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미중 무역전쟁의 인사이트를 위한 책갈피
2020-10-11
월드뷰 10 DECEMBER 2020●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COVER STORY |
책읽는사자 (유튜버, 사자그라운드 대표)
예수로 분석, 예수로 해석
기독교 세계관으로 세상을 읽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성경을 사실로 믿는 사람의 특성을 메타 인지적으로 세 가지만 나열하면 첫째, 이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또 어떻게 마무리가 될 것이라는 정보를 미리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둘째, 사람은 그저 우연과 시간이 만들어낸 물질 덩어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존재이며 사람은 ‘하나님의 은혜’ 또는 ‘사탄의 미혹’이라는 외부적 에너지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사람들이다. 마지막 셋째, (아브라함 카이퍼의 기념비적 ‘영역 주권’ 선언에 의거하여) 개인 또는 공동체의 대립과 충돌의 본질적 요인을 ‘예수 그리스도’ 중심으로 해석한다. 하나님은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 주시어 이 세상 크고 작은 모든 만물의 주인은 예수 그리스도이시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사람을 세 종류로 분류할 수 있겠다. 하나는 기독교 세계관을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까지 그대로 인정하고 적용하는 ‘신앙과 생활이 합일된 크리스천 지성인’, 다른 하나는 기독교 세계관을 알기는 아나 무신론, 유물론 프레임이 주류가 된 사회에서는 복음 논리에 적당히 거리를 두는 ‘신앙과 생활이 분리된 크리스천 지식인’, 마지막 하나는 ‘기독교 세계관을 전혀 인정하지 않거나 모르고 있는 지식인’이다. 우리는 당연히 첫 번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앞으로 살펴볼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중차대한 사안뿐 아니라 어느 책, 어느 영화, 어느 기사를 보건 마찬가지다. 전문성이 곧 옳음을 의미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글을 쓰기 위해 미중 전쟁과 관련된 책을 총 네 권을 구입했다. 하나는 미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에 대한 특성을 통해 미중 전쟁을 설명하는 책이었고, 하나는 전 목회자 출신 현 국내 대표적인 미래예측학자 중 하나인 최윤식 작가가 쓴 책, 나머지 둘은 <미중전쟁의 승자,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책들의 정원)>라는 책이다. 동일 출판사에서 이 책을 ‘미국편’, ‘중국편’으로 나눠 각각의 전문가들이 집필했다.
첫 번째 책은 가독성도 떨어지고 내용이 빈약해 제외했으며, 두 번째 책은 2년 전에 출간된 책이라 코로나19까지 덮친 현 국제기류에 대한 시의성을 담는 데 한계가 있을까 하여 제외했다. 나머지 두 책 중,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떤 신앙적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을 알고 있기에 ‘중국편’이 아닌, ‘미국편’을 택했다. 이 책의 작가 ‘최병일’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 예일대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하여 미국과 중국의 대립에 관한 강의를 하기도 했다. 이 책 역시 초판은 2019년이지만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한 프롤로그가 삽입된 개정증보판이 2020년 5월 30일에 나왔다.
물론 기독교 세계관으로 세상을 읽는 신앙인으로서 본질적인 아쉬움이 짙은 부분이 있으나 그럼에도 현재 ‘미중 무역전쟁’에 관한 국내 서적 중 독자들이 유익하게 읽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다. 우리는 국제협상, 국제통상 전문가가 바라본 미중 무역전쟁을 공부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 책을 예수로 분석하고 예수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확증편향을 피하려는 확증편향?
개정증보판 서문에서 작가는 코로나19를 언급한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 2018년 시작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20년 1월 15일 극적으로 ‘1단계 합의(Phase 1 Agreement)’에 서명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블랙스완효과(black swan effect)’를 일으켜 겨우 잠잠해졌던 미중 관계는 다시 악화됐다. ‘코로나 진원지’를 두고 SNS, 공식 성명 할 것 없이 서로를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이뿐 아니다. 2020년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고 미국은 2020년 11월 대선을 치른다. 트럼프와 시진핑이 처한 국내 정세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더불어 ‘홍콩 민주화 시위’라는 뜨거운 감자까지 등장했으니 미네르바의 부엉이조차 언제 날아올라야 할지 그 타이밍도 못 맞추고 날개만 퍼덕이고 있는 꼴이다.
작가는 말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미중 무역전쟁 ‘제2막’이 열렸다고. 또한, 당연한 말이겠으나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을 보기 위해서는 무역전쟁, 기술전쟁, 패권경쟁을 입체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가진 이념에 집착하지 말라고도 말한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미중 무역전쟁을 패권경쟁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미국 국내 분석에 대한 논거가 빈약하다는 점이다. 특히, 트럼프를 분석하는 방식은 미국 국내 좌편향 언론사에서 읊어 대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며, 이로 인하여 당연히 미국 국내 정세에 대한 해석 역시 깊거나 세밀하지 못하다. 미국과 중국의 충돌은 문명의 충돌, 이념의 충돌인데 작가 스스로 이념의 본질과 그 여파를 간과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조금 순박하다 느껴진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미중 전쟁은 한국의 생존과 번영이 걸려 있는 문제(11)”이며 “미중 전쟁의 핵심은 지금까지 분리해 왔던, 분리해도 괜찮다고 여겼던, 생존과 번영의 문제가 서로 얽혀있다는 것(11)”을 주장하는 현실 인식이다. (그러나 생존이 걸려 있다는 걸 알면서 이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단순한 접근 방식을 따른다는 것은 아이러니하고도 아쉬운 부분이다. 자칫 이념적 논거가 지적으로 촌스럽고 고리타분하게 느껴진다고 생각하는 ‘요즘 지식인’들의 ‘확증편향을 벗어나려는 확증편향’이 만들어 낸 공허한 메아리가 아닐까?)
전문적인 정보 그리고 콘텍스트
저자는 미중 갈등을 설명하기 위해 2001년 중국의 WTO(World Trade Organization, 세계무역기구) 가입 확정 당시 상황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인이 꼽은 중국 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사건은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이라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중국인이 두 번째로 뽑은 사건이 문화혁명이나 천안문사건이 아닌 바로 이 중국의 WTO 가입이라고 한다. 그만큼 중국과 중국인들이 WTO 가입에 어떤 의미를 두고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중국의 WTO 가입은 GATT(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와 WTO의 설계자이자 최대 주주였던 미국의 허락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중국의 WTO 가입에 앞장섰던 사람은 클린턴(Bill Clinton) 대통령과 미국 내 온건파였다. 중국이 ‘자유시장 경제체제’의 맛을 보면 자연스럽게 시스템도 바뀔 것이라는 일종의 낙관론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땠을까?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2018년 첫해의 (미국 의회에 매년 제출해야 하는 중국의 WTO) 이행 보고서의 결론은 ‘미국이 중국의 WTO 가입을 지지한 것은 잘못된 것이었다(126).’라는 것이다. 중국은 변하지 않았다. 변하기는커녕 작년 시진핑(習近平)은 독재체제를 선언하며 패권 국가로의 야망을 숨기지 않고 표명했다. 미국이 속은 것이다. 미국이 자조 섞인 후회를 하고 있을 약 17년 동안 중국은 미국의 경제 규모의 약 65%까지 치고 올라왔으며 중국의 제조업은 GDP 수치 기준, 독일과 일본 그리고 미국까지 제치고 전 세계 최대의 제조업 국가가 되었다. 작가는 미국 내 공화당과 민주당이 중국 때리기에 초당적 합의가 이뤄진 것은 바로 이 미국의 심각한 위기의식이 바탕이 된다고 말한다.
미국은 약 19년 동안 이행하지 않은 합의문은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며 사실상 중국은 WTO 국제협약 내용을 진실성 있게 이행할 마음이 없다는 ‘체득적 학습’을 끝냈다. 미국이 그토록 단호하고 집요한 이유다. 이런 의미에서 ‘트럼프’는 이 전쟁에 최적화된 캐릭터라 볼 수도 있다. 2020년 1월에 합의된 ‘1단계 합의’는 본 게임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앞당겨진 두 번째 전쟁의 시작이 중요한 이유는 2차 협의 내용이 ‘진짜’이기 때문이다. 2차로 협상해야 할 사안은 보조금, 국영기업, 사이버 보안, 지적 재산권에 관한 내용이다. 무슨 말일까? 중국은 미국의 요구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공산당 체제’라는 시스템을 허물어야 한다는 말이다. “중국은 무역전쟁 초기부터 ‘숫자는 가능하지만, 시스템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은 그 선을 무너뜨리려고 한다(63).” 무역전쟁이 총성 없는 전쟁인 이유다.
마무리
작가는 혹여 미중 무역전쟁이 어떻게든 마무리된다 한들 전 세계는 미중 무역전쟁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한다. “‘경쟁 속 협력’의 시대는 가고 ‘대립과 갈등’의 시대가 열릴 것(315)”이라고 말한다. 미국은 보호주의고 중국은 경제 민족주의라고 말한다. 지금은 ‘자유무역체제’의 대전제가 흔들리고 있는 시대이며 “자유무역체제의 최대 수혜자인 한국이 자리할 공간은 위축되고 있다(317).”라고 말한다. 노무현 정부 당시 한국은 “어느 선진국보다 먼저 중국에게 WTO 협정에서의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해주었(318)”다. 클린턴처럼 일종의 온건적 전략이었다고 말할 수 있으나 그 결과는 우리가 잘 알 듯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일 뿐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미국이든 한국이든 예수 그리스도를 왕으로 모시지 않는, 즉 기독교 세계관에 기초하지 않은 사람들의 과도하리만큼 ‘순수한(또는 의도적으로 순수한 척을 하는)’ 세상 이해가 문제다. 홍콩의 시장규모를 따라잡았다는 선전의 DJI사 성장은 보면서 몽골인에게 모국어를 쓰지 못하게 하는 공산당의 폭압과 그 폭압에 저항하는 청소년에게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폭력은 보지 못한다. 세상 전문가, 세상 정치인들은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은 패권전쟁이라고 말하면서도 아직도 패권전쟁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하나님과 사탄의 실질적 개입이라는 영적 원리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어떻게 국내외 정세의 ‘진짜 문맥’을 간파할 수 있겠나. 그러니 중국의 19년을 보고도 중국보다 더한 북한 정권을 상대로 ‘온건적인’ 대북 정책을 펼치겠다는 친중 대통령이 그토록 답답한 게다.
이 책은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유의미한 학습과 통찰을 제공한다. 그러나 기독교 세계관에 의거하여 아쉬운 점이 짙은 책이기도 하다. 교회에 열려 있는 시스템인 미국의 자유민주주의와 교회에 닫혀 있는 시스템인 중국의 공산주의 간의 영적인 충돌, 영적인 전쟁을 그저 ‘보호주의’와 ‘경제 민족주의’라고 표현할 뿐이다. 우리나라는 자유무역체제의 최대 수혜국이라기보다 서구 문명체제의 최대 복음 수혜국이다. 하여 이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한국 제도권에 분포되어 있는 수많은 크리스천 지식인들이 건강한 기독교 세계관에 의거해 교회 밖 세상 속에서도 ‘신앙과 생활이 합일시 된 참된 지성과 지혜’를 각자의 삶의 터전에서 적극적으로 발현하길 바랄 뿐이다. 어떤 의인 한 명의 책상 앞 조용한 순종이 대한민국과 전 세계 부흥의 놀라운 시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우리의 논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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