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와 타문화 사역
2021-08-14제2부 선교사와 타문화 사역(5)
월드뷰 AUGUST 2021●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BIBLE & WORLD VIEW 2 |
글/ 전성걸(글로벌연합선교훈련원 TMTC 상임대표)
복음은 본질상 타(他)문화적이다. 복음이란 한 문화에만 예속된 것이 아니다. 이슬람의 코란과 달리 복음은 항상 인간 문화의 틀 속에서 표현되고, 이해되고, 번역되는 과정을 거쳐 오늘날 우리에게까지 전파되었다. 말씀이신 하나님께서 육신의 몸을 입고 그리스도로 성육신하신 것이 이를 가능하게 한 시조가 되었다(요 1:1, 14). 그러므로 복음은 각 문화의 언어로 번역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복음의 대상이 어디에 사는 누구인가에 상관없이 기독교의 중심이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믿는 자의 마음과 삶 속에 이루어진다는 점을 명백히 한다.
복음이 이처럼 초(超)문화적이며 타문화적으로 전파되기 위해 빠질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바로 메신저이다. 복음이 초문화적으로 번역되고 전파되기 위해서는 복음 전달자라는 매우 중요한 중재자가 필요하다(롬 10:14). 이 중재자의 핵심적 역할은 그리스도의 보편적 복음이 문화의 장벽을 넘어 지역의 구체적인 복음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말과 행위로 구원의 복음을 증거하는 것이다. 복음 증거자로서의 선교사는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가운데 내부자의 관점으로 수용자를 이해해야 하며, 정복자가 아닌 함께 어울리며 배우는 자가 되어야 하며, 상황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하는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복음은 타문화의 사람들에게 전파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앞으로 네 번에 걸쳐 복음의 메신저인 선교사와 타문화 사역에 대해 생각해 본다(이 내용은 여전히 “선교사의 전인적 개발과 창의적 사역”이라는 대주제 아래 있으며 제2부의 내용이 될 것이다). 그 첫 번째로 타문화 사역에 있어 선교사란 어떤 존재인가를 이야기 나누고자 한다.
문화적 존재
선교사는 문화적 존재(Cultural Being)이다. 문화적 존재란 무슨 뜻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화란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문화란 인간이 주변환경과 관계하며 살아가는 가운데 생겨나는 산물의 통합된 체계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특정 지역에 예속되어 살아가는 동안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학습하게 되는데 그 결과로 생겨나는 것이 문화라는 것이다. 문화가 학습된 것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잘 설명해 주는 예가 있다. 한 생명이 태어나고 성장하는 과정, 즉 문화화 과정(Enculturation)이라는 개념이다. 한 가정에 아기가 태어났다고 가정해 보자. 아기는 태어난 뒤 적어도 6년 동안은 거의 전적으로 타인(부모와 가족)에 의존해 생활한다. 이 기간에 아이는 부모로부터 특정한 행동 양식, 가치관, 생활방식 등 가정의 개인적 문화유산을 물려받고 자라게 된다. 이제 아이는 점차 성장해 가면서 주변 사회와 관계하며 사회 문화적 유산들을 습득하게 된다. 그 결과 아이는 나고 자란 곳의 문화적 옷을 입고 준거 기준을 자연스럽게 습득한 내부자로 살아간다. 이처럼 한 인간이 개인적·사회적 문화유산을 학습하여 물려받는 것을 문화화 과정이라고 말한다.
선교사도 문화화 과정에 의해 성장한 문화적 존재이다. 자신이 나고 자란 곳의 문화라는 옷을 입고 있는 문화적 존재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특정 문화 속에서 형성된 세계관, 믿음, 가치관, 행동 양식을 지난 선교사가 자신의 문화와는 다른 타문화에서 살아가며 사역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문제가 예상되는가? 자신의 문화와 다른 타문화에서 선교하는 선교사들은 자신을 매우 낯선 상황에 맞추어 살며 사역해야 하는 중요한 선교적 과제를 안고 있다. 그리고 이 사실이 많은 부분에 있어 선교 사역의 성패를 좌우한다.
성육신적 사역자
그렇다면 문화적 존재인 선교사는 타문화 상황에서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가? 무엇보다도 선교사는 배우는 자가 되어야 한다. 예수님께서는 인간 문화 밖에 존재하시는 초월자 하나님이시지만 아버지의 목적을 이루시기 위해 인간의 문화적 환경을 통해 역사하셨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에 참여하여 상호 관계를 맺으심으로 자신을 나타내셨다. 타문화 선교사의 기본적 자질은 자신의 문화를 현지인의 문화보다 우월하게 생각하는 자문화 중심주의를 극복하는 자세이다. 나아가 현지의 문화에 참여하는 가운데 있는 그대로를 존중해 주고 배우려는 자세를 갖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타문화 선교사가 함양하고 있어야 할 문화적 지성 (Cultural Intelligence)이다. 사랑과 존경의 마음으로 다른 문화의 갈라진 틈을 건너는 것을 배우는 자세이다.
또한, 선교사는 효과적인 의사 전달자여야 한다. 예수님과 베드로의 만남을 기록한 누가복음 5장의 말씀을 자세히 살펴보면 예수님께선 호숫가에서 그물을 씻는 베드로를 “보시고(Eido)” 어부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배에 의도적으로 오르신 것을 보게 된다(눅 5:13). 한편, 사도행전 17장에는 우상으로 가득한 아덴 사람들에게 우상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그들의 종교성을 채워줄 창조주 하나님을 지혜롭게 소개한 바울의 아덴 설교가 등장한다. 이 두 본문은 선교사가 어떻게 효과적인 의사 전달자가 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표본이라 할 만하다.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마음으로 이해하고 인지하신 것(Eido)처럼, 바울이 아덴 사람들의 고통에 동참한 결과 지혜의 말씀을 전한 것처럼, 타문화 선교사는 현지인들의 사회 문화적 배경과 상황을 긍휼의 마음으로 관찰하고 수신자 지향적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 효과적인 의사 소통자가 되어야 한다.
상황적 리더십
타문화 속에 선교사는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가를 말해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역량이 있다. 상황적 리더십(Situational Leadership)이라는 것이다. 상황적 리더십이란 팔로워들의 문화적 상황을 고려해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에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즉, 문화적 상황이 달라짐에 따라 발휘하는 리더십 스타일에 변화를 주는 지도자의 역량을 말한다. 다시 바울의 예를 들어 보자. 바울에게는 다섯 그룹의 선교대상이 있었다. 유대인, 유대인 디아스포라, 유대교 개종자,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 그리고 헬라인이다. 바울은 복음을 전할 때 유대인에게는 유대인과 같이 되었고, 이방인에게는 이방인과 같이 되었고, 약한 자에게는 약한 자와 같이 되었다. 여러 사람에게 여러 모양이 된 것이다 (고전 9:12~22). 바울은 분명 자유인이었지만 모든 사람의 모습과 같이 자신에게 변화를 준 선교사였다. 그리고 그 변화의 유일한 목적은 ‘더 많은 사람을 얻고자 함’ 때문이었다!
바울의 상황적 리더십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보아야 하는가? 문화적 지성으로 상대방의 문화를 배우려는 자세는 선교사에게 현지인과 같아지려는 자세, 즉 기능적 동질성을 가능하게 해 준다는 점이다. 외국인으로서 선교사의 본질이 바뀔 순 없다. 그러나 바뀔 수 있는 것은 선교사의 기능이다. 다시 말해, 모든 상황에 모든 사람과 같아지려는 상황적 리더십은 바뀔 수 있으며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다. 왜? 더 많은 사람을 얻기 위해! 타문화 선교사는 자신의 사역 대상의 관심, 동기부여, 성숙에 따라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타문화 선교란 복음 전달자인 선교사와 복음 수용자인 현지인 사이에 존재하는 문화적 간격에 다리를 건설하는 행위이다. 초문화적인 복음이 모든 문화권에 전파되기 위해 하나님은 선교사라는 교량적 메신저를 택하셨다. 영성과 문화적 지성을 겸비하고, 열정과 긍휼의 마음을 균형 있게 소유한 선교사 말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국내와 해외에서 타문화 선교에 묵묵히 앞장서는 모든 선교사님을 축복하며 가슴 깊이 응원한다!
<chunsunggeol1@gmail.com>
글 | 전성걸
캐나다 NSCAD University (B.A.), Tyndale Seminary (M.Div.)를 졸업하고, Fuller Theological Seminary에서 박사 학위(D.Min. in Intercultural Studies)를 취득했다. 카자흐스탄에서 교회 개척 선교사로 사역했으며, GMF 산하 한국글로벌리더십연구원(KGLI) 원장과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글로벌연합선교훈련원(TMTC) 상임대표 및 MEX 디렉터로 사역하고 있다. 저서로는 <타문화 관계전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