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여가 활동과 독이 되는 여가 활동
2022-07-19[EDITORIAL]
이상원 (대표주필)
네덜란드에서 유학생활을 할 때 발견한 것 가운데 하나는 북유럽 사람들은 여름철을 맞이하면 거의 예외 없이 한 달간 따뜻한 지중해 연안 국가들로 장기 휴가를 떠난다는 것이었습니다. 내 눈에는 이런 휴가 방식이 사치로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조금 지내다 보니 경제적으로 넉넉한 형편일 리가 없는 네덜란드 거주 한국 유학생들도 그들의 휴가 보내기를 똑같이 따라 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그러나 유럽에서 2-3년을 지내고 난 후에는 북유럽 사람들이 그렇게 휴가를 보내는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북유럽은 9월부터 이듬해 5월경까지 우기에 접어드는데, 우기에 들어가면 춥고 바람 불고 열흘에 9일은 비가 내립니다. 더욱이 북유럽은 대부분이 저지대여서 짙고 검은 비구름이 지평선까지 낮게 깔리는 일이 많습니다. 어둡고 칙칙한 구름이 온 지평선에 가득하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불면 마음도 덩달아 무겁게 내려앉습니다. 게다가 일조량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런 상태로 일 년 내내 지내면 몸과 마음이 병들게 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북유럽 사람들은 여름이 되면 비가 오지 않고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는 남유럽으로 휴가를 떠나는 겁니다. 남유럽에서의 한 달은 11개월 동안 지친 심신에 휴식을 주고, 모자란 햇볕을 보강해 주며, 다가오는 11개월을 살아낼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하는 기간이었던 것입니다.
하나님이 6일 동안 일하고 7일째 되는 날 쉬라고 명령하신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사람은 아무리 적성에 맞고 좋아하는 일이라도 쉬지 않고 그 일을 계속하면 병들지 않을 수 없고, 병들면 그렇게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하게 됩니다. 안식을 지키라고 명령하신 하나님의 명령 안에는 사람의 건강을 배려하는 하나님의 은혜가 숨어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는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게 만든 일들이 계속되었고, 이에 대응한다는 의미에서 <월드뷰>에서도 마음을 힘들게 하고 무거운 주제들을 많이 다루어 왔습니다. 직전 호들만 보더라도 6월호에서는 순교의 문제, 7월호에서는 전쟁 문제를 다룬 바 있습니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확고하게 추구하는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서, 지난 몇 년 간 우리 모두를 우울하게 했던 좌편향 정권에 대한 부담도 당분간은 덜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월드뷰>도 한 번 정도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마침 8월이 휴가철임을 고려하여 <월드뷰>도 휴가에 동참한다는 의미에서 8월의 주제를 ‘건강한 여가 활동과 독이 되는 여가 활동’으로 정하고 관련된 주제들을 모아 특집을 꾸미기로 했습니다. 특집을 구성하는 세부 주제들인 스포츠, 여행, 독서, 영화, 애완동물, 레저, 중독 등은 모두 여가 활동과 고리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스포츠와 여가
커버스토리에서 김승욱 발행인과 이기천 교수는 바쁜 현대인의 삶, 특히 크리스천들의 삶에서 바람직한 쉼, 바람직한 레저 활동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대화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 대담을 통해 레저 활동의 효과를 가진 다양한 항목들이 소개되고 분석되는 가운데, 이기천 교수의 전공이 스포츠인 만큼 레저를 위한 올바른 스포츠 활동에 대한 폭넓은 소개가 이루어졌습니다. 이기천 교수는 체육 활동을 엘리트 체육과 사회 체육으로 구분하고, 엘리트 체육이 모든 국민들의 마음속에 있는 영웅적 요소를 일깨워낸다는 점에서는 유익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승리지상주의, 부상, 약물 오남용, 승부 조작, 폭력과 가혹 행위, 성폭력 등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레저를 위한 체육 활동으로서는 부적합하다는 점을 말합니다. 따라서 엘리트 체육은 승부와 상관없이 일상의 활동과 공부를 보완한다는 의미에서의 사회 체육으로 전환되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다양한 휴가 즐기기: 여행, 영화, 음악 그리고 독서 등
김윤섭 목사는 “레저, 살기 위한 영혼의 숨쉬기”에서 레저를 제대로 즐기는 사람이 건강한 사람이라는 전제하에 레저를 활동에만 제한하지 말고 독서, 일기쓰기, 조용히 멍 때리는 것, 성경읽기, 묵상, 기도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쉬는 것에까지 확장시켜 이해할 것을 제안합니다.
국민들의 경제 사정이 향상됨에 따라 해외여행은 휴가를 즐기는 일상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로 정착되었습니다. 주성은 크리에이터는 “아이들을 향한 긍휼의 마음, 미얀마”라는 제목의 여행기에서 단순히 즐기는 해외여행이 아니라 방문한 그 나라에서만 얻을 수 있었던 삶의 이야기를 나누어줍니다.
이영진 교수는 “우리들의 블루스 안에 너희들의 블루스”에서 단편들의 몽타주인 <우리들의 블루스>에 대한 소개 및 평론을 통해 일종의 레저로서의 문화라는 껍질 안에 들어 있는 이념 – <우리들의 블루스> 안에는 폭력, 외모지상주의, 동성애 – 을 정복할 것을 요청합니다. 레저의 노예가 되지 말고 레저를 지배하라는 것입니다.
윤영민 박사는 “그리스도인을 위한 음악,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음악”에서 음악이 쉽고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여가 활동임을 전제하면서 여가 활동을 위한 음악은 하나님의 질서를 거스르는 음악이어서는 안 되고, 하나님의 질서에 맞는 음악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음악은 교회 음악에만 제한되어서는 안 되며 창작 활동을 선하게 누리는 것, 그리고 사람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관심을 느끼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특히 크리스천이라면 쾌락이나 향락에 관심을 둔 음악은 지양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책 읽는 사자는 “독서도 잘못하면 독이 된다”에서 무신론, 유물론, 진화론의 관점에서 하는 다독은 상대주의의 절대화를 드러내며 독이 됨을 지적합니다. 진정한 독서는 거듭난 이성으로 해야 하며, 이때 ‘진리 안에서의 다양성’을 얻을 수 있음을 말합니다. 권정민 대표는 “잠시 벗어나겠습니다”에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는 한 방법으로 책읽기를 권유합니다.
휴가와 애완동물
휴가를 떠날 때 고려해야 할 사항 중에 하나가 키우던 애완동물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애완동물은 우리의 삶에 휴식을 주는 존재이지만, 휴가를 떠날 때는 장애물이 되기도 합니다. 휴가 기간 중 애완동물을 맡길 만한 곳을 찾지 못해 고민하다가 유기하면서 사회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이번 호에서 애완동물에 대해 다룬 두 편의 글은 공통점이 있으면서도 상반된 시각을 보여 줍니다. 이은우 대표의 “개는 어떻게 인간의 가족이 되었나”에서는 개가 인간에게 줄 수 있는 몇 가지 유익에 근거하여 개도 인간의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상원 교수의 글 “애완동물과 함께 살기”는 동물이 진정한 의미에서 인간의 ‘반려’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상원 교수는 인간과 동물 사이에는 진정한 전인적 소통이 불가능하다는 점, 동물에게는 영혼이 없다는 점, 동물은 현세에서의 삶으로 모든 것이 종결되나 인간은 영존한다는 점 등 때문에 동물이 인간의 삶의 진정한 반려나 가족이 되는 것은 어렵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휴가를 병들게 하는 중독
권장희 소장은 “메타버스에서 게임은 단지 레저일 수 없다”에서 게임에 몰두해 있는 아이들이 즐기는 게임의 90퍼센트가 폭력성이 매우 높은 것이었음을 지적합니다. 아이들이 폭력성이 매우 높은 게임에 몰두할 때 ADHD에 걸릴 위험이 높음을 경고하면서, ADHD를 치료하는 약물은 일시적인 행동 억제제에 지나지 않으며, 궁극적인 해결책은 부모가 자녀와 함께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리는 것, 자녀들과 함께 성경을 읽고 찬송하고 기도하는 것임을 강조합니다.
이후경 원장은 “중독 사회”에서 현대 사회를 중독 사회로 규정하고, 현대인은 중독 사회의 이면에 깔려 있는 공허함을 고요함으로 채우지 못한 채 자극을 쫓아 기웃거리면서 사람의 진정성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특히 한국은 지금 SNS 중독, 도박 중독, 게임 중독에 깊이 빠져 있다고 분석하고, 중독의 해결책으로 중독에서 과다로의 점진적 전화, 관계에의 주목, 일·운동·공부로의 전환으로 중독을 극복할 것을 제안합니다.
특집 이외의 글
6월호와 7월호에 이어서 순교와 전쟁 문제를 보완하는 칼럼 두 편이 게재되었습니다. 정성구 총장은 “전쟁과 평화”에서 6·25전쟁의 참상을 직접 겪은 경험에 근거하여 북한 정권과 국내 좌파 정치 세력의 평화 주장이 위장된 것임을 꿰뚫어 보고 힘의 뒷받침이 있을 때 참된 평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임을 강조합니다. 정동섭 교수는 “주체사상은 사이비 기독교 이단(1)”에서 세계 10대 종교로 인식되고 있는 주체사상의 종교성을 밝히며 사회가 평등을 지나치게 추구할 때 평등은커녕 자유조차 잃어버릴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주체사상의 허구성과 종교성을 드러내는 연재의 글들이 기대됩니다.
칼럼은 아니지만, 신종태 박사는 <이것이 우크라이나 전쟁이다>에 대한 서평에서 이 책이 구소련 연방에 대한 현장 답사를 기반으로 하여 사회주의 정치 이념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정치·경제·군사적 관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분석한다고 소개합니다. 이 책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신 냉전 세계 질서와 하이브리드 전쟁 방식의 도입을 의미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 전쟁이 한반도 정세에 주는 의미를 짚고 있습니다.
네 편의 칼럼은 신학과 세계관에 대한 독자의 지평을 넓혀주는 글들입니다. 이승구 교수의 “죄인들의 성화(2)”는 그리스도인의 선행이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것과 선행에 대한 상급의 의미를 다룹니다. 심재승 교수의 연재 마지막 편 “소망, 마치며”는 크리스천이 영적인 전투에서도 소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이 전투가 하나님께서 이미 이기신 싸움이기 때문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김효진 목사는 리츠더 테일러의 “죄의 올바른 이해”에 대한 서평을 통하여 죄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할 것을 주문합니다. 그러나 서평자의 관점과 테일러의 관점은 죄에 너그러움을 갖게 한 근거를 칼빈에게 돌리는 듯한 맥락에서 말하고 있는데, 이는 오해입니다. 칼빈은 다른 어떤 신학자보다도 성화를 강조한 신학자입니다. 게다가 “죄의 속성에 대해 내적인 정화를 거쳐 드러나는 죄를 이기지 못하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은 어떤 문맥에서 하는 말인지 설명이 없으면 행위 구원론으로 오해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송길원의 “힐링 파더의 편애”는 탕자의 비유(눅 15장)에 등장하는 큰 아들을 ‘착한 아이 신드롬’의 전형으로 해석하면서 독자들에게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들여다 볼 것을 요구합니다. 이상규 교수는 이종전의 <김치선 박사의 생애와 신학>에 대한 서평에서 이 책이 박형룡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반공적이고 보수적인 신학자이지만 작은 교단에 소속되어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김치선의 연구서로서 그 의의가 있음을 밝혀 주었습니다.
조혜경의 수필, “반짝반짝, 살아 있는”은 어떤 길을 선택하고 싶었으나 현실적인 이유들 때문에 선택하지 못해 아련한 마음의 아픔을 간직한 이들에게 지금 선택한 길도 주님이 함께하면 빛나는 길이 될 수 있음을 경험적으로 알려 줌으로써 위로하고, 아픔을 털고 희망차게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글입니다.
강다혜는 그림책 <여름이 온다>를 소개하며, 여름의 장마비를 이용하여 여름의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 버리는 이 책의 특징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홍후조는 “더 유용한 교과서가 되기 위한 5제”에서 교과서가 한국의 균등교육 실현에 기여해 왔음을 인정하면서 미래의 교과서는 일인일책 지향, 중판이 가능한 교과서, 영어와 한자어 병기, 진로칼럼 신설, 온라인 교과서 개발을 지향해야 함을 말합니다. 조앤은 <쉬운 영어로 읽는 성경;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요한복음>에 대한 서평에서 이 책이 어려운 영어 표현(NIV)을 쉬운 영어(NIrV)로 바꾸어 쉽게 영어도 익히고 성경도 공부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그 예로 마태복음 11:29의 ‘멍에(yoke)’를 ‘나의 종이 되라(become my servants)’로 풀어 쓴 것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멍에’는 가축을 다루는 인류의 지혜가 담긴 것인데, 이 단어를 아예 쓰지 않으면 인류 문화의 소중한 유산 하나를 사장(死藏)시킬 수 있습니다. 이 방법 보다는 ‘멍에’를 그대로 써 주고 그 의미를 각주를 통해 설명해 주는 것이 청소년들의 정신 세계를 보다 풍부하게 해 주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글 이상원 (대표주필)
총신대학교 신학과(B.A.), 동 신학대학원(M.Div.),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교(Th.M.), 네덜란드 캄펜 신학대학교(Th.D.)에서 수학했다. 미국 보스턴 대학교와 네덜란드 우트레히트 대학교에서도 공부했다.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기독교윤리학/조직신학 교수를 역임했으며,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대표, 한동협 현대성윤리문화 교육원 원장, 월드뷰 편집위원, 차바아 운영위원, 복음법률가회 운영위원, 카도쉬 아카데미 고문으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