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위험성에 대한 언론의 오도 – 스웨덴 사례를 중심으로
2021-04-07
월드뷰 APRIL 2021●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5 |
글/ 손영광(한국전기연구원, 트루스포럼)
서론
코로나19에 대한 국민의 공포심은 작년 여름에 비하면 어느 정도 줄어든 것 같다. 하지만 현재도 여전히 국민의 머릿속에 코로나19에 대한 과도한 공포가 각인되어 있다. 한국 언론을 보고 있노라면 코로나19는 정녕 죽을 질병이다. 코로나19에 한번 걸렸다 하면 중요 신체 장기가 손상되거나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집단 면역은 절대 불가능하므로 각종 사교 모임을 자제하고 집에 얌전히 틀어박혀 백신을 기다리는 것이 상책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간 스웨덴은 유난히 전 세계 수많은 국가의 공격 대상이 되었다. 전 세계에서 거의 유래가 없는 락다운(lockdown)을 하지 않는 방식의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았고, 초등학교는 언제나 정상적으로 운영해왔다. 2020년 스웨덴 여름 해변의 풍경은 여느 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그림 1). 강력한 락다운이라는 방역 정책을 선택한 한국 또한 외신을 인용하며 스웨덴의 방역 실패를 비난하는데 한껏 열을 올렸다. 과연 국민에게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감을 심어주기에 급급했던 주류 언론의 호들갑이 사실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확인해보자.
집단 면역 타진의 결과, 스웨덴 상반기 사망자 150년 만에 최대
전 세계 언론은 스웨덴의 2020년 상반기 사망자 수가 1869년 대기근 후 150년 만에 최대라고 크게 떠들었지만,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류 언론들의 비아냥과는 전혀 상반되는 통계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1869년의 스웨덴 인구는 약 400만 명이었던 반면, 2020년의 스웨덴 인구는 1천만 명을 상회하고 있다. 인간은 불사신이 아니기에 총인구가 증가하면 사망자 수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인구 14억을 거느린 중국의 연간 사망자가 인구 5천만인 한국의 연간 사망자보다 많을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즉, 지난 150년간 스웨덴의 총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스웨덴의 연간 사망자 수는 반복적으로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코로나19의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총사망자 수(數)’ 보다는 ‘단위 인구당 사망자 수(數/인구 10만 명)’의 추이를 살펴야 한다. 그렇다면 언론의 호들갑에 잠깐 속았던 사람으로서는 당황스러운 결과를 마주하게 된다. 독감 시즌(11월~5월) 스웨덴의 단위 인구당 사망자 추이를 살펴보면 2020년의 사망자는 2015~2019년 평균치와 거의 다를 바 없다 (그림 2 (a)). 코로나19 사망자가 4월과 5월에 집중적으로 많이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해 월별 단위 인구당 사망자 추이를 살펴봐도 100만 명당 사망자는 최대 1021명에 불과하다(그림 2 (b)). 이 정도의 수치는 지난 수십 년간 누적된 기록과 대조해 보았을 때 특별히 높은 수준이 아니다. 스웨덴이 강력한 락다운 정책을 시행하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어야 한다는 주장은 그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수많은 다른 연도(1989년, 1994년, 1996년, 1997년, 2000년 등)에도 그런 정책을 펼쳐야 했다는 뜻인데, 이는 비상식적인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락다운이 정답이었는데… 스웨덴 내부 비판 제기
강력한 락다운을 시행하지 않아 스웨덴의 코로나19 사망자가 유난히 많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언론을 통하여 자주 소개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음과 같다. 2021년 3월 8일을 기준으로 100만 명당 누적 코로나19 사망자는 스웨덴 1287명, 유럽 연합(EU) 평균 1261명으로 대동소이하다. 스웨덴을 제외한 대부분의 EU 국가에서 강력한 락다운 조치를 취하고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기도 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락다운과 마스크의 효과가 무엇인지 의아해지는 대목이다.
북유럽 국가를 서로 비교하자면 스웨덴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서는 조지 메이슨 대학 다니엘 클라인(Daniel B. Klein)의 연구 ‘북유럽 국가 중 스웨덴의 코로나19 사망률이 높은 16가지 원인 (16 Possible Factors for Sweden’s High COVID Death Rate among the Nordics)’에서 설득력 있는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그중 핵심 원인은 스웨덴의 2019년 사망률이 예년보다 비정상적으로 낮았다는 점이다 (그림 3). 스웨덴의 2019년 사망률은 이전 5년 평균보다 2.5% 낮았던 반면, 노르웨이의 경우 이전 5년 평균과 거의 동일했고, 덴마크와 핀란드의 경우엔 오히려 1% 증가했다. 인간은 불멸의 존재가 아니기에 2019년의 낮은 사망률은 필연적으로 2020년의 높은 사망률을 일으킨다. 2020년의 스웨덴에는 2019년에 운 좋게 죽음을 피해간 사람들, 즉 죽음을 앞둔 노인들이 많았던 것이다. 스웨덴의 기대 수명은 82세인데 반해 코로나19 사망자의 평균 연령은 84세인 사실 또한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며 ‘코로나19는 위험한 질병이다’라는 믿음에도 심각한 도전을 제기한다.
코로나 사망률 1~3%
일부 기자들과 네티즌들은 ‘코로나 사망률이 2% 수준이므로 대한민국 5천만 명이 모두 감염된다면 약 100만 명이 사망할 것이다’라고 믿는 듯하다. 하지만 이는 대단히 큰 착각이다. 전 세계 코로나19 사망자 262만 명을 확진자 1억 1800만 명으로 나누면 코로나19의 사망률은 2.2%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계산된 2.2%라는 수치는 영어로 Case Fatality Rate(CFR)이라고 불리는 ‘확진자 사망률’이다. ‘확진자 사망률’의 맹점은 확진되지 않은 감염자들이 매우 많을 수 있음에도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이 무증상 감염이 많은 전염병의 경우에는 미 확진 감염자 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존스 홉킨스 의대 혹은 Our World in Data와 같이 데이터를 정확하게 다루는 기관에서는 제시하는 수치가 ‘확진자 사망률’임을 명시하기 위해 “Case-fatality”라고 표기하는 것이다. 반면, 한국인 대다수가 참고하는 네이버의 코로나19 현황판에서는 단순히 “사망률”이라고 표기하는 데 그친다. 많은 국민이 착각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질병의 실제 위험도를 나타내는 값은 Infection Fatality Rate(IFR), 즉 ‘감염자 사망률’이다. 그리고 전 세계 최고의 역학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코로나19의 ‘감염자 사망률’은 0.1~0.3% 정도에 불과하다. 그 중 몇 가지 연구결과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2020년 2월, 하버드 대학의 마크 립시치(Marc Lipsitch) 전염병학 교수는 코로나19의 증상이 매우 가볍거나 없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020년 4월에는 총 논문 인용 횟수가 30만회가 넘는 스탠퍼드 대학의 저명한 역학자 존 이오아니디스(John Ioannidis) 교수가 모집단 전원에 대한 감염 조사가 이루어진 다이아몬드 크루즈 유람선의 케이스를 바탕으로 코로나19의 ‘감염자 사망률’을 0.125% 정도로 추정했다. 2020년 10월, 세계보건기구(WHO)의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 마이클 라이언(Michael Ryan)은 전세계의 코로나19 감염자 수를 7억 5천만명으로 예상하며 ‘감염자 사망률’을 0.13% 수준으로 추정하였고, 존 이오아니디스 교수는 누적된 각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시 한번 ‘감염자 사망률’을 약 0.15~0.20%로 추산하기도 하였다. 존 이오아니디스 교수의 또 다른 흥미로운 연구 결과는 코로나19 사망률이 세계 평균보다 낮은 국가의 ‘감염자 사망률’을 0.09%로 추산한 점이다. 물론 한국도 여기에 포함된다. 또한 70대 이하의 ‘감염자 사망률’은 평균 0.03~0.04%로 추정하였다. 참고로 일반적인 독감의 ‘감염자 사망률’은 0.1%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결론
이 외에도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과대평가해 공포감을 조성하는데 기여한 언론과 정부의 수많은 오도가 있었다. 탈모, 심각한 폐 후유증, 정신질환 등이 코로나19의 일반적인 후유증인 것처럼 알려졌지만 이는 명백한 거짓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후유증은 극소수의 중증환자 일부에게 나타나는 증상일 뿐이다. 또한, 코로나19가 뇌에 침투해 위중증을 일으킨다거나 코로나19 감염자 10명 중 5명에게 심장질환이 발생한다는 등의 기사가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기도 했지만, 이는 논문을 잘못 번역해서 벌어진 해프닝으로 일단락되었다. 엄격한 락다운을 시행하지 않는다면 한국에서도 유럽과 미국처럼 사망자가 우후죽순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도 사실일 가능성이 희박하다. 타고난 유전자 덕분인지 유사한 바이러스에 대한 후천적인 면역력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혹은 비만 인구의 비율이 낮거나 평균 연령이 낮아서인지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아시아 국가들의 코로나19 사망률은 유럽 혹은 북미에 비해 현저히 낮게 나타나고 있다. 데이터가 쌓여갈수록 많은 전문가가 코로나19가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은 질병이라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한편, 한국과 같은 방식의 락다운은 사회 각계각층에 전방위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준다고 수많은 전문가가 입을 모아 경고하고 있다. 락다운의 또 다른 문제는 그 피해를 서민들이 떠맡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사회의 취약 계층은 실업과 불안정한 고용으로 인해 큰 위기에 처한 반면, 정부 관료들과 지식인층은 선의를 베푸는 양 고상한 말만 내뱉을 뿐 정작 자신들은 심각한 피해를 겪고 있지 않다. 일부 국민들이 자랑스러워하는 K-방역의 실체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모두 태우는 우스운 촌극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 방역은 어떤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먼저 국민이 과도한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정부와 언론이 균형 잡힌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또한, 전문가의 조언과 객관적인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전면적 락다운 대신 고위험군을 집중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작년 10월 저명한 의학 전문가들1)에 의해 발표된 후 1만명 이상의 의학 전문가들이 서명한 ‘그레이트 배링턴 선언문 (Great Barrington Declaration)’의 서두를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감염병 역학과 공중보건 전문가로서, 우리는 현재의 COVID-19 대응전략이 초래하는 신체적, 정신적 피해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으며 고위험군 집중 보호 전략으로 수정이 필요함을 제안하고자 한다. 정치적 입장에 관계없이 우리는 지금까지 사람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헌신적으로 일해왔다. 그러나 현재의 락다운 정책은 단기적 그리고 장기적으로 공공의 건강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친다. […]“
<sonbuforever@gmail.com>
1) 하버드 의과대학 Dr. Martin Kulldoff, 옥스퍼드 대학 Dr. Sunetra Gupta, 스탠퍼드 의과대학 Dr. Jay Bhattacharya가 작성하였고, 42명의 의과대학 교수 및 공중보건 과학자들이 공동 서명하였음. (https://gbdeclaration.org/)
글 | 손영광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전기연구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실력과 영성을 갖춘 다음 세대를 키워내고자 하는 비전을 가지고 트루스포럼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