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
2021-05-26
월드뷰 MAY 2021●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CULTURE & WORLD VIEW 3 |
글/ 연혜민(동명대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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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서 ‘두려움’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두려움 성경 구절’이 나온다. 자세히 살펴보면 ‘두려움’과 관련한 성경 구절을 정리한 언론이나 개인 블로그의 글이 제법 많이 올라와 있다. 이는 우리가 처한 현재 상황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2020년 1월에 시작된 코로나19는 한해를 넘어가며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런 상황은 부정적 심리 증상을 겪는 사람을 증가시키고 있다. 2021년 1월 27일 자 헬스조선 뉴스를 인용하면 실제로 2020년에는 우리나라의 우울 위험군이 모든 연령층에서 상승해 2018년 3.8%에서 2020년 22.1%로 늘었는데 특히 20대가 25.3%, 30대가 32.1%로 나타났다.1) 이는 호우·태풍 피해자의 우울 위험군인 12.6%보다도 심각한 수준이다. 코로나로 인해 우울·불안 증세를 겪는 ‘코로나 블루’, 공포와 분노를 느끼는 ‘코로나 레드’를 겪는 사람이 증가하며 이로 인한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팬데믹 시대에 두려움을 극복할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전문가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수용하고 주변인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두려움의 실체
그림책도 두려움을 다루며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앙투안 기요페(Antoine Guilloppe)가 지은 <누가 따라오는 걸까?(어린이작가정신, 2005년)>는 한 소년의 두려움을 글 없이 흑백의 그림으로만 표현했다. 어느 추운 겨울, 숲을 가로질러 걸어가는 소년의 뒤를 늑대가 쫓아간다. 설상가상으로 많은 눈이 내리기 시작하고, 소년은 더욱 바삐 걸어간다. 그러나 늑대는 점점 가까이 다가가고 마침내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며 소년을 덮치고 만다. 하지만 이는 늑대가 소년을 해치려는 것이 아닌 쓰러지는 나무에서 구하려 한 행동임이 드러나고, 소년은 늑대를 안아주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이 작품은 따뜻한 반전이 드러나기 전까지 소년과 독자에게 동시에 극대화되는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앞·뒤 표지를 펼쳐서 보여주는 그림은 숲속을 가로질러 걸어가는 소년과 그 모습을 지켜보며 따라가는 늑대가 그려져 긴장감을 드러낸다. 앞 면지는 검은 밤의 하얀 설원을 보여주며 흑백의 조화를 극명하게 나타낸 반면, 뒷 면지는 왼쪽 숲이 끝나는 지점과 오른쪽은 불빛을 보여주며 숲을 빠져나온 이후를 그려냈다. 표제지는 ‘누가’와 ‘걸까?’를 크게 강조한 폰트 옆에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걸어가는 소년의 모습을 흑백으로 보여 준 후, 본문의 첫 장면에서 바로 그 소년이 숲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연결해 보여주며 동시에 숨 가쁘게 걸어가는 소년의 앞모습도 함께 그려낸다. 다음 장면은 숲에 들어가려고 서 있는 소년의 뒷모습과 그 나뭇가지 사이에 보이는 날카로운 눈을 뜬 늑대의 모습을 대비되게 배치해, 이후 일어날 일에 대해 우려를 하게 한다. 작품은 소년을 전경에 배치하고 그 모습을 옆, 위, 앞, 뒤의 다각도로 그려 독자와 소년 간의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며 공감할 수 있게 했다. 이와 반대로 소년을 쫓는 늑대의 모습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가까이 그려져 그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이처럼 작품의 표현은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두려움을 배가시키며 늑대가 소년을 덮치는 장면에서 그 정점을 찍는다.
두려움은 이를 인식하기 시작하면 또 다른 두려움을 낳아 무섭게 그 몸집을 부풀린다. 이 책은 그러한 두려움의 증폭을 실감 나게 그려냈다. 결국, 두려움은 생명을 구하고자 한 늑대의 실체를 깨달았을 때 완전히 사라졌다. 깊은 밤, 추운 겨울의 숲속은 두려움의 시간이자 공간일 것이다. 여기에 그 실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 쫓아온다고 인식되면 그 두려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작품에 몰입하며 느꼈던 두려움을 우리는 현실에서도 간간이 느끼곤 한다. 앞으로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어 막막하게 느껴지는 깜깜한 현실, 따뜻하게 보호하고 안아줄 그 누군가가 없다는 추운 현실,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끊임없이 나를 쫓고 삼키려 하는 듯한 두려운 현실은 우리를 무너뜨리려 한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
이러한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인물이 <또르의 첫인사(토리고에 마리 글·그림, 베틀북, 2004)>의 주인공 또르이다. 또르는 소심한 꼬마 고슴도치로, 깜짝 놀라거나 부끄러울 때 몸을 또르르 말아 그 상황을 회피한다. 그래서 숲속 이웃과 친해지지 못한 또르에게 엄마는 용감하게 마주 보고 인사할 수 있도록 연습을 시켰다. 꾸준한 연습 끝에 드디어 밖으로 나간 또르는 만나는 이웃들에게 몸을 말지 않고, 한마디씩 말하려 애쓰지만, 인사를 완벽하게 해내지는 못한다. 점점 긴장감과 두려움이 커진 또르는 결국 커다란 곰을 만나 정신을 잃고 만다. 다시 눈을 뜬 또르 앞에 걱정하는 이웃들의 모습이 보이고, 마침내 또르는 인사를 하며, 이웃과 관계를 맺게 된다. 이후 또르는 갑자기 떨어진 밤송이에 몸을 다시 또르르 말지만 혼자서 이를 극복하고, 숲에서 가져온 꽃을 엄마에게 내밀게 된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또르에게는 엄마라는 훌륭한 조력자가 있었다. 엄마는 여러 이웃의 얼굴 가면을 쓰고 또르에게 마주 보며 인사할 수 있도록 연습을 시켰고, 혼자 도전할 수 있도록 격려했다. 이웃을 만나 인사하는 또르의 장면에는 후경에 배치된 나무 뒤로 엄마의 모습이 나타나 계속 또르를 지켜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엄마는 또르가 정신을 잃을 때도 나타나지 않고 조용히 지켜보았고, 결국 또르는 스스로 부끄러움과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의 현실은 우리를 두려움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러한 두려움의 파도는 휩쓸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게 된다. 이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그 두려움의 실체를 직면하고 인식하며, 주변 인물들과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다. 모두가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요즘의 상황은 또르의 엄마처럼 따뜻한 보호자가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위기와 두려움 앞에서 하나님을 찾는다. 이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피조물(창세기 1장 27절)이 가진 근원적인 행위일 것이다. 하나님은 이사야 41장 10절의 말씀에서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라고 말씀하셨다. 완전하신 하나님은 언제든 하나님의 자녀와 함께 하신다. 이는 변함없는 사실이요, 우리의 실체이다. 이를 망각할 때 두려움은 우리를 덮치게 된다. 호시탐탐 우리를 몰아치고자 기회를 엿보는 두려움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최고의 보호자이신 하나님이 일하시고 응답하시는 말씀을 마음에 담는 것은 살기 위한 필연적인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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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은진, https://m.health.chosun.com
글 | 연혜민
성균관대학교 아동문학미디어교육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에서 그림책과 태영아교육과 유아동교육을 강의하며 성균관대학교 아동청소년학과 객원교수, 동명대학교 유아교육과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