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전자파의 환경 유해성

휴대폰 전자파의 환경 유해성

2022-08-23 0 By 월드뷰
[특집]

박석순(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자연대 동물학과(현 생명과학부) 이학사(B.S.), 미국 럿거스대학교 환경과학 석사(M.S.) 및 박사(Ph.D.)학위를 받았고, 이후 럿거스대학교 환경과학과 박사후 연구원, 프린스턴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 객원교수를 역임했다. 1988년 한국과학재단 해외유치과학자로 귀국하여 지금까지 국내외 학술지에 150여 편의 논문 게재 및 20여 편의 저·역서를 출간했다. 2007년 한국연구재단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을 수상했으며, 대통령 과학기술자문위원, 국립환경과학원 원장, 한국환경교육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에는 물, 대기, 토양과 같은 물질과 함께 ‘전자파’라는 에너지가 존재한다. 태양에서 내리쬐는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을 비롯하여, 우주 방사선, 지구 방사선과 자기장 등이 모두 전자파다.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다양한 파장과 주파수를 가진 자연의 전자파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전자파는 파장과 주파수에 따라 아래 그림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오른쪽 끝부분에는 감마선이나 엑스선과 같은 아주 짧은 파장을 가진 전자파가 있다. 이 파장의 전자파는 화학 물질을 변형시킬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이성 방사선(Ionizing Radiation)’이라 부른다. 그림 왼쪽에는 방송과 무선통신기술에 사용되는 무선주파와 마이크로파가 있다. 이 파장의 전자파는 화학 물질을 변형시킬 수 없기 때문에 ‘비전이성 방사선(Non-Ionizing Radiation)’이라 부른다. 그리고 전이성 방사선과 비전이성 방사선 사이에는 광학 방사선이 있다.

<주파수와 파장에 따른 전자파의 특징>

감마선이나 엑스선, 그리고 일부 파장이 짧은 자외선과 같은 전이성 방사선은 화학 물질의 결합을 파괴하기 때문에 생명체에 치명적이다. 전이성 방사선에 지구의 생명체가 노출될 경우 유전자(DNA) 변형으로 돌연변이를 일으키거나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태양과 우주로부터 지구를 향해 내려오는 전이성 방사선은 대기 상층부를 둘러싸고 있는 오존층과 이온층에 의해 차단된다. 이처럼 우리의 지구는 광학 방사선과 비전이성 방사선만을 허용하여 모든 생명체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인류의 전자파 이용과 생태계 피해

인류는 오래전부터 천둥 번개, 마찰 전기, 나침반 등을 통해 지구에서 일어나는 전자기 현상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200여 년 정도에 불과하다. 초기에는 약한 마찰 전기로 인체 자극 놀이나 의료용으로 사용했다. 이후 19세기 후반부터 전기를 생산하여 조명과 동력으로, 또 전신과 전화에도 사용하기 시작했다. 20세기 초에 이르러 무선통신이 가능하게 되면서 전자파 이용은 급속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인류의 전자파 이용은 대부분 비전이성 방사선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엑스선이나 감마선과 같은 전이성 방사선은 인체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의료 목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만 노출시키는 등 극히 제한적 용도로 사용된다. 하지만 비전이성 방사선은 라디오, TV, 레이더 등 여러 가지 방송 통신 수단으로 사용된다. 특히 지난 몇 십 년 동안 휴대폰, 와이파이, 스마트 미터 등이 보급되면서 비전이성 방사선의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 결과 지금 우리의 생활 환경에서는 지난 1960년대에 비해 100억 배나 높은 인공 전자파가 관측된다.

지구 생명체는 자연의 전자파에 적응하고 이용하며 진화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식물의 광합성이다. 식물은 가시광선을 이용하여 모든 생명의 기본이 되는 탄수화물을 생산한다. 지구 생명체는 그 외 여러 파장과 주파수도 유익하게 이용한다. 벌이나 새와 같이 날아서 이동하는 동물은 세포 내의 크립토크롬(cryptochrome)이라는 단백질로 전자파를 감지하여 방향을 찾는다. 동물의 면역 체계와 생체 리듬 조절, 그리고 식물과 미생물도 무선주파수와 마이크로파 영역의 전자파를 이용한다.

하지만 최근 급증하는 인공 전자파로 여러 가지 생태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인공 전자파는 생물들의 진화 과정에는 없었던 파장과 주파수를 가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벌 떼 붕괴 현상이 지구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지난 몇 십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29억 마리의 새가 사라졌다는 보고도 있다. 2003년 미국 조류보호위원회와 산림보전위원회는 수백만에 달하는 철새가 휴대폰 중계기 안테나에서 방출하는 전자파로 인해 방향 감각을 상실하여 안테나 타워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연방통신위원회(FCC: 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양서파충류의 개체 수 급변, 숲의 파괴 등 여러 형태의 피해 사례가 밝혀지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인공 전자파로 인한 인체 피해다.

휴대폰 전자파의 인체 피해: 가열 효과

인공 전자파의 급증을 가져온 가장 큰 원인은 휴대폰 사용이다. 휴대폰은 마이크로파를 통해 가까운 곳에 세워진 중계기 안테나와 교신한다. 마이크로파는 화학 물질을 변형시키지 못하는 비전이성 방사선이지만, 높은 에너지로 충분한 시간 동안 방사하면 대상 물질의 온도가 상승하는 가열 현상이 일어난다. 조리용 전자레인지는 마이크로파의 가열 원리에 기초한 것으로, 1940년대부터 시판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다.

휴대폰의 인체 피해는 상용화 이전부터 제기되기 시작했다. 휴대폰은 전자레인지보다 에너지가 약한 마이크로파를 사용하지만, 인체 가까이에서 장시간 사용할 경우에는 가열 효과(thermal effect)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1996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휴대폰을 인체로부터 1인치(2.54센티미터) 떨어진 곳에서 6분 이내로 사용할 경우 노출 부위 체온이 1oC 이상 가열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확인한 후에 상용화를 허용했다. 우리나라도 미국 FCC 기준에 따라 휴대폰 상용화를 허가했다.

하지만 이 기준에 대해 여러 가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휴대폰 상용화 이후 용도가 다양해지고 소형화되면서 실험 기준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 해당 기기를 사용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 사용자 대부분은 통화할 때 휴대폰을 신체로부터 1인치 이상 띄우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이다. 이 외에도 허용 기준 실험에서 가정된 여러 조건이 일반인에게 적용하기에는 부적합한 측면이 있다.

휴대폰 전자파의 인체 피해: 비가열 효과

휴대폰의 또 다른 인체 피해는 비가열 효과(non-thermal effect)로 인한 것이다. 가열 효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인체는 철, 구리, 아연 등 여러 가지 금속 이온을 생명 물질로 함유하기 때문에 인공 전자파를 체내로 흡수한다. 고압선이나 방송 송신 타워 주변에서 백혈병 환자가 자주 보고되는 이유가 바로 적혈구의 헤모글로빈이 철을 함유하고 있고 이것이 전자파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또 뇌 가까이에서 휴대폰을 장시간 사용할 경우 뇌종양 유병률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의학 연구로 밝혀졌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는 2011년 휴대폰 전자파를 발암 요소 그룹 2B(인간에게 암 발생 가능성 있음)로 분류하고 사용 시 주의할 것을 경고했다. 하지만 휴대폰 인체 피해 연구자들은 최고 단계인 그룹 1(발암성)로 분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휴대폰으로 인한 뇌종양 발생에 관한 병리학적 기작도 밝혀졌다. 우리의 뇌에는 동맥에서 흐르는 혈액 속의 독소들이 뇌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방어막(뇌혈관 보호막: Blood Brain Barrier)이 있다. 그런데 휴대폰을 장시간 사용하면 이 보호막의 기능을 약화시켜 혈관 속 독소들이 뇌로 침투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 연구로 입증됐다. 또 두개골이 단단해지지 않은 상태에 있는 어린이의 경우, 휴대폰에서 방출되는 전자파가 뇌에 더 깊숙이 침투한다는 사실도 실험으로 밝혀졌다. 그 외에도 여성의 유방암 증가, 남성의 정자 감소, 임산부의 자폐아 출산 등 여러 가지 피해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1980년에는 미국에서 신생아 1만 명당 1명이 자폐증(autism)을 보이며 출생했지만, 이후 계속 증가하여 지난 2016년에는 36명당 1명으로 급증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자파 과민증과 현대 의학

사람은 체질에 따라 인공 전자파에 반응하는 정도가 다르다. 전체 인구의 5-10퍼센트는 유전적으로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를 전자파 과민증(EHS: electro-hyper sensitivity) 체질이라 부른다. 이러한 체질은 화학 물질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지금처럼 생활 환경에서 화학 물질이나 인공 전자파에 쉽게 노출되지 않았던 20세기 이전에는 생존에 장점이 되는 체질이었다. 왜냐하면 건강에 부적합한 환경을 몸이 쉽게 감지하여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선통신기술이 발달하고 다양한 화학 물질을 사용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이런 과민증 체질이 생존하기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됐다. 또 유전적 체질이 아니더라도 변압기나 중계기 안테나 주변에서 생활하면서 유해 전자파에 장기간 노출되고, 유해 화학 물질에 과도하게 접촉하거나 몸이 허약해지면 전자파 과민증을 보일 수 있다. 그 외에도 아말감 치아나 기타 금속으로 된 이물질을 체내에 삽입한 경우도 과민증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전 세계 1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전자파 과민증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전자파 과민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 이 증상은 질병이 아니라 체질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치료도 어렵다. 그래서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과민증 체질인 사람들을 위해 인공 전자파가 없는 도피처(electro-smog free zone)를 제공하기도 한다. 과민증을 보이지 않는 체질도 전자파 피해가 없는 것이 아니다. 단지 반응하는 정도에만 차이가 있을 뿐이다. 유해 전자파에 과도하게 노출될 경우 세포 활성도가 떨어져 당뇨, 고혈압, 암, 백내장, 심혈관 질환 증상을 보인다. 또 많은 사람들이 불면증, 이명, 두통, 우울증, 만성피로, 발진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생활 환경에서 유해 전자파가 급증하게 된 것은 최근에 나타난 현상이기 때문에 현대 의학의 진단과 치료에는 한계가 있다. 보다 많은 사례에 대한 의학적 연구가 요구되고 있다. 다행히 현재 미국의 Environmental Health Trust, Cellular Phone Task Force 등과 같은 민간단체에서 전문가들과 함께 피해 사례를 알리기 위해 활동하고 있으며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시급한 정부 대책과 우리의 생존 전략

인류는 항상 새로운 문명의 이기와 물질을 먼저 만들어 사용한 다음에 그것으로 인한 문제점을 발견하고 필요한 대책을 세웠다. 자동차가 나오고 한참 뒤에야 교통법규가 만들어졌고, 대기 오염과 소음 공해 등에 대한 환경 규제도 이루어졌다. 수많은 화학 물질에서부터 기계 기술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명의 발전은 먼저 혜택을 누리고 난 후에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책을 찾고 규제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담배, 석면, 유연 휘발유(옥탄가를 높이기 위해 납 성분이 들어간 휘발유) 등으로 인한 인체 유해성이 밝혀지고 정부 차원의 규제가 이루어지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다.

지금의 무선통신기술 또한 같은 과정을 밟고 있다. 인공 전자파로 인한 피해는 수많은 실증 사례와 연구 자료로 입증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 선진국조차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피해를 방치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우리 정부는 환경부 환경정책기본법에 인공 전자파를 환경 유해요소로 포함하지도 않았다. 고작 방송통신위원회가 전파법으로 통신 장애 방지를 위해 전자파를 관리하는 실정이다. 적어도 세계보건기구가 휴대폰 전자파를 발암 가능성 2B로 분류한 이상, 헌법에 명시된 환경권(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갖는다)을 보장해야 하는 정부는 인공 전자파의 환경 유해성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국민 각자가 생존 전략을 찾아 나서야 한다. 먼저 휴대폰을 사용할 때는 귀에서 충분히 떨어뜨린 상태로 짧게 통화해야 한다. 장시간 통화를 해야 할 경우는 스피커폰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무선 블루투스는 사용을 금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또 휴대폰은 모바일 데이터를 켠 상태로 바지 또는 안쪽 주머니에 넣지 말아야 한다. 주머니에 넣어야 할 경우나 잠잘 때는 비행 모드로 두는 것이 좋다. 여성의 경우는 가슴으로부터 휴대폰을 멀리 두어야 한다. 침실에는 와이파이 라우터를 두지 말고, 특히 임산부는 전자파 차단 앞치마를 사용하여 노출 강도를 줄여야 한다. 그 외 여러 가지 주의 사항과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다음의 도서들을 참고하기 바란다.

1. 케이티 싱어 지음, 박석순 옮김, 〈전자파 침묵의 봄〉, 어문학사, 2018.

2. 니콜라스 피놀트 지음, 박석순 옮김, 〈전자파 환경성 질환과 예방법〉, 어문학사, 2019년.

3. 아서 퍼스텐버그 지음, 박석순 옮김, 〈보이지 않는 무지개(상): 지구 생명의 전기 현상과 환경 위기〉, 어문학사, 2020년.

4. 아서 퍼스텐버그 지음, 박석순 옮김, 〈보이지 않는 무지개(하): 전기통신 시대와 문명의 질병〉, 어문학사, 2020년.

ssp@ew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