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존재 목적

국가의 존재 목적

2021-11-05 0 By 월드뷰

월드뷰 NOVEMBER 2021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3


글/ 임현수(캐나다 큰빛교회 원로목사 겸 파송 선교사)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를 당한다는 것이다 – 플라톤(Plato).

성경에 보면 하나님께서 직접 세우신 제도는 가정과 교회뿐이다. 국가는 인간이 간절히 원하기에 하나님께서 허락해준 제도이다. 이스라엘은 2,000 동안 나라 없이 보헤미안처럼 온 세상을 떠돌아다니면서 살았으나, 2,000년 만에 국가를 만들고 정부를 수립하게 된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는가? 그것은 바로 이스라엘이 2,000년 동안 가정과 회당(교회)을 목숨 걸고 지켜 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직접 세우신 가정과 교회만큼 중요한 제도는 없다. 그러나 세상에는 국가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국가의 존재 목적은 무엇인가?

인간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 그 자체이므로 개인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되지만, 국가가 없으면 개인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힘들다. 그러므로 국가의 가장 큰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왕으로 인해 받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왕을 원했던 것은 그들을 보호해줄 강력한 존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의 가장 큰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국가가 지켜준다는 믿음에서 성립된 계약 관계이다. 그래서 독일은 게르만 민족이라고 하면 러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모든 게르만을 조건 없이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아프리카 유대인, 러시아 유대인 200만 명을 포함해 전 세계 유대민족 700만 명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탈북자들은 마땅히 헌법이 보장하는 우리 자국민이다. 헌법 제3조에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라고 쓰여 있다. 헌법 제3조에 따르면 북한 지역은 우리 영토이고, 김정은 정권은 대한민국의 영토를 무단으로 점령하고 있는 불법 집단이다. 북한은 김일성이 백성들의 마음을 도둑질해서 세운 불법 국가이다. 그러므로 자기 나라를 찾아오는 국민을 국가는 책임지고 받아 주어야 하고 보호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국군포로, 납북 어부, 특별히 최근에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선교사들을 국가는 책임을 지고 구출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귀순 의사를 밝힌 탈북 주민을 강제북송시키는 만행을 저지르고, 탈북자 모자를 굶어 죽도록 방치했으며, 대북 인권단체에 대한 지원도 대부분 끊어 버리면서 북한 인권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그동안 한 달이면 수 백 명의 탈북자들이 하나원에 들어가서 교육을 받았는데 요즘은 열 명도 채 되지 않는다. 중국 땅에서 인신매매단에 의해 노예처럼 온갖 유린을 당하고 있는 수천 명의 탈북 여성들을 구출해야 하는데도 정부는 불법 집단인 북한 정권과의 관계개선에 방해될 것이 두려워 북한 인권과 탈북자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슬픈 현실이다. 서독은 환영금을 주고 연 500만 명의 동독 주민과 교류하면서 그들을 포용했고, 수만 명을 서독 땅에 받아들였다. 

성경에서는 누구든지 핑계 대지 말고 실행해야 할 의무를 다음과 같이 명령하고 있다.

너는 사망으로 끌려가는 자를 건져주며 살육을 당하게 된 자를 구원하지 아니하려고 하지 말라 네가 말하기를 나는 그것을 알지 못하였노라 할지라도 마음을 저울질 하시는 이가 어찌 통찰하지 못하시겠으며 네 영혼을 지키시는 이가 어찌 알지 못하시겠느냐 그가 각 사람의 행위대로 보응 하시리라(잠 24:11~12).

미국의 자국민 보호 정신을 보라.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들의 구출을 위해  카터(James Earl Carter Jr.), 클린턴(William J. Clinton), 폼페이오(Michael R.Pompeo), 트럼프(Donald J. Trump)가 최선을 다했다. 억류되었던 사람들은 전부 한국 사람인데 미국 시민권자라는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구출해 낸 것이다. 이것이 가장 기본적으로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캐나다는 필자를 위해 수상 전용 비행기를 두 대씩이나 보냈고,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14명의 특사를 보내 주었다. 그리고 캐나다 시민을 풀어주지 않으면 북한 정권과의 수교를 끊고 무역도 일체 중단하겠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내가 억류되었다가 풀려나 수도 오타와(Ottawa)의 연방정부를 방문했을 때, 상하원 의원 전원이 일어나서 기립 박수로 환영해 주었다. 한국인이지만  캐나다 국적이라는 한 가지 사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목숨을 걸고 구출 작전에 나선 것이다. 그래서 국민도 목숨을 걸고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다. 

국가에 속한 개인은 국가를 위해 어느 정도 희생을 강요받는다. 성경 사무엘상 8장 1절부터 22절을 보면 왕을 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하는 이스라엘 백성이 나온다. 사무엘은 너희가 왕을 요구할 경우 많은 고통을 받을 것이라며 여러 가지 경고를 한다.

그가 너희 아들들을 데려다가 그의 병거와 말을 어거하게 하리니 그들이 그 병거 앞에서 달릴 것이며 그가 또 너희의 아들들을 천부장과 오십부장을 삼을 것이며 자기 밭을 갈게 하고 자기 추수를 하게 할 것이며 자기 무기와 병거의 장비도 만들게 할 것이며 그가 또 너희의 딸들을 데려다가 향료 만드는 자와 요리하는 자와 떡 굽는 자로 삼을 것이며 그가 또 너희의 밭과 포도원과 감람원에서 제일 좋은 것을 가져다가 자기의 신하들에게 줄 것이며 그가 또 너희의 곡식과 포도원 소산의 십일조를 거두어 자기의 관리와 신하에게 줄 것이며 그가 또 너희의 노비와 가장 아름다운 소년과 나귀들을 끌어다가 자기 일을 시킬 것이며 너희의 양 떼의 십분의 일을 거두어 가리니 너희가 그의 종이 될 것이라 그 날에 너희는 너희가 택한 왕으로 말미암아 부르짖되 그 날에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응답하지 아니하시리라 하니(삼상 8:11~18).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왕을 원했고 왕으로 뽑힌 사울은 그들에게 희생을 강요했다. 많은 나라의 국민은 국가란 이름으로 저질러진 폭력을 감내하면서 희생을 치르고 있다. 공산주의· 사회주의 국가의 주민들은 국가를 위한 정당하지 못한 개인의 희생을 강요당한다. 천리마 행군, 만리마 행군, 고난의 행군과 같은 개인의 희생이 너무 많다. 남자들은 17살부터 10년 이상을 군대에서 강제로 복무해야 한다. 이것은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국가의 간섭이다.

국가는 반드시 국민에게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별해야 한다. 2021년 9월 12일 자 조선일보의 논설은 다음과 같이 썼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 재개로 노리는 효과는 교류 확대가 아니라 북한 정권 유지에 쓰일 달러박스 확보다. 반면 동·서독 사이엔 통일 전부터 실질적인 민간 교류가 이뤄졌다. 1980년대 연평균 소포 3,500만 개, 편지 1억7,000만 통, 전화 2,300만 통, 전보 900만 건을 주고받았다. 인도주의에 따라 이산가족 상호 방문도 허용됐다. 서독인이 1970년부터 1989년 통일될 때까지 20년간 동독 친지들을 방문하면서 사용한 금액은 200억 마르크에 이른다. 같은 기간, 소포로도 동독 친지들에게 150억 마르크 상당의 선물을 보냈다. 서독인 600만 명이 해마다 동독 지역으로 여행을 떠났다. 동독인들도 연간 150만 명이 서독을 여행했다. 베를린 장벽 붕괴 2년 전인 1987년엔 서독을 방문한 동독인이 500만 명에 이르렀다. 동·서독 도시 62개가 자매결연을 맺고 서로 교류했다. 그러나 남북 민간 교류를 체제에 대한 부담으로 여기는 북한 정권은 주민의 자유 왕래는 물론, 이산가족의 편지 교류와 화상 상봉 같은 인도주의적 요구조차 외면하고 있다.

모든 위정자는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바로 알고, 국민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을 지켜주는 것이 국가의 가장 근본적인 사명이라는 정신으로 봉사하는 겸손한 일꾼들이 되길 바란다.

<hyeonsoolim07@gmail.com>


글 | 임현수

CCC 전임감사로 섬기다 캐나다에 이민 후 34년 동안 큰빛교회 담임목사로 시무했다. 인도적 대북 지원사업을 하던 중 북한에 억류되어 2년 7개월간 감옥에서 고초를 겪었으며, 조기 은퇴 후 현재 글로벌연합선교훈련원(tmtc) 이사장으로 헌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