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아가 다시 온다 한들…

메시아가 다시 온다 한들…

2021-01-21 0 By 월드뷰

월드뷰 JANUARY 2021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CULTURE & WORLD VIEW 3


글/ 남정욱(대한민국 문화예술인 공동대표)


넷플릭스(Netflix) 10부작 드라마 ‘메시아’


아무리 우호적으로 보려 해도 예수의 제자들은 그다지 지적이거나 현명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편협하고 이기적이었으며 상상력은 빈곤하고 최종적으로 지루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들은 도래할 왕국에 대한 안목이 부족했고 다만 그 왕국의 ‘자리’에만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이었다. 스승의 뜻을 끝까지 이해하지 못했고 심지어 툭하면 스승을 의심하는 바람에 예수는 예정에도 없던 이적(異蹟)을 보여 가며 제자들을 설득해야 했다. 그들 중 한 사람이라도 생각이 깊은 자가 있었다면 스승이 지상에 머무는 동안 최소한 이것만큼은 물었어야 했다. “주님이 다시 올 때 우리는 어떤 징표로 당신을 알아볼 수 있겠나이까?” 그리스도의 재림과 부활을 믿는 입장에서 인지 가능한 표식을 알려 달라 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없었다. 덕분에 우리는 다시 메시아가 온다고 해도 알아볼 방법이 없다. 메시아의 재림은 필경 혼란과 갈등을 불러올 따름이며 2천 년 전 그러했듯 자칫하면 그분을 다시 아버지께로 보내는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도 있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해 2020년 1월 1일에 공개한 10부작 드라마 ‘메시아’는 아마 대체로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작품일 것이다.

주인공인 이 남자는 시종일관 모호하고 때마다 불확실하다. 그래서 추종자들은 흔들리고 비판자들은 더 날을 세운다.

줄거리는 이렇다. 그분이 오셨다. 홀연히 나타나 수개월째 ISIL(Islamic State of Iraq and the Levant)이 장악한 다마스쿠스를 모래폭풍으로, 기적적으로 구해 낸 그는 알마시히(Al-masih, 아랍어로 메시아라는 뜻)라 불리며 순식간에 이슬람의 추종자들을 끌어모은다. 아랍에서 대중적 지지를 받는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CIA는 예민해진다. 언제 그가 테러리스트로 돌변하여 서구를 적으로 규정하며 추종자들에게 폭탄을 들려 보낼지 모르기 때문이다. CIA의 여성 요원 에바 겔러는 이 문제를 해결 혹은 확인하기 위해 이스라엘로 달려가고 이때부터 이야기는 스릴러로 장르를 갈아타며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알마시히라고 불리는 이 청년은 예루살렘 이슬람 지역에 있는 템플마운트(Temple Mount)에서 총 맞아 죽은 아이를 살리고, 미국으로 순간 이동해서 텍사스의 어느 시골동네에서 재정난에 허덕이는 침례교회 목사의 교회와 가족을 토네이도에서 구한다. 이후 추종자 차량을 이끌고 워싱턴에 들어와 물 위를 걷고 미국 대통령까지 만나 세계 주둔 미군을 철수시키라고 한다. 결국 체포되어 이스라엘로 추방당하던 중 비행기 폭발로 전원 사망하지만, 그는 탑승자 일부를 부활시키며 시리즈 1편이 끝난다.


그는 메시아인가 사기꾼인가


시즌1에서는 아직 그의 전 면모가 나타나지 않아 그가 메시아인지 사기꾼인지가 드러나지 않는다. 물론 성경에는 예수의 재림이 전 인류, 모든 민족이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는 형태로 이루어진다고 예언되어 있다. 또한 출생을 통한 그리스도의 임재는 초림 때 실현되었고, 재림은 “하늘로 가심을 본 그대로 오시리라”라고 되어있다. 그러나 대체 전 인류가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는 형태란 대체 또 무엇이란 말인가. 짠~하고 구름을 뚫고 내려오시기라도 해야 한다는 말인가. 몸에서 광채를 뿜어내며 바다에서 솟아올라야 한다는 말인가.

드라마가 사실이라면, 성상(聖像)을 통해 금발의 백인 남자를 메시아로 알고, 보고 자란 서구인들은 일단 당황할 수밖에 없다. 가무잡잡한 피부의 중동 남자가 메시아로 오는 순간 그동안 잊고 살았던 출생지에 따른 종(種)의 외형적 특질을 다시 떠올려야 하고 이미지를 수정해야 한다. 전 세계의 성화(聖畫)가 다 교체되어야 하고 예수를 그린 명화들의 대부분은 신성모독으로 폐기되어야 한다. 왜? 그것들은 그분의 진짜 모습이 아니니까. 한발 더 나아가 혹시라도 그가 서구 기독교 세계에 눌려 사는 아랍 세계를 해방시키겠다고 말하면, 그래서 유대인들의 나라 이스라엘은 당장 중동에서 짐을 싸고, 가자 지구(Gaza 地區)의 콘크리트 장벽을 허물라 하면 어떻게 될까. 현재의 모든 세계질서가 흔들릴 것이다. 예측 가능한 온갖 혼란이 밀려올 것이다. 우리의 일상도 마찬가지다.

드라마 속에서 종교 관련 수업을 진행하던 교수는 학생들에게 사막의 모래바람을 잠재우고 물 위를 걷는 이적이 펼쳐지는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다. 한 학생은 이렇게 대답한다. “너무 연극 같아서 와닿지 않아요. 그 사람 진짜라고 믿는 애들 없어요. 그저 수업 쨀 핑계로 삼는 거죠.” 또 한 학생은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저는 그 사람이 진짜일까 두려워요. 그러면 전부 다 때려치우고 그 사람을 숭배해야 하나요?”

그렇다. 메시아가 오는 이유를 우리의 영혼을 구원하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메시아가 재림하면 우리는 익숙한 현재의 일상을 다 포기하거나 버리고 종교 생활에 매진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메시아가 오시면 모든 창조질서가 회복된다. 학술 활동도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발견함으로 하나님을 찬양하게 되고, 예술은 반항을 멈추고 은총을 찬양할 것이다. 이사야가 예언한 바와 같이 사막에 강이 생기고 옥토가 되고, 이리와 어린 양이 함께 먹을 것이다.

죽었다 살아난 이스라엘 요원이 그의 손에 입을 맞추고 있다. 그 사람에게는 충분히 감동적이고 행복한 순간이다. 그러나 이게 70억 인류 모두에게 해당되는 상황이 된다면?

드라마에 대한 비평을 쓴 어떤 신학자는 주인공이 가짜 메시아라는 것을 밝히려고 노력했다. 네스토리우스와 칼케돈 공의회가 동원되었고 정확한 성경 지식을 통해 거짓 선지자와 적그리스도에 미혹되지 않는 재림 신앙을 확립해야 한다는 교훈까지 팁으로 주었다.

그러나 그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이 드라마는 우리는 그분이 다시 올 때 알아볼 수 있는가? 그리고 구원받을 준비는 되어있는가를 묻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심판과 구원의 날을 믿으면서도 속으로는 그 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메시아의 재림은 유보되어 있을 때 소망이고 아름답지만 현실로 다가올 때는 참 어색하고 불편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이 외에도 드라마에는 많은 질문이 숨어 있다. 자문하고 생각하고 답을 하는 동안 10부작 아홉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간다. 재미있다는 말이다. 시리즈2가 예고되어 있었지만, 넷플릭스는 코로나사태를 이유로 시리즈2를 취소했는데, 드라마의 인기를 감안할 때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다. 이에 대해서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시즌5까지 준비를 했고, 코로나 펜데믹으로 제작 중단될 당시 이미 시즌 4 작업을 하고 있다는 등의 소문이 있었다. 아마 만드는 사람들도 은근히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collecter1@naver.com>


글 | 남정욱

작가이며 출판, 영화, 방송 등 문화 부문에서 오랫동안 일했고, 숭실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저서로는 <편견에 도전하는 한국사>, <결혼>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