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주년 제헌절,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맞아

제76주년 제헌절,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맞아

2024-07-19 0 By 월드뷰

조평세 (부편집장, 1776연구소 대표)

영국 런던 킹스컬리지(KCL)에서 종교학(BA)과 전쟁학(MA)을, 고려대학교에서 북한학(Ph. D.)를 공부했다. 현재 1776연구소 대표와 전국청년연합 ‘바로서다’ 이사로 활동하며 영미 보수주의를 한국에 알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역서로 <레이건일레븐(2020)>, <예수는 사회주의 였을까(2021)>, <사회정의는 성경적 정의인가(2022)>, <모든사회의 기초는 보수(2023)>, <웨인 그루뎀의 성경과 정치(2024)가 있다.

들어가며

2024년 올해 월드뷰는 ‘오르도 리포르만다’라는 큰 주제를 품고 반년을 보냈습니다. 즉 ‘끊임없이 개혁되어져야 한다(reformanda)’는 종교개혁의 정신으로 우리가 누리는 체제 또는 질서(ordo)를 다시 한번 되새기자는 뜻이었지요. 지난 6개월 동안 월드뷰는 마약 중독 등의 사회문제, 역사 전쟁, 정치 개혁, 경제 개혁, 교육 개혁, 환경문제 등을 순서대로 심도 있게 다루며 각 영역을 바라보는 올바른 기독교적 관점과 의식을 독자들에게 제시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반년의 노력을 되돌아보면서 ‘리포르만다’가 현재진행형임과 동시에 수동태라는 사실을 새삼 생각하게 됩니다. 개혁의 주체는 우리 자신이 아닌,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 있다는 종교개혁자들의 깊은 고백이었지요. 그래서 우리 월드뷰도 더욱 두려운 마음으로 겸허히 개혁에 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 모든 영역의 모든 문제와 사안을 하나님께 올려드리며, 문제가 문제임을 알고 하나님의 뜻을 구할 수 있는 것 또한 오직 은혜인 것을 다시 한번 고백하게 됩니다.

입헌공화국의 헌법

이번 7월호의 특집 주제는 ‘법’입니다. 정확히는 나라의 최상위법인 ‘헌법’입니다. 7월 17일이 제헌절이기 때문인데요. 우리나라 5대 국경일 중 유일하게 공휴일에서 빠져있는 날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비교적 국민들의 관심이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5대 국경일 중에서 제헌절은 헌정(또는 입헌) 공화국인 대한민국에 가장 중요한 날이라고 꼽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개천절(10월 3일)은 고조선, 한글날(10월 9일)은 조선 시대, 3·1절은 일제 시대의 사건을 기념하는 것이고, 광복절(8월 15일)도 여전히 국민들의 인식 속에서는 1948년 건국보다 1945년 일제로부터의 해방을 기념하는 날이지만, 제헌절은 우리 대한민국의 기초 구성과 골격인 헌법을 정한 날을 기념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지난 몇 년 동안 국회 여야(與野)에서 모두 제헌절을 다시 공휴일로 정하자는 목소리가 작게나마 나오고 있습니다.

공화국 또는 일반적 의미의 ‘민주제’는 ‘우리 위에 왕을 두지 않겠다’라는 취지에서 시작되고 발전된 정치체제입니다. 유대–기독교 정신에 입각해서 생각해 보자면, 민주제는 그보다 더 본질적으로 ‘하나님 외에 다른 왕을 우리 위에 두지 않겠다’는 선언이지요. 한편으론 근대 민주주의 정신에는 종교개혁의 정신에 따라 ‘만인(개인)이 하나님의 동등한 자녀이자 왕 같은 제사장’이라는 선포가 바탕에 자리 잡고 있기도 합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신학자이자 목사인 새뮤얼 러더퍼드(Samuel Rutherford)는 훗날 미국 민주주의 탄생에 큰 영향을 미친 그의 책 <법과 왕(Lex, Rex)>(1644)에서 왕권신수설을 반대하며 ‘왕도 법 아래’ 있다는 기독교 정치사상의 기본 원칙을 제시했지요.

하지만 역사를 거치면서 민주정치 또한 일종의 왕과 같이 군림하는 존재가 되어가는 것을 봅니다. 국가 또는 정부가 스스로 왕처럼 되어 하나님을 대체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민주정치는 끊임없이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준수하고, 다시 본연의 원칙을 새롭게 할 수 있는 자정력을 갖춰야 합니다.

그러한 틀을 제공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헌법입니다. 적어도 입헌민주공화정의 헌법은 무엇보다 정부의 조직과 구성(constitution)을 규정하고, 어떠한 왕이나 대통령은 물론 정부 스스로도 피통치자 위에 ‘군림’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mechanism)로서의 기능을 다해야 하는 것이지요. 헌법이 그렇게 본래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헌법 또한 ‘그 위에 있는 권위’인 하나님의 법과 주권을 인정해야 합니다. 미국의 독립선언서(1776)가 첫 문단에서 언급하는 “자연의 법과 자연의 하나님의 법(Nature’s Law and of Nature’s God)”이 그것이지요. 존 로크(John Locke)에 의하면 ‘자연의 법’은 우리의 양심과 자연 및 역사의 법칙(자연법)을 뜻하고, ‘자연의 하나님의 법’은 다름 아닌 성경의 계시를 뜻합니다.

제1회 ‘북한이탈주민의 날’

올해 7월에는 제76주년 제헌절과 함께 또 다른 뜻깊은 기념일을 새로 지정하여 기념합니다. 바로 ‘북한이탈주민의 날’입니다. 정부는 지난 5월 21일 ‘북한이탈주민의 날(7월 14일)’을 국가 기념일로 지정하는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공포했습니다. 7월 14일은 1997년 처음으로 북한이탈주민의 법적 지위와 정착 지원 정책의 근간이 되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날입니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의 제정 주문으로 추진된 ‘북한이탈주민의 날’은 아직 정식 입법되어 제정되지는 않았지만, ‘선 시행, 후 입법’의 절차를 따라 올해 7월 14일부터 우선 국가 기념일로 지정되어 관련 기념식과 부대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앞으로 매년 7월 14일은 통일부 주관으로 북한이탈주민을 포용하고, 북한이탈주민의 권익을 향상시키며, 남북주민 간 통합문화를 형성하여 통일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날로서 기념할 것입니다.

특히 제헌절을 3일 앞두고 기념하는 북한이탈주민의 날은 헌법상 엄연히 우리 국민인 북한 동포들을 기억하고, 미완의 국가적 과업인 자유민주적 통일을 다짐하는 중요한 계기로서의 기능을 다하는 매우 뜻깊은 날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커버스토리 및 이달의 특집(ISSUE)

이번 달 커버스토리에서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최대권 명예교수를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과 미국 미시간대학교 법대(비교법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정치학 박사)를 졸업한 최대권 교수는 서울대학교 법대에서 헌법학과 법사회학을 가르쳤고, 저서로는 <헌법학강의>, <헌법학-법사회학적 접근>, <법과 사회>, <통일의 법적 문제>, 역서로도 <입헌적 국가이성> 등이 있어서 이번 특집을 위한 표지 인물로는 최적의 전문가입니다.

최 교수는 헌법은 가능한 자주 고치지 않아야 하지만, 대한민국의 헌법이 9번이나 개정되었던 것은 우리나라가 맞은 시대적 환경과 민주주의의 빠른 발전에 따른 불가피한 경험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개헌 논의는 대통령제 개편이든 경제조항 삭제든 일부 세력에 의해 불필요한 조항을 넣거나 대폭 수정하려는 시도가 있으니 항상 신중해야 하고 가급적 손대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더 나아가 통일을 대비한 헌법 개정 논의도 불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자유민주주의와 북한 일당독재체제 간의 타협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통일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어 본지 대표주간인 이상원 교수가 “실정법의 목적”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모세의 율법과 그 구조에서 오늘날 우리가 따라야 할 법의 정신과 법철학을 도출해 낼 수 있음을 설명합니다. 특히 실정법은 무엇보다 도덕법을 수호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것과 실정법은 어디까지나 공정해야 한다는 것, 또한 실정법의 구조가 일종의 민주적 정치체제를 지향하고 있으며 사유재산권을 보장하고 있다는 놀라운 시사점을 도출해냅니다.

이어지는 특집 칼럼들은 두 파트로 나누었습니다. ‘헌법 바로 알기’와 ‘헌법 바로 세우기’입니다. ‘헌법 바로 알기’ 파트의 첫 번째 칼럼은 강원대학교 로스쿨 김학성 명예교수가 “제헌절 바로 알기”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습니다. 김학성 교수는 헌법이란 무엇인지, 대한민국의 헌법은 어떻게 탄생했는지, 우리나라 헌법의 특징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필요에 따라 고칠 것인지를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칼럼은 전 전북대학교 로스쿨 정영화 교수가 1948년 제헌의 배경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법은 결국 그 법이 제정된 시대와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래세대에게 어떠한 그림자를 남길 것인지 그 지향점과 목표를 올바로 설정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세 번째로 인하대학교 정상우 사회교육과 교수는 우리나라 헌법 개정의 역사를 차근차근 검토하면서, 앞으로의 개헌 논의가 어떻게 정쟁을 피하고 건설적으로 전개될 수 있는지 제시합니다.

‘헌법 바로 알기’의 마지막 칼럼에서는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홍완식 교수가 “제헌절을 다시 공휴일로!” 제정하자는 주장을 담았습니다. 이 칼럼을 통해 왜 5대 국경일 중 제헌절만 공휴일에서 빠지게 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공휴일의 적절한 연중 분산이나 여론조사 결과 등을 고려할 때, 22대 국회는 마땅히 제헌절을 다시 공휴일로 재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헌법 바로 세우기’ 파트에는 세 편의 칼럼이 실렸습니다. 먼저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이자 대학교회 목사인 서헌제 사단법인 한국교회법학회 회장은 헌법이 최우선으로 보장해야 할 개인의 자유는 종교의 자유, 즉 예배와 같은 종교적 양심과 표현의 자유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이를 침해하려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이나 차별금지법, 그리고 사학법 개정 등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이어 홍익대학교 음선필 법과대학 교수는 헌법적 원리와 가치를 훼손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보다 구체적으로 지적합니다. 평등이념의 과잉인 차별금지법이 어떻게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 더 나아가 경제활동의 자유까지 억압하고 침해하는지 조목조목 설명합니다.

마지막으로 명지대학교 기현석 법과대학 교수는 “통일헌법은 어떤 내용이어야 할까?”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통일이 되면 헌법이 ‘제정’될 것인지, 아니면 ‘개정’으로 충분할지라는 흥미로운 질문으로 두 가지 다소 다른 방향의 통일을 상정합니다. 이어 연방국가와 단일국가의 장단점을 논의하면서 무엇보다 현행 대한민국 헌법이 가지고 있는 서구 기독교 관점에 따라 발전한 인권사상과 이를 뒷받침하는 자유민주체제, 그리고 시장경제질서를 보전하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나가며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법은 도덕을 바탕으로 가능한 보수적으로 입법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반대로 일상생활의 모든 부분을 법으로 해결하려는 ‘입법 만능주의’를 앓고 있습니다. 법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얄팍한 교만으로 도덕과 인간의 양심마저 규정하려다가 인간 개인의 자유와 존엄성을 침해하는 데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22대 국회가 분주히 새로운 회기를 시작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또 얼마나 많은 악법과 불필요한 규제를 발의할지 걱정이 앞섭니다.

도덕을 법제화할 수는 없고, 양심을 국가에 위탁할 수도 없습니다. 인간의 법은 그 위에 있는 법, 즉 자연법과 도덕법을 반영해야 하고, 이를 수호하는 데 그 목적을 두어야 합니다. 이번 월드뷰 7월호 특집이 독자들에게 진정한 헌법을 바로 알고 바로 세우는 데 작은 도구가 되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