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들은 상상 이상의 방역을 하고 있다

2021-04-09 0 By 월드뷰

월드뷰 APRIL 2021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7


글/ 안석문(아침교회 담임목사)


보이지 않는 영역의 일이 보이는 영역의 일보다 크고 중요하다. 두려움과 절망이 파도처럼 넘실대는 이때 우리가 이웃에게 건네는 차 한 잔, 밥 한 끼가 얼마나 중요한가? 그것도 어렵다면 말하자. “쿠키 먹을래요?”


죽을 영혼 살리는 교회의 출구는 어디인가?


교회의 사명은 죽을 영혼을 살리는 일이다. 복음만이 희망이다. 가난과 질병과 황폐한 가정들로 소망 없던 이 땅에 복음이 들어왔다. 구원을 주시는 복음 때문에 개인과 가정과 사회는 계속해서 변했다. 그 때문에 대한민국도 세계의 중심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런데 오늘날은 한국 교회와 사회를 코로나19로부터 지켜내는 일이 가장 우선적인 일이 되어버렸다. 이젠 어딜 가든 QR코드로 본인 인증을 하거나 이름과 휴대폰 번호 등 신원을 밝히고 기록을 남기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연예인들이 다니는 카페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말썽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보통 사람은 개의치 않는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이미 포기했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쓰는 수준은 세계 1위이다. 언론의 반복적인 강조도 한몫했겠지만, 질병에 대한 두려움이 세계에서 가장 높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적한 공원이나 두 사람만 다니는 등산길에서도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다. 만약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발견하면 사람들의 시선이 경계경보를 울리기 시작한다. 잊기라도 한 날엔 손수건이나 웃옷으로라도 가리고 다녀야 할 지경이다. 자가용을 몰면서도 마스크를 쓰는 이들도 있다. 생활화되어 안 쓰면 어색하다니 참 웃픈 현실이다.


교회가 문제다


정부와 방역 당국, 언론이 일치단결된 덕분이겠지만 요즘 사람들은 “교회가 문제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가족 중 누군가가 예배하러 교회 간다는 소리를 들으면 “미쳤냐?”라고 말한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외부에 나가는 것도 위험하다며 통제한다. 그렇다고 부모님을 모시고 좋은 시간을 보내드리는 것도 아니다. 교회를 나가는 친구와는 여행을 취소하고, 예배를 갔다 온 교인으로 드러나면 기술적으로 권고 사직시키는 일까지 있다. 이제 공직에 있거나 병원, 군대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교회 나와 예배한다는 것을 꿈꿀 수 없다. 혹시 나온다면 말을 아끼고 비밀에 부쳐야 한다. 이것이 “교회 발 코로나”로 교회를 희생양으로 만든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인터넷 엄마들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요즘 5인 이상 집합금지라서 교회 대면 예배 금지 중인가요? 시부모님께서 교회를 열심히 나가시는데 구정 다가오니 손주는 보고 싶어 하시고 집으로 함 오시라 말씀드려야 할 것 같은데, 일요일에 오시기가 쉬워 혹시 대면 예배에 갔다가 오시면 어떻게 하나 해서요. 지난달엔 비대면 예배(온라인)로 하신다고 들었는데, 아직도 그런 건지 궁금해서요.”

그러자 누군가가 이렇게 답했다.

“현재 종교시설 10%(2월 3일, 당시는 10%였다)까지 대면 예배 가능해요.”

문의했던 아이 엄마는 놀란다.

“와~ 충격이에요. 10% 되는지 몰랐어요. 저희 시부모님 교회 가고도 남으실 분이에요. 집에 오시라고 하면 안 되겠네요.”

교회에 가는 것이 남에게 민폐를 끼치는 죄가 되었다. 노부모는 손주가 보고 싶으면 대면 예배를 포기해야 며느리와의 갈등을 막을 수 있다. 무서운 국가통제요 사회통제다. 가뜩이나 가까운 친족과 대면이 사라졌는데 이젠 좋은 핑곗거리가 생겼다.

코로나19로 교회 통제가 시작되었던 당시, 주일 이른 오후에 처음으로 아내와 고양시에 야외좌석이 있는 카페에 간 일이 있다. 사람들은 거기 다 모여 있었다. 교회는 안 되고 카페는 되나?

대면 예배를 하는 교회와 목회자에 대한 비난 수위가 하늘을 치솟는다. 고귀한 생명에 대한 공공의식이 부족하다느니, 이기적인 종교 행위로 복음 전하는 길을 오히려 더 막고 있다느니 하는 그럴싸한 논리로 목회의 사기를 꺾고 교인의 마음에 혼란을 주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교회 대면 예배 감염은 사실상 없었다
(2021년 2월 1일 아시아경제)


“교회발 코로나 프레임”의 영향력이 이젠 효과가 충분해선지, 아니면 이 일의 실제상황을 근거로 형평성을 요구하는 법정 싸움과 내부의 비난까지 불사하며 힘겹게 싸워나가는 수백 개의 교회가 생겨서인지, 최근 방역 당국은 교회 대면 예배에서 감염된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초기에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감염이 있었던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그런 일이 없다는 것이다. 예 자연(예배 회복을 위한 자유시민연대)은 그렇다면 “지금껏 대면 예배 금지조치는 왜 한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2월 1일 정부가 교회의 대면 예배를 통한 코로나19 감염은 없었다고 말하며, 방역수칙을 준수한다면 대면 예배 자체는 감염위험도가 높은 행위가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1년이 다 지난 시점에야, 코로나 확산이 교회 때문이라는 언론 보도와 여론이 아직도 확고한 상황에서 이제야 조용히 이런 사실을 밝혔으니 고마워해야 할까 아니면 이런 상황에 대한 진단과 대처를 바르게 하지 못한 책임자를 문책해야 하는 것이 옳은가? 예자연은 정부에 코로나19 확산원인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요구했다. 그리고 예배를 비대면으로 제한한 정부 조치에 대해 “대면 예배 금지명령 취소청구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헌법소원도 제기한 상태다.

질병관리청의 발표에 따르면 모든 종교(타 종교 포함) 시설의 집단 감염은 7.7%(2021년 1월 21일. 현재)다. 그것도 이단 교회, 오보, 오진단, 교회 밖 2, 3차 감염 등을 제외한 실제 교회를 통한 감염은 전체감염의 약 1.8% 수준이다(2020년 7월 10일, 크리스천투데이). 그러나 실제 국민 인식은 43.7%로 6~24배로 증폭되어 있다. 정부의 정치방역과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가 낳은 교회에 대한 명예훼손이자 종교탄압이다. 교회처럼 정부를 돕고 방역을 잘하는 기관이 없음에도, 교회 이름을 수시로 거론함으로써 코로나 감염의 발원이나 주원인이 마치 교회인 것처럼 문제시하고 그것을 빌미로 통제하고, 예배를 방해했다.


교회들은 상상 이상의 방역을 하고 있다


교회 대부분은 성도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 방역에 최선을 다했다. 필자가 몸담은 ‘아침교회’는, 마스크가 필요하면 얼마든지 교인들이 가져가도록 상시 비치해두었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는 이들이 불편하게 사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역 주민들의 안전과 건강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100% 차아염소산수(무독성) 60ml 분량의 휴대용 소독제를 3개씩 200세트가량을 담아 배포하고, 이후에도 교인의 가족과 지인까지 선물하여 방역을 철저히 하도록 돕고 있다. 교회 활동이 잦은 이들에게는 특수 천으로 만들어 밀착이 잘되고 방역에 유리하며 편히 쓸 수 있는 고급마스크를 구매해 2장씩 배부했다. 심지어 교인들의 면역 증강을 위해 수면과 운동을 지속해서 권고하고,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 교회가 절반 비용을 부담해 아연과 비타민 D 등을 공동구매한 뒤 저렴한 가격에 가져가거나 선물할 수 있도록 도왔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밤에 교육관과 공동사용공간을 비롯한 교회의 모든 시설 구석구석을 세밀하게 방역하고, 매일 아침 가장 이른 시간에 공용 화장실과 손잡이 등을 100% 차아염소산수(무독성) 소독제로 소독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개별적인 입출입시 열 체크와 손 소독을 반복하도록 강조해 지도하고 있다. 작년 한 해의 재정을 결산하니 외부(선교사, 타 교회 등)에 지원한 방역비를 제외하고도 내부적으로만 8백만 원이 넘는 방역비를 지출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웃에 있는 ‘증산제일교회’도 마찬가지다. 주 중 모든 출입자에게 명부를 작성케 하고, 주일에는 주보에 교회에서의 방역 관련 수칙을 올리고 있다. 마스크 착용, 체온 점검, 안전거리 두기, 모임 및 음식 나눔 금지, 대화 자제, 환기를 위한 상시 문 개방 등 기본적 수칙을 엄격히 준수하고 있다.

형평성 논란, 2월 중순 2시간이나 하는 뮤지컬 무대는 교회보다 활짝 열렸다.


교회는 정부의 적이 아니다. “교회 인증제”를 시행하자


정부는 교회를 신뢰해야 한다. 특정 교회에 감염 문제가 발생한다면, 예외 없이 다른 기관처럼 해당 교회가 분명히 책임지면 되는 것이다. 정부의 방역업무 재정비용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교회 인증제” 시행을 제안한다. 감염 문제가 없는 교회를 “방역 잘하는 교회”로 인증해 주는 것이다. 정부는 교회가 방역이 철저하고 안전한 곳으로 인식되도록 도와야 한다. 교회는 결코 정부의 적이 아니다. 지금도 사회문제와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과 관련된 일의 태반을 한국 교회가 상당 부분 짊어지고 있다. 코로나19에 지친 국민을 돌보고 섬길 교회의 자원을 확보하려면 결코 교회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영적인 것은 물론이고 정서적, 사회적으로 곤경에 처한 국민은 황폐하고 치명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교회가 문을 닫거나 위축되도록 하는 통제중심의 방역정책은 속히 바뀌어야 한다. 통제만 한다고 방역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의식은 긴장하되 몸과 길은 터주고, 방역은 치밀하되 면역을 높이며, 국민을 살리는 정책을 세우려는 깊이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혜를 모아 달라면 교회가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다.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만 찾는 일을 당장 멈추고, 생명과 영혼을 살리는 교회를 진심으로 존중해야 한다. 교회는 죽을 영혼을 살리기 위해 존재한다. 이에 대해 목회자들과 교인들의 각성이 절실하다. 교회가 잘 돼야 나라가 산다. 교회가 망하면 대한민국은 없다.

<an4yn@hanmail.net>


글 | 안석문

중앙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산업연수원에서 교육훈련주임으로 일하는 중 목회자로 소명 받고, 장로회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고명 정산고등학교와 고명중학교에서 종교 과목을 가르쳤고, 정릉교회와 예능교회를 거쳐 2006년 아침교회를 개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