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에 관한 단상

통일에 관한 단상

2020-10-17 0 By 월드뷰

월드뷰 OCTOBER 2020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BIBLE & WORLD VIEW 1


글/ 이상원(총신대 신학대학원 교수)


연대를 정하시며 거주의 경계를 한정하신 하나님


인류의 모든 족속을 한 혈통으로 만드사 온 땅에 살게 하시고 그들의 연대를 정하시며 거주의 경계를 한정하셨으니(행 17:26).

사도행전 17장 26절은 하나님이 인류의 모든 족속을 온 땅에 살게 하시되 그들의 연대를 정하시며 거주의 경계를 한정하셨다고 말한다. 인류가 지구상의 전 지역에 퍼져서 사는 것은 하나님이 정해주신 것이다. 본문은 이 섭리의 내용을 그다음 구절에서 구체적으로 밝힌다. 그 내용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하나님이 사람의 연한 곧, 수명을 정해주셨다는 것이다(“인명은 재천”). 동시에 하나님은 “거주의 경계”도 한정해 주셨다. “거주의 경계”는 일정한 영토를 지닌 국가를 뜻한다. 국가의 경계를 한정해 주시는 것은 하나님이며, 일정한 국가 안에 살게 되는 것도 하나님의 뜻이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 나의 뜻과는 상관없이 어느 한 나라의 시민으로 태어난다. 다른 나라로 이주해 갈 수는 있으나 이 이주는 일생일대의 모험이다. 오늘날처럼 국제적인 교류가 쉬워진 시대에도 다른 나라로 이민을 하는 것은 결정적인 삶의 방향 전환이 없는 한 대부분 사람에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국가의 경계가 바뀌는 것도 하나님의 뜻이며, 국가의 존망을 결정하는 것도 하나님의 뜻이다. 국가 간에 일어나는 전쟁은 하나님의 섭리와 뜻에 따라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의 과제 남북통일


남북통일은 남북분단 이후 한국인들이 성취해야 할 최대의 과제와 부담이 되었다. 남북분단은 많은 국민에게 이산의 아픔을 안겨 주었으며, 같은 민족을 정치·경제적인 경쟁에 몰아넣음으로써 엄청난 국력의 소모를 초래했고, 북한 주민들을 가공할 만한 비인간적이고 왕조적인 독재정권의 지배하에 가두었다. 2,000만 명이나 되는 민족 구성원들을 이 가공할 만한 독재정권으로부터 해방하는 일은 우리에게 주어진 절대 과제다.

통일이 절대 과제라는 말은 통일을 일구어내는 일이 지난(至難)하다는 것을 이미 암시한다. 자국 이익을 추구하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의 정치·경제적인 복합적인 관계 때문에도 통일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통일을 결정적으로 가로막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통일 문제는 하나님의 계시에 근거하는 구속사적 해석에 주목하지 않으면 그 실타래를 풀 수 없다. 이 말은 “국가의 경계를 바꾸는” 것은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요나가 탄 배의 운명이 요나가 타기 전에는 기독교인들을 향한 하나님의 뜻과 무관했으나 기독교인인 요나가 탄 후에는 요나를 향한 하나님의 뜻에 따라서 좌우되었고(욘 1장), 바울이 탄 배의 운명이 바울이 타기 전에는 기독교인들을 향한 하나님의 뜻과 무관했으나 바울이 탄 후에는 바울을 향한 하나님의 뜻에 좌우된 것처럼(행 27장), 우리나라에 기독교인들이 존재하기 이전에는 우리나라의 운명이 기독교인들을 향한 하나님의 뜻과 무관하게 결정되었으나 기독교인들이 존재하기 시작한 이후에는 기독교인들을 향한 하나님의 뜻에 전적으로 좌우된다.


유다와 이스라엘의 남북 분열


남북 분단의 문제를 생각할 때 우리가 비교해 볼 수 있는 사건은 유다와 이스라엘의 남북 분열이다. 이스라엘 분열의 직접적인 원인은 정치적인 것이었다. 솔로몬 왕은 예루살렘성을 건축하는 과정에서 백성들을 너무 많이 힘들게 했다. 솔로몬의 사후에 이스라엘 백성들의 원성이 높음을 간파한 노련한 노인 대신들이 백성들의 멍에를 가볍게 해 줄 것을 간청했으나, 르호보암과 함께 자란 정치 경험이 없는 미숙한 젊은 대신들은 백성들을 더 강하게 압박할 것을 주문했다. 르호보암이 젊은 대신들의 정책을 받아들이자 유아와 베냐민 지파를 제외한 북쪽 10지파가 여로보암을 따라서 따로 왕국을 세움으로써 이스라엘은 북왕국 이스라엘과 남왕국 유다로 분열되었다. 10개 지파가 분열에 동참했다는 것은 분열의 정치적 대의가 정당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하나님도 이 분열을 허용하셨다. 같은 하나님을 믿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같은 혈통을 가진 백성들이 분열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이 끝내 남왕국과 북왕국을 통일시키지 않으신 채 이스라엘의 왕조가 종말을 맞이하도록 하셨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 원인이 무엇일까? 남왕국 유다와 북왕국 이스라엘이 모두 정치·경제적 정의를 행하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선지자들의 질책을 피해 가지 못했다. 다만 불의한 통치가 계속되면서도 간간이 개혁하는 선한 왕들이 나왔던 남왕국 유다와는 달리 북왕국에서는 제대로 된 의로운 개혁가가 한 명도 등장하지 않았다는 정도의 차이는 있었다. 그러나 정치·경제적 불의는 두 왕국이 정도의 차이는 있었어도 함께 범한 죄이기 때문에 남왕국과 북왕국의 통일을 방해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남왕국에는 없었으나 북왕국에는 있었던 한 가지 결정적인 죄가 남북의 통일을 항구적으로 불가능하게 했다. 그것은 여로보암이 사마리아에 금송아지상을 세운 사건이었다. 금송아지상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세가 하나님의 계명을 받으러 시내산으로 올라간 후에 내려오지 않자 모세를 대신하여 자신들을 인도할 가시적인 신적 존재로 세운 상으로서, 여호와 하나님과 애굽의 우상이 통합된 신상이었다. 여로보암이 사마리아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 세운 것과 동일한 신상을 세운 의도는 철저하게 정치적인 것이었다. 여로보암은 북왕국 백성들이 제사를 드리기 위하여 남왕국 지경에 있는 예루살렘으로 내려가다 보면 남왕국으로 마음이 기울어져 왕권이 위태로워질 것을 우려했다. 여로보암이 백성들이 예루살렘에 내려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예루살렘 제사를 대체할 제단으로 세운 것이 금송아지상이었다.

금송아지상에 대한 하나님의 반응은 어떤 것이었는가? 하나님은 출애굽 당시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금송아지상을 세웠을 때 여호와 편에 선 자들과 금송아지 편에 선 자들을 철저하게 분리하신 후에 금송아지 편에 선 자들을 칼로 죽임으로써 두 그룹이 결코 통합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셨다(출 32:25-29). 하나님의 방침은 금송아지상을 숭배하는 것으로부터 돌이키지 않은 북왕국 이스라엘을 남왕국 유다와 끝내 통일시키시지 않고 두 왕국을 모두 멸망하게 하신 것으로 재차 나타났다. 이 같은 하나님의 조치가 우리의 남북 분단 문제를 생각할 때 주는 교훈이 있지 않을까?


통일에 대한 바른 이해


약사가 처방할 때 환자를 살리려는 좋은 의도가 있다 하더라도 약의 성분에 대한 바른 이해가 없으면, 환자에게 치명적인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것처럼, 통일을 이루려고 하는 열심이 지나쳐서 경제적, 정치적, 종교적 실상을 냉정하게 들여다보지 못하고 낭만적인 혹은 이념적인 관념에 치중하여 어설픈 통일정책을 추구하는 것은 선한 의도와는 달리 국가에 중대한 해악을 초래할 수 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볼 때 남북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독일의 통일이 가능했던 것은 당시 서독이 소련군 철군 비용으로 요구한 5백억 달러를 국내금융자산으로 현금 지급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00년대의 5백억 달러는 오늘날 비용으로 환산하면 몇 배 이상 높은 금액이 된다. 그러나 대한민국에는 통일에 드는 비용을 현금 조달할 재원이 없다. 수출을 통하여 외환을 어느 정도 벌어들인 것은 사실이지만,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외채의 부담도 동시에 안고 있어서 실제로는 현금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경제는 하루 벌어서 일당을 받고 하루 사는 취약한 구조로 되어 있다. 어디서 통일비용을 끌어 올 것인가?

정치적인 관점에서 볼 때 남북이 통일하는 첫 단계는 경제적 통합을 염두에 두고 남한과 북한이 미국 연방정부와 같은 일종의 느슨한 정치체제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연방은 헌법적 민주주의를 공통된 정치철학으로 삼는 국가들 사이에 가능한 것일 뿐, 정치철학이 전혀 다른 두 정치체제 곧, 북한의 왕조적이고 병적이고 독재적인 공산주의 체제와 남한의 헌법적 자유민주주의 체제 사이에는 불가능한 것이다. 무리하게 연방의회를 구성하는 경우 북한의 공산당과 남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동조세력이 연합하면 남한의 절반 정도를 점유하는 자유민주주의 세력이 1/4밖에 안 되어 표 대결에서 이길 수가 없으며, 결국 북측의 의도대로 끌려가게 된다. 게다가 평범한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남한의 정치 지도부가 정치공작과 선동 및 선전에 능수능란한 북한의 정치 엘리트들을 이길 수 없다.

그런데 이와 같은 정치·경제적인 사유보다 더 근원적인 문제는 북한의 사회구조가 김일성 일가를 교주로 떠받드는 사교(邪敎) 집단으로서 일종의 반기독교적인 우상숭배체제라는 데 있다. 평양에는 사교 집단의 수괴인 김일성 부자의 어마어마한 크기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이들을 숭배하는 신전인 금수산 태양궁전이 있으며, 경전인 주체사상이 있다. 북한이라는 정치집단은 금송아지를 세운 무리나 신천지나 안상홍 증인회나 통일교를 월등히 능가하는 악랄하고 독신적(瀆神的)인 사교 집단이다. 정통교회가 신천지나 통일교 집단과 하나로 통합될 수 없고, 하나님이 금송아지 숭배로 인하여 하나님의 백성을 영구적으로 분열시켜 버린 것처럼, 김일성 부자의 신격화와 숭배가 존치된 상태에서 대한민국과 북한의 통합을 추진해서는 안 되며, 하나님도 허용하지 않으실 것이다.

우리는 북한체제의 이와 같은 우상 숭배적이고 신성모독적인 종교적 차원을 간과하고 낭만적이고 어설픈 정치·경제적 통일을 무리하게 추진해서는 안 된다. 그런 무리한 추진은 대한민국을 예측 불가능한 파국으로 몰아갈 수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은 무리하고 나이브한 통일을 추진하기보다는 북한의 재복음화, 신앙의 자유를 허용하는 민주적인 정부로의 자체변혁, 북한교회의 자생적 부활 그리고 자체 안에서의 김일성 부자 우상숭배에 대한 자생적 비판이 선행되도록 기도해야 한다. 그 후에 통일의 때를 하나님이 허락하시도록 간구해야 한다.

<swlee7739@hanmail.net>


글 | 이상원

총신대학교 신학과(B.A.), 동 신학대학원(M.Div.), 미국 웨스트민스트 신학교(Th. M.), 네덜란드 캄펜 신학대학교(Th. D.)에서 수학했다. 미국 보스턴 대학교와 네덜란드 우트레히트 대학교에서도 공부했다. 현재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기독교윤리학/조직신학 교수로 있으며,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대표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