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의 노인복지 향상과 미래세대를 위한 고민

고령화 시대의 노인복지 향상과 미래세대를 위한 고민

2021-12-13 0 By 월드뷰

월드뷰 DECEMBER 2021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11


글/ 김헌수(한반도선진화재단 조화사회위원회 부회장)


너무 빨리 다가온 고령화 문제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구성원의 고령화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인간은 시간이 흐를수록 노화된다는 사실은 자연스럽지만, ‘사회’라는 관점에서 보면 다수의 구성원이 고령화된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한 사회는 여러 세대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세대 간의 사회적 연대를 통해 유지된다. 따라서 특정 세대의 인원이 지나치게 많거나 적으면 그들을 위해 한정된 자원이 집중될 수밖에 없고, 이는 구성원 간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 고령화도 문제지만 그 속도도 매우 우려스럽다. 일본의 경우 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7%에서 14%로 높아지는 데 24년이 소요되었으나, 우리나라는 불과 17년 만에 도달했다. 이러한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는 광범위한 노인 빈곤층의 발생, 독거 및 장애 노인의 증가 등 노인 삶의 질을 악화시키고 있어 ‘노인복지’ 향상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노인빈곤율이 43.2%로 OECD 국가 중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사적 부양에서 공적 부양으로


그렇다면, ‘노인복지’의 시발점은 어디에서부터일까? 많은 전문가는 ‘노인’에 대한 올바른 이해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육신을 가진 인간이 노화라는 필연적인 과정을 통해 나타나는 정신적, 신체적 변화를 올바르게 이해할 때, 노인에게 적절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관점에서 “만약, 우리가 ‘노인’을 올바르게 이해했을 때 나타나는 행동(또는 정책)은 무엇일까? 우리는 어떠한 태도로 노인을 대해야 할까?” 하는 질문을 던져 보았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해답으로써 성경 구절을 떠올렸다.

너희 부모를 공경하여라. 그래야 너희는 주 너희 하나님이 너희에게 준 땅에서 오래도록 살 것이다(출 20:12).

이는 너무나 잘 알려진 십계명 중의 하나이며 우리나라 전통사상인 효(孝) 사상과도 맞닿아 있다. 여기서 ‘부모’의 의미를 좀 더 확장한 개념이 ‘노인’일 것이다. 하느님의 말씀을 곰곰이 되새겨 보면 ‘노인복지’의 의미가 좀 더 쉽게 와 닿지 않을까 한다. 우리가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이 바로 ‘노인복지’의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을 사회복지정책 관점에서 보면, ‘부모를 공경하라’라는 표현 속에는 ‘사적 부양’의 개념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산업화를 거쳐 후기산업사회로 변모하면서 사회 구성원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났고, 이로 인해 가족관계도 핵가족 중심으로 변했다. 이는 사회 구성원의 ‘사적 부양’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켰다. 즉 국가가 노인복지 향상을 위해 ‘공적 부양’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인을 위한 공적 부양의 대표적인 정책이 ‘국민건강보험’이나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 그리고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제도이다.

한편,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노후의 삶이 안정적이고 윤택하기 위해서는 건강(health), 재무(finance), 여가(leisure), 그리고 대인관계(interpersonal relations) 영역에서 균형적인 삶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경중의 차이만 있을 뿐 네 영역 모두가 행복한 노후 생활을 위한 필수 요소이다. 그중 노인복지정책 차원에서 정부가 공적 부양을 강화하기 위해 재정을 광범위하게 투입해야 하는 부문은 건강과 재무 영역일 것이다.

건강과 관련해서 우리나라는 어느 선진국보다 우수한 건강보험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건강보험’은 외국 생활을 조금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그 우수성을 피부로 느낄 것이다. 여기에 2008년 도입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만성질환으로 장기적인 치료나 재활이 필요한 노인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 준다. 최근까지도 국민건강보험이나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재정은 안정적으로 운영해 왔으나, ‘문재인 케어’로 인해 재정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또 다른 중요한 노인복지정책은 ‘공적연금’ 제도이다. 이는 노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건강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삶도, 그리고 대인관계를 위한 삶도 재정적인 뒷받침 없이는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적인 연금제도가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만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 대표적인 공적연금 제도는 기초연금, 국민연금, 그리고 공무원연금 등이 있으나, 모두 재정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저성장 속에 늘어만 가는 나랏빚


1988년에 도입된 국민연금은 말고 많고 탈도 많았지만,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지금은 국민의 주요 노후 소득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세간에 이슈로 등장할 때마다, 자신뿐 아니라 우리의 자녀들이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지 걱정스러워한다. 국민연금은 국가가 운영하는 제도이므로 국가가 책임을 가지고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 다만, 연금을 지급하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기 때문에 많은 연금 전문가들이 국민연금의 개혁을 역설하고 있다. 왜일까? 국민연금은 법으로 5년마다 국민연금의 재정 상태를 점검하도록 정해놓고 있다. 가장 최근에 이루어진 재정검증은 2018년이었는데, 검증 결과 보험료나 급여 등을 현 제도로 유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국민연금 적립금이 2057년에 소진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면 2057년 이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현재의 근로 세대들은 2057년 이후 연금을 받을 수 있을까? 아마도 국가는 일종의 사회보장세(Social Security Tax)를 거둬 연금을 지급하거나, 거둬들인 세금마저 부족하면 대규모 국채를 발행해 중앙은행이 매입하도록 하고 중앙은행이 공급한 유동성으로 연금을 지급할 것이다. 만약 2049년까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2050년에 연금을 지급한다면 그해 국민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현재의 9%에서 20.8%, 2055년에는 23.3%로 급격히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민은 사회보장세만 세금으로 내는 것이 아니다. 건강보험료, 소득세 등 각종 세금을 부담해야 하므로 국민의 사회보험부담 여력이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세대의 소득수준이 이를 감당할 만큼 높아져야 하는데 산업구조가 분화되고 고도화될수록 경제는 과거처럼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선진국의 성장률이 3% 내외에서 움직이는 것이 그러한 이유이다. 즉 국가 경제가 저성장 구조로 변모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현재 ‘분배’라는 이슈에 매몰되어 있어 서로 잘사는 사회로 변모한다기보다 오히려 모두 덜 잘사는 사회로 변모해 나가는 것이 아닌지 실로 걱정스럽다. 그러다 보니 나랏빚은 문재인 정부에서 급격히 늘어났다. 그동안 정부가 암묵적으로 유지해온 재정 건전성의 마지노선인 40%를 이미 넘어서 2020년 정부 부채는 GDP 대비 48.7%에 달했다. 국민 1인당 빚 부담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1,280만 원에서 4년 만에 539만 원이나 늘었다. 매년 134만 원씩 늘어난 셈이다.

혹자는 “정부 부채가 늘어나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라고 반문한다. 일본은 정부 부채가 GDP 대비 200%를 상회하고 있고, 주요 선진국들이 60~90%를 유지하고 있어 우리 정부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아전인수격인 해석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근본적으로 내수 규모가 작은 개방경제이고 수출의 대외 의존도도 높아 해외의 실물 및 금융시장 변동에 민감한 구조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화폐는 달러화나 유로화, 또는 일본의 엔화처럼 세계에서 통용되는 대외결제 수단이 되지 못한다. 만약 다른 나라들이 우리가 진 빚을 스스로 감당할 수 없다고 인지하는 순간, 우리나라의 국제신용도는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악몽 같았던 1997년 외환위기를 다시 겪게 될지도 모른다.


근본적인 구조 개혁이 필요한 각종 연금제도


그러므로 정부는 나라의 곳간을 빚으로 채우면 안 된다. 비근한 예로 ‘기초연금’의 재원 조달 문제나 ‘공무원연금’의 재정적자를 생각해보자. 기초연금은 노인의 소득 하위 70% 이하인 가구에 월 30만 원을 지급하는데, 올해 예산 15조 원이 소요되었다. 그 규모는 노인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현 수당형의 보편적 기초연금을 꼭 필요한 노인에게 지급하는 선별적인 연금제도로 전환하는 것이 재정안정이나 노인 빈곤 완화에 더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있다. 보편적인 연금제도이든 선별적인 연금제도이든 나름의 논리가 있다. 필자의 짧은 소견으로는 현 노후 소득보장체계의 다층구조 자체를 변경하기보다는 공적연금의 재정구조를 대대적으로 조정해 재정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재정구조 조정 논리와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일본이 우리나라 기초연금 격인 국민연금(國民年金) 확대에 따른 재정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나라 국민연금 격인 후생연금(厚生年金) 보험료의 일부를 국민연금(國民年金)의 재원으로 활용한 경험을 참고할 만하다.

한편, 공무원연금의 경우, ‘국가공무원법’은 부족한 연금에 대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지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공무원을 고용한 정부가 사용주로서 이들의 연금을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지만, 사용주로서 정부는 국회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승인받은 재원을 아끼고 아껴서 연금을 우선 지급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의무지출이라는 명분으로 돈을 쓰고 돈이 없다고 다시 국민에게 손 벌리는 일은 온당치 않다. 그나마 ‘박근혜 정부’ 때 공무원연금 개혁을 통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불행히도 공무원연금의 재정적자를 우리 세금으로 매워야 하는 엄중한 현실은 피할 수 없다. 종국에는 국민연금과의 통합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라도 통합을 위한 장기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사정이 이럴진대 정부와 정치권이 기초, 국민, 그리고 공무원연금의 재정문제를 그냥 강 건너 불구경하듯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이는 실로 무책임한 처사이다. 비록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제도 개혁에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연금을 미래세대에 떠넘기기보다는 가능한 한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이참에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간 소득재분배 기능의 중복 문제 해결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65세 이상에 지급되는 재정도 통합하는 근본적인 구조 개혁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결국, 개혁 방식과 그 세부 방안은 이해당사자와 정치권 그리고 정부 간 사회적 합의 통해 결정되겠지만 미래세대의 재정부담을 완화하고 공적연금의 급여 적정성(adequacy)과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간 균형을 모색하는 개혁방안이 마련되어야만 한다.

공적 노후소득보장제도 개혁의 출발점이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이 이루어지는 2023년이 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해서 말이다.

<econkhs@gmail.com>


글 | 김헌수

미국 텍사스 대학교에서 공공정책 및 정치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민연금연구원에서 지난 10여 년간 국내외 공사연금제도를 연구했으며, 연금제도연구실 실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반도선진화재단 조화사회연구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