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교육의 방향성에 대하여
2021-08-15
월드뷰 AUGUST 2021●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WORLDVIEW MOVEMENT 1 |
글/ 육진경(전국교육회복교사연합 대표)
2019년 전국의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 통일 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통일 필요성에 대해 ‘필요’는 55.5%, ‘불필요’는 19.4%로 나타났다. 이는 2018년 대비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서 ‘필요’ 응답이 7.5% 하락한 것이다. 통일 ‘불필요’는 2018년 대비 5.7% 증가했다. 현재 학교에서 행해지고 있는 통일 교육이 수정될 필요가 있다는 것과 통일 교육이 청소년들에게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반감을 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제 토론 수업에서 통일을 주제로 토론하게 되면 의외로 통일이 불필요하다는 주장이 강하게 나온다. 대개 이런 근거를 든다.
1) 민족이 같다고 다 한 나라를 이룰 필요는 없다.
2)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어지고 현재보다 살기가 나빠질 것이다.
3) 체제, 이념, 문화 차이가 크다.
분단된 지 70여 년이 지나서 청소년들에게는 하나의 민족이기 때문에 통일해야 한다는 것이 크게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최근 10대와 20대는 경제적인 면에 매우 민감하다. 진학과 취업, 결혼 등 본인의 인생을 꾸려가기도 힘든데, 통일 비용이라는 짐을 감당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오늘을 사는 10대와 20대를 이기적이라고 비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체제가 다르고 문화, 이념이 다른데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평화통일이 진정한 통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지도 생각해 볼 문제다.
1. 왜 통일을 해야 하는가?
통일의 당위성에 대한 교육은 헌법에서 출발할 수 있다.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 따라서 휴전선 이북의 땅도 대한민국의 영토이며, 북한에서 태어난 사람도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통일은 대한민국의 사명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북한 이탈 주민이 대한민국에 오면, 난민 심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국민으로 인정한다.
통일이 주는 잡다한 여러 가지 이익이 아니라, 원래 대한민국 영토이며, 국민이기에 다시 찾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대한민국은 UN이 인정한 한반도 유일의 합법 정부다. 유엔 총회는 1948년 12월 12일 ‘한국독립문제에 관한 제195(Ⅲ)호 결의안’을 압도적(찬성 48, 반대 6, 기권 1표)으로 채택하여 대한민국 정부를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승인했다. 통일 교육의 첫 단추는 헌법 제3조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2. 통일 교육은 북한 주민에 대한 인권 보호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 가까이 다가온 통일, 또는 통일된 후의 모습은 탈북민에게서 볼 수 있다. 그들은 변절자가 아니라 통일의 본보기이며, 마중물이다. 세계 최악인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가르치지 않으며, 북한의 일반적인 모습이 아닌 특별히 전시된 도시인 평양을 중심으로 보여주고, 고통받는 북한 주민을 외면하는 것은 올바른 통일 교육이 아니다.
통일 교육은 북한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인류애에서 출발해야 한다. 북한의 인권 상황을 널리 알려서, 그들의 상황에 나아지도록 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누리는 인권을 그들도 누리게 돕는 일이 통일 교육이 되어야 한다.
“너희도 갇힌 것 같이 갇힌 자를 생각하고 너희도 몸을 가졌은즉 학대받는 자를 생각하라’ (히브리서 13:3).” 특별히 믿는 자는 이 말씀을 기억하며 억눌린 북한 주민들이 자유를 얻고, 죄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
3. 자유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
탈북한 분들이 남한에 와서 누리는 것 중에 가장 좋은 것을 ‘자유’라고 손에 꼽는 것을 TV나 유튜브로 많이 보았다. 우리는 공기처럼 당연하게 누리는 자유를 그들은 새롭게 경험하고 감격한다. 직업을 선택할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 종교를 가질 자유 등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 좋다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늘 감시당하고, 서로 비판하며 살았고, 허락을 받지 못하면 여행을 할 수도 없었고, 심지어 운전면허도 자유롭게 응시할 수 없었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자유가 없었기 때문에 그런 상태가 당연한 줄 알았다는 것이다. 어둠 속에 있는 사람은 어둠이 어둠인 줄을 알지 못한다. 빛 가운데로 나올 때 이전의 상태가 어둠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오천 년 역사 이래 자유가 늘 있었던 것이 아니며, 앞으로 항상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하나님께서 이 땅에 주신 자유를 잘 지켜서 북한 주민들에게 선물해야 할 사명이 있다. 요즘 전염병으로 인해 자유가 위축되는 일들이 일어나면서, 우리도 북한처럼 국가 주도의 통제 사회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경각심을 갖게 된다. 자유를 지키지 못한 대한민국이 통일되면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 대신 무엇을 줄 것인가? 그것이 평등이라면 굳이 통일할 필요가 있겠는가? 이미 북한에서 지겹도록 가난한 평등을 겪었을 것인데.
4. 시장 경제를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우리의 삶을 번영으로 이끌었던 시장 경제를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학교 안에는 자본주의에 대해 비판적 사고를 가진 교사들이 있다. 그분들은 학생들에게 자본주의의 부정적인 면만을 부각하여 가르치며, 사회주의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자본주의의 폐해만을 앵무새처럼 되뇌는 교육으로는 북한 주민들에게 번영을 줄 수 없고 우리도 잘살기 어려워질 것이다.
무자비하고 탐욕적인 자본주의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sympathy),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을 가진 도덕적인 자본주의를 가르쳐야 한다.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남의 것을 탈취하지 않는 도덕성이 바탕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마태복음 7:12).”
북한은 전체적으로 가성비가 떨어지는 경제 체제다. 협동농장과 자신의 텃밭은 능률이 다르다. 협동농장은 수확이 자신의 것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하는 척’ 할 뿐이고, 자신의 텃밭은 온갖 노력을 기울여 농사를 짓기 때문에 수확량의 차이가 크게 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수고해서 번, 개인의 소유가 보장되는 체제에서 자신의 능력과 소질이 계발되며, 자아를 실현하고 행복과 번영을 누릴 수 있다. 남한과 북한의 체제가 정확하게 어떻게 다른지, 대한민국의 번영은 어떤 체제에서 가능했는지 가르쳐야 한다.
5. 진정한 평화를 위한 통일 교육
“싸울 날을 위하여 마병을 예비하거니와 이김은 여호와께 있느니라(잠언 21:31).” 군인은 전쟁을 위해 필요한 존재다. 평화 시대에도 군인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전쟁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잘 준비된 군사들이 오히려 전쟁이 일어나지 못하게 하는 평화 유지군이 된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말처럼 전쟁에 대비해 잘 준비되어 있을 때 전쟁 없는 진정한 평화를 누릴 수 있다(<조국을 위해 울라>, 이용희, 복의 근원, 141).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선조는 율곡의 십만양병설을 받아들이지 않고 전쟁을 준비하지 않아서 온 강토가 일본의 침략을 받았다. 평화롭게 살기를 원했으나 처절하게 짓밟히고 목숨을 잃었으며, 선조 자신도 피난길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평화의 시기에 전쟁을 준비해야 평화를 지키고 누릴 수 있다. 북한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적화통일을 포기한 적이 없다.
‘평화통일 교육’은 수많은 북한 주민을 학살한 김씨 3대 독재 정권과 그들의 사상, 체제를 보장하고 존중하자는 것이다. ‘평화’라는 말은 좋아 보이지만, 악랄한 독재 정권을 인정해 주는 것이기에 매우 위험한 통일 교육이다.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자유통일 교육’, 자유 대한민국의 ‘흡수통일 교육’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sarang2624@naver.com>
글 | 육진경
새하늘교회 사모로 주일학교를 섬기고 있으며, 31년 차 중학교 교사이다. 대한민국 교육의 본질 회복을 위한 전국교육회복교사연합(약칭 리커버)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