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자유 철저히 숙지하고, 방역 모범으로 사회와 소통할 때
2021-04-08-파주 순복음 삼마교회의 사례를 중심으로-
월드뷰 APRIL 2021●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6 |
글/ 백상현(국민일보 종교부 기자)
지난 1년간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기독교인의 종교 자유(신앙의 자유, 종교 행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동시에 은혜의강교회, 인터콥선교회, IM선교회의 어이없는 실책으로 집단 감염 사건이 발생했다.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더는 한국 교회 이미지가 실추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취재 현장에서 접했던 경험을 나눈다.
교회-방역 당국, 서로에 대한 무지
공무원은 문서로 일하는 ‘조직’이다. 규정과 절차를 중시한다. 상부의 지시에 따르지만, 사안에 따라 재량권을 발휘하기도 한다. 대개 쏟아지는 민원을 처리해야 하며, 언론 보도 등 외부로 표출된 비판에 민감해한다. 공무원 사회도 일반 회사처럼 상명하복 문화를 가진 ‘조직’이기에 책임소재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즉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사안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2020년 2월까지만 해도 보건당국과 교회는 업무상 거리가 먼 별개의 조직이었다. 교회에서, 기독대안학교에서 식중독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그리고 수련회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서로 만날 이유조차 없었다. 당연히 접촉의 기회가 없다 보니 서로에 대한 이해도도 낮았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직접적인 당사자가 됐다. 문제는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보니 사건이 커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례로 방역 당국은 은혜의강교회 사태가 벌어지자 소속 교단 본부인 (사)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를 찾아가 신도 명단을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놨다. 교회를 신천지처럼 생각하고 접근했던 것이다. 교회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며 노회, 총회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정서를 전혀 몰랐다는 말이다.
교회도 마찬가지였다. 방역당국자가 원하는 것은 방역책임자 면담과 방역지침 준수 여부, 출입자 명부 비치 여부, 감염자가 발생했을 경우 동선을 파악할 수 있는 CCTV 영상이었다. 그런데 많은 목회자들은 공무원이 어떤 생각으로 교회를 바라보며, 어떤 대답을 듣고 싶어 하는지 정확히 몰랐던 것 같다. 예배를 지키기 위해 의심의 눈초리로, 배타적 태도로 그들을 맞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제대로 된 방역대책도 만들지 않고 ‘믿음으로’ 예배를 지키려고 하니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상대에 대한 이해 부족은 오해를 낳는다
상대에 대한 이해 부족은 오해를 낳게 돼 있다. 상대는 공직자라는 이유로 주말을 포기하고 종교시설을 찾아다녀야 했던 공무원이다. 편향적 여론에 젖어있기 때문에 교회가 감염위험 집단이며, 코로나19에 감염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걱정을 했을 법도 하다.
A 교회를 찾았는데 역시나 문 앞에서부터 거부감이 느껴졌다. 정부 시책에 따라 점검을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이야기하고 방역 담당자를 찾았지만, 누구인지도 모른다. 출입자 명부를 요청했지만, 서로의 얼굴만 쳐다본다. 예배당 내 거리 두기는 지켜지지 않고 창문을 모두 닫아놨다. 그때부터 머릿속엔 ‘빨간불’이 들어오고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이 떠올랐다.
한국 교회도 할 말이 많다. 목숨처럼 여기는 예배를 온라인 예배로 전환하고 예배 인원을 감축시키면서까지 정부의 방역정책에 따랐다. 심지어 몇 안 되는 유튜브 촬영 인원만 남긴 채 사실상 교회 문을 닫는 상황까지 갔다. 목회자와 성도들은 텅 빈 예배당을 보며 가슴에서 울컥하고 무언가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다. 성도들은 교회에서 철저하게 거리 두기를 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며 조심스럽게 예배를 드렸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피해 가는 ‘기적의’ 지하철이나 버스, 항공기를 탈 때마다 혼란에 빠졌다. 젊은이들이 붐비는 홍대 주점을 지날 때, 사람들이 넘쳐나는 대형마트나 백화점을 지나갈 때면 헛웃음이 나왔다. 교회에 그토록 철저한 방역을 요구하면서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웃으면서 식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정부 정책이 얼마나 이중적이고 편향적인지 실감했다. 광화문 집회와 민주노총 집회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정권의 행태를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정치방역’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을 것이다.
문제는 적지 않은 공무원이 교회에 대한 이해도 없이 예배 때 들이닥쳐 성도들의 대표이자 종교지도자인 담임 목회자에게 고압적 태도로 대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경남지역에선 일방적으로 예배당 폐쇄 스티커를 붙이기도 했다. 파주에선 특정 정치성향의 민원인이 지속적으로 요구하자 예배당 시설을 과도하게 폐쇄했다.
상대가 수긍할만한 대책을 제시하라
코로나19 사태는 한국 교회와 공직사회에 생소한 사건이었다. 그렇다 보니 헌법이 두텁게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고압적으로 규제하는 혼란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교회도 사회공공복리를 위해 지켜야 할 방역수칙에 느슨한 면이 있었다. ‘신앙으로 코로나19를 이길 수 있다’라며 마스크를 벗고 식사까지 했던 일부 교회의 안일한 태도는 반기독교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이런 혼란 속에서도 선제적으로 코로나19 예방 활동을 펼쳤던 교회가 있다. 파주 순복음삼마교회(이일성 목사)는 신천지발 코로나19 감염으로 전 국민이 공포에 빠진 2020년 3월부터 체계적인 방역 활동에 나섰다. 순복음삼마교회는 감염자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정문을 폐쇄하고 후문만 개방해 출입구를 1개로 통제했다. 그리고 교회 입구에 대인 소독기를 비치하고 예배당 좌석마다 비말 방지를 위한 칸막이를 4면에 설치했다. 예배당 안에는 병원용 바이러스 살균기인 ‘노바이러스 공기살균기’ 11대를 설치했다. 헌금시간에는 비닐장갑을 착용한 헌금위원이 헌금 바구니를 들고 다녔다. 예배 후 성도들이 입구에 몰릴 것을 대비해 목회자의 지도에 따라 순서대로 퇴장했다. 광고시간엔 대인 접촉을 피하고 꼭 필요한 대화는 교회 앞마당에서 하라고 공지했다. 교회는 주일학교 어린이의 통제가 원활하지 않다는 것을 고려해 페이스 실드를 의무 착용시켰다.
당시는 비대면 예배, 예배당 인원 제한이란 개념조차 생소하던 때다. 많은 교회에선 마스크만 썼지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오밀조밀 모여 예배를 드릴 때다. 파주시청 공무원이 안전수칙 이행 여부를 점검하러 왔다가 ‘방역 활동이 매우 잘 되고 있다’라며 감탄을 하고 돌아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대응 매뉴얼 작성, 방역훈련까지
교회의 대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할 조짐이 있던 2020년 7월 예배 인원이 제한될 상황을 대비해 사전 대책과 감염자가 발생했을 경우를 가정한 대책을 만들었다.
우선, 교회는 ‘코로나19 방역 시스템’을 만들고 크게 6단계 대응 매뉴얼을 짰다. 그리고 비상대책위원회 조직도, 코로나19 방역 프로세스, 비상대책 일지, 협조 기관 담당자 등을 정했다. 이 중 핵심은 6단계 매뉴얼이었는데, 총 46개 대응지침이 들어있었다. 1~6단계까지 단계별 지침을 마련하고 교사, 간호사, 강사, 요양보호사, 방문 판매업자 등 감염위험 직업군은 특별 관리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6단계는 교회 내 감염자 역학 조사가 진행되는 기간으로 정했다. 이때 교회는 6단계로 격상되면 2주간 CCTV 영상과 예배 참석자 리스트, 직업군 리스트 등을 취합해 질병관리청에 선제적으로 제출한다는 계획까지 짜놨다.
교회는 자체 제작한 매뉴얼을 파주시에 보내 감수를 의뢰하고, 방역담당 공무원을 초청해 사전 교육까지 진행했다. 방역 당국과 교회 간 대화 통로를 주체적으로 만든 것이다.
지난해 7월에는 민방위 훈련처럼 감염자 발생을 대비한 교회 내 훈련까지 했다. 예배당 안에 있던 한 성도가 코로나19 증세를 호소하자 안내팀은 안전팀에 이 사실을 알렸다. 곧바로 코로나비상대책본부에 보고됐고 2분 만에 교회 전체에 방송이 나왔다.
“순복음삼마교회 비상대책본부에서 안내해 드립니다. 대성전 3층에서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성도님들은 당황하지 말고 안내팀 지시에 따라 성전 밖으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성도들이 10분 만에 모두 빠져나가자 방역 활동이 시작됐다. 흰색 방호복과 페이스 실드, 보호 안경, 마스크, 장갑, 장화를 착용한 방역팀 2명이 달려와 페이스 실드와 항균 위생장갑을 코로나19 의심 환자에게 착용시켰다. 방호복을 착용한 또 다른 방역팀 2명은 초미립자 분무기로 차아염소산나트륨을 뿌리고 의심 환자가 만졌던 오염된 폐기물과 좌석을 닦았던 걸레 등을 전용 폐기물 봉투에 담았다.
같은 시간 비상대책본부에선 1339로 의심 환자 발생을 신고했다. 방역팀은 의심 환자를 태운 휠체어를 밀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곧바로 정문으로 빠져나와 보건소 선별진료소로 이동했다. 비상대책본부는 2층 교역자실에서 3부 예배 참석자 명단과 유증상자가 지난 2주간 참석했던 새벽예배와 수요예배, 주일예배 출입명부, 예배당과 복도 등 유증상자의 이동 동선에 따른 CCTV 영상 파일을 수집했다.
실제상황이 발생하면 의사, 간호사, 교사, 유치원 교사, 보육교사, 방문판매원, 요양보호사 등 특수 직업군이 의심 환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았는지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질병관리본부와 보건소에 명단을 선제적으로 제출한다.
이날 모의 훈련은 30분간 진행됐다. 비상대책본부가 사용한 방역복과 페이스 실드, 장갑, 마스크, 장화 등은 폐기물 전용 봉투에 담아 별도로 처리했다. 모의 훈련은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코로나19 대응 집단시설·다중이용시설 소독 안내’를 참고했다.
공무원, 코파라치 방문까지 대비
지금도 파주시와 경기도 공무원들은 순복음삼마교회를 모범사례로 자주 찾는다. 그때마다 교회 방역팀장이 확인하는 것이 있다. 공무원증과 코로나19 음성판정 근거, KF94 마스크 착용 여부다.
교회는 공무원에게 최신 코로나19 음성 검사증을 요구한다. 교회 내부 성도와 달리 외부인은 코로나 감염 여부가 확인돼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공무원이 착용한 마스크가 비말 차단용이나 KF80이라면 KF94 마스크를 제공하며 다시 써달라고 요청한다. 교회 방역팀장은 정중하게 국가공무원법(성실의무, 친절 공정의 의무, 종교 중립의 의무)과 헌법(종교의 자유, 정당방위, 직권남용, 주거침입), 형법(예배방해죄, 건조물 침입죄, 건조물수색죄)을 내밀며 “과도한 방역 점검 활동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라고 밝힌다. 공무원이라 하더라도 과잉 행정조치에 따른 종교 자유를 침해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을 사전에 고지하는 것이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 외부인에 대한 대응은 더욱 철저하다. 코파라치 등 신원이 확인되지 않고 음성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외부인은 출입이 불가능하다. 그래도 출입을 강행할 경우 근거 없이 교회를 방문해 사진을 촬영하고 심문하는 행위가 예배방해죄, 건조물 침입죄, 건조물수색죄, 주거 신체수색죄에 해당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부교역자들은 공무원, 코파라치 대응 매뉴얼을 책상에 붙여놓고 암기한다.
이렇게까지 준비해놨는데 교회에 선입견을 가진 공무원이, 코파라치가 흠집을 찾아낼 수 있을까. 지금은 상대를 향해 ‘좋다’ ‘나쁘다’라는 감성적인 판단을 내릴 때가 아니다. 공무원, 언론인, 지역 주민이라는 ‘상대’를 냉정하게 이해하고 높은 수준의 방역 활동을 제시하며 대화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한국 교회는 정부가 요구하는 방역수칙보다 훨씬 강화된 방역 활동을 펼치면서 예배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물론 헌법상 두텁게 보호되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려 한다면 연합단체 차원에서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헌법상 종교의 자유가 무엇을 뜻하는지 정확하게 숙지하고 방역 매뉴얼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거기에 지혜로운 전략과 전술까지 갖춘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하지 않던가.
<100sh@kmib.co.kr>
글 | 백상현
충남대학교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백석대학교 상담대학원에서 중독상담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대학생선교회 홍보출판부 간사, 기독교신문, 한국성결신문 기자로 일했으며, 2007년부터 국민일보 종교부 기자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동성애 is>, <가짜 인권, 가짜 혐오, 가짜 소수자>, <기독교인 혐오사회>, <신천지 이단옆차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