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보건법 개정안의 문제점에 대하여

모자보건법 개정안의 문제점에 대하여

2020-12-05 0 By 월드뷰

월드뷰 DECEMBER 2020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3


글/ 연취현(연취현 법률사무소 변호사)


1. 들어가며


낙태죄 입법 시한이 올해 말까지이다. 작년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후속 입법안은 최소한 임신 후 일정한 기간 내에서의 낙태가 무제한 허용되게 될 것이고,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가 어떤 형태로든 인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은 헌법재판소 결정문에서 언급한 헌법불합치 사유와 직결되기 때문인데, 이 중에서 낙태 허용 기간이나 사유에 대한 부분은 일부 형법의 개정으로 정리되어야 할 부분이다. 형법 개정안이 상징적인 의미만을 지니는 데 비해 모자보건법은 낙태에 대한 기준이나 허용되는 조건을 규정한다. 그러므로 형법 개정안에 비해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실질적인 낙태 확대 여부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이 글에서는 보건복지부에서 입법 예고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서 살펴보면서 (현재 정해진 한계 내에서) 최대한 태아를 보호하고, 생명윤리를 지켜낼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한다.


2. 모자보건법 개정 법률안의 문제점


1) 약물 낙태 시술에 대한 절차 미비의 문제

개정안은 인공 임신 중절에 대한 정의를 규정하며 약물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이 추가되었는데, 문제는 법안에 약물 낙태에 대한 세부 규정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약물 낙태가 생각만큼 단순하고 손쉬운 것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 충분히 알리지도 않은 채 법안에 삽입해, 약물에 의한 낙태가 위험하지 않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특히 낙태 약물이 허용되려면 국내 임상과 약사법에 따른 절차 등을 진행하기 위한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고민 없이 바로 약물에 의한 낙태가 가능하다는 인식을 사회 전반에 확산시키는 것은 인공 임신 중절 약물의 남용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재고되어야 한다.


2) 상담기관 및 절차의 문제

이번 법률의 특징은 해외 입법 사례를 반영하여 일정한 기관의 상담을 받아 확인서가 있으면 낙태할 수 있도록 정한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서 ‘임신·출산 종합상담기관’을 설립하고, 이 기관을 지방과 민간에까지 확대할 수 있는 근거 조항까지 상세하게 규정하였다. 정부가 규정한 방식대로 운영된다면 이 기관은 임신 종결(엄밀한 의미해서 “낙태”이다) 여부와 피임을 교육하기 위한 전담기구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런데 이 기관을 확대하기 위한 규정은 상세하게 만들면서 정작 필요한 이 기관의 설립 목적이나 임신의 유지 여부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담의 내용 및 절차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게다가 이미 모자보건법상 ‘모자보건기구’가 있는데, 굳이 별도의 기관이 새로 설립되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보건복지부의 설명이 없다.

또한 이 기관에서 근무할 상담원의 자격을 특정하지 않고 있어 범죄자만 아니면 일반인이라도 상담할 수 있고, 성범죄 전과가 있어도 일정 기간만 지나면 상담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또한 법안 개정 이후에는 상담이 필요한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가 늘어날 것이 예상되는데, 상담 절차에서 낙태의 자유와 낙태를 선택한 이들에 대한 비밀보장에만 치중한다면, 상담은 결국 낙태를 위한 형식적 절차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낙태죄 폐지론자들은 이미 형식적인 상담 절차를 폐지하라고 더욱 크게 외치게 된다.


3) 미성년자 시술에 있어서 동의 거부 시 문제

개정안 제14조의 2(인공 임신 중절에 관한 의사의 설명 의무 등)에 의하면 만 16세 이상의 미성년자가 법정 대리인의 동의 받기를 거부하는 등 불가피한 경우에는 상담사실 확인서만으로 시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법상 만 14세 이하는 책임 능력이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최근 미성년자의 범죄가 점차 늘어나고, 범죄의 양상도 계획적인 강력 범죄가 범해지고 있어 형사 미성년자를 축소하자는 논의가 생기고 있다. 그런데 이번 법에서는 반대로 16세 미만자의 경우 낙태죄를 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부모님의 동의를 받기 원하지 않는 미성년자는(임신을 부모님께 알리고 싶은 미성년 아이들이 있을까?) 앞서 언급한 대로 정부법률안에 따르면 상담기관에서 상담을 받으면 낙태가 가능한데, 청소년 보호라는 미명하에 국가가 청소년들에게 “낙태를 너는 혼자서 해결할 수 있어!!”라며 “부모님께 너의 어려움을 알리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것은 합법의 이름을 단, 검은 손이 아닌지 의문이다. 물론 부모의 보호를 받기 어려운 자녀들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청소년이나 미성년자들을 진정으로 보호하는 길은 형식적인 합법화 절차 대신 아이들을 보호해 줄 기관과 방법을 더욱 고민하여야 함에도 애석하게도 이번 법률안에서는 이러한 고심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4) 수술 거부 의사에 대한 정보 제공 의무 부과의 문제

힘든 의학 공부를 마치고 고생스러운 산부인과를 택하는 많은 의사는 생명의 신비를 소중하게 여기고, 산모와 태아를 지켜내기 위해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몰랐으면 모를까, 알고는 낙태 수술을 할 수 없다는 의사들을 종종 만난다. 이러한 의사들 덕분에 우리나라 난임 치료가 세계적인 수준에 달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이번 법안에서는 의사들이 수술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만, 낙태 수술을 거부하는 의사들에게 직접 수술을 하지는 않아도 낙태를 원하는 여성들에게 상담기관을 소개해 줄 의무를 부과하고 있어 문제다. 임신 중절에 관한 정보를 국민에게 알릴 의무는 국가의 의무인데 이를 일선 의사에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 이것은 오히려 임신 중절을 반대하는 의사의 양심과 신념을 침해하는 것이다. 해외 사례와 같이 낙태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의 신청을 미리 받아 수술 병원을 지정해두고, 해당 병원에 방문하는 경우에는 임신 유지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낙태를 위한 것인지를 검진 목적란에 기재하게 한다면 검진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위험(실제로 임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을 방문했던 산모가 간호사의 과실로 낙태 시술을 받게 되는 사례가 있었다)과 불편을 피할 수 있다. 낙태를 권리라고 주장하며,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의사에게 낙태를 요청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이것을 권리화하고 더 많은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가에서 권장하는 다자녀 임산부 역시, 병원에서 낙태 의사 여부를 확인받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생명을 죽이는 선택을 하는 자들을 이 사회에서, 의사의 양심의 자유를 제한시켜가면서 특별히 더욱 보호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


3. 맺는말: 낙태 합법화 이후에 대하여


낙태 합법화 이후에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지에 대해서 예측해 본 적이 있는가? 지금까지 음성적으로 시행되어 온 낙태가 양성화되는 것 이외에는 달라지는 것이 없을까?

절대 아니다! 낙태 합법화를 주장하는 자들은 이미 낙태권을 주장하고 있다. 낙태법이 통과되면 낙태할 권리는 법으로 보호받게 된다. 결국 출산을 강요받아서도 안 되고, 심지어 미성년자라고 하더라도 자기 스스로 낙태를 결정할 수 있고, 종교적인 이유로 낙태를 하지 않도록 이야기하는 것은 낙태를 결정하는 사람에게 심리적 불편을 끼치므로 차별에 해당하게 된다. 또한 학교는 아이들에게 성교육과 동시에 피임과 낙태에 대해 구체적으로 교육하고, 청소년이나 미성년자들의 낙태는 법으로 보장될 것이다(실제 해외에서는 이런 교육이 법으로 의무화되어 있다).

낙태 허용에 대해 걱정해야 할 것은 우리 사회가 생명을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과 보호할 가치가 없는 것으로 나누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하나님이 지으신 생명에 하나라도 보호할 가치가 없는 것이 있을까? 하나님 앞에서 내 생명이 더 보호받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루속히 그나마 좋은 대안 입법이 나와 주기를,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러한 흐름이 멈추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ychuih@hanmail.net>


글 | 연취현

2005년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평범한 개인 변호사로 생활하던 중 뒤늦게 하나님을 만났다. 최근, 하나님이 지으신 생명을 하나라도 더 지키라는 부르심을 받고 행동하는 프로라이프의 법률적 문제 해결에 전념하고 있다. 복음법률가회 소속이며, 국내외 의료 선교를 지원하는 보아스사회공헌재단의 자문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남편과 두 딸을 섬기는 워킹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