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문화 선교방법

타문화 선교방법

2021-10-19 0 By 월드뷰

제2부 선교사와 타문화 사역 (7)


월드뷰 OCTOBER 2021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BIBLE & WORLD VIEW 4


글/ 전성걸(글로벌연합선교훈련원 상임대표)


기독교 역사는 선교의 역사이다. 선교사 되신 하나님께서 친히,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을 통해 하나님의 선교를 행하신다. 그리고 이제 하나님의 선교는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통해 성취되도록 교회를 그분의 선교에 초청하신다. 그 중심에 선교사들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격스럽고 영광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만큼 준비와 노력, 그리고 효과적 선교 방법의 수립과 이행은 매우 중요하다. 근대선교 역사를 보면 19세기 개척 선교사들은 100여 년 이상 선교하며 개신교 선교의 기틀이 되는 몇 가지 중요한 선교 방법을 남겼다. 청교도 경건주의자들로부터 시작해 현대 선교운동의 아버지 윌리엄 캐리(William Carrey), 버마 선교사 아도니람 저드슨(Adoniram Judson), 중국내륙선교회 허드슨 테일러(James Hudson Taylor)를 거쳐 영국과 미국의 영적 대각성 부흥 운동에 이르기까지 믿음 선교, 평신도 선교, 동질화, 토착화 등의 핵심적 선교 방법들을 창안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교회 성장학파들의 미전도 종족 전략과 전방 교회 개척 운동 그리고 선교문화 인류학자들의 선교 커뮤니케이션, 비판적 상황화와 자신학화 등은 현대 선교 방법의 기틀을 좀 더 견고히 해 주었다.


선교 방법 선택의 과제


선교사들은 자신이 섬기는 선교대상의 복음화를 최단기간 안에 성취하여 복음의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자세를 본능적으로 갖는다. 필자의 카자흐스탄 교회 개척 경험을 뒤돌아 보더라도 신속한 복음 전파의 열정이 매우 컸음을 회상한다. 그런데 문제는 대상에 대한 이해와 관계적 다리 형성 없이 추진될 때 장벽에 봉착하게 된다는 점이다. 대상에 대한 이해와 적절한 준비 없이 무작정 선교에 임하는 활동주의(Activism)는 선교사 자신의 사역은 물론, 그 지역의 잠재적 복음화 가능성에 지대한 악영향을 끼친다. 아직도 활동주의에 의한 선교 소식이 종종 들려오는 일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대상 선교지에 가장 적합한 선교 방법의 선택은 선교 과업의 핵심적 과제이다. 선교지에 관한 충분한 연구와 이론적, 실제적 이해가 세워졌다면 어떻게 선교 과업을 성취할 수 있는가에 대한 선교 방법들을 선택해야 한다. 선교 방법 선택에 있어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들이 있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성경적인가?

선교 방법은 두말할 것 없이 먼저 성경에 그 기초를 두어야 한다. 선교의 성경적 기초뿐만 아니라 선교 방법의 성경적 기초도 확인해야 한다. 복음과 구원, 종족 선교, 이방인과 율법의 관계, 복음과 문화의 관계, 영혼 구원과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해 성경은 무엇을 말씀하고 있는가를 알아야 한다. 선교 방법이 성경적 기준을 넘어선 것이라면 그것은 적절한 선교 방법이 될 수 없다.


문화적으로 적합한가?

이전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복음은 문화의 옷을 입고 전달된다. 복음의 초문화적 속성은 복음과 문화의 관계를 드러낸다. 복음은 그 시작점에서부터 번역에 의해 잉태되었다(요 1:1, 14). 그러므로 복음은 대상 문화에 따라 그 전달 방법에 있어 다양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 복음이 대상 문화 속 사람들에게 적절하게 전달되기 위해서 선교사들은 문화인류학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학식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사람에 대한 이해’를 기본적으로 함양해야 한다는 말이다. 다른 세계관, 다른 문화적 산물 속에 살아가는 그들 세계와의 간격을 존중과 배움이라는 문화적 지성으로 좁히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문화적으로 적합한 선교 방법을 논하자면 지면이 부족할 정도다.


윤리적인가?

목적이 방법을 정당화하게 될 때 인간의 기본적 윤리성이 결여된 결과가 나타날 때가 있다. 선교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윤리를 철저히 무시한 비윤리적 기독교 정복의 역사를 잘 알고 있다. 십자가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소위 실용주의적 선교 방법은 목적이 방법을 정당화한 잘못된 선교법이다. 예수님께서는 부정한 여인을 돌로 쳐 죽이려는 현장에서 여인의 보편적인 윤리를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그 영혼을 구원으로 인도하는 방법을 보여 주셨다. 상식이 통하는 선교가 필요한 시대다.


재생산 가능한가?

선교 방법 선택에 있어 반드시 고려해야 할 기준 중 하나는 재생산의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사도 바울로부터 시작해 토착 선교의 기틀을 마련해준 헨리 벤(Henry Venn), 루프스 앤더슨(Rufus Anderson), 존 네비우스(John Livingston Nevius), 롤랜드 알렌(Roland Allen), 알렌 티펫(Alan Tippett) 등의 선교사들은 선교 방법은 현지에서 재생산 가능한 방법이어야 함을 강하게 주장했다. 나아가 현지인들 스스로 토착적 방법으로 성경을 해석하며 교회를 세우고, 신앙을 성장시키는 방법으로 선교를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도 교회가 선택하는 선교 방법들을 보면 여전히 외부의 자원과 신학을 선교 현장에 이식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선교지에서 재생산 가능한 선교 방법을 고안하기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은 선교사들이 선교 대상자의 토착적 틀 안에서 생각하고 활동하는 것이다. 선교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면에서 재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해야 한다. 외국의 물자와 자원과 신학이 아닌 현지에서 재생산 가능하며 건강한 풀뿌리 선교 방법을 고심하고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이다.


관계의 다리를 통한 선교 방법


선교 방법의 하나로 관계의 다리를 통한 선교 방법을 좀 더 생각하고자 한다. 관계의 다리란 복음 전파자가 소유하고 있는 혈연적, 비혈연적 인간 관계망을 말한다. 관계의 다리를 통한 선교 방법은 이미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들을 향해 사용하신 방법이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하나님과의 언약적, 선포적 관계의 공동체로 부르셨다. 아브라함과 그의 자손들은 혈통적 관계로 시작해 이방인과 같은 비혈통적 관계로 확장되는 복음의 보편성을 보여 주었다. 요셉의 구속사적 내러티브 또한 철저하게 관계 중심적 사건들로 전개된다. 예수님의 전도 활동 또한 관계망을 활용한 관계적 선교 방법이었다. 베드로를 부르시는 과정(눅 5:1~11),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요 4:3~26), 부자 관원과의 만남(요 3:1~15) 등은  대표적인 예이다. 사도행전과 서신서에 나타난 바울의 선교 방법 역시 인간 관계망을 활용한 복음 전파였다. 바울은 주로 관계의 다리 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호소하고 확신을 주었다. 또한, 복음이 관계의 다리 건너 더 많은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도록 늘 사람들을 관계적 구조 가운데 이해하고자 했다. 이와 같은 관계의 다리를 통한 선교 방법의 성경적 기초는 기독교의 신앙은 관계적인 수로를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흐른다는 점을 교훈한다.

관계의 다리를 활용한 선교 방법의 효과 몇 가지를 나눈다. 카자흐스탄에서 교회 개척 선교사로 살며 경험했던 성공과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들이다. 선교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사회 침투적이다

관계의 다리를 활용한 선교 방법은 사회 침투적이다. 인간관계를 활용한 선교 활동은 불신자와 관계하고 있는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선교 행위이다. 다시 말해 불신자들을 종교적 상징과 엄숙한 분위기가 가득한 예배당, 혹은 기독교적 공간으로 부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살아가는 생활 터전 한복판을 전도의 자리로 삼는 선교 방법이다.


원심적이다

관계의 다리를 활용한 선교는 원심적이다. 사회 침투적인 관계적 선교 방법은 흩어지는 신앙과 교회를 세워가게 한다. 안디옥 교회의 세움, 위임, 파송과 같은 교회의 선교적 본질을 더 잘 따르도록 도와준다. 그뿐만 아니라 삶의 터전에 묻혀 있는 관계를 통해 복음을 들은 자들은 그들이 또 다른 복음 전달자가 되었을 때, 그들이 복음을 들었던 삶의 현장으로 다시금 눈을 돌려 흩어지는 전도자가 되도록 격려해 준다.


총체적이다

사회 속에 침투된 관계적 선교 방법은 말과 생활이 이분화되면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관계가 삶의 방식이라는 개념은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필요들이 관계를 통한 선교의 중요한 아젠다가 된다는 말이다. 관계를 통한 선교는 가난한 자들, 포로된 자들, 눈먼 자들, 억압받는 자들의 현실적 상황에 전적으로 자신을 던지셨던 그리스도의 성육신적 상황화 선교 방법이다. 그래서 관계를 통한 선교는 그러한 자들의 삶 가운데 주님으로 현존하시는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선교 방법이다.


과정적이다

인간관계란 단편적이지 않고 지속적이다. 인간은 과정으로 진행되는 관계를 통해 그들의 삶을 영위해 간다. 따라서 인간의 관계 구조를 활용한 선교 방법 역시 과정적일 수밖에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는 회심이 과정적이라는 선교 사상과 맥을 같이 한다. 그 때문에 관계를 통한 선교 방법은 복음을 받아들인 새로운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책임감 있는 신실한 성도가 되어가는 전 과정에 참여하는 관계로 발전되어야 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사조는 다원주의와 상대주의로 가득하다. 선교지 역시 예외가 아니다. 변화무상한 시대에 효과적인 선교 방법을 창안해 내는 일은 점점 더 어려운 과업이 되고 있다. 그래서 성경적이며 복음주의적인 선교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시도하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영혼을 얻기 위해 사람을 잃어버리는 이율배반적 방법을 지양하고 재생산 가능하며 지속 가능한 건강한 토착적 선교 방법들이 창의적으로 더욱 활발히 고안되기를 바란다.

<chunsunggeol1@gmail.com>


글 | 전성걸

캐나다 NSCAD University(B.A.), Tyndale Seminary(M.Div.)를 졸업하고, Fuller Theological Seminary에서 박사학위(D.Min. in Intercultural Studies)를 취득했다. 카자흐스탄에서 교회 개척 선교사로 사역했으며, GMF 산하 한국글로벌리더십연구원(KGLI) 원장과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글로벌연합선교훈련원(TMTC) 상임대표 및 MEX 디렉터로 사역하고 있다. 저서로는 <타문화 관계전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