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혼자 살기를 선택할 것인가?

2021-05-03 0 By 월드뷰

: 가족 변화 실태를 중심으로


월드뷰 MAY 2021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1


글/ 강유진(총신대 아동학과 교수)


한국 가족의 변화: ‘가족’에서 ‘개별’로


최근 한국 가족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말이 ‘위기’일 것이다. 낮은 출산율, 가족의 소인수화, 비혼의 증가, 1인 가구의 증가 등 인구통계학적 수치를 통해 한국 가족의 변화는 매우 가시화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한국 가족의 외부적이고 형태적 측면에만 국한되지 않고 결혼 가치관, 자녀 가치관, 부양 가치관 등 가족 내적 측면, 즉 가족 가치관에서의 변화까지 포함한다는 점에서 매우 복잡하고 포괄적이다. 가족의 형태와 가족 가치관 모두에서 목격되는 급격한 변화는 전통적으로 가족공동체를 매우 중요시했던 우리 사회에 위기감을 던져주고 있다.

전통적으로 유교적 가족 가치관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 결혼과 출산을 하고 노부모를 부양하며 공동체적 삶을 사는 것은 매우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그러나 최근 결혼을 미루고 자녀를 낳지 않으려 하고, 부모-자녀 동거 대신 서로 독립적 주거 단위를 선호하는 모습을 보면 이제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의무’ 보다 ‘개인적이고 독립적 삶’이 더욱 중시되는 듯하다. 이러한 모습에 유교적 가치관에 익숙했던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유교적 가족 규범이 개인과 가족의 삶에 지배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며, 뭔가 새로운 가치관이 한국 가족을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징표이기 때문이다.


의무에서 선택으로: 결혼과 출산은 선택


유교적 가족주의 가치관이 강한 우리 사회에서 성인으로서 결혼하고, 가족을 이루는 일은 매우 중요한 발달과업이었다. 언제 결혼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결혼적령기’가 존재했으며 개인은 가급적 적령기를 따라서 적절한 나이에 결혼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결혼 행동에서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결혼을 당연히 정해진 인생의 통과의례로써 의무적으로 따르기보다 개인의 환경과 여건에 따라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선택사항’이 된 듯하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 혼인 건수의 감소에서 확인할 수 있다<표 1>. 우리 사회 혼인 건수는 지난 10여 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통계청 혼인·이혼통계 자료에 의하면 2019년 혼인 건수는 23만 9천 2백 건으로 전년 대비 7.2%(-1만 8천 5백 건) 감소했다. 인구 천 명 당 혼인율을 나타내는 조혼인율을 보면 2010년 이후부터 매년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표 1> 2009-2019 혼인건수 및 조혼인율 현황
(자료: 통계청(2020) 2019년 혼인·이혼통계. 통계청 보도자료)

혼인을 꺼리는 현상은 우리 사회 비혼 인구의 증가를 보면 더욱 확연하다. 2016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의하면 30대의 연도별 미혼 인구비율을 보면 2000년에는 13.4%에서 2005년에는 21.6%로, 2010년에는 29.2%에서 2015년에는 36.3%로 급속히 그 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남자는 40대가 2010년 10.9%에서 18.2%로 7.3%p 높아져 가장 많이 증가했고, 여자는 30대가 2010년 20.4%에서 2015년 28.1%로 7.7%p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주혼인 연령층인 30~34세의 비혼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유배우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이다. 2013년 25~29세 유배우율이 25%에 불과한데 이 수치는 1992년과 비교하면 3분의 1에 불과하다.

특히 젊은 세대의 결혼 가치관 변화와 맞물려 혼인 감소와 비혼의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실태조사’에 의하면, 미혼 남성 중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2015년에는 18.1%이었으나 2018년에는 14.1%로 감소했다. 미혼 여성의 경우에도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라는 비율이 2015년 7.7%이었으나, 2018년에는 6.0%로 더욱 감소했다. 반면 결혼은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유보적 태도는 미혼 남녀 모두에게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 남성의 경우 2015년에는 33.0%이었으나 2018년 조사에서는 39.2%가 유보적 태도를 보였으며, 미혼 여성의 경우 2015년에는 유보적 태도가 52.4%이었으나 2018년에는 54.9%로 증가했다.

한편, 자녀출산의 변화는 더욱 놀랍다. 최근 통계청의 보고에 의하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18년 0.98명으로 1명대 이하가 된 이후 2019년에는 0.92명, 2020년에는 0.86명으로 계속해서 끝 모를 하락세를 보인다. 2000년부터 2015년까지의 합계출산율이 1.12명 정도를 유지하다가 2017년 1.05명 이후 하락이 급격한 모양새이다. 이 상태로 나간다면 우리 사회는 머지않아 인구 절벽을 지나 인구감소의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유교적 가족 가치관의 핵심은 자녀, 특히 아들을 낳아 가족의 대를 잇는 것, 즉 직계가족이념이다. 그러나 최근 합계출산율이 1명을 밑도는 현실은 최소한 1명의 아들을 통해 집안의 대를 이어가는 직계가족이념의 실천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을 분명하게 해준다. 자녀출산에 소극적인 한국 가족은 더이상 전통적 한국 가족과 같은 연장선에 있지 않을 것이다. 출산율의 지속적인 하락세를 감안할 때, 미래 한국 가족은 과거와는 다른 맥락의 새로운 가족관계가 창출될 것임이 분명하다.

자녀출산에 대한 가치관 역시 변화하고 있다.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실태조사’에 의하면 20~44세의 미혼 인구 중 미혼 남성의 경우 ‘자녀가 없어도 무관하다’라는 응답이 전체의 28.9%로 나타났으며, 미혼 여성의 경우 이 응답의 비중이 전체의 48.0%까지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 동일 조사에서 미혼 남성의 17.5%, 미혼 여성의 29.5%가 ‘자녀가 없어도 무관하다’라는 응답에 동의하였음을 고려한다면, 불과 3년 사이에 자녀출산에 대한 의식이 크게 변화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이제 결혼과 출산, 아들을 낳아 가족의 핏줄을 이어가야 한다는 의식은 규범적 차원, 즉 가족의 의무를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혼과 자녀출산 등 가족 형성은 개인이 처한 환경에 따라 그 시기를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는 선택적 가치로 위상이 변모했으며, 이러한 변화들은 미래 세대의 삶이 전통적이고 가족 중심적 틀에서 벗어나서 보다 다양한 패턴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공동체 삶’에서 ‘혼자살기’로: 1인 가구의 증가


전통적으로 한국 사회는 가족 중심적인 공동체 삶을 중시했다. 오랫동안 우리는 4인 가족 혹은 5인 가족 등 부모와 미혼자녀나 노부모와 기혼자녀가 함께 동거하며 하나의 가족 단위로써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의 주된 가구 형태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 변화의 방향은 소가족화, 개별화이다.

2018년 통계청의 보고에 의하면 2017년 우리 사회의 평균 가구원 수는 2.47명으로 2016년 2.51명보다 0.04명 감소했다. 특히 가구 유형의 변화는 한국 가족의 소인수화를 좀 더 명백히 보여준다. 1995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의하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가구 형태는 4인 가구로 전체의 31.0%를 차지했으며, 가장 낮은 비율을 차지하는 가족 형태는 1인 가구로 전체 12.7%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 추세는 2010년부터 바뀌기 시작하여 2015년에는 그 추세가 역전되기 시작했다. 즉, 2005년 이전에 주된 가구 유형은 4인 가구이나, 2010년부터는 2인 가구로 변화했으며 2015년 이후에는 1인 가구가 주된 가구 유형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은 추세이다. 그리고 매년 1인 가구의 증가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2017년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우리 사회 주된 가구 유형은 1인 가구로 28.6%를 차지했으며, 4인 가구는 전체 17.7%로 가장 낮은 비율을 보였다<그림 1>.

특히 1인 가구가 청년부터 노인까지 전 연령층에 걸쳐 증가하고 있는데, 이 집단이 단순하고 동질적인 집단이 아니라 가구 구성의 동기나 이들이 처한 상황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인 가구의 이질성은 연령에 따라 더욱 두드러지며, 이는 1인 가구의 혼인상태와 관련성이 깊다. 45세 미만의 젊은 1인 가구의 형성원인은 주로 ‘미혼’이라는 혼인형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개인주의 생활 방식을 영위하는 ‘싱글족’인지 아니면, 고용불안, 청년실업의 증가 등 사회적 위험의 증가와 더불어 결혼과 가정을 이루는데 드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좌절과 박탈감의 ‘비자발적 비혼 가구’인지는 모호하다. 그러나 결혼을 꺼리고 비혼을 오래 유지하려는 경향이 젊은 1인 가구의 증가에 기여했음은 분명해 보인다.

이에 비해 중년 1인 가구의 형성은 ‘이혼 혹은 별거’가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0년에 45~54세 1인 가구의 이혼비율이 29.1%로 가장 높았으나, 2015년에는 45세 이상 모든 연령대에서 이혼비율이 증가했고, 이 중 55~64세 1인 가구 이혼비율이 35.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45~64세 연령급 간의 1인 가구의 이혼비율이 전체 70%를 차지할 만큼 중년 1인 가구의 이혼비율이 높음을 알 수 있었다.

한편, 노인 1인 가구는 급속한 고령화 추세와 함께 다른 연령집단에 비해 더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노년층 1인 가구의 형성은 주로 배우자와의 ‘사별’과 관련이 깊다고 알려졌다. 노년기에 부부가 단독가구를 이루고 살다가 배우자 사별로 자연스럽게 1인 가구로 전환되는 양상을 보인다. 그런데 사별로 인한 1인 가구의 형성은 노인의 삶의 질을 악화시킬 위험성이 크다. 배우자 상실로 주 부양자를 잃었을 뿐 아니라, 자녀들의 노후 부양관(扶養觀)의 변화 등으로 인해 열악한 부양여건에 처하는 동시에 빈곤, 외로움 등 경제적·심리적 위기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맺으며


앞에서 살펴본 인구통계학적 수치들은 한국 가족이 점점 ‘개별화’의 모습을 보일 것을 시사한다. 이처럼 결혼과 출산을 꺼리고, 공동체가 아닌 개인 단위 삶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미래 세대의 출현에는 사회·경제·문화의 복합적인 영향이 작용한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개별화로의 진전은 개인과 가족, 사회 모두에게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다인 가족과 비교해 1인 가족의 삶은 일상생활의 가장 중요한 가족 지지원을 상실하기 마련이다. 사회적 고립과 지지기반의 약화, 그리고 독립적 경제활동을 유지하면서 스스로 건강을 돌봐야 하는 부담이 크다. 또한, 1인 가구는 개인과 사회를 연결하는 ‘가족공동체’라는 연결고리가 없기에, 관계의 단절로 인한 외로움이 심화되어 심리적인 스트레스 역시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개별화되는 가족은 새로운 복지시스템을 요구하며 사회적 환경의 변화를 역동적으로 이끌어갈 가능성이 크다. 개인의 주거, 소비 등을 아우르는 생활 방식 관련 산업들이 개별화된 가족의 생활 방식과 소인수 가족 형태에 적응적으로 변할 것이며, 사회는 가족 중심적인 복지서비스 체계로부터 개인 단위의 삶의 방식이 직면하는 빈곤, 신체적·심리적 건강의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개인 중심의 복지체계로 변모할 것이다. 또한, 가족을 대신한 사회적 관계망의 다양화 및 활성화, 그리고 개별화된 가족들의 다양한 욕구를 포괄할 수 있는 적응적인 지역사회 중심의 복지시스템 역시 강조될 것으로 예상한다.

<yoojin528@chongshin.ac.kr>


글 | 강유진

서울대학교 소비자아동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가족학을 전공하여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 방문연구원으로서 ‘기러기 가족’에 관한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현재 총신대학교 아동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