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

2022-07-07 0 By 월드뷰

이달의 특집(ISSUE)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월드뷰는 이번호에 Adventus :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특집을 꾸몄습니다. 미중 갈등과 코로나 팬데믹에 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전쟁이 끝나지 않는 한 유가와 곡물 가격 등이 떨어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번 전쟁은 강대국 러시아가 지중해로 진출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한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국방을 지킬 수 없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1992년 독립할 당시의 우크라이나는 과거 구소련의 핵무기 40퍼센트에 해당하는 핵탄두 1,656개, 대륙간탄도미사일 176기, 전략 핵 폭격기 40대 등을 보유한 나라로, 미국, 러시아에 이은 세계 3위의 핵 강국이었습니다. 이후 러시아, 미국, 영국이 우크라이나가 핵을 포기하면 독립과 경제 발전을 도와주겠다고 약속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믿고 핵무기를 모두 러시아에 넘겨주었습니다. 군사력도 독립 당시 소련군 16개 군구 중 3개를 이어받아 병력이 87만 명에 이를 만큼 초창기 우크라이나군의 규모와 전력은 상당했습니다. 그러나 비용 절감 등의 이유로 2013년까지 지속적으로 군사력을 감축해 2014년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빼앗길 때에는 군사력이 6천 명 남짓할 정도로 줄었습니다. 이후 서방 세계의 지원으로 군대를 확충해서 지금 이 정도라도 버티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전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6월에 시작된 6·25전쟁 당시 유엔군은 겨울이면 전쟁이 끝날 것이라 생각하고 크리스마스를 고국에서 보내려 했지만, 3년을 끌었습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사흘이면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수 있다고 큰소리쳤지만, 훈련되지 않은 러시아군은 아직도 전쟁을 끝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온 국민이 단결한 우크라이나군은 대부분 훈련도 받지 않은 자원자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하고 있습니다.

세계 석유 가격과 곡물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빨리 끝내야 한다는 압력은 있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도 끝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최근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참석했던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에게 러시아 점령지역을 포기하고 전쟁을 끝내라고 조언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번에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의 넓이는 한국 국토 면적보다 넓고 우크라이나 면적의 약 20퍼센트에 해당할 정도로 적지 않은 면적입니다. 우크라이나가 그 지역을 포기하면 전쟁은 빨리 끝날 수 있겠지만, 주변 서방국들도 그렇게 조언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과거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빼앗아도 서방 세계의 별 반발이 없자 이번에 다시 전쟁을 일으킨 것처럼, 이번에도 일부를 빼앗은 후 전열을 가다듬어 또다시 전쟁을 일으켜 나머지를 빼앗지 말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우크라이나가 굴복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번 기회에 재래식 무기도 정리하고, 러시아의 군사력도 소진시키고, 러시아 전력도 탐색하는 여러 가지 군사적 효과가 있어서 지원을 계속할 것이므로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도 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복구 비용도 어느 정도 소요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규모입니다. 인구 4,400만 명의 우크라이나가 침공을 받은 지 두 달이 지난 시점의 피해 규모가 우크라이나 2020년 GDP의 4배 규모인 약 5,649억 달러(약 690조 원)에 달한다고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경제 장관이 주장했습니다. 전쟁 100일째를 맞는 6월 9일 기준으로는 전체 경제 피해 규모가 6,0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앞으로 전쟁이 더 지속될 경우 피해 복구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농업 국가인 우크라이나가 농산물 수출로 이를 회복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미국 등 서방 지역에서는 러시아의 억류 자산으로 이를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 또한 실현되기 어렵습니다.

우크라이나의 국방 문제를 보면서 일본에 나라를 빼앗길 당시 조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중국, 러시아, 일본이라는 세 강대국에 둘러싸인 대한민국은 지정학적으로 민감한 지역에 위치한 덕분에 공산화된 유라시아 대륙의 끝자리에서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늘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핵을 포기해서 이런 국가 위기 사태를 겪고 있다고 판단한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북한은 핵무기를 40-60개 정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북한 핵은 한국을 넘어 일본과 미국까지 위협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으며, 세계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을 받는 것 같습니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평화론을 주장하면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2018년에 김여정을 만난 뒤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실하다”라고 했지만 북한은 작년 한 해 동안 8차례, 올해는 벌써 18차례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한미연합훈련을 재개했고 이를 마치자마자 바로 8발의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한미군 당국도 이에 대응해 지대지 미사일 8발을 대응 사격했다고 보도되었습니다. 이번 윤석열 정부가 북한과 국방 면에서 강대강으로 대치할 경우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이고, 국민의 불안도 한층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불안으로 인해 문재인 정부는 종전 선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종전 체제로 가고 평화협정을 맺으면 미군 주둔의 명분이 없어져 주한미군 철수 요구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또한 이는 한미동맹을 약화시킬 것으로 봅니다. 미군이 베트남에서 철수한 이후 베트남이 공산화된 것을 보면서 종전 선언이나 평화협정이 미군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북한 핵의 위협하에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습니다. 지난 2019년에 여론조사기관 공정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 53.8퍼센트는 우리나라도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반면에 “우리나라가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할 필요가 없다”라고 한 답변은 41.1퍼센트로 나타났습니다. 현실적으로 미국과 세계가 용인하지 않을 것이고 생각됩니다. 과거 태평양전쟁에서 핵무기의 위력을 체험한 이후 남북한 모두 핵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북한은 구소련에 과학자를 파견해서 핵무기 관련 기술을 습득했고, 이승만 대통령은 평화적 핵 사용을 위해 노력한 결과 이제 한국의 원자력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했습니다. 한국의 핵 관련 기술은 마음만 먹으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이 핵을 가지면 일본, 대만 등이 잇달아 핵무장을 선언할 것이므로 한국 자체의 핵무장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핵과 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의 공조 노력에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미 바이든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열흘 만에 한국을 방문해서 윤석열 대통령의 첫 정상 외교 상대가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미국이 한국이나 대만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지정학적 위치뿐만 아니라 반도체 산업 때문이기도 합니다. 대만의 TSMC와 같은 비메모리 반도체, 한국의 삼성전자와 같은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냉전 이후 미국과 중국의 밀월 관계가 깨지고 있는 신냉전 체제하에서 중국을 대신할 글로벌 공급망 체인을 재구성하고 있는 이 시점에 민간 기업이 국방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커졌습니다. 이제 전통적인 한미 간의 안보 관계가 기술 안보 동맹으로 발전했습니다.

커버스토리

이달의 커버스토리는 문재인 정부 초기에 육군참모총장을 역임한 김용우 예비역 대장을 초대하여 꾸몄습니다. 그는 육사 39기로 임관한 후 국방부 정책기획차장, 육군 제9사단장, 육군 제1군단장을 역임하고 2017년에 제47대 육군참모총장을 지냈습니다. 전역 후 한국과학기술원과 아주대학교 등에서 초빙교수로 재직했고, 2021년부터 지금까지 월드투게더(World Together)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국방 최고수뇌부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그에게 과거 문재인 정부의 국방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또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 북핵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그리고 윤석열 정부가 취해야 할 국방 정책의 방향이 어떠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견해를 들었습니다. 아울러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므로 전쟁과 평화에 대한 기독교인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 들어 봤습니다.

특집 칼럼(ISSUE)

I. 나쁜 평화와 좋은 전쟁

특집은 세 가지 주제로 14편의 칼럼으로 구성했습니다. 첫째는 평화주의를 기독교적 시각에서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를 “나쁜 평화와 좋은 전쟁”이라는 제목으로 4편의 칼럼을 실었습니다. 본보 대표 주간인 이상원 교수는 기독교계의 전쟁에 대한 세 가지 견해인 기독교 평화주의, 정당전쟁론, 대의전쟁론을 소개하며 가장 바람직한 전쟁에 대한 견해가 무엇인지,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 보여 주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종교와 민주주의 연구소(Institute on Religion and Democracy)의 대표이며 외교 안보 국제 정치 저널 “Providence”의 편집장인 마크 툴리(Mark Tooley) 대표의 글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라보는 기독교인의 세 관점”을 조평세 박사가 번역하여 실었습니다. 마크 툴리는 세 관점을 기독교 냉소주의와 이상주의, 그리고 현실주의로 구분했습니다.

본보 부편집장인 조평세 박사는 이은 칼럼에서 이상주의에 빠진 평화주의는 평화 파괴자의 편에 선 것이며, 푸틴이나 김정은이 이런 자를 좋아한다고 하며, 극단적인 평화주의자는 간첩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습니다. 결론에 인용한 이승만의 <Japan Inside Out> 구절이 인상적입니다.

보병 75사단장, 국방부 군비통제차장, 국방부 국방교육정책관 등을 역임한 장학명 예비역 장군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추구했던 종전 선언의 문제가 무엇이며, 왜 북한은 평화 협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지 전문가로서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II.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

다음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얻는 교훈과 관련된 칼럼을 4편 실었습니다. 먼저 <이것이 우크라이나 전쟁이다>의 저자인 권주혁 국제정치학 박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과정과 교훈을 정리했습니다. 군에서 33년간 복무하고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이병재 박사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못하여 러시아의 침공을 받게 되었다는 측면에서 한미동맹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앞으로 한미동맹이 나갈 방향에 대해서 글을 주었습니다.

우리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 한미 간의 공식적인 군사안보동맹도 중요하지만, 민간차원의 조직도 중요합니다. 공군준장 출신이며 세종연구소 소장을 역임한 송대성 소장은 아랍 진영의 포위 속에서 이스라엘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하는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를 벤치마킹한 한미연합회가 필요함을 역설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그 다음으로 전쟁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 대만이라고 합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가능성이 낮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만이 중국의 위협에 맞서 평화를 유지하는 전략은 무엇이며,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등에 관하여 국방부에서 중국 담당 실무자로 근무했던 임방순 교수가 소개했습니다.

III. 대한민국 국방과 안보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국방과 안보와 관련된 6편의 칼럼을 실었습니다. 먼저 북핵 관련 두 편의 칼럼입니다. 미국의 랜드연구소에서 안보정책학 박사를 받은 한용섭 전 국방대 부총장은 북한의 핵무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존재가 송두리째 위험해질 것이라고 직감하고 미국 유학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그는 남북핵 통제 공동위원회의 우리 측 전략 수행요원으로서 1년 동안 판문점 협상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북핵의 위험을 소개했습니다. 이어 언론인 출신으로 미국 연합감리교회 목사로 있는 김효진 목사는 핵전쟁을 노아의 홍수 이후 하나님의 불의 심판으로 해석했습니다.

다음에는 국방개혁과 관련된 두 편의 칼럼을 실었습니다. 대령으로 전역한 후 상명대학교 국가안보학과 교수 및 안보통일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최병욱 교수는 그동안 진행된 국방 개혁을 정리해 주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취임 즉시 이병 계급부터 월급 200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놓았으나, 정권 인수 후 사실상 이 공약을 파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20대 남성을 배신했다”라는 의견까지 나왔는데, 바른청년연합의 김산하 팀장이 청년의 입장에서 병사 월급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글을 주었습니다.

국방과 안보에 있어서 군인만 아니라 정보기관의 역할도 매우 중요합니다. 국정원의 기능과 관련해 두 편의 칼럼을 실었습니다. 먼저 국정원에서 안보전문가로 활동한 염돈재 전 국정원 차장이 문재인 정부에 의해서 공안체제가 얼마나 무력화되었는지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면 무슨 문제가 있는지 잘 지적해 주었습니다. 그는 북핵보다 더 두려운 것이 국민의 안보의식이며 국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월간조선의 배진영 차장 역시 지난 문재인 정부하에서 가장 타격을 받은 기관이 국정원이며, 국정원에는 비밀이 없어졌다고 했습니다. 전직 국정원장 4명을 모두 구속했는데, 이들의 부당한 구속을 지적하며 명예회복이 절실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맺음말

우리 사회는 올해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등 두 차례의 선거를 치르면서 정치 문제에 몰두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우려했던 스태그플레이션도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경제도 중요하고 정치도 중요하지만 국방과 안보가 보장되지 않으면 모든 것이 헛수고입니다. 나라의 근본인 국방과 안보 문제가 보장되어야 정치도 안정되고 경제도 번영합니다. 북한이 핵전력을 완성했다고 주장하고,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패권을 확대하려고 하는 이 시기에, 미중은 신냉전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강대국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역에 위치한 대한민국은 1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국방과 안보 문제를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국방력이 약해 나라를 빼앗기기도 하고,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나라가 쪼개지고, 미군이 철수한다고 할 때마다 위기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국방과 안보에는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고, 좌와 우가 다를 수 없습니다. 온 국민이 한마음이 되어서 국방과 안보를 지키기를 소망합니다.

글 | 김승욱 (발행인)

중앙대학교 명예교수이며, 현재 <월드뷰> 발행인 겸 편집장 및 학교법인 청지학원 이사를 맡고 있다. 미국 조지아 대학교에서 신제도주의 경제사 분야의 박사학위(Ph.D.)를 받고 UNIDO 국제 전문가와 경제사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1989년에 9명의 교수와 함께 기독교학문연구회(사단법인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를 창립해, 2000년부터 2012년까지 12년간 회장으로 봉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