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스웨덴의 혐오 표현 규제

영국과 스웨덴의 혐오 표현 규제

2020-09-13 0 By worldview

월드뷰 SEPTEMBER 2020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10


글/ 이상현(숭실대학교 법대 교수, 형법)


1. 들어가며: 포괄적 차별금지법 집행으로 인한 자유의 제약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 아래 여러 자유권을 보장하는 우리 헌법은 평등권 규정(제11조)을 통해 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에 따른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면서, 질서 유지, 공공복리를 위한 법률상 제약을 수용한다. 세계인권선언도 평등권 규정(제2조)을 두면서도 다양한 자유권 규정들과 함께 ‘권리 행사는 도덕성, 공공질서 및 복지의 정당한 요청을 충족시키고 타인의 권리에 대한 정당한 승인과 존중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을 위해서 법적 제한에 구속됨’을 인정(제29조 2항)한다. 인종, 피부색, 장애와 같이 사회적 합의가 있고 도덕적으로 승인된 부분에 대한 차별 금지는 매우 바람직하나, 사상, 종교,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에 관한 차별 금지는 사회적 논란이 있고 윤리·도덕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다. 1990년대 들어 생물학적 성별(sex)에서 사회적 성(gender)으로 명칭이 변경되는 사건1)과 함께,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과 성별 정체성(gender identity)도 차별금지사유로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190여 개 국가들 중 약 30여 개 국가를 중심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시행되었다. 한편, 이 차별금지법(또는 평등법)은 ‘정신적 고통 야기를 통한 괴롭힘(harassment)’ 또는 혐오 표현(hate speech)을 ‘차별’ 범위 내에 포함시키면서 법적 제재(징벌적 손해배상, 과태료 등 행정 벌, 이행강제금 등 행정법적 이행 확보 수단, 형벌)를 통해 표현의 자유, 특히 종교적 신념의 표현의 자유 침해, 역차별 문제를 야기했다. 현재 이들 국가에서는 종교의 자유 회복법, 종교적 면제 등의 법 적용의 예외를 점차 인정하고 있으나 표현의 자유의 제약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또, 민간 영역(물품·서비스, 고용, 교육)에 대한 적용으로 계약 체결 여부의 자유, 사용자 기업 활동의 자유, 교육의 자유(종교 교육의 자유)도 위축될 수 있다. 이 글은 지면의 제약상 차별금지법의 여러 문제점 중 형벌로 인한 종교적 표현의 자유 침해 부분에 관한 문제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2. 영국의 혐오 표현 규제와 종교적 표현이 자유 제약


(1) 평등 관련 법령 전후 공공질서법

2003년 성적 지향에 따른 고용차별금지법 시행령이 시행되었던 영국에서는 2010년부터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이 규정된 개정 평등법(Equality Act of 2010) – 고용, 재화·용역 제공, 교육 등 영역에 대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 이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2000년대 초반부터 이미 공공질서법(Public Order Act 1986)상 괴롭힘(harassment)을 야기할 수 있는 표지를 보이거나 가학적(abusive)이거나 위협적(threatening)인 언어 또는 행위를 금지한 규정(제5조)을 통해 노상 설교 전도가 규제되기 시작했다. 수사 기관·법원이 이 규정을 해석, 적용할 때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와 같은 젠더퀴어(gender queer)) 그룹의 성적 행위에 대한 비판적, 부정적 표현을 대상으로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다음의 사건은 공공질서법이 소위 혐오 표현(hate speech) 규제의 기능을 수행하여 차별금지법의 일부(괴롭힘 금지) 역할을 담당하였음을 보여준다.


(2) 2001년 해먼드 사건: 노상 설교자 유죄 판결

노방 전도를 해 오던 해리 하몬드(Harry Hammond, 당시 69세)는 2001년 여름에 ‘부도덕적 행위를 중단하라(stop immorality)’, ‘남성 동성애를 중단하라(stop homosexuality)’, ‘여성 동성애를 중단하라(stop lesbianism)’의 문구가 쓰인 양면 표지를 들고 번마우스(Bournemouth) 광장의 보행자들이 볼 수 있는 자리에서 설교를 시작했다. 4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소리 지르며 일부는 그에게 흙을 던졌고, 한 사람이 표지를 빼앗으려던 중 하몬드가 넘어지기도 했다. 다시 일어나 표지를 들고 계속 설교하자 한 명은 그에게 물도 뿌리는 등 소란이 지속되었다. 두 명의 경찰관이 다가와 하몬드에게 설교를 그만두고 광장을 떠날 것을 요구하였으나, 하몬드는 이를 거절하며 이런 반응은 전에도 있었기에 다음 토요일에 또 와서 설교를 하겠다고 하였다. 주변 사람들 중에 그가 소란을 야기했기에 체포를 요구하는 이가 있었고 이에 경찰관들은 상의한 후 하몬드를 체포하였다. 그는 공공질서법 제5조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다. 법원은 ‘표현의 자유는, 제3자로부터 폭력을 유발하고 그 폭력이 불법적이더라도 전적으로 불합리하지 않은 것이라면, 제한되며, 공공질서법 위반으로 체포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행위자가 질서에 반하며 그 결과를 예측하면서 위협적, 가학적 또는 모욕적 언행을 실행했다면 공공질서법 제5조 위반의 형사 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라는 판결을 내렸다. 결국 300파운드 벌금과 395파운드 소송 비용의 납부 및 표지 몰수가 선고되었다.2)


(3) 지속되는 노방 전도자 체포 사건들

이후 영국에서는 공공장소(public place)에서의 동성애 비판 설교나 표현이 공공질서법 제5조 위반으로 체포되는 사건들이 계속되었다. 2006년 9월 남부 웨일스 붓파크의 퀴어 행사장 주변에서 스테판 그린(Stephen Green)이 ‘동성 간 성행위에 대해 성경은 무엇이라 말하나’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거리에서 배포하다가 체포되었다. 2008년에는 버밍햄에서 앤서니 콜린스(Anthony Collins)는 동성애에 관한 성경 구절을 언급하며 노방 전도하다가 체포되었다. 2009년 켄트 지역 메이드스톤에서 미구엘 헤이워스(Hayworth)도 로마서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거리 설교를 하다가 체포되었고, 2010년 4월 길거리 설교자 데일 맥앨파인(Dale McAlpine)도 유사하게 체포되었다. 2013년 설교자 토니 미아노(Tony Miano)도 거리에서 그 시대의 성적 부도덕성을 경고하다가 체포되었다. 2014년 거리 설교자 마이크 오버드(Michael Overd)도 예수와 모하메드를 비교하며 ‘모하메드는 9살 여자 어린이와 결혼했음’을 언급했다가 공공질서법 제5조로 체포되었다. 체포된 이들 중 일부는 수차례 체포되기도 하였다. 이들 중 일부는 적극적 소송 대처로 경찰 당국으로부터 불법 체포에 대한 손해배상 또는 무죄를 받기도 했지만, 유죄 판결이 내려진 경우가 많기에 표현의 자유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4) 2010년 평등법 개정 전후의 공공질서법 개정

이에 종교의 자유 탄압이라는 반론이 계속되자, ‘성적 행위 문제를 비판·토론하는 것은 혐오를 야기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라는 일종의 정당화 규정(section 29 JA)이 2008년 도입되었다. 그러나, 전술한 2010년 개정 평등법과 함께 공공질서법도 개정되어 ‘종교적 혐오 표현’ 외 ‘성적 지향에 근거한 혐오 표현’도 처벌(section 29 B~F)이 가능하게 되었다. 거주지 외 공공장소에서의 비판은 혐오 표현으로 형벌 부과의 대상이 되는 등 표현의 자유가 제약을 받고 있다.


3. 스웨덴 혐오표현죄로 기소된 그린 목사 사건


스웨덴은 2008년 고용 영역에만 적용되는 차별금지법, 또 평등 실현을 위한 감시 기구인 옴부즈맨법(우리나라의 인권위법)을 도입하면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명시적 차별금지사유로 규정하였다. 하지만, 도입 6년 전인 2002년 혐오 표현 금지가 형법 제16장 제8조(Ch.16 Sec.8)에 도입되면서 법적으로 보호되는 그룹(젠더퀴어(genderqueer), 소위 LGBT 그룹 포함)에 대한 경멸적 표현을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2003년 7월 오순절계 교회 목사인 아케 그린(Ake Green)은 ‘동성애, 타고난 것인가, 악한 세력의 영향인가’라는 제목의 설교를 교회에서 하였고, 혐오표현죄로 기소되었다. 지방 법원(1심)은 그의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1월을 선고하였다. 이에 그린 목사 측이 유럽 인권협약상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침해를 주장하며 항소하였고 항소법원에서 무죄가 인정되었다. 검찰의 상고 끝에 대법원은 ‘형법상 금지된 혐오 표현을 행했으나, 유럽 인권협약상 보호되는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피고인의 행위를 정당화한다.’라고 최종 무죄판결을 확정했다. 동성애적 성행위를 비판하는 성직자의 설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판결로 의미가 크다. 하지만, 혐오 표현은 여전히 범죄로 규정되어 비종교적 영역에서 동성애·성전환에 관한 일반인의 비판적 표현은 형벌의 위협 아래 있다.


4. 나가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맹목성·부도덕성·반자유성


포괄적 차별금지법으로 성별 선택 가능성을 인정하는 젠더 교육을 받고 이에 대한 비판이 차단된 결과는 10대 성별 전환의 폭발적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2010 개정 평등법 시행 8년 만에 영국은 10대 성전환 신청자 수가 26배 – 특히 여성에서 남성으로의 전환 신청자 수는 44배 – 증가했다. 스웨덴은 성 정체성 장애 진단을 받은 10대 수가 지난 10년간 15배 정도 증가하였고, 성별 전환을 한 후에 다시 기존 성별로 돌아가고자 하는 사례들이 속속 등장하여 양성 중심 사회 질서는 기반부터 흔들리고 있다. 정치권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개별 사유별 차별금지법으로의 법 정책의 전환을 이루지 않으면 우리나라 미래 세대의 성별 가치관의 대혼란이 10년 후 현실화될 수 있다.

차별 금지(평등)는 자유와 상충되는 영역이 존재하기에 사회적으로 합의되고 도덕적 문제가 없는 기준들에 대해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특정 집단에 대한 구별, 분리, 배제 등이 있어도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경우, 특히 민간 영역에서는 (공적 영역보다) 수용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입학 정원이 제한된 법학전문대학원 체제에서 여성들만 입학할 수 있는 법학전문대학원의 입학 요강(남성 입학 불가), 마약을 하거나 동성애·도박에 찬성하는 자를 징계할 수 있는 교단 헌법은 정당성을 인정받고 있다. 법은 사적 영역에서 자율적으로 활동하는 주체의 자유권을 존중해야 하기에 국가 기관으로부터의 분리, 거절 등과 같은 기준으로 사적 주체의 분리, 거절의 불합리성을 판단해서는 결코 안 된다. 헌법상 보장된 사기업 활동의 자유(계약 체결 여부, 고용 여부 자유),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교육의 자율성(자주성)이 헌법상 보장되기 때문이다. 강제력 있는 법적 제재 수단을 갖고 있지 않은 국가인권위원회가 도덕적으로 수용되기 어려운 결정(기독교 대학에 대한 다자성애 특강, 동성 결혼 영화 상영 허용 등)을 내리는 등 갈등을 야기해 왔는데, 위원회의 결정에 강제력 있는 법적 제재(이행 시까지 중복 부과 가능한 3천만 원까지의 이행강제금, 손해액의 2-5배 배상, 불이익 조치 시 형벌)를 도입한 차별금지법은 사적 영역의 자율성을 파괴하기에 충분하다.

<slee10@ssu.ac.kr>


1) 1990년대 중국 베이징 여성대회에서 sex 대신 gender를 표기하자고 결의한 이래 국제기구 중심으로 확산되었다.
2) 항소심 계속 중 피고인은 사망했지만, 항소법원은 상속인에게 벌금, 소송비용 납부를 명하였다. Hammond v. Department of Public Prosecution, [2004] EWHC 69 (Admin)


글 | 이상현

서울대 법대, 고려대 법학 대학원을 졸업한 뒤, 뉴욕 대학교(NYU) 로스쿨에서 LL.M(미 법학석사)을, 골든게이트 대학 로스쿨에서 S.J.D(미 법학 박사)를 받고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거쳐 현재 숭실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