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드19가 가져온 한국교회 예배의 시험대

코비드19가 가져온 한국교회 예배의 시험대

2021-04-10 0 By 월드뷰

월드뷰 APRIL 2021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8


글/ 심만섭(화평교회 목사)


대면 예배 중단을 공문으로 요구한 정부


우리 속담에 ‘도둑을 맞으려면 개도 짖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한국 교회의 전통적 예배가 그런 꼴이 되고 말았다. 갑자기 정부에서 코로나 확산을 막는다며 각 교회의 현장예배 중단을 강제할 때, 교회와 각 교단, 그리고 교계 연합 단체들은 딱 부러진 대응을 하지 못했다. 하나님께 죄송하게도, 예배를 도둑맞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코로나 19 여파로 지난해 2월 말부터 시작해, 각 교회에서는 ‘온라인예배’로 대체하라는 ‘행정명령’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2020년 개 교회에 지자체(정부의 방침에 따라)에서 보내온 공문을 보면 그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작년 8월에 온 공문을 보면, 수도권(서울·경기·인천·부산)에서는 비대면 예배만을 허용, 모든 대면 모임·행사 및 식사를 금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준수 시, 감염병 관리법 49조, 80조에 따라 집합금지, 위반 시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으며, 확진자 발생 시 구상권이 청구될 수 있다’라고 압박했다.

그리고 9월에 온 공문에서는 ‘비대면 예배를 드리되, 영상제작을 위한 인원 20명으로 제한하라’라고 한다. 또 12월에 온 공문에서는 12월 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한다면서 행정조치 위반 시 집합금지, 3개월 이내의 운영중단 명령을 내리고, 확진자 발생 시 입원, 치료비, 방역비의 손해배상(구상권)을 청구한다고 강조한다.

성탄절을 앞두고 12월 24일 자로 보내온 공문에는 ‘방역지침 의무화’라는 제목과 함께,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83조를 근거로 위반 시에는 관리자와 운영자에게 300만 원의 과태료, 이용자에게는 1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한다.

그리고 2021년 1월 중순에 온 공문에서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단계별로 교회를 압박하고 있는데, 위반 시에 1차 경고, 2차 10일 운영중단, 3차 20일 운영중단, 4차 3개월 운영중단, 5차 폐쇄 명령을 내린다고 한다. 거기에다 여전히 구상권(求償權)도 청구한다고 명시했다.

아마도 이런 공문은 대부분 교회에 하달(?)되었을 것이다. 이 정도 되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 주권과 권리를 보장하고, 헌법에 명시된 “종교의 자유”는 무시된 것이고, 오직 정부가 정한 규정과 명령대로 교회는 따라오라는 식의 공포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예배 중단에 동조한 교계


그런데 이런 상황이 벌어질 때 한국 교회 지도자들은 어떤 말을 쏟아냈는가? 지난해 8월 20일 CBS 시사자키에 나온 모 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이며 중형교단의 부총회장인 A 목사는 ‘교회가 (비대면 예배)를 위해 선도적으로 충분히 노력하는 것이 마땅하다’라고 했다.

또 그다음 날인 21일 기독교윤리실천을 강조하는 단체의 자문위원장 B 장로는 KBS 시사본부에 출연해 ‘(비대면 예배)가 전혀 우리 기독교에 대한 탄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감염의 가능성이 100% 없는 방법으로 예배를 드려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교계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성경에 반드시 모여서 예배드려야 한다고 돼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4월에도 CBS 시사자키에 출연해 부활절 연합예배에 대해 ‘생명 무시하며 부활절 모이는 것은 반역, 하나님이 기뻐하는 예배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부산의 모 중형교단의 C 목사는 8월에 페이스북을 통해서 ‘대면 예배를 하지 말라는 것은… 어디서나 고요하게 하나님을 대면하면 그의 나라와 그의 뜻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같은 8월, 역시 중형교단에 속한 천안의 D 목사는 교회 앞에 벽보를 붙여서, ‘예배 모임이 칼이 되어 이웃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면 모이지 않는 것이 신앙’이라고 했다. 같은 8월에 교계에 꽤 알려진 은퇴한 E 목사는 ‘정부가 교회를 핍박한다고 주장하는데 내가 보기엔 교회가 정부와 세상을 겁박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9월 인천의 대형교회 F 목사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가까운 이웃의 안전과 생명을 못 지키면서 어떻게 보이지 않는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겠나’라며, 소위 비대면 예배를 옹호했다. 10월에는 역시 꽤 유명한 은퇴한 G 목사가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 ‘하나님께서는 특정 공간의 예배를 절대화하던 우리에게 온라인예배라는 대포를 쏘신 것’이라고 했다. 또 코로나가 ‘제2의 종교개혁’이란 말도 했다. 그리고 11월, 모 연합 단체의 공동대표 H 목사는 기자회견에서 ‘교회는 신앙의 자유와 현장예배만을 강행함으로써 국민에게 거부감을 주고 교회에서 등 돌리게 한 면이 있다’라고 했다.

이런 목소리가 있으므로, 한국 교회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나름대로는 한국 교회를 위한다는 측면도 있었으나, 교회의 전통적인 현장예배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는 견해도 많다.

그렇다면 한국교회 연합 기관들은 어떤 태도를 보였는가? 코로나와 관련된 한국교회의 예배 문제에 대해 가장 많이 정부 쪽과 접촉한 곳은 아무래도 한국교회총연합(이하 한교총)일 것이다. 한교총의 홈페이지에 발표된 내용을 보면 한교총이 가진 예배형태에 관한 생각을 살펴볼 수 있다.

지난 해 코로나가 시작될 때인 2020년 2월 14일 목회서신을 통해, 코로나 19로 인한 중국과 이웃을 위한 기도를 할 것이며, 헌혈에 동참할 것을 권하고 있다. 2월 21일 성명을 통해서는 ‘집회의 잠정 중단과 (예배) 방식의 결정을 통해 지역민들의 우려를 불식하자’라고 한다. 이때부터 온라인예배(비대면 예배)를 권하고 있다. 2월 26일 성명에서는 3월 1일부터 ‘각자 처소에서 예배(온라인예배)하는 것을 교단의 지침에 따라 교회 결정사항을 시행하라’라며 분명하게 비대면 예배를 권고하는 입장을 보였다.

진보 계통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2020년 2월 21일 목회서신을 통해 ‘주일예배를 포함하는 모든 집회를 당분간 중지하자는 제안이 있는데, 교회가 코로나 확산의 진원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한다. 3월 19일 논평에서도 ‘모이는 교회의 예배만을 중시한 나머지 코로나 19 집단 감염을 초래한 것에 책임을 통감하며 사과한다’라며 비대면 예배를 옹호했다.


교회연합기관들의 반대와 성과


반면에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2020년 3월 21일 뒤늦은 성명을 통해 ‘정부는 예배 방해를 즉각 중단하라’라고 하며, 3월 26일 성명을 통해서도 ‘교회에 대한 예배 중지 행정명령은 위법이며, 종교탄압임을 천명한다’라며 현장예배 중단을 명령한 정부의 태도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교회연합도 2020년 3월 25일 성명을 통해 ‘한국 교회에 대한 억압과 위협을 당장 중단하라’라고 하며, 7월 8일 성명을 통해서 ‘정 총리는 한국 교회를 코로나 19 가해자로 인식하는가’라고 따졌다.

정부의 교회에 대한 현장예배 중단에 대해 가장 많이 의견을 낸 곳은 한국교회언론회(2001년 한국의 38개 교단과 단체가 결의하여 창립한 단체)로, 2020년 2월 14일 논평을 통해 ‘관공서에서 마음대로 예배를 제한하나’를 시작으로 11번의 논평을 냈다. 그런가 하면 각 신문 지상에 성명을 발표했는데, ‘언론들 부당한 교회 공격을 중지하라(20년 4월 7일)’ ‘대통령께 드리는 고언(20년 8월 8일)’ 등 3차례의 성명을 냈고, 그리고 <카드 뉴스>를 3회 작성하고 ‘팩트 체크’를 통해서 교회에 대한 언론과 국민의 일방적인 비난의 문제점을 정리해 전국 교회에 보내기도 했다.

이런 싸움의 결과 2021년 2월 1일, 정부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는 ‘교회의 경우 밀집도가 낮고 사전의 방역 조치들이 이뤄져 지금까지 대면 예배를 통한 감염은 거의 없었다’라는 평가를 듣게 되었다.


왜 한국 교회는 정부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는가?


그렇다면, 한국 교회와 연합 단체들은 우리의 신앙에서 생명과도 같이 여기던 예배의 적극성, 주도성, 자주성을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고 왜 정부의 ‘행정명령’과 방역방침에 끌려가는 모습이었을까? 물론 우리는 여기서 여러 교회와 단체, 그리고 한국 교회 지도자들이 나름대로 교회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해 왔음을 가볍게 보지는 않는다. 다만 현상적으로 우리는 그때, 왜 “종교의 자유”에 입각해 예배의 중요성을 분명하게 관철하지 못하고, 일방적인 교회 공격에 일사불란하게 방어하지 못했는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왜 이것이 중요하냐 하면, 이런 사실들은 후대 교회사에 남을 것이고, 우리가 취한 행동이 객관적으로 평가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유사한 일이 다시 발생할 때, 앞서간 발자국이 흐트러진 흔적이었다면 되겠는가?

우리는 지금도 일제시대에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강제적으로 행해졌던 ‘신사참배’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있다. 또, 회개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조상들의 잘못은 80년이 지났는데도 문제를 제기하면서, 우리 시대에 일어난, 지난 2,000년 동안 드려왔던 전통 예배를 중단한(혹자는 예배 중단이 아니고 예배형태를 달리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비대면을 통해 성경에서 말씀하는 영과 진리로써 제대로 된 예배를 드렸다고 보는가?) 사건을 점검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첫째는 한국 교회가 예배의 소중함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고 본다. 코로나 상황이 벌어지고 정부와 지자체, 언론과 여론이 들끓으니 당연히 ‘온라인 예배’로, 나중에는 ‘비대면 예배’라는 생소한 용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리고는 일부 지도자는 가차 없이 현장예배를 드리는 교회를 비난하고 말았다. 한국교회언론회가 2020년 11월 1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코비드 19시대의 참된 예배와 한국 교회가 나아갈 길”이란 주제의 포럼에서, 전 장신대 신학대학원장을 지낸 정장복 교수는 ‘온라인(비대면)예배를 선호하는 무리가 늘어나게 된다면 예배하는 공동체로서의 교회 본질과 정체성이 흔들리게 된다는 무서운 결과가 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둘째는 교회 밖을 생각한다는 마음 때문에 교회 안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 교회가 세상 속에 있고, 세상을 대상으로 교회가 복음을 전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교회의 정체성이 모호한 가운데, 우리가 믿는 하나님과 그분께 드리는 예배를 인정하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만약 교회 구성원 가운데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 해도, 예배 문제(형태 포함)를 건드릴 것이 아니라, 교회 안에서의 철저한 방역을 걱정했어야 마땅하다. 여기저기서, ‘자기 소견에 좋은 대로’ 쏟아내는 말은 오히려 교회와 예배 의미를 약화 시키지는 않았는지? 차라리 침묵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셋째는 교회의 분명한 입장을 하나로 묶지 못했다. 코로나는 한국 교회를 크게 흔들었다. 예배의 중단을 가져왔고, 교회 비난의 나쁜 기회가 되었다. 이럴 때, 중요 교회와 교단과 연합 단체들이 모여서 의견을 통일하고, 한국 교회의 목소리를 하나로 묶어냈다면, 우리가 믿음과 소망의 굳건한 공동체임을 세상 가운데 드러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결단과 중심체가 없었기에, 정부도 언론도 세상 사람도 자기들 마음대로 한국 교회를 비난하고, 소중한 예배마저도 그들이 원하는 대로 강제할 수 있었다.

시사평론가 조우석은 ‘정부가 정치방역을 하는 것이 분명한데, 교회 지도자들이 군말 없이 정부의 탄압과 방침에 따른 것은 한국 교회의 치욕이며, 예배와 신앙이 그것(그 정도)뿐이냐’고 질타했다.

코로나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사태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종결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 교회가 예배 문제에서 혼란을 겪은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교훈이 필요하다. 성경은 ‘해 아래 새것이 없다’라고 한다. 역사는 분명히 반복된다.

<chpr-org@hanmail.net>


글 | 심만섭

지난 20년간 한국 교회를 섬겨온 한국교회언론회 사무총장이며, 경기도 파주의 작은 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