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속성에 관하여

돈의 속성에 관하여

2021-05-27 0 By 월드뷰

월드뷰 MAY 2021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CULTURE & WORLD VIEW 4


글/ 책읽는사자(작가, 사자그라운드 대표)


충분히 매력적


출간한 지 약 1년 만에 100쇄를 찍어낸 책이 있다. 김승호 회장 책 <돈의 속성>이다. 어디 이 책뿐이랴. 방송가, 출판가, 유튜브에서는 각종 주식 관련 전문가들의 성공 사례와 시장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딱딱한 증권 방송이 아닌 가장 핫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말이다. 이 열풍은 어른 세대, 젊은이 세대에 그치지 않고 미성년자에게까지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만 19세 미만 미성년자 주식 계좌 개설은 작년 29만여 개보다 무려 100% 이상 증가한 60만 개에 이른다. 코로나 여파, 치솟는 집값, 정치·경제 리스크에 따른 미래 불안감, 보다 스마트한 자산 관리에 눈 뜬 2030 밀레니얼 세대의 문화 선도 등 갖가지 원인이 유기적으로 만나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자산 관리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책 <돈의 속성>의 1년 만에(사실 1년도 채 안 된 시점에서) 책 100쇄 돌파는 이러한 사회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종의 상징이다.

그는 누구인가. 한 마디로 부자다. 진짜 부자다. 한인 기업 최초 글로벌 외식 그룹인 SNOWFOX GROUP의 회장이다. 전 세계 11개국에 3,878개의 매장과 10,000여 명의 직원을 지녔으며 연 매출 1조 원 목표를 이루고 미국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레저용, 가족용, 출근용, 야외용 차를 가지고… 세상에서 가장 비싼 호텔에 묵고 비즈니스나 일등석으로 여행을 다닌다(271),” 이것도 그가 말하는 ‘쿼터 법칙(자신의 부에 4분의 1 정도 규모로만 절제하며 누리는 법)’ 안에서의 겸손(?)이다. 그가 더욱 대단한 건 이 부를 자기 스스로 이뤄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학교를 중퇴하고 미국으로 넘어가 흑인 동네 식품점을 시작으로 무수히 많은 실패와 큰 성공을 이뤄낸 이 인상적인 자수성가형 부자가 말하는 ‘돈의 속성’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의 스토리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모래 위 or 반석 위


이 책은 평소 그가 “강연이나 수업에서 이야기했던 돈의 다섯 가지 속성과 부자로 살고 싶은 사람에게 필요한 네 가지 능력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돈의 다섯 가지 속성으로, ‘돈은 인격체다, 규칙적인 수입의 힘, 돈의 각기 다른 성품, 돈의 중력성, 남의 돈에 대한 태도’를 말한다. 부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네 가지 능력으로는 ‘돈을 버는 능력, 모으는 능력, 유지하는 능력, 쓰는 능력’을 다룬다(7).” 핵심은 ‘돈은 인격체’라는 것이다. 그가 어떤 의미로 이런 표현을 썼는지 십분 이해한다. 부자들에게서 잦게 볼 수 있는 태도다. 그러나 복음적이지는 않다.

세계적인 복음주의 조직신학자 웨인 그루뎀(Wayne A Grudem)은 그의 저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비즈니스>에서 “돈은 매우 유용한 도구”, “돈은 교환의 매개물”이라고 말한다. 돈을 인격체로 보는 것과 (그저) 유용한 도구라 보는 것의 차이는 상당하다. 바라보는 관점이 본질적으로 다르다. 작가는 스스로 기독교인이라 밝히고 있으나 “나는 그 누구의 절대적 권위도 인정하지 않는다…신에게라도 그것(자유의지)을 빼앗길 수 없다. 내가 하나님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행복을 위해 신도 존재하기 때문이다(156).”에서는 그의 신앙관이 신본(神本)과 인본(人本) 사이에 어떤 곳에 무게 추가 있는지 유추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자신이 어려울 때나 성공할 때나 “신은 무슨 일이든 관여하지 않음으로써 공평함을 이루신다”, “신은 세상이 스스로 돌아가도록 관여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공평함을 나타내신다(257).”라는 부분은 이신론적인 신앙관이라 보이는 부분이다.

어느 사람이 아무리 인격이 고상하고, 훌륭하고, 재력이 있다 해도 아닌 건 아닌 거다. 이 책 저자가 돈을 인격체라 바라보는 관점은 자신의 철학의 토대가 되는 부분이다. 물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건강하고 담백하다. 부자가 되는 지름길은 없으니 긴 호흡으로 정당하고 올바른 방법으로 돈 벌라는 말이다. 그가 이야기하는 (마치 좋은 인격처럼) 좋은 돈은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수입, 노동 수익이 아닌 자본소득, 정당하게 번 수익 등을 말한다. 그는 말한다. “그래서 돈을 벌 때는 가능하면 품질이 좋은 돈을 벌어야 한다. 품질이 가장 좋은 돈이란 당연히 정당한 방법으로 차곡차곡 모아지는 돈이다. 급여 수입이나 합리적 투자나 정당한 사업을 통해 얻는 모든 수입이다. 자신의 아이디어와 노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은 내 인생의 유일한 자산인 시간을 남에게 주고 바꾼 돈이라서 가장 애착이 가고 자랑스럽기에 어떤 돈보다 소중하다(244).”라고. 참으로 훌륭한 인사이트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은 저자의 말마따나 “가장 애착이 가고 자랑스럽”게 번 돈은 인본주의 신앙관에 있어 자칫, 하나님보다 더 사랑하는 대상이 될 수 있는 강한 유혹과 미혹의 매가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예수님은 뭐라고 하셨을까.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그렇게 되면 한편을 미워하고 다른 편을 사랑하든가 아니면 한편에게는 충성을 다하고 다른 편은 무시하게 될 것이다. 너희는 하나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마 6:24).” 핵심은 ‘함께 섬길 수 없다’라는 점이다. 한 마디로 하나님과 돈은 애초부터 서로 ‘균형 있게’ 다가갈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건 균형이 아닌 혼탁이다. 지혜가 아닌 변질이다.

웨인 그루뎀은 그의 저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비즈니스>에서 “돈을 ‘사랑하는’ 게 문제지 돈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라며 “사실 돈은 기본적으로 선한 것(83)”이라는 획기적인 주장을 한다. “어떤 선한 것이 왜곡될 수 있다고 해서, 그것 자체로 악하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돈은 그 자체로 선하며, 하나님을 영화롭게 할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88).”라며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갖고 있는 잘못된 물질관을 바꿔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웨인 그루뎀 역시 본문 말미에 “하나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라는 영적 원리를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부자가 돈의 속성을 말해주는 책에서 집요하게 말꼬투리를 잡을 생각은 없다. 그러나 100쇄가 넘게 팔린 책에 밑줄 긋고 읽고 있을 수십만 독자 중 크리스천이 있다고 한다면 이 책을 읽기 전, 이 책을 구매하고 읽고 있는 자신의 마음의 동기를 한 번 다시 돌아보라는 말이다. 이 책을 통해 지으려 하는 ‘물질관이라는 집’을 모래 위가 아닌 반석 위에 지으라는 말이다. 쉽게 말해 오직 주께 영광을 위한 스마트 자산 관리, 오직 주께 영광을 위한 (=청지기적 삶을 살기 위한) 재산 증식을 위한 공부를 하자는 말이다. 그래야 부자의 인사이트와 부자의 가치관을 매개로 가해지는 ‘그 어떤 현혹’을 구별할 수 있다.


복음 필터의 위력


부자는 왜 이 책을 썼을까. 부자가 되는 ‘진짜 비결’을 혼자 알아 더욱 부자가 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그중 하나는 분명 ‘좋은 의도’일 것이다. 비록 비복음적 요소가 있다 할지라도 말이다. 실제로 이 책에 담겨 있는 인사이트가 상당하다. 생각해 보라. 우리가 수백 수천억 원의 자산가가 말하는 ‘돈의 속성’과 자기 인생의 온갖 고초를 통해 겪은 삶의 지혜를 어떻게 들을 수 있겠나. 우리가 저자와 같은 부호와 말을 섞을 수 있는 방법은 그의 공개 강의시간 후 이어지는 질의응답 시간에 운 좋게 간택(?) 되어 질문 몇 줄 묻는 게 일반적인 방법이다. 쉽게 만날 수도 없는 사람일뿐더러 만났다 하더라도 초면에 우리에게 수 시간을 투자해 자신의 철학과 갖가지 귀한 노하우를 알려줄 리 만무하다. 저자의 말처럼 “실제로는 돈을 벌어본 적이 없는 이론가가 쓴(5)” 책이나 강연은 많다. 그러나 ‘저자 같은 위치에 있는 다른 저자’는 별로 없다. 한 마디로 이 책은 희소하다는 말이다. 사람이 많이 찾는 데는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유의미한 그 무엇이 있다.

탈무드에 ‘가난하더라도 부자의 줄을 서라’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꼭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열망 때문이 아니더라도 이왕 어떤 일을 할 때 부자 곁에 있어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갖고 있는지 직접 보고 배우라는 말이다. ‘부자’라고 하면 부정적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반발심부터 생기겠지만 유튜브에 부자 동네에서 일하며 느낀 것을 말하는 다양한 직업군 종사자의 인터뷰와 그 밑에 달린 수백 수천 개의 댓글을 읽어보라(물론 비루한 생각을 가진 부자도 많지만). 부자는 그저 척결 대상일 뿐인지 아님, 우리가 보고 배울 게 있는 그 어떤 습관과 행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인지 말이다.

저자는 책 후반에 “돈을 모으는 네 가지 습관”을 소개한다. 그 네 가지는 아침 기상 시 기지개를 켜고, 자고 일어난 이부자리를 잘 정리하고, 아침 공복에 물 한 잔 마시고,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라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부자가 투자하고 있는 비밀 주식 종목을 알아내거나 보다 ‘직접적인’ 조언을 듣고 싶었던 사람은 맥이 빠질 수 있겠으나 역설적으로 이 부분이 저자의 ‘부자 내공’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렇다. 그는 생각이 부하다. 자수성가형 부자들에게서 보이는 과한 자신감과 삶의 철학에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럼에도 그의 도전의식과 되도록 ‘좋은 돈’을 벌기 위해 카지노 주식을 사거나 생명을 해하는 수익을 거절하는 그의 삶의 태도는 분명 훌륭하다.

비판은 쉽다. 그저 자기 마음에 안 드는 것에 ‘논리’를 입혀 이야기하면 된다. 그러나 비판만 하는 것은 하수다. 새 예루살렘이 도래하기 전까지 이 세상과 우리는 그 근본이 비판할 것 투성이기 때문이다. 이미 빨간색을 ‘이렇기 때문에 빨갛다’, ‘저렇기 때문에 빨갛다’ 하는 것이 어떻게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반대로 그 와중에도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발견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개인이나 공동체에 보다 밝고 훌륭한 가치를 전달해 줄 수 있다면 그건 참으로 높은 가치라 할 수 있다.

무슨 말인가. 이 땅에서 선교적 사명을 갖고 삶을 살아가는 크리스천들은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을 실현하기 위해 책 한 권을 보더라도 (건강한) 비판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의 복음적 자기계발 요소를 발견해 보다 ‘효과적인 성화’를 이뤄내야 한다. 혈과 육 그 너머에 있는 악한 영과 치열하게 싸우되 함께 사는 우리 이웃들 심지어 내가 가장 싫어하고 미워하는 나의 원수들까지 사랑할 수 있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서도 ‘배울 것을 찾아내는’ 크리스천이 되는 것. 이것 역시 생각이 부한 것 아니겠는가. 우리가 고결한 복음 필터만 잘 장착한다면 한층 더 깊은 독서와 그에 따른 인사이트를 듬뿍 얻게 될 것이다. 복음 필터의 위력이다.

* 두 가지를 주의하자. 첫째, 복음 필터를 갖추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기독교 교리 공부와 신학 체계를 갖추자. 성도 수준에서 읽을 수 있는 훌륭한 기독교 서적이 매우 많다. 둘째, 누가 봐도 작가의 세계관이 반복음적이거나 비복음적인 책에 과도한 의미 부여는 지양해야 한다. 자칫 타협과 변질의 매개가 될 수 있다.

<sazaground@naver.com>


글 | 책읽는사자

작가이자 콘텐츠 제작가.성경적 관점으로 다양한 사회 주제를 다루고 있다. 책이나 유튜브 영상을 통해 청년들에게 필요한 실제적이면서도 바른길을 제시하려고 노력 중이며, ‘사자그라운드’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