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가장 중요한 당면 과제

우리 경제의 가장 중요한 당면 과제

2021-07-20 0 By 월드뷰

월드뷰 JULY 2021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BIBLE & WORLD VIEW 2


글/ 곽태원(서강대학교 명예교수)


대한민국에는 청년실업, 양극화 혹은 빈부격차 문제, 교육문제, 다양한 집단 간의 분열과 갈등, 북한의 위협, 주변 군사 대국 등 수많은 문제가 있다. 언제나 어느 사회나 여러 문제가 있고 이러한 문제들은 경제와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 지금 우리는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가?

필자에게 특히 무겁게 다가오는 것은 인구문제이다. 이것은 사회문제이고 정치문제이고 아주 중요한 경제문제이다. 모두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를 향하여 달려가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를 넘으면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 고령화되어가는 사회라고 하고 이 비중이 14%를 넘으면 고령사회(aged society), 즉 이미 고령이 된 사회, 그리고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고령화 사회, 2017년에 고령사회가 되었고 2025년에는 65세 인구가 1천만 명을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 출산율은 세계에서 제일 낮은 수준인데 수명은 빠르게 길어졌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고령사회로 바뀌어 간다는 것은 글자 그대로 인구의 구성이 노화되어 간다는 것인데 이것이 어떤 문제들을 초래할지는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고령화가 가져올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 중에서 노인부양비율의 악화라는 문제는 가장 기본적이고 또 대응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노인부양비율은 생산가능인구(15~64세) 100명에 대한 고령 인구(65세 이상)의 비율로, 근로계층 100명이 몇 사람의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이 수치가 크면 일하는 사람들의 어깨가 그만큼 무거워진다. 어떤 사회가 노인을 부양하는 방식은 그 사회의 문화나 제도 등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법이 어떤 것이든 간에 결국은 일하는 사람이 생산한 것을 노인과 나누어 먹고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보험이든 국가 재정이든 노인의 부양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사람은 일하는 계층뿐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70년에는 생산 가능 연령 100명이 부양해야 하는 고령 인구는 5.7명에 불과했으나 2000년에는 그 숫자가 10.1로 약 두 배로 늘었고, 2010년에는 14.8로 거의 세 배로 늘었다. 2020년에는 21.7명으로 크게 늘었고, 2030년에는 40명 가까이 늘어난다. 2065년에는 젊은이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수준이 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기성세대는 하나님의 도우심 가운데 놀라운 경제성장과 생활 수준의 향상을 이룩했고, 이렇게 발전한 경제를 다음 세대에게 물려준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 다음 세대 또 그다음 세대에도 이와 같은 발전의 추세가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요즈음에는 선진국진입에 관한 이야기가 뜸해졌지만 적어도 경제에 있어서는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아주 거칠게 계산해 보아도 그것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흔히 쓰는 일 인당 GDP를 가지고 따져보자. 현재 최선진국의 수준은 대체로 우리의 두 배 정도이다. 우리가 선진국보다 빠른 걸음을 유지하면 결국은 따라잡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일 인당’이라는 계산 때문에 최상위 선진국 그룹을 따라잡는 것이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선진국들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고령화가 진행된 인구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 우리의 두 배 정도의 1인당 GDP를 달성하고 있다.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적고 같이 나누어야 할 노인은 더 많은데 일 인당 소득은 우리의 두 배나 되니 선진국과의 ‘생산성’ 격차는 두 배를 훨씬 뛰어넘는다. 물론 여성들의 노동참여율이 우리보다 더 높다든가 은퇴 연령이 더 높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생산성 격차가 소득 격차보다 훨씬 높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추격을 더 어렵게 하는 것은 우리와 선진국 그룹 간의 고령화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지금 우리는 최선진국들에 비해 더 많은 사람이 생산에 종사하고 있고 나누어주어야 할 노인은 더 적기 때문에 1인당 몫을 계산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선진국들보다 노인 인구의 비율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서 총생산이 늘어도 일 인당 몫이 느는 속도는 훨씬 더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요컨대 1인당 GDP가 선진국보다 빠르게 늘어야 선진국들을 따라잡을 수 있는데 그러려면 우리의 생산성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향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구적 관점에서는 아기를 더 많이 낳고 여성들이 더 많이 근로에 참여하고(서로 모순이 될 수 있지만) 은퇴 연령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문제를 완화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생산성의 획기적 향상이 없으면 현재의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워질 수 있다. 개인이 열심히 일하고 자기계발에 더 많이 투자하는 것이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그러한 방식은 이미 한계에 가까이 와 있다. 그러기 위해서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요구되며, 국가와 사회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혁, 특히 교육부문의 획기적인 변화도 필수다. 사실상 불가능한 주문들이다.


기독교적 해법


생산성의 향상이 어렵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특히 기독교인들이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사방이 막혀 답답할 때는 위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소득이 전부는 아니지 않은가? 돈, 생활 수준 그런 것들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것들이 있다. 세계에서 제일 진실하고 정의롭고 깨끗하고 따뜻하며 자유로운 나라가 우리나라라면 부자나라를 부러워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그러한 나라는 누구나 부지런하고 지혜로우며 특히 지도자들이 명철하고 정직한 나라일 것이고 경제도 넉넉한 나라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가개혁보다 더 어려운 목표지만 우리에게는 복음이 있다.

소위 개발연대 기간에 우리가 생각도 할 수 없었던 발전을 이루게 하신 분은 하나님이시다. 그분은 역사를 주관하신다.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백성에게는 지금도 신명기적인 순환을 적용하신다고 믿는다. 하나님 앞에 바로 행하면 복을 주시고, 복에 취하여 방자히 행하면 적절한 매로 정신을 차리게 하시는 원리는 지금도 유효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우리 경제의 장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달려있고 교회의 다음 세대를 위한 헌신에 달려있다. 하나님 경외하기를 배운 일꾼들은 지혜와 명철의 사람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기독교인들이 하나님 앞에서 올바로 행하면, 역사의 주관자 하나님께서 생산성 향상과 같이 어려운 난제들을 해결해 주실 것이라고 믿는다.

<twkwack1@naver.com>


글 | 곽태원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한국개발연구원에서 연구위원을 거쳐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에서 2년 그리고 서강대학교에서 20년간 교수를 역임했다. 한국조세연구원 이사, 조세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을 거친 조세 관련 전문가로 부동산 등에 대한 자본소득 과세의 연구에 몰두했으며, 2006년에 다산경제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