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정체성 차별금지법과 여성의 인권
2020-09-14
월드뷰 SEPTEMBER 2020●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11 |
글/ 전윤성(자유와 평등을 위한 법정책 연구소 연구실장)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이하 ‘정의당 차별금지법안’)은 제3조 제1항 제1호의 23가지의 차별금지사유에 ‘성별 정체성’을 포함시켰다. 그리고 성별 정체성 용어에 대해 “자신의 성별에 관한 인식 혹은 표현을 말하며, 자신이 인지하는 성과 타인이 인지하는 성이 일치하거나 불일치하는 상황을 포함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안 제2조 제5호). 성별 정체성은 영어의 ‘gender identity’를 국문으로 번역한 것인데, 젠더(gender)의 종류는 트랜스젠더(transgender)를 포함하여 수십 가지에 이른다. 예를 들어, 미국 뉴욕시 인권위원회는 2016년에 31가지의 젠더를 공표했다.
한편, 정의당 차별금지법안은 시설물의 소유·관리자가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해당 시설물의 접근·이용 등에 있어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안 제26조). 그리고 동 법안 제22조는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상업시설의 사용을 거부하는 것을 금지한다. 그런데 공공기관, 공원, 학교와 종교시설, 체육시설 등은 모두 시설물이고, 시청과 공원 내에 있는 공중화장실 및 초·중·고등학교, 성당, 교회, 종합운동장의 화장실도 당연히 이러한 시설물에 포함이 된다. 대중목욕탕, 찜질방, 워터파크, 놀이공원, 헬스클럽, 백화점 등은 상업시설에 해당이 되고, 여기에 부속된 화장실과 탈의실도 상업시설의 일부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의당 차별금지법안에 따르면 스스로를 여성으로 인식하는 남성에게 여성 전용시설인 여성 화장실과 여성 탈의실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면 차별금지법 위반이 될 수 있다.
또한, 정의당 차별금지법안은 제25조에서 체육의 공급자가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배제·제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제4조와 제9조에서는 성별 정체성 차별금지법에 반하는 다른 법률과 제도, 정책을 시정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자신을 여성으로 인식하는 남성을 여성 스포츠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게 하면 차별금지법 위반이 될 수 있고, 생물학적 성별에 따라 남녀를 구분하여 남성 경기와 여성 경기 출전 자격을 부여하는 현행 법령과 제도도 시정 대상이 된다. 이와 관련된 해외 사례를 소개해 보도록 한다.
미국 공립학교 트랜스젠더 화장실 전쟁
2016년에 오바마(Barack Obama ) 전 미국 대통령은 전국 공립학교에 성별 정체성에 따른 학교 화장실을 개방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논란이 되었던 연방 수정교육법(Education Amendments of 1972)의 Title IX는 “미국에서 어느 누구도 연방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교육 프로그램이나 활동에 있어서 성별(sex)을 이유로 하여 참여를 배제당하고, 혜택을 거부당하거나 차별을 당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인권변호사 출신인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여기서 말하는 ‘성별(sex)’ 용어에 ‘성별 정체성(gender identity)’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을 하였다. 그리고는 이 Title IX 조항에 근거하여, 전국 공립학교에 학생들이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따라 학교 화장실, 라커룸을 사용하도록 개방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로 인해 촉발된 미국 공립학교에서의 화장실 전쟁은 학부모, 여학생 대 트랜스젠더 학생 간의 소송전으로 확대되었고,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 취임 후 이 행정명령이 폐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전역에서 여전히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법원의 판결은 엇갈리고 있는데, 일부 주의 연방법원이 트랜스젠더 학생에게 성별 정체성에 따라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학교의 방침이 다른 학생들의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린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어, 펜실베니아주의 한 고등학교는 트랜스젠더 학생들이 성별 정체성에 따라 화장실과 라커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수립했다. 이에 반발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제3순회 연방 항소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Doe v. Boyertown Area School District, No. 17-3113 (3d Cir. 2018)]. 원고 측은 연방대법원에 상고하였으나, 연방대법원은 2019년에 이 사건에 대한 심리를 거부하여 원심 판결이 확정되었다.
노바 마데이(Nova Maday)는 생물학적 성별은 남성이었으나 자신을 여성으로 인식하였고, 미국 일리노이주의 팔렌타인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었을 때 학교에 여성 탈의실을 사용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였다. 학교가 이를 허용하지 않자 2017년에 학교를 상대로 차별 소송을 제기하였다. 학교는 노바를 위해 개인용 탈의시설을 설치해 주었으나, 노바는 이 또한 차별이라고 주장을 하였다. 2018년에 1심 법원은 노바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노바는 항소를 하였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소송을 계속 진행하였다. 2019년 7월에 일리노이주 인권위원회는 이와 유사한 다른 사건에서 스스로를 남성으로 인식하는 여학생에게 학교의 남자 탈의실 내에 마련된 커튼 안에서 탈의를 하도록 한 학교의 조치가 차별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에 팔렌타인 고등학교 이사회는 트랜스젠더 학생이 개인용 탈의시설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이 인식하는 성별에 따라 탈의실을 제한 없이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2020년 2월에 학교 측은 노바에게 150,000 달러를 배상하는 조건으로 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를 했다.
성별 정체성 화장실 허용에 따른 성범죄 발생
성별 정체성에 따른 화장실 사용을 허용한 미국의 공립학교에서는 이를 악용한 성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트랜스젠더 학생에게 여성 화장실 사용을 허용한 이후, 여자 화장실에서 5세 여아를 상대로 한 트렌스젠더 성범죄 사건이 발생했다.
2020년 3월에 미국 위스콘신주의 고등학교에서는 성중립 화장실에서 여학생에 대한 성폭행 사건이 발생해 성중립 화장실이 폐쇄되었다. 트랜스젠더 권리를 보장해 줌으로 인해 출생 시 성별과 정체성이 일치하는 이들의 권리가 도리어 침해를 받게 된 것이다.
트랜스젠더 화장실 문제로 인해 일부 주에서는 성별 정체성에 따른 화장실 사용을 금지하는 법률이 발의되거나 제정되기도 하였다. 텍사스주에서는 트랜스젠더의 화장실 사용과 관련하여, 2017년에 출생 시에 부여된 생물학적 성별에 따라 공중화장실을 사용하도록 하는 법안이 주 의회에서 발의되었으나, 통과되지는 못했다. 지금도 계속 여성과 아동의 프라이버시권과 트랜스젠더의 인권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논쟁은 텍사스주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출생 시에 부여된 생물학적 성별에 따라 공중화장실을 사용하도록 하는 법률이 진통 끝에 제정이 되었지만, 이 주법이 트랜스젠더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하여 연방법원에 소송이 제기되었다. 그리고 인권단체와 대기업, 스포츠 단체, 유명 스타들이 항의 시위에 나서면서 화장실 전쟁으로 격화됐다.
여성으로 인식하는 남성 재소자에 의한 영국 교도소 내 성폭행 사건
영국에서는 자신을 여성이라고 주장하는 한 남성이 여성 전용 교도소에 이감된 후 다수의 여성 수감자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스테판 우드라는 이 영국 남성은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은 생물학적 남성임에도 자신을 여성이라고 주장해 2017년 가을 영국 웨스트요크셔주의 뉴 홀 여성교도소로 이감되었다. 그는 이후 그곳에서 9월부터 11월까지 네 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성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남성으로서 강간과 아동성범죄 전력이 있는 이 남성은 2014년부터 자신의 성별 정체성을 여성이라고 말하며 카렌 화이트로 이름을 바꾸고 가발을 쓰는 등 자신을 여성이라고 주장해왔다. 영국 평등법은 성전환(gender reassignment)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기 때문에 우드와 같은 남성들이 생물학적으로 완전한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여성이라고 주장하기만 하면 여성 교도소에 수감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드는 총 4건의 성범죄 혐의 중 자신이 자백한 2건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판결 직후 남성 전용 교도소로 이감됐다. 개인이 주장하는 성별 정체성을 존중하는 영국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성별 정체성을 차별금지사유에 포함시킨 정의당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된 후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우리나라에 법제정의 위험성에 대한 주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 사건으로 인해 영국에서는 사상 최초로 트랜스젠더 전용 교도소가 설립되었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성별을 존중하기 위해 제정된 평등법(차별금지법)의 모순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여성에 대한 역차별
16세의 촉망 받던 청소년 여자 육상선수인 셀리나 소울(Selina Soule)은 2019년 2월에 미국 코넷티컷주에서 열린 55미터 청소년 여자육상경기에서 우승을 하지 못했다. 대신 자신을 여성으로 인식하는 남성 트랜스젠더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다. 셀리나 소울은 코네티컷주의 트랜스젠더 정책에 대해 강하게 반대를 했다. 2017년부터 코넷티컷주는 스포츠 경기에서 스스로를 여성으로 인식하는 남자 청소년들이 여자 경기에 출전하도록 허용해 왔다. 자유수호연맹(Alliance Defending Freedom)은 셀리나와 다른 두 명의 여학생들을 대리하여 교육부를 상대로 인권침해 소송을 제기하였다. 셀리나는 2017년 5월에 근육질의 체구에 긴 머리를 한 사람이 육상경기에서 압도적으로 우월한 경기를 하는 것을 경험했다. 이 사람은 생물학적으로는 여성이 아니었으나 여성의 성별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다음 해에는 남자 유니폼을 입고, 여자 경기에 출전한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났다. 셀리나와 다른 여자 선수들이 100미터 경주에서 2/3 지점에 있었을 때, 두 명의 남자 선수들은 이미 결승선을 통과해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다른 남자 청소년들과 다른 바 없는 모습이었다. 트랜스젠더 정책을 반대하고 있는 셀리나와 그 아버지에 대해 학교 운동부 코치는 대학 진학 시 좋은 추천서를 써 줄 수 없다고 협박하였고, 언론들도 그들을 비난하였다.
코넷티컷주에서 스스로를 여성으로 인식하는 남학생들은 실내·실외 단거리 경기에서 무려 총 15차례나 우승을 독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에 코넷티컷주 차별금지법인 ‘An Act Concerning Discrimination(Public Act No. 11-55)’이 ‘성별 정체성과 젠더 표현(gender identity and expression)’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도록 개정이 되었고, 이에 따라 코넷티컷주 청소년 육상경기연맹이 트랜스젠더 방침을 제정함으로써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트랜스젠더에 의해 피해를 본 여자 육상선수 3명과 학부모들은 트랜스젠더 선수들의 여성 경기 출전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스스로를 여성으로 인식하는 남성인 팰론 팍스(Fallon Fox)는 미 해군에서 근무한 후, 여성으로 성별을 변경하였다. 여성 격투기 선수가 된 그는 2014년에 미국에서 열린 여성 격투기 경기에 출전하여 여성 선수인 타미카 브렌츠(Tamikka Brents)에게 뇌진탕과 두개골 골절상을 입혔다. 이러한 사례들은 트랜스젠더 인권 정책이 여성 스포츠 경기의 공정성과 여성 선수의 안전을 해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트랜스젠더에 의한 여성 선수 역차별 해외 사례는 정의당 차별금지법안이 통과되면 우리나라에서도 현실화될 수 있다.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는 차별금지법
외국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올해 2월에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았으나, 스스로를 여성으로 인식하는 남성이 여성 목욕탕에 들어가 목욕을 하다가 들통이 나서 도주 후 경찰에 검거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람은 “어릴 때부터 성별 정체성에 혼란을 겪었고 여성 호르몬 주사를 맞고 있다.”며 “나는 여자라고 생각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별 정체성이 포함된 정의당 차별금지법안이 제정이 된다면 스스로를 여성으로 인식하는 남성에게 여성 목욕탕과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할 경우 차별금지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여성의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성범죄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차별금지법의 위험성을 주목하여야 한다.
여성 스포츠 경기의 경우에도 유도, 권투, 태권도와 같이 상해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큰 경기에서 트랜스젠더와 시합을 하는 여성 선수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 아울러, 여성 스포츠 경기의 공정성도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성별 정체성 차별금지법의 부작용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heavenlyadvocate@gmail.com>
글 | 전윤성
성균관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한 후, 한동대학교 국제법률대학원에서 미국법을 전공하였다. 미국 아메리칸대학교 로스쿨에서 국제법으로 법학석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였다. LG전자 사내변호사, BASF Korea Legal Counsel을 역임하였고 현재 자유와 평등을 위한 법정책 연구소 연구실장 및 복음법률가회 실행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