동성애자, 성전환자, 성별정체성), 종교 소수자, 사상적 소수자를 포함한 20여 가지 사유로 인한 차별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차별’ 개념을 분리, 배제, 구별, 괴롭힘 등으로 광범위하게 정의하고 있어 진리와 생명이신 예수님과 다른 종교를 구별만 해도 차별로 처벌될 소지가 충분하다.

특히 차별의 한 가지로 적시된 ‘괴롭힘’은 피해자가 수치심, 모욕감, 두려움 등 정신적 고통을 겪었느냐에 따른 일방적이고 주관적인 기준이다. 가령 “동성애는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반한다.”라고 말하거나, 이단 사이비를 ‘적그리스도’라고 비판하고 그 폐해를 지적하거나, 이슬람 종교의 폭력성을 지적할 때 이들이 ‘괴롭힘’ 당했다고 주장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면 객관적 사실과 관계없이 억울하게 가해자 누명을 쓸 위험이 크다. 왜냐하면 차별금지법은 가해자로 지목된 측이 자신에게 잘못이 없음을 입증하도록 요구할 뿐 아니라 피해자의 소송비용까지 국가가 지원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이단 사이비 단체나 동성애 단체들은 기독교를 향해서 ‘밑져야 본전’ 식의 묻지마 소송을 제기해서 자신들을 향한 비판을 봉쇄하려 할 것이다. 이미 차별금지법을 제정한 여러 나라에서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어 기독교의 생명인 선교의 문이 닫힐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헌법과 종교교육의 자유

종교는 종교단체(교회)가 가지고 있는 믿음과 교리를 보수하고 이를 다음세대에 전해줄 통로로서 교육을 중시한다. 그뿐 아니라 교육 자체가 선교의 유력한 수단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종교교육의 자유는 중요하다. 특히 기독교는 구한말 선교사들이 세운 연희, 이화, 배재, 숭실, 중앙 등의 교육기관을 통해 무너진 교육을 바로 세우고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참교육을 함으로써 절망에 빠졌던 이 나라와 민족에게 빛을 비춰주었다. 기독교 사학은 우리나라 근대 교육의 중심이었고 그 전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기독교 사학이 건학 이념인 기독교적 가치관을 교육하려면 학생 선발권, 교육과정 편성권, 교사 임용권, 등록금 책정권, 사학법인 구성권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교육 권력을 장악한 좌파들은 고교평준화, 자사고(자율형 사립 고등학교) 폐지 등을 통해 학생들을 강제로 배정함으로써 기독교교육에 동의하는 학생을 선발할 수 없게 하고, 기독교적 믿음이 자라나도록 도울 교육과정조차 제대로 편성할 수 없게 만들었다. 더 나아가 문재인 정권은 일부 사학 비리를 이유로 2021년 8월 한국 교회가 반대하는 가운데 ‘사립학교 교원 채용시험을 시도 교육감에게 강제로 위탁’시키고 개방 이사를 확충하는 사학법개정을 야밤에 기습적으로 통과시킴으로써 기독교 사학은 기독교 믿음에 근거해서 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인 교사를 임용하는 자유마저 박탈당하고 말았다.

기독교 사립대학이 졸업요건으로 부과하는 채플 학점 이수가 비기독교 학생들의 소극적 종교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도 중요한 쟁점이다. 대법원은 “기독교 재단이 설립한 사립대학이 학칙으로 대학예배의 6학기 참석을 졸업요건으로 정한 경우, 이 대학교의 대학예배는 목사에 의한 예배뿐만 아니라 강연이나 드라마 등 다양한 형식을 취하고 있고 학생들에 대하여도 예배시간의 참석만을 졸업의 요건으로 할 뿐 그 태도나 성과 등을 평가하지는 않는 사실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대학교의 예배는 복음 전도나 종교인 양성에 직접적인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고 신앙을 가지지 않을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학생들에게 종교교육을 함으로써 진리·사랑에 기초한 보편적 교양인을 양성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대학예배 6학기 참석을 졸업요건으로 정한 위 대학교의 학칙은 헌법상 종교의 자유에 반하는 위헌 무효의 학칙이 아니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러나 좌파들은 기회만 닿으면 이 판결을 무너뜨리기 위해 계속 같은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나가며

우리나라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주도한 제헌국회에서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하는 헌법을 채택한 이래 종교의 자유가 잘 보장되어 왔다. 이는 개혁교회 대장정인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제20장이 선언한 ‘종교의 자유가 그 어떤 자유보다 우선하고 중요하다’는 여러 나라의 역사적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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