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fontes: 남자와 여자, 돕는 배필인가 경쟁 관계인가
2021-07-01
월드뷰 JULY 2021●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발행사 |
글/ 김승욱(발행인, 한국제도경제학회 회장)
들어가며
성추행 문제로 공석이 되어 치러진 지난 서울과 부산의 보궐선거에서 이대남과 이대녀가 완전히 상반된 정치적 경향을 나타냈습니다. 방송 3사 공동 출구조사에서 20대 남자의 경우 72.5%가 오세훈 후보를 지지했지만, 20대 여성의 경우 40.9%만이 오세훈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려 31.6% 포인트의 차이가 발생했는데, 이는 60세 이상 남녀 간 차이 3.1% 포인트의 10배가 넘습니다. 이런 현상은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구조사에서도 비슷했습니다(63.0% 대 41.3%). ‘이남자·이여자’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이런 20대 남녀 간 정치적 선호 차이는 4년 전 대통령 선거 여론조사나 작년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그 원인은 20대 남성들이 현 정부의 여성 친화적 정책으로 역차별을 받았다고 느끼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는 남녀갈등이 새로운 갈등유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남녀 간의 갈등이 집단으로 표면화된 것은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어느 사회나 이념갈등, 인종갈등, 계급갈등 등 다양한 형태의 갈등이 존재합니다. 대한민국은 건국 이후 6·25전쟁을 거치며 좌익과 우익으로 나뉘어 서로 죽이고 보복하는 이념 갈등을 겪었습니다. 전쟁 이후에는 정치적으로 영·호남 지역갈등이 생겼고, 경제 성장 이후에는 노사갈등이나 빈부갈등 등 경제갈등이 늘어났습니다. 사화가 고령화되면서 연금이나 정년연장 등의 문제를 중심으로 세대갈등이 표면화되었는데, 이제는 남녀갈등까지 일어난 것입니다. 지금의 60·70세대가 지역갈등과 이념갈등을 겪었다면, 40·50세대는 경제적 갈등을 겪었습니다. 이제 20·30세대는 남녀갈등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실 20·30 세대와 50·60세대가 분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녀와 부모 관계이기 때문에 20·30세대의 아픔은 곧 50·60 세대의 아픔입니다. 결국,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차별을 받고 있다는 느낌은 여성들만 받는 것이 아닙니다. 이대남은 오히려 자신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느낍니다. 남성들은 힘든 군 복무를 하고도 병역의무 가산점 제도가 없어져서 취업에 불리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남녀평등을 외치면서도 결혼할 때 집은 남자가 마련해야 한다는 전통적 관습을 내세우는 이중잣대에 반발합니다.
사회적 지위 등에서 여성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남녀평등 문제가 신체적 차이나 역할의 차이마저 부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제는 군이나 경찰 등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직장에도 여성 진출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국민 개병제이지 남성 개병제가 아니므로 여성에게도 군 복무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군사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의무(醫務)나 간호 등 특수 병과뿐 아니라, 드론 조종과 같은 전투병과에 여성의 역할이 확대되는 것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의 젊은 층에서는 남녀갈등이 경쟁을 넘어서 서로 혐오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했습니다. 2018년 11월 이수역 근처 주점의 남녀 폭행 사건 이후 이 싸움이 공론화되면서 페미니즘과 안티페미니즘 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했습니다.
오늘날 이러한 남녀갈등은 급진적 페미니즘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세대의 기본값”이 페미니즘이라고 할 정도로 보편화되었다고 합니다. 박원순 전 시장도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자처했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성부 등의 표현이 신앙공동체의 남성우월주의 이념을 정당화하고, 강화한다고 페미니스트 신학에서는 주장합니다.
지금 대학에서는 모든 학생과 교수들이 매 학기 성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평생을 교직에 몸담은 노교수까지 매 학기 성교육 강의를 이수해야 합니다. 저도 교수 재직시절 딸 나이 또래 젊은 강사의 강의를 매 학기 들으면서, 모든 남자를 잠재적 가해자로 간주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박원순 전 시장이 젊은 비서를 성추행했다는 보도를 보면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커버스토리
남자와 여자가 서로 경쟁 관계를 넘어 서로 혐오하는 상황으로까지 악화된 가장 큰 원인은 잘못된 급진적 페미니즘 때문입니다. 정당한 여권신장 운동이 급진적 페미니즘으로 변질된 배경에는 네오막시즘이 있습니다. 이번 커버스토리 인터뷰는 <문화막시즘의 황혼>이라는 제목으로 네오막시즘에 대한 비판서를 저술한 정일권 박사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는 독일 마르부르크(Marburg) 대학교를 거쳐,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대학교 조직신학부의 기독교 사회론 분야에서 신학박사(Th.D.) 학위를 받았습니다. 인터뷰를 통해서 경제적 계급투쟁을 강조했던 마르크스의 사상이 문화 막시즘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으며, 이것이 남성을 혐오하는 급진적 페미니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았습니다. 나아가 여러 가지 형태의 사회적 성이 있다는 젠더 사상과 연관해서 동성애뿐만 아니라 소아성애, 다자성애에 관해 들어봤습니다. 그는 이러한 사상을 주장한 리더들에게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상세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정일권 박사의 책 제목에서 나타나듯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이제 문화 막시즘은 황혼기에 접어들었다고 하는데, 한국은 문화 막시즘이 뒤늦게 유행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한국 사회를 바른길로 돌이키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집 칼럼(Issue)
시대가 나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근본을 다루고 있는 <월드뷰>는 이번 7월호의 특집 주제로 “남자와 여자: 돕는 배필인가 경쟁 관계인가”라는 제목으로 특집을 꾸몄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창 2:19)”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아담은 하와를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창 2:23)”이라고 기뻐했습니다. 그런데 타락한 세상에서 남자는 여자를 지배하고, 관계가 왜곡되었습니다.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와의 관계를 목숨을 다해 아내를 사랑하는 신랑에 비유했습니다. 성경은 곳곳에 남녀 사이의 사랑의 원리를 이야기합니다.
이번 특집은 세 편으로 구성했습니다. 첫째는 남녀위상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가를 살펴보았습니다. 둘째는 남자와 여자가 돕는 베필의 관계에서 경제적으로 서로 경쟁하고 갈등하고 혐오까지 하는 단계로 나간 현재 상황을 이대남과 이대녀, 학교, 의료 등으로 나누어서 의견을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성경이 말하는 여성과 남성의 역할에 대해서 4편의 칼럼을 실었습니다.
I. 남녀위상의 역사적 변화
먼저 남녀의 위상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화되었는가라는 주제에 관한 3편의 글을 실었습니다. 육체적 힘이 중시되던 농경시대에는 잦은 전쟁 등으로 남성우월주의가 일반화된 가부장제 사회였습니다. 이런 현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성 문화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효자병원 원장인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민성길 명예교수는 서구사회가 어떻게 기독교의 영향에서 벗어나 최근에 성 혁명적 프리섹스 현상으로 발달해 왔는가를 연구했습니다. 이번 호에는 고대부터 근대까지 성적 자유방종주의 즉 리버티니즘(Libertinism)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소개했습니다. 사회적 엘리트 남성은 매춘업소에서 소위 ‘향연’을 즐긴 반면 부인은 정숙하게 집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는 점에서 남녀관계가 잘 드러납니다. 그는 르네상스와 계몽주의 그리고 낭만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성문화가 변화되는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특히 유교 이념의 조선 시대에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했습니다. 그러한 조선 사회에서도 여성해방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행복한다음세대연구소’의 대표이자 바른인권여성연합의 사무총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혜성 대표가 1920~1930년대 조선에서 여성의 인권이 어떻게 신장되었는가를 소개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성에 대한 차별이 있다는 점에는 남성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젊은 남성들을 중심으로 오히려 남성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사실 예전과 달리 이제는 아들보다 딸을 선호하는 현상이 더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현재 초·중·고교 전국평균 남자 교사의 비율이 30%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의 경우는 22%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초등학교의 남자 교사 확보를 위해 교육대학에서는 이미 남학생 쿼터를 주고 있는데, 이제 임용고시에서도 남성 할당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과거에 유리천장이라는 말이 있었듯이 한국 사회 전체적으로는 아직도 여성의 지위가 높지 않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차관을 역임한 이봉화 바른인권여성연합 상임대표가 국제지표에 나타난 한국의 여성 지위가 어떠한가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유엔개발계획(UNDP)이나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각종 남녀 관련 지수에서 한국이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지수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소개했습니다. 지표를 올바로 활용해야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으므로 성평등지수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판단됩니다.
II. 현재 상황의 관점별 고찰
유엔개발계획 성평등지수에 의하면 한국은 아시아 최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이수역 폭행 사건에서 보듯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남녀갈등이 서로 혐오하는 현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오세라비 작가는 여성들이 가부장제의 희생자이며 억압받는 존재라는 것을 전제하는 급진적 페미니즘이 오늘날 남녀갈등의 원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 이대남들은 상당한 공감을 하고 있습니다. 이대남을 대표해서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의 이명준 소장은 젊은 세대의 남녀갈등 현상은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기성세대 또한 이 현상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따끔하게 지적하면서 현재 청년들은 정체성 고아와 같다고 했습니다. 지금의 갈등은 남녀갈등이 아니라 페미니즘 때문인데, 이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하지 않기 때문에 남녀갈등 문제로 보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청년들을 깨우기 위한 인터넷신문 ‘청년스케치’의 이은송 이사는 레디컬 페미니즘 현상을 소개하고, 남녀갈등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서 세 가지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급진적 페미니즘이 이대녀에게 확산되고, 이대남의 반발을 받는 이유는 교육현장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31년째 중학교 교사를 하면서 전국교육회복교사연합 대표를 맡은 육진경 교사는 학교 현장에서 페미니즘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교육자료를 통해서 생생하게 고발했습니다.
서울교육사랑학부모연합 이혜경 대표는 이러한 페미니즘 교육으로 인해서 젊은이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딸을 키우면서 겪은 일과 함께 소개했습니다. 자녀를 공교육에 방치하지 말고 철저하게 페미니즘에 대해서 공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과연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남자와 여자의 생물학적 차이가 없는 것일까요? 비타민C 메가도스 처방으로 유명한 서울의대 이왕재 명예교수는 성경이 말하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발생학적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 설명하면서, 남성과 여성은 평등하지만 차이는 있다고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러한 차이를 만드신 이유는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한국성과학연구협회 연구팀장을 맡은 고두현 내과 전문의는 남녀 성별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의학에서 각종 처방을 내릴 때 차이를 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오늘날 남성과 여성의 의학적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사회적 성 개념인 젠더에 기초한 젠더 의학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III. 대안 제시: 성경이 말하는 여성과 남성
마지막으로 남녀갈등, 나아가 남녀혐오에 대한 성경적 해법에 대한 4편의 칼럼을 실었습니다. 먼저 바른인권여성연구소 ‘세움’의 소장을 맡고 있는 침례신학대학교 현숙경 교수도 역시 현재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남녀갈등의 원인은 급진 페미니스트 때문인데,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성경적 남녀관계에서부터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창세기와 에베소서를 중심으로 성경적 남녀관계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바른인권여성연합’의 전문위원장으로 섬기고 있는 연취현 변호사는 2019년 12월 25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우리 사회가 젠더에 기반한 폭력이 만연한 사회이므로, 젠더 기반 폭력사회체계의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여성폭력의 문제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 법이라고 하면서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보는 시각으로 인해서 남녀갈등이 해소될 수 없다고 합니다. 결국, 해법은 서로 사랑하라는 성경으로 돌아가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합신) 이단사이비대책위원인 김성한 목사는 페미니스트 신학은 성경을 인간의 경험이라고 보는 관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남녀 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이단 신학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성과학연구협회 교육팀장을 맡고 있는 이재욱 목사는 대부분 교회의 담임목사들은 교회에서 고령층을 주로 상대하기 때문에 현재 젊은 층의 남녀갈등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면서 이대남, 이대녀의 부모세대인 50·60세대가 먼저 본을 보여야 한다는 실천적인 측면을 강조했습니다.
맺음말
[올바른 역사 이해]의 김병헌 칼럼에서 “근현대사 왜곡의 시작 흥선 대원군” 시리즈 6편을 마치고, 이번 호부터는 “한일 관계사 왜곡의 시작 II : 조일수호조규 – 강화도 조약” 시리즈 6편을 새롭게 시작합니다. 그리고 정교진 박사께서 코디네이터로 수고해주셔서 [통일 교육] 칼럼을 새롭게 시작합니다. 커버스토리에서 언급했던 소아 성교육 문제는 지면 관계로 이번 호에서 다루지 못하고, 다음 호에서 특집으로 자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이 주제는 자라나는 다음 세대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많은 관심과 구독을 부탁드립니다.
글 | 김승욱
중앙대학교 명예교수이며, 현재 한국제도경제학회 회장 및 학교법인 청지학원 이사를 맡고 있다. 미국 조지아 대학교에서 신제도주의 경제사 분야의 박사 학위(Ph.D.)를 받고 UNIDO 국제 전문가와 경제사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1989년에 9명의 교수와 함께 “기독교학문연구회(현 “사단법인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를 창립해, 2000년부터 2012년까지 12년간 회장으로 봉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