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과거, 현재, 미래

6·25 전쟁: 과거, 현재, 미래

2021-06-01 0 By 월드뷰

월드뷰 JUNE 2021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발행사


글/ 김승욱(발행인, 한국제도경제학회 회장)


들어가며


혼란의 시대에 ‘원칙으로 돌아감(Ad Fontes)’을 2021년 주제로 삼고 있는 월드뷰는 호국·안보의 달 6월을 맞이하여 “Ad fontes : 좋은 전쟁보다 나쁜 평화가 나은가?”라는 제목으로 대한민국의 안보를 튼튼히 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한때 서독이 동독을 흡수 통일하는 것을 보면서, 경제력이 우월한 대한민국이 북한을 곧 흡수 통일할 것이라는 예측이 넘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현실화된 북한의 핵 위협 아래에서 한반도의 군사력 균형이 깨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군사적 열세보다 더 위험한 것은 안보에 대한 국민 의식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가장 좋은 전쟁보다 가장 나쁜 평화에 가치를 더 부여”한다고 했습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2019년 어느 연설에서 “아무리 나쁜 평화라도 전쟁보다 낫다”라고도 했습니다. 이후 친여 인사들의 글에 이런 주장이 자주 등장했습니다. 평화근본주의자들은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라는 당연한 주장에 대해 ‘전쟁을 하자는 것이냐’고 하면서 전쟁대비론자를 전쟁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몰아세웁니다.

이들은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이 1783년 편지에서 썼던 ‘좋은 전쟁도, 나쁜 평화도 결코 없었다(There never was a good war or a bad peace).’라는 말을 자주 언급합니다. 그러나 프랭클린은 미국 독립전쟁 당시 온건파였으나, 막상 독립전쟁이 터지자 프랑스로 달려가 도움을 끌어내는 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라는 로마제국의 전략가 베게티우스(Flavius Vegetius Renatus)의 금언(金言)은 너무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전쟁에 대비하는 것은 정상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전쟁을 원해서가 아니라, 평화를 원해서 전쟁에 대비하는 것입니다. ‘전쟁에 대비하는 것’과 ‘평화를 준비하는 것’이 양자택일 관계는 아닙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가장 나쁜 평화’는 무엇입니까? 자유와 번영을 포기하고 얻는 평화는 평화가 아니라 굴종입니다. 월남이 패망할 때 얻은 것은 무자비한 학살이었고, 일본의 식민지로 얻은 평화는 굴종이었습니다. 아마 그런 평화가 전쟁보다 더 낫다는 의미는 아닐 것입니다. 전쟁이냐 평화냐가 아니라, 전쟁이냐 굴종이냐를 선택해야 합니다. 국가 안보문제는 감성주의에 빠져서는 결코 안 됩니다. 경제정책을 잘못 선택하면 경제적 어려움에 그치지만, 안보문제는 우리의 생명과 직결된 것입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며 그들의 선의를 믿었지만, 북한은 핵을 개발할 시간을 벌었고, 김대중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을 받았지만, 대한민국은 북한 핵의 위협 아래 놓이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시국에 다시 평화를 강조하면서 종전선언을 서두르면 우리가 얻는 것이 무엇일까요? 북한의 선의에 다시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방을 튼튼하게 하려면 군사적 대비태세 완비는 물론이고, 보다 근본적인 것은 국정 책임자들과 모든 국민이 과거를 교훈 삼아 미래를 철저하게 준비하는 자세를 갖는 것입니다. 이런 취지에서 월드뷰는 6·25전쟁 발발 71주년을 맞이하여 6·25전쟁을 다시 상기하고, 아직도 6·25전쟁은 계속되고 있음을 기억하며 다음 세대에게 올바른 국가관과 애국심을 심어주어야 대한민국의 안보가 튼튼해진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이달의 특집(ISSUE)


이달의 커버스토리는 대한민국 해병대의 창설자이며, 성금을 모아 해군 최초의 함정 백두산함을 구입해 부산을 점령하려는 북한 특수부대를 해상에서 침몰시키고, 이 나라를 구한 손원일 제독에 관한 이야기를 전 해군 작전사령관 이기식 예비역 중장에게 들었습니다. 인터뷰는 아덴만의 영웅 조영주 제독이 맡아주었습니다.

특집은 “6·25 전쟁의 과거, 현재, 미래라는 제목으로 세 부분으로 나누어서 구성했습니다. 먼저 역사 속에 있었던 6·25전쟁의 모습을 살펴보기 위해 잊혀진 전쟁 6·25이라는 제목으로 4편의 칼럼을 실었습니다. 안보의식을 갖기 위해서는 과거가 주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6·25전쟁의 원인에 대한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역사적 사료를 서울신학대 양준석 교수가 살펴봤습니다. 대외에 공개된 여러 사료를 통해 김일성과 박헌영이 소련과 중국의 도움으로 전쟁을 일으켰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됐는데도, 여전히 전쟁의 책임이 미국과 대한민국에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어 안타깝습니다. 신학을 공부하며 선교를 준비하는 구재서 예비역 육군 소장은 남유다와 북이스라엘에 남북한을 비교하면서, 6·25전쟁 당시에 하나님이 어떻게 대한민국을 보호하셨는지 설명했습니다.

중국이 공산화될 때 미국이 방관한 것을 본 소련과 북한은 남한을 침공해도 미국이 참전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신속하게 참전 결정을 내렸습니다. 서울신학대학교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 박명수 소장은 미국의 6·25전쟁 참전 결정에 기독교의 역할이 얼마나 지대했는지 설명했습니다.

김일성이 일으킨 6·25전쟁으로 많은 사람이 죽고 시설이 파괴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고아가 넘쳐나고 굶어 죽거나 얼어 죽는 사람이 속출했습니다. 이런 비참한 참상을 본 미국 기독교인들은 한국을 돕기 위해 나섰습니다. 이때 미국 정부의 공적 원조보다 민간단체의 지원이 훨씬 더 많았는데, 대부분 기독교 단체였습니다. 6·25전쟁으로 세워진 원조 기관인 월드비전, 컴패션, 홀트 아동복지회에 대해서 서울신학대학교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의 장금현 교수가 소개했습니다.

두 번째는 “6·25 전쟁과 현재: 계속되는 6·25전쟁이라는 제목으로 세 편의 칼럼을 소개합니다. 당시에 목숨을 걸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 헌신한 베테랑들은 현재 어떤 모습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얼마 전 6·25전쟁 참전용사들의 현재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전하는 미 현(한국명 현효제) 사진작가의 전시회가 있었습니다. 아침교회 안석문 목사와 이청원 자매가 찾아가 인터뷰를 했습니다. 자신의 비용으로 참전용사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라미현 작가는 휴전 70주년인 2023년까지 6·25전쟁에 참전했던 나라를 모두 방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두 팔을 잃었지만, 대한민국의 발전을 보고 자신의 희생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었다는 한 베테랑의 이야기가 심금을 울립니다.

해병대 사령관을 역임한 이상훈 해병대전략연구소장은 북한으로부터 포격을 받은 연평도 등 6·25전쟁 이후 얼마나 많은 북한의 도발이 있었는지 설명했습니다. 제1차 연평해전에서 북한 어뢰정 격침 공로를 세웠던 김승우 예비역 해군 대령은 지리산 빨치산 토벌 작전과 낙동강 방어전에 참전했던 부친의 경험과 자신의 연평도 해전의 경험을 오버랩시키면서 아직 6·25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세 번째는 “6·25 전쟁과 미래: 좋은 전쟁보다 나쁜 평화가 나은가?”라는 제목으로 5편의 칼럼을 실었습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안보를 튼튼하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먼저 6·25전쟁이 우리에게 남긴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다음 세대에 전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유수호포럼 공동대표인 김형철 예비역 공군 중장은 안보의 삼각기둥인 한미상호방위조약, 주한미군, 한미연합군사령부를 축소하는 것은 안보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하고, 6·25 징비록이 없는 대한민국을 안타까워하면서 전쟁을 잊은 국가에 미래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모임(정교모)’의 공동대표인 국민대학교 법대 이호선 교수는 가나안 정복 전쟁 후 온 이스라엘 백성이 에발산과 그리심산에서 하나님의 율법을 낭독했듯이, 우리 선대의 경험을 후대에 전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버지의 6·25전쟁 참전 경험담을 통해서 설명했습니다.

고려대학교 북한통일연구센터 정교진 객원연구위원은 북핵 위협이 실제적으로 존재하는데도 종전선언을 서두르는 진짜 속내를 알아야 하며, 청소년들에게 통일 교육이 매우 시급하다고 주장합니다. 이화여자대학교 김정효 교수는 초등학생 도덕교과 과정의 검토를 통해서 다음 세대에게 애국심과 국가를 가르치지 않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 고발했습니다.

이번 특집에서는 전쟁과 평화의 의미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우리 기독교인들은 평화를 주장해야 할까요? 트루스포럼의 조평세 박사는 어거스틴의 “정당한 전쟁(just war)”을 통해 기독교는 왜 ‘평화주의’가 아닌가를 설명했습니다.


맺음말


이번 호의 발행사를 준비하던 중에 제 부친께서 소천하셨습니다. 선친은 법대 1학년 때 6·25 전쟁을 맞이해 학도병으로 징집되어 훈련받던 중 조교로 훈련소에 남았습니다. 장교 훈련을 받은 후 갑종간부 3기로 소위로 임관해 중공군이 밀고 내려오던 1951년, 전투에 투입되었고, 고성지구전투에서 고지탈환을 앞두고 ‘돌격 앞으로’를 외치다가 소대장을 향해 집중 투척 되던 수류탄의 파편을 맞고 쓰러졌습니다. 이때 귓바퀴 근처에 박힌 수류탄 파편으로 인해 치매 검사를 위한 MRI 촬영도 불가능했습니다. 후에 육군본부 전사기록실에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그날 밤 중공군의 반격으로 인해 중대원은 전멸했습니다. 아버님께서는 화랑무공훈장 3개 등 여러 개의 훈장을 받고, 생사를 넘나드는 전투에서 하나님께서 살려주셨다고 믿으며 평생 군복음화에 전념하셨습니다. 육군 초대 전산소장을 끝으로 전역하신 이후에도 군을 사랑하는 마음이 남달랐습니다. 92년의 생애 가운데 67년 동안 국군중앙교회에서 섬기다가 이제 하나님의 품에 안기셨습니다. 그리고 국가 유공자로 인정받아 어제 국립 서울현충원에 유골을 모셨습니다. 빗속에서 유해를 안장한 후, 국가가 선친의 헌신에 감사드린다는 현충원 담당자의 말을 듣고 감동이 몰려왔습니다.

발행사를 쓰는 저의 가슴에 아버님의 일생이 대하 드라마처럼 흐릅니다.


글 | 김승욱

중앙대학교 명예교수이며, 현재 한국제도경제학회 회장 및 학교법인 청지학원 이사를 맡고 있다. 미국 조지아 대학교에서 신제도주의 경제사 분야의 박사학위(Ph.D.)를 받고 UNIDO 국제 전문가와 경제사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1989년에 9명의 교수와 함께 “기독교학문연구회(현 “사단법인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를 창립해, 2000년부터 2012년까지 12년간 회장으로 봉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