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교육이 대한민국을 살린다

원천침례교회 담임 목회자이자 기독중앙학원 이사장인 김요셉 목사를 만났다. 최근 ‘2022 개정 교육과정’시안으로 논란이 많다. 그리고 사학법 개정으로 기독교학교가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이러한 갈등 가운데 기독교교육과 기독교학교는 어떻게 대처하고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실천할 때이다. 기독교교육의 개척자 중의 한 사람인 김요셉 목사를 만나 우리나라 기독교교육의 현황과 미래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편집자주).

김승욱 기독교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우리나라 역사를 살펴보면, 교육 발전에 기독교가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사학법이 개정되면서 기독교학교의 정체성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사학법 개정 반대 운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제에 관하여 기독교교육의 전문가이신 김요셉 목사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왜 특별히 교육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 먼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김요셉 저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부모님의 신앙을 보고 배우며 자랐습니다. 아버지이신 김장환 목사님께서 순회 전도자로서 복음을 역동적으로 전하셨습니다. 저는 성장하면서 아버지의 그러한 열정적인 모습을 보며 저의 마음속에도 복음 전도에 대한 거룩한 열망이 싹트게 되었어요. 고린도전서 3장에 보면, 바울은 씨를 뿌리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제가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기에 들어서면서 한국교회가 복음의 씨앗은 성공적으로 잘 뿌렸는데 그 이후 제대로 물주는 사역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마음속에 복음사역보다 양육사역이 절실하다는 깨달음과 소망이 뜨겁게 일었습니다.
저는 어머니의 영향도 크게 받았습니다. 어머니께서 철저한 기독교 세계관으로 교육하는 기독교 종합대학(Bob Jones University)에서 초등교육학과를 졸업 후 초등학교 교사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고등학교 졸업할 즈음 중앙기독유치원 원장으로 유치원 설립을 하셨고요. 제가 대학교 때 신학을 공부하지 않고 심리학과 교육학을 전공하고, 대학원도 기독교교육(Master of Christian Edu-cation), 박사과정도 교육학(ED.D.)을 공부한 것도 어머니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승욱 목사님은 이미 일찍부터 기독교학교 운영의 중요성을 깊게 인식하시고 운영을 해오셨습니다. 중앙기독초등학교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김요셉 1990년대 초 기독교학문연구회가 시작되는 즈음 기독교 세계관과 커리큘럼을 온전하게 실현하는 학교를 세우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을 때 저희 중앙기독초등학교가 1994년 문을 열었습니다. 중앙기독유치원 사역을 시작하면서 기독교학교, 특히 기독초등학교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세계관에 대한 절대적인 중요성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우리나라 기성세대 크리스천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것은, 한국의 크리스천은 대부분 주일과 주중이 일관성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즉, 주일에는 매우 성실하고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데, 사회에서는 기독교인의 정체성을 가지지 못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교회는 다음 세대에게 기독교 세계관을 전수하는 일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학생 시절에 기독교 세계관(Christian Worldview)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우게 되었는데요. 진정한 기독교 세계관이 이루어지지 않은 한국교회의 모습을 보면서 주일학교 교육만으로는 기독교 세계관 형성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세계관은 언어와 비슷해서 일찍 형성될 경우는 ‘원어민’처럼 생활할 수 있지만, 늦게 형성될수록 부자연스럽게 형성되어서, 의식적으로 노력할 때만 가능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며 하는 대부분의 선택은 무의식적인 선택들이 많은데 이런 경우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익숙한 인본주의적인 선택을 하기 더 쉽다는 사실입니다.
저희가 최초로 ‘기독’이라는 단어가 학교명에 들어갔는데, 이후에는 교육부가 학교 이름에 ‘기독’이라는 단어를 포함하는 것은 허가하지 않고 있어요. 저희 유치원 명칭도 중앙기독유치원으로 ‘기독’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습니다. 중학교도 그렇고요. 중앙기독중학교는 초등학교 부설이고 역시 국내에서 유일합니다. 중앙기독초등학교를 시작할 당시 저는 기독교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차라리 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처음부터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육부 인가를 얻지 않으면 안하겠다고 했지요. 공교육 시스템 안에서 기독교교육을 실현하는 것에 기독교학교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기독교학교의 그러한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 사회 안에서 기독교학교의 정체성이 세워진다고 생각합니다.

김승욱 기독교 가정에서 자녀들을 기독교학교에 보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김요셉 우리나라는 부모가 논밭 팔아서 서울로 보내 장원급제 시키는 문화의 뿌리가 깊은 나라입니다. 한국 문화에 뜨거운 교육열이 있어요. 그런데 저는 이 교육열이 무조건 좋은 대학 보내는 것으로 흘러간 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가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기독교 세계관으로 자녀를 양육하겠다는 확실한 비전을 지닌 부모가 먼저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시대는 세계관 전쟁이라고 불립니다. 그런데 세계관은 어릴 때부터 형성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서 다음세대에게 기독교교육을 통해 기독교 세계관으로 보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요.
언어를 배울 때도 태어날 때부터 영어를 한 사람과, 성인이 되어 의지적으로 영어를 공부해서 말하는 사람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어릴 때 세상적인 세계관이 들어가는가, 아니면 기독교 세계관이 들어가는가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교육 현실이 학교 교육만으로는 온전히 다음세대에게 기독교 세계관을 형성시킬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기독교학교 교육이 무엇보다 절실하고 중요합니다. 가장 먼저 학부모가 진정한 기독교 세계관을 지닌 사람이라면, 천국의 가치관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진정한 기독학교들이 존재한다면 그분들은 아파트를 팔아서라도 기독교학교에 보낼 것이라 확신합니다.

김승욱 한국 교회가 다음 세대에게 기독교 세계관을 전수하는 일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그렇다면 왜 한국 교회가 특히 이 점에 취약하게 되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김요셉 세계관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이 어떤 세계관의 영향 속에 살아가고 있는가를 현실적으로 바르게 인지하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한국 교회는 한국 사회의 가치관이라는 세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런데 목회자든 신앙 연륜이 오래된 분이든 자신들이 얼마나 인본적인 가치로 살아가는지 정확하게 깨닫지 못합니다. 특히 불교와 유교 문화가 수천 년 동안 우리 민족의 무의식 속에 형성되어 있어서 ‘선(善)’에 대한 의식이 매우 ‘행위’ 중심적이고, 외형적인 모습으로 형성된 인본주의가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앙을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행위, 즉 종교적인 의식에 치중하는 경향이 크지요. 그러다 보니 우리의 의식구조를 지배하는 가치관은 조명받지 못하고, 성찰하지 못한 채 종교적인 의전과 행위중심적인 도덕적 규범으로 기독교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성경은 행위가 아닌 마음과 생각, 가치관에 훨씬 더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신약뿐만 아니라 구약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일 마음이 아픈 것은 교회에서 영향력을 지닌 성도들이 인본주의적인 가치로 살아가는 자신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성공보다는 성실이 가장 중요한 가치 아니겠습니까. 그럼에도 신앙인들조차 성공하면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생각하는 실용주의, 기복주의가 있습니다. 또한 과업 중심주의, 물질만능주의, 유물론적 사고(정치적으로 보수뿐만 아니라 진보도 동일) 등 자신의 세계관을 점검하지 않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과연 크리스천으로서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가치관이 인본주의인지, 아니면 신본주의인지 진지하게 성찰해 본 적이 있는가 도전을 드리고 싶습니다.

김승욱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렇다면 기독교 세계관으로 무장된 학생들을 교육하기 위해서 기독중앙학원에서 특별히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지요? 기독중앙학원의 교육 이념과 교육 방침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요셉 우리나라는 미션스쿨 형태 혹은 대안학교 형태의 기독교학교가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 중앙기독교학교와 같이 대안학교와 미션스쿨의 성격을 모두 지닌 학교를 저는 크리스천스쿨(Christian School)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미션스쿨의 목적이 복음을 전하는 것에 있다면, 크리스천스쿨의 목적은 이미 복음을 받은 가정들의 자녀들을 기독교 세계관으로 양육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교사들의 마음에 뜨거운 사명감이 있고 기독교사로서의 헌신이 있는 분들을 채용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것이 가능하게 되면 저는 교사에게 열심히 사역하실 수 있도록 모든 여건을 다 준비해드리고 기회를 드립니다. 그렇게 되면 사명감을 가진 교사들이 매우 행복하게 사역합니다.
“삶으로 가르치는 것만 남는다”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저희 학교는 보이지 않는 무의식적인(hidden) 커리큘럼에 가치를 두고 집중합니다. 특히 어린 아동들을 상대하는 교사들에게는 ‘삶’이 ‘앎’을 선제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을 각인하게 합니다. 유치원 아이에게 “하나님은 사랑이시다”를 인지적으로 설명하긴 쉽지 않지요. 그러나 아이들이 희생적인 사랑을 선생님과 다른 친구들 관계 속에서 체험할 때 “하나님은 사랑이시다”를 느끼고, 그로부터 몇 년 이후에 온전하게 이해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기독교 세계관 교육환경의 구성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첫째, 기도할 줄 아는 존재(형이상학적, metaphysically Christian), 둘째, 관계할 줄 아는 존재(인식론적, epi-stemologically Christian), 셋째, 안식할 줄 아는 존재(미학적, axiologoically Christian)를 추구합니다. 저는 우리 학교 입학을 원하시는 수백 명의 부모님들께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저희 학교는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한 사립학교가 아니라 기독교학교입니다. 저희는 신앙의 특공대원들을 일찍이 훈련하는 곳입니다. 여기는 기도 용사, 말씀 용사, 순교 용사들을 훈련시키는 특수교육학교입니다.”
중요한 것은, 부모님들이 교육의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교는 조수석에 타서 부모님들이 교육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세워드리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성경적 기독교 세계관 회복의 시작입니다. 학부모님이 기독교 세계관을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입학 전 1년은 교회와 함께 학부모님들이 교육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합니다. 학교가 학부모를 강요해서 교육을 받으시라고 하는 것은 제 기능과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파생을 받은 권한인데, 하나님이 교회에 대한 역할을 주신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는 원천교회가 학부모 교육을 더 많이 담당할 수 있도록 해드렸습니다.
원천교회가 우리 학교 들어오기 전에 부모 교육을 더 담당할 수 있도록 저희들이 원천교회에게 그 부탁을 드린 거죠. 그리고 특별히 유치원 입학 후 2년 동안은 자녀교육 학교를 운영합니다. 교회의 목사님들, 학교의 연륜 있으신 교사 분들, 자녀 양육 경험이 많은 교사 분들이 여러 세미나를 열어서 기독교 세계관으로 자녀를 양육하는 방법을 부모님들과 함께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승욱 교육부의 통제를 피하기 위해서 교육부 인가를 받지 않고 운영하는 대안학교도 많습니다. 중앙학원은 교육부 인가를 받았습니다. 그럴 경우 사학법의 통제를 받게 되는데, 2020년 개정사학법으로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어떤 어려움이 예상되는지요?
김요셉 사실 이 문제는 최근의 이슈가 아닙니다. 사학법이 개정될 때마다 정권이 진보든 보수든 상관하지 않고 모두 기독교학교의 독립적이고 특수한 정체성은 항상 공격을 받아왔습니다. 일제 시대 때도 그랬고 박정희 정권 때, (평준화) 군부 정권 때, 진보 정권 때 모두 기독교 학교의 정체성을 조금씩 조금씩 지워나갔지요.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사회적 움직임에 우리가 타협하고 우리의 정체성을 스스로 내버리는 선택을 해왔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다니엘서를 읽으면서 기독교학교들이 정체성 지키기의 저항 방식을 잘 배워야 한다고 봅니다. 개인적인 삶이 먼저 충분히 신본주의적이어야 합니다. 과연 우리들의 학교 운영 방식과 기독교학교들의 목적이 입시를 최우선의 과제로 삼는 것이 옳았는지를 되돌아 보아야 합니다. 내부적으로는 진정한 기독교학교로서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투명성, 정직성, 기여성에 헌신하고 외부적으로는 기독교적인 독특함, 즉 빛과 소금의 사명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노력을 함께 해야 할 것입니다. 당연히 시민으로서 권리의 목소리도 내어야 하겠지요. 그러나 그 방식은 반드시 기독교 이념이어야 합니다. 다니엘과 세 친구들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 되어야 합니다.

김승욱 일부 종립학교에서 교육부의 감사를 받아야 할 정도의 비리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대한민국 역사에서 개항기, 일제 시대, 그리고 전쟁기 등 어려운 시기에 특히 기독교 종립학교가 사회에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견해를 부탁드립니다.
김요셉 한국 교회 성장의 숨은 영웅은 기독교 학교입니다. 선교사님들이 들어와서 교회를 세운 것이 아니라 학교를 제일 먼저 세웠거든요. 그것도 기독교 세계관을 가르치는 기독교학교를 세웠습니다. 1884년 기독교 복음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선교사님들이 제일 먼저 병원과 학교를 세우셨어요.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데, 1910년에 우리나라에 벌써 780개가 넘는 기독교학교가 있었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기독교학교가 미션스쿨을 포함하여 300개밖에 없습니다. 그 당시 기독교학교는 지금보다 더 기독교적인 학교였고, 철저하게 기독교 세계관으로 가르치는 학교였습니다.
또한 선교사님들이 세운 학교에서 처음으로 한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한글 교육을 철저하게 훈련했습니다. 세종대왕이 400년 전에 한글을 만들었는데도 당시 서당들은 한글이 아니라 한문만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선교사님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기독교학교에서 한글을 가르쳤습니다. 일제 치하에서 기독교학교가 한국 역사와 문화, 그리고 한글을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이후 기독교학교가 도전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의 첫 번째 사학법은 1967년에 세워진 것이 아니고, 일제 치하에 세워진 기독교학교 사학법이었습니다. 당시 기독교학교 출신들이 반일 운동에 앞장섰기 때문에 한국 독립운동의 투사들은 기독교학교 출신들이 가장 많았습니다. 그러니까 일제 치하 아래 기독교학교가 핍박을 받게 되었습니다. 일제가 사학법을 개정하면서 단계적으로 기독교학교의 정체성을 다 빼앗아버렸습니다. 기독교학교 말살정책이었지요. 그래서 기독교학교들이 문을 닫아야 했고 선교사님들은 추방되어야 했습니다.
이후 박정희 정권 때 사학법 개정을 해서 평준화를 시켰고,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 때 10년 동안 사학법을 개정해서 기독교학교의 정체성을 다 없애버렸습니다. 저는 이것이 바로 인본주의가 신본주의를 없애버리려고 하는 움직임의 뿌리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정치 성향과 상관 없이 진보든 보수든 인본주의적인 선택을 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됩니다. 그래서 기독교학교가 다시 바로 서서 기독교 정체성을 확립해야 합니다.

김승욱 기독교학교라고 해서 채플 수업 정도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교과목을 기독교적 관점에서 가르치기 위해서는 교과서도 필요하고, 교사 교육, 커리큘럼 등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교과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시는지요?
김요셉 저의 고민은 어떻게 해야 학교가 크리스천스쿨로서의 정체성을 가장 잘 세워나가고 지켜나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국정교과서 중에는 크리스천 커리큘럼(Christian curriculum)은 없는 상황이죠. 외국은 국정교과서라는 것이 없습니다. 대부분 정부에서 제안하는 방향은 ‘스코핑 시퀀스’(scoping sequence)라고 교육학에서 말하는데, 교육의 큰 틀이나 방향 같은 거예요. 우리나라나 일본은 국정교과서가 있고 사회주의 국가들은 더 많은 편입니다. 민주주의 국가는 사실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하는 방식은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많이 넓혀간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교과서는 콘텐츠의 가이드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배움은 책의 내용을 무조건 머리에 주입시키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교육과정’이란 훨씬 더 실제적이고 살아 있는 것이죠.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교실에서 실제 경험으로 재구성해서, 그 경험이 학생들에게 다시 안착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교육 과정 자체는 교과서보다 더 포괄적이어야 하고, 훨씬 더 살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교육 과정의 실제 경험을 만들어내는 실체는 바로 ‘교사’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기독중앙학교는 처음 시작한 것이어서, 다른 롤모델이 국내에는 없었기 때문에 외국 기독학교를 열심히 벤치마킹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절실하게 깨달은 것이 바로 ‘교사’의 역할이었습니다. 통합된 기독교과서보다 ‘통합된 기독교사’를 길러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사역의 많은 부분을 역량 있는 기독교사를 길러내는 일에 집중해 왔습니다. 교사들 중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분들을 기독교 세계관 교육의 석사, 박사 과정에 진학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원하여 석사, 박사학위를 받으신 분들이 현재까지 약 20명 정도 됩니다.

김승욱 대안학교 운영에 관하여 이야기를 들어 보니 학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힘들다고 합니다. 대안학교의 이념이 아무리 이상적이어도, 결국 학부모들은 좋은 상급학교 진학이 큰 관심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결국 고학년이 되면 대부분 학교를 그만둔다고 합니다. 기독중앙학원은 이러한 문제가 없는지요? 이러한 문제 때문에 우선적으로 학부모 교육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어떤 학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지요?
김요셉 학부모가 먼저 확고하게 기독교 세계관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인본주의에 영향을 받아 흔들립니다. 그래서 자녀 교육도 중요하지만, 우선 학부모들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기독교 세계관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교회에서 자라나고 인본주의와 신본주의의 차이와 갈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성인으로 자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학부모 교육’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다가 요즘은 그 단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학교가 학부모를 교육한다는 표현부터 모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자녀교육학교’라는 표현으로 자녀를 잘 교육하기 위한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부모의 기독교 세계관 함양은 학교의 몫뿐만이 아니라 더 중심적으로 교회의 몫이라고 생각하여 이 부분은 철저하게 원천교회와 깊은 협력관계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제 아내가 미국에서 경험한 ‘마더와이즈’라는 성경공부를 학교의 학부모 대상으로 시작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진행되는 성경공부는 어느 정도 부작용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자율성보다는 의무감에서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원천교회가 시작했는데 지금은 전국에 매년 3만 명 넘는 어머니들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부모님께서 교육의 대상이 아니라 ‘교육의 파트너’라는 개념으로 제자학교, 섬김이 제도, 부모 참여수업 및 학습평가단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좀 더 기본적으로 협동육아, 아빠 캠프 등이 저희 학교의 대표적인 학부모 파트너십 교육의 모델이기도 합니다.

김승욱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이 우리나라 기독교교육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 시안이야말로 인본주의 세계관을 반영하는 사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이러한 위기 속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그리고 한국 기독교교육이 나아갈 방향과 비전에 관하여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요셉 지금 우리나라 기독교교육이 많은 위협과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를 되돌아보면 우리는 때때로 많은 시련의 시기를 겪어야 했습니다. 이러한 시기일수록 우리는 해답을 역시 성경에서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구약시대의 다니엘과 친구들의 이야기가 우리 기독교학교에 주는 교훈이 매우 큽니다. 다니엘과 세 친구들도 나라의 권세와 법에 무조건 복종하고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다니엘이 창문을 열고 세 번씩 기도하는 그 신앙, 어떠한 위협에서도 끝까지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불굴의 그 신앙, 결국 그 믿음이 신앙과 문화가 충돌하는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정권을 잡은 권세들이 결국 법을 바꾸었습니다.
이러한 교훈을 근거로 하여 우리나라 기독교학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내부적으로 우리가 기독교학교로서의 진정한 기독성을 가졌는가, 투명성과 정직성을 가졌는가 하는 것이고, 둘째, 외부적으로 우리가 사회에 기여하는 헌신이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가 기독교학교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세상을 변화시켜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세계관 전쟁의 시대입니다. 우리가 중심을 잡지 않고 흔들리면 기독교학교들이 세상의 가치관에 굴복당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고린도후서 10장 5절 말씀에 하나님을 대적하여 일어나는 모든 것을 굴복시켜서 모든 사상이 그리스도 앞에 무릎 꿇게 한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 말씀을 붙들고 세상 가치관과 문화에 동화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는 기독교교육을 실현해가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김승욱 오늘 목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기독교학교의 사명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깊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기독교교육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하여 진지하게 생각하고 도전받는 시간이었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