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한국 민주정치가 퇴보한 해, 법치주의가 위협을 받은 해

[2020] 한국 민주정치가 퇴보한 해, 법치주의가 위협을 받은 해

2020-12-16 0 By 월드뷰

월드뷰 DECEMBER 2020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14


한국 민주정치가 퇴보한 해


2020년 한 해 일어난 일 중 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한 사건을 꼽는다면,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여당 압승, 야당 참패로 끝난 일을 들 수 있다. 그 선거의 결과가 이후 한국 정치의 특성과 풍향을 틀 짓는 데 큰 영향을 끼치는 배경적 토대로 작용하고 있는 점에서 실로 중요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총선은 여러 면에서 한국 민주정치의 성장 발전에 명운(明雲)보다는 그 반대의 양상을 드리우게 하는 점에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첫 번째로, 오랜 연구와 심사숙고의 과정 없이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짧은 기간에 단지 의석수의 힘으로 밀어붙여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변경 실시한 점, 그리고 그로 인해 기형적 정당제도가 등장한 일을 들 수 있다. 집권여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복잡한 내용과 취지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공감대 형성 노력 없이, 단지 원내교섭단체 구성의 꿈을 이루려는 정의당의 당파적 계략을 수용하여, 필요 시 그 당을 원군(援軍)으로 활용하려는 심산으로 그 제도를 졸속 도입했다. 이번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 실시됐으나, 여야 양대 정당의 급조된 위성정당의 등장으로 인해 정작 정의당은 아무 소득도 얻은 것이 없다. 급조 위성정당의 의원 후보들에 대한 자질검증 등도 제대로 안 된 채 선거가 치러짐으로써, 정도(正道)와 상궤를 벗어난 언행 등으로 국민적 공분을 사거나 하자(瑕疵) 있는 인물 등이 국민대표로 의정 단상에 서는 일이 현실이 되었다.

두 번째로, 이번 선거결과로 인해 나타나는 의회정치의 구조, 기능 및 정치인들 행태 등에서 한국 민주정치가 성숙발전 방향이 아닌 다른 길로 나아가고 있는 점이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은 180석을 얻어 압도적 대승을 거둔 반면, 제1야당은 103석을 얻는 데 그쳤다. 야당으로선 개헌저지선인 100석 이상 획득에는 성공했지만, 여당의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법안 신속상정을 막을 수 있는 120석 확보에 실패함으로써, 거대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무슨 법이든 통과시킬 수 있는 의회구조가 되었다. 사실 집권세력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과정에서 빚어진 논란과 검증 안 된 소득주도성장론 고수로 인한 최저임금 논란 그리고 부동산정책, 취업난 등 경제정책 성과 부진으로 국정 지지도에 대한 중도층, 청년층 등의 지지 이탈 조짐이 보이면서 총선승리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결국 4.15 총선은 여당 압승, 야당 참패로 끝났다.

여하튼 이런 결과가 민주정치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권 정치인들이 궤변과 허언으로 일관하며, 품위 없는 언사와 논리로 많은 국민의 심기를 어지럽히는 언행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 오늘 한국 정치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국민과 역사를 의식하며 국가장래를 심려(深慮)하는 모습보다는 자기 진영 지지층의 향배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반응하며, 진영논리와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하는 모습을 보이는 여권 정치인들의 오불관언(吾不關焉)의 행태는 총선 결과 국회 내 절대다수 세력을 확보한 데 따른 오만과 오기의 발동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2021년 새해에는 대화와 토론을 통한 소통과 타협, 화합과 협력을 통한 상생과 공존, 그런 토대 위에서 경쟁과 발전을 이뤄가는 성숙 발전된 한국 정치의 모습이 되어 국민 뇌리에 각인되기를 기대해 본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에게서 겸손과 겸양으로 상호존중 화합 협력하는 가운데 나라의 품격을 높이는 통합의 리더십을 자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런 변화가 시작되기 위해서는, 구약시대에 하나님을 모르던 페르샤의 고레스 왕에게 하나님의 권능이 임하여, 그가 유대 백성이 믿는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알고, 유대 백성들을 그들의 고토(故土)로 돌아가도록 명하게 하셨던 것처럼, 하나님의 권능이 오늘 이 땅의 정치인들에게 강권적으로 역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를 위해 기도하는 예수님의 제자들이 더욱 많이 필요하다.

<baekkhu@gmail.com>


글 | 백승현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이고,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학교에서 서양정치사상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저서로 <서양정치사상: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서양정치사상: 중세>, <서양정치사상: 근대초기> 등이 있다.


법치주의가 위협을 받은 해


후일에 법의 분야에서 2020년을 말한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법치주의가 위협을 받은 해라고 말할 것이다. 우리는 코로나 시대라는 위기를 맞이하여 개인의 자유가 억압되고 법치주의의 이념이 극도로 훼손되고 있음을 경험하고 있다. 그 실례가 코로나 방역과 관련한 교회에 대한 정부의 조치들이다. 정부는 마치 교회가 코로나의 진원지인 것처럼 몰아세우고 대면 예배를 금지하면서 예배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라도 교회가 예배를 금지하는 것은 법치주의가 확립된 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독재국가나 할 수 있는 발상이다. 물론 정부는 방역을 위하여 일정 장소에 모이는 수를 제한할 수는 있겠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예배를 대면 또는 비대면으로 하라는 식의 규제는 할 수 없다. 문제는 법치주의의 훼손이 법의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주의는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에서 유래되었고, 그리스는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그들보다 군사력이 10배가 넘는 페르시아를 맞이하여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다수결의 원리에 의하여 다수가 전체의 의사를 결정하고, 자연스럽게 누가 다수를 차지할 것인지 관심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하여 정치는 다수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으로 변질되었고, 다수의 인기에 영합하기 위한 정책이 양산되어 중우정치로 빠졌다.

근대에 와서 민주주의를 복원한 미국 헌법의 제정자들은 그리스 민주주의의 이런 약점을 간파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다수에 의하더라도 절대로 변경할 수 없는 권리와 법적 절차에 관한 원칙을 헌법에 담았고, 우리는 이것을 법의 지배라고 부르고, 우리나라와 같은 대륙법계에 속한 국가에서는 법치주의라고 부른다. 미국은 바로 이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를 바탕으로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회를 만들어 불과 건국 100년 만에 세계 일류 국가로 등장하였고, 20세기에 이르러서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강국이 되어 지금까지 유일한 패권 국가로 남아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나 법의 지배에 관한 경험이 일천하기 때문에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이해하지 못한다. 지금 정부와 여당은 거의 2/3에 해당하는 국회 의석을 차지하고 있고, 이미 법원과 헌법재판소를 자신들과 이념을 같이 하는 사람들로 채웠고, 이런 힘을 바탕으로 거침없이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과 조치를 양산하고 있지만, 대부분 국민은 여기에 대하여 무감각하다. 이미 4차례에 걸쳐 감염병예방법을 개정하여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예배를 폐하는 것뿐만 아니라 교회 자체를 폐쇄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어디 이것이 교회만의 문제이겠는가?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회로부터 감사를 받는 자리에서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사람을 살인자로 내모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 모든 것이 법의 이름으로 법을 짓밟고 있어 법치주의가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늘날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법의 지배가 극도로 침해되는 이 사태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법의 지배가 확립되기 위해서는 먼저 법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법의 지배에서 법은 국회에서 제정하는 실정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실정법은 언제나 당파나 이해관계자들의 영향력에 의하여 제정될 수밖에 없다. 법의 지배에 있어서 법은 실정법을 초월하여 실정법에서의 법을 지도하고 제한하는 정의를 말한다. 그리고 그 정의는 하나님이 제정하고 유지하신다는 신념에서 확립되어 진다. 이러한 정의를 자연법, 도덕법, higher law라고도 부른다. 그것을 어떻게 부르던 정의는 하나님의 의지에 그 바탕을 둔다. 오늘날 법의 지배가 흔들리는 이유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의지를 제외하고 다른 곳에서 정의의 원천을 찾으려고 하기 때문이고, 그런 시도는 언제나 실패로 돌아간다. 이제 우리는 진정한 법의 원천을 찾아서 그것을 굳게 지켜나가야 할 때이다.

<prots59@naver.com>


글 | 심동섭

고려대학교 법대를 졸업하였으며, 신학박사이다. 수원지방검찰청 부장검사, 민영 소망교도소장, 중앙대법대 겸임교수를 역임하였다. 현재 양병교회 담임목사, 법무법인 로고스 파트너 변호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