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와 초점 있는 사역
2021-07-21제1부 선교사의 지도력 개발 (4)
월드뷰 JULY 2021●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BIBLE & WORLD VIEW 3 |
글/ 전성걸(글로벌연합선교훈련원 상임대표)
사역은 궁극적으로 우리의 존재로부터 흐른다. 이것이 필자가 지난 칼럼을 통해 이야기한 지도자 개발의 핵심이다. 필자는 두 번째 칼럼에서 존재로 사역하는 지도자로 성장하는 데 도움되는 세 가지 형성을 언급했다. 영적 형성, 사역적 형성, 그리고 전략적 형성이 그것이다. 영적 형성의 좋은 예는 지난 세 번째 칼럼에서 나눈 “하나님의 깊은 다루심”일 것이다. 지도자의 내면적 변화를 위해 허락하시는 하나님의 다루심의 사건과 경험은 지도자가 하나님과 깊은 관계를 맺게 하는 영적 형성 과정이 된다고 했다. 이번 칼럼에서는 존재의 또 다른 중요한 요소인 ‘은사(사역적 형성)’와 은사에 기초한 ‘초점 있는 사역(전략적 형성)’에 대해 생각해 봄으로 제1부를 마무리하려 한다.
은사를 생각해야 하는 이유
존재로부터 흐르는 사역을 깨닫는 또 하나의 중요한 발걸음은 자신의 독특한 은사를 발견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은사는 존재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은사는 내가 지닌 지도력을 알아보게 하는 잠재력의 주요 척도이다. 은사는 지도자에게 자신은 누구인가, 어떤 잠재력을 지녔는가, 어떤 사역을 위해 부르심을 받았는가를 이해하는 실마리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은사가 개발될 때 지도력도 함께 상승한다. 이는 존재로 사역하는 지도자의 힘이 되어 역량이 상승한다. 그러므로 잠재적 지도력을 인식하고 개발하기 위해서는 은사를 생각해야 한다.
은사를 연구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지도자는 자신의 역량에 기초한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부름받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독특한 존재로 만드셨다. 우리가 독특한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은 각자의 은사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각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은사를 선물로 주신다. 그리고 그 은사를 기반으로 우리를 독특한 지도자로 만들어 가신다. 다시 말하면 은사야말로 우리가 누구인가를 말해주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지난 칼럼의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고립으로 나의 모든 정체성이 벗겨진 상태에서 하나님과 씨름하던 중 바울이 디모데에게 전한 권면의 말씀을 읽는 순간 새로운 정체성을 덧입는 실마리를 확인하게 되었다는 필자의 이야기 말이다. “하나님의 은사를 다시 불일 듯하게 하기 위하여 너로 생각하게 하노니!” 어떻게 은사가 내가 누구인가를 말해주는가? 필자가 고립의 시간을 통해 명확하게 확인한 사실 한가지는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은 외부로부터 주어지지 않고 내면으로부터, 그리고 위로부터 임한다는 점이다. 나의 직분, 역할, 직위가 가져다주는 정체성이 아닌 “내가 하도록 되어 있는 바로 그 일”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 돌릴 수 있도록 위로부터 임하여 내면으로 확인되는 정체성인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은사가 이와 같은 정체성을 확인하게 해주는 하나의 증거가 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은사를 통해 사역한다는 것은 나의 됨됨이, 곧 나의 본연의 정체성으로 사역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렇기 때문에 은사는 소명과도 직결된다. 은사에 대한 확신은 자신이 어떠한 일을 하도록 부름 받았는가를 보도록 안내해 준다. 그래서 은사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성취하기 위한 존재의 힘이 되는 것이다.
존재로 사역하는 지도자로의 개발을 이야기할 때 은사를 생각해 봐야 하는 세 번째 이유가 있다. 자신의 부르심을 확인하게 해주는 은사는 결국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맡기신 삶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보게 하는 방향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즉, 은사는 초점 있는 사역을 하도록 이끌어주는 안내자가 된다.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에 시작되어 4년여간 지속되었던 고립의 과정은 필자의 삶과 사역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다. 나의 정체성을 일과 사역에서 찾지 않고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은사로부터 유추해 내고 확인하게 하는 과정을 거친 것이다. 그리고 그 정체성을 따라 삶과 사역의 방향성을 찾아가기 위해 대가 또한 지불 해야 했다. 고립이 종료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필자에게 아주 매력적인 사역 제안이 들어왔다. 분당 모처에 소재한 대형교회 선교담당 목사로 초빙하겠다는 제안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솔깃한 제안이었다. 고립 후 하나님께서 필자를 다시 사역으로 복귀시키시는 사인이라 생각하고 제안을 수락했다. 그리고 부임하기 전까지 필자에게 6개월의 시간이 주어졌다. 그런데 필자의 마음 한구석에서 고립을 통해 하나님께서 확증케 하신 은사에 기초한 초점 있는 사역에 대한 질문들이 서서히 생겨나기 시작했다. 제안받은 이 사역이 진정 나의 정체성에 부합된 사역인가? 나의 주도적 은사와 은사 꾸러미가 이 사역을 통해 활용되고 개발될 수 있는가? 이 제안이 내가 하게 되어 있는 바로 그 일을 올바르게 할 수 있는 자리인가? 결국, 필자는 고립의 과정을 통해 하나님께서 확증하게 하신 은사에 기초한 정체성과 그것이 가져다주는 초점 있는 사역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을 자로서 제안을 거절하기로 하고 교회에 정중히 말씀을 드렸다. 그 일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님은 필자가 현재까지 기쁨으로 사역하고 있는 선교교육을 디자인하고 실행하는 현장으로 이끄셨다. 그리고 필자는 지금도 그 자리에서 섬김을 이어가고 있다! 이것이 은사에 기초한 초점 있는 사역을 선택하기 위해 필자가 치른 값진 대가며 축복의 결과이다.
은사 그룹의 개념
은사라고 하면 흔히 성령의 은사나 영적 은사를 떠올린다. 하지만 사역의 현장에서 사용되는 은사는 이것만이 아니다. 지도자가 초점 있는 사역을 위해 인식하고 있어야 하며 개발하고 활용해야 할 은사는 그룹의 형태이다.
타고난 재능: 은사 그룹을 이루는 첫 번째 요소는 타고난 재능이다. 타고난 재능은 한 사람이 태어날 때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능력, 재주, 또는 적성이다. 이것은 아주 어릴 때 씨앗의 형태로 나타난다. 우리 주변엔, 혹은 역사적 인물 중에는 특정 분야에 특별한 소질을 지닌 사람이 있다. 이들 대부분은 바로 이와 같은 타고난 재능이 드러난 사람들이다. 타고난 재능은 습득된 기술에 의해 강화될 수 있다. 가지고 있는 소질에 따라 교육을 선택하기도 하고, 혹은 적절한 교육이 소유한 재능을 강화해 주기도 한다. 또한, 타고난 재능이 성령의 은사와 능력으로 강화될 수도 있다. 영적 대각성 운동이 일어났을 당시 필립 블리스(Philip Paul Bliss)는 타고난 음악적 재능 위에 권면의 은사를 활용해 많은 찬양곡과 가사로 부흥의 불을 지폈다.
습득된 기술: 은사 그룹을 이루는 두 번째 요소는 습득된 기술이다. 습득된 기술이란 배워서 얻은 재능, 지식적 능력, 활용 기술 등이다. 습득된 기술은 타고난 재능과 영적 은사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타고난 재능을 확인하게 되면 이를 강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술을 습득한다. 이와는 반대로 이전에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던 타고난 재능이 기술의 습득 과정을 통해 발견되기도 한다. 또한, 습득한 기술이 영적 은사를 강화시켜 사역의 전문성을 더욱 높이는 계기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영적 은사: 은사 그룹을 이루는 세 번째 요소는 영적 은사이다. 영적 은사는 성령의 능력을 덧입은 사역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각 성도에게 하나님께서 초자연적으로 주시는 독특한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신학적 입장에 따라, 또한 교단적 특성에 따라 영적 은사의 구분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성경은 분명 성령님을 통해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선물로 영적 은사를 주심을 증거 한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영적 은사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사역자 또한 사역 중 한 가지 이상의 영적 은사를 활용하게 될 것이다. 특히 사역자들은 지도자로 개발되며 성숙되는 과정 중 특정 사역과 특정 시기에 여러 개의 은사를 조합적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다. 한편 아쉬운 것은 많은 지도자가 어떻게 자신의 은사들이 균형 있게 조합을 이루며 활용되는가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적 은사 중 주도적으로 활용되는 은사와 주도적 은사가 활용될 때 그 은사를 보조하며 함께 사용되는 다른 은사들의 조합을 바로 알게 된다면 사역의 효율성은 극대화될 수 있다고 본다.
이번 칼럼에서 존재로 사역하는 지도자로 개발되기 위해 존재의 힘과 같은 은사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자신의 은사 그룹을 바로 알고 이를 기초로 사역하게 될 때 효과적인 사역의 방법과 자신만의 주요 역할에 대한 올바른 이해도 가능하다. 은사에 기초한 초점 있는 사역은 지도자 개발을 전략적으로 바라보는 보다 나은 관점이다. 사역의 연륜이 깊어 갈수록 은사의 수렴을 통해 집중되고, 초점 있는 사역으로 주님께 영광 돌리기를 소원한다.
<chunsunggeol1@gmail.com>
글 | 전성걸
캐나다 NSCAD University (B.A.), Tyndale Seminary (M.Div.)를 졸업하고, Fuller Theological Seminary에서 박사학위(D.Min. in Intercultural Studies)를 취득했다. 카자흐스탄에서 교회 개척 선교사로 사역했으며, GMF 산하 한국글로벌리더십연구원(KGLI) 원장과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글로벌연합선교훈련원(TMTC) 상임대표 및 MEX 디렉터로 사역하고 있다. 저서로는 <타문화 관계전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