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로 망가진 세상

2021-10-18 0 By 월드뷰

어린이를 위한 기독교 세계관 (5)


월드뷰 OCTOBER 2021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BIBLE & WORLD VIEW 3


글/ 심재승(Dordt University 교수)


13. 사람의 첫 조상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복과 자유를 잘못 사용하였다(창세기 3:6~7)


창세기 3장에서 일어난 일은 하나님께서 금지하신 과일 하나를 따서 먹은 단순한 실수로 보기 쉽다. 그러나 3장의 성경 기록은 거짓이 섞인 사단의 유혹(모든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 하더냐?, 1절), 하와가 유혹되어 하나님의 금지하심을 과장하여 말함(만지지도 말라, 3절)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사단의 유혹(너희도 하나님과 같이 되리라, 5절) 등을 통해서 그것이 단순하고 작은 실수가 아니라, 아담과 하와가 스스로 결정하여 하나님의 뜻에 거역하고 사단에 동참한 것이 심각한 잘못임을 가르친다.

아담과 하와의 잘못은 자신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복과 기대에 만족하지 못함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교만은 더 많은 것을 얻어서 결국 하나님과 같이 되고자 하는 욕심으로 번진다. 이러한 욕심은 하나님께서 만드신 법(선악과에 관한 법)을 어기는 죄로 나타난다. 죄는 하나님께서 주신 법, 사람이 따라 살게 하신 법을 어기는 것이다. 그것은 다만 법을 어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어긋나는 삶을 선택하는 하나님께 대한 반역이다. 죄는 겉으로 드러나는 잘못된 행동만을 지칭하지 않고, 사람의 마음 안에 생기는 욕심과 교만을 포함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죄 된 행동은 마음속의 유혹, 교만과 욕심으로부터 시작된다.


14. 죄는 사람이 원래 가졌던 완전한 모습, 위치와 관계 그리고 삶의 모습을 모두 망가뜨렸다


죄를 지은 후에 사람은 하나님으로부터 숨으면서 하나님을 두려워하게 되고 결국 하나님으로부터 쫓겨나게 되었다. 이렇게 하나님과 가졌던 친밀하고 아름다운 관계가 망가졌다. 죄의 결과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죄의 원인을 핑계 대면서 비난하게 하고, 결국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엄청난 죄를 짓는 것으로 이어졌다.

죄는 하나님께서 매우 미워하시는 것으로 하나님의 무서운 심판의 대상이 된다. 죄의 심판은 죽음으로 나타난다. 죄를 단순한 실수나 잘못된 생각과 행동쯤으로 여겨서 후회하면서 끝날 것으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죄는 하나님께서 아름답게 만드신 생명체를 죽여야 할 만큼 무서운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사람의 죄를 용서하기 위해서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를 대신 죽이셔야 할 만큼 죄가 무서운 것임을 가르친다.


15. 사람의 죄는 당사자인 사람뿐 아니라 아름답게 창조된 온 세상을 망가뜨렸다(로마서 8:21)


죄는 죄를 지은 당사자인 사람뿐 아니라 하나님께서 만드신 모든 세상을 망가뜨렸다. 사람이 죄를 지은 결과로 땅이 엉겅퀴를 내면서 사람과 자연 사이의 관계도 망가졌다(창세기 3:17∼18, 로마서 8:19∼23). 그 결과 사람이 먹고사는 삶이 매우 힘들어졌다. 사람은 하나님을 대신하여 세상을 다스리도록 창조되었는데, 죄인이 된 후에 스스로 먹고사는 일에 땀을 흘리고 일을 해야 하는 위치로 망가졌고, 이것을 통해 죄의 중대함을 깨달을 수 있다.

하나님께서는 세상을 한 공동체, 집으로 지으시고 사람을 그 공동체의 대표로 세우셨다. 그 대표가 죄로 망가지면서 모든 세상이 함께 망가진 것을 성경이 가르친다. 이러한 연대의식은 서양보다 동양의 사고에 더 잘 부합된다. 이러한 공동체적인 세상에 대한 인식은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되는 세상에도 잘 나타난다.


16. 죄는 사람의 모든 생각과 행동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창세기 3장은 교만이 욕심으로 자라나고, 결국 거짓을 받아들이고 하나님의 법을 어기는 행동으로 나타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동일한 교만이 또한 창세기 11장의 바벨탑 사건에도 나타난다. “그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란 그들의 태도는 하늘에 계시는 하나님과 같이 되려는 교만을 나타낸다. 죄는 그저 개념이나 나쁜 영향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의 생각과 삶을 황폐하게 만드는 능력이다.

죄는 자유롭고, 조화롭고, 평화로웠던 세상의 모든 관계를 망가뜨리고 사람의 마음 안에 두려움, 불안, 이기심이 가득하게 했다. 이러한 죄의 능력은 가장 두드러지게 사람들에 대한 폭력으로 나타난다. 사람에 대한 폭력은 욕설과 폭언 그리고 업신여기는 말 등 언어적인 폭력과 직접적인 폭행 등의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또한 사람들을 차별한다든가, 집단 따돌림을 시킨다든가 하는 교묘한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언어이든 행동이든, 그것이 상대방에게 상처가 된다면 가한 사람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것이 폭력임을 기억해야 한다. 무심코 던진 농담이나 뚜렷한 의도 없이 한 장난이 상대방에게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어린이들에게 과하게 요구되는 또 하나의 두드러진 죄의 영향은 공부와 진학에 관한 것이다. 삶을 풍요롭게 하고 행복하게 해야 하는 도구인 학문과 공부가 그 자체로 목적이 되어서 어린 학생들의 삶을 비참하게 만들고 있다. 학문 자체도 진리를 찾는 즐거움이기보다는 성공을 위한 방편으로 왜곡되기도 한다.

죄는 또한 어린이들의 생각과 놀이에도 영향을 미쳐서 건전하고 다양한 대인관계를 즐기거나, 그런 관계를 통한 놀이보다 홀로 감각적으로 즐기는 게임에 몰두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 넓고 풍요로운 세상의 삶이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되고 누리는 하나님의 복이 육체적이고 감각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놀이 때문에 제한되고 왜곡되고 있다.

<jay.shim@dordt.edu>


글 | 심재승

칼빈 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칼빈 신학교에서 신학 석사학위를, 조직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국 도르트대학교에서 신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기독교 교육, 기독교 대학 교수 훈련과 공공신학에 관련해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