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강국으로 가는 길

의료 강국으로 가는 길

2020-11-02 0 By worldview

월드뷰 NOVEMBER 2020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COVER STORY


요즈음 정부가 지방의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공공의대를 설립하겠다고 하자, 의료계가 반발하며 파업으로 맞섰습니다. 그러자 COVID-19 팬데믹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 건강을 볼모로 의사들이 집단 이기주의에 빠졌다고 비판합니다. 그러자 의사 파업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팬데믹으로 의료진이 많은 고생을 한 이 시점에 하필이면 그런 정책을 내는 저의가 무엇이냐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월드뷰>에서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공공의대 설립의 문제점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를 살기 좋은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 의료가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살펴보는 특집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을 갖고자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을 맡고 계시는 연세대 이규식 명예교수님을 모셨습니다. (편집자 주) 사진: 이청원


김승욱 : 오늘 바쁘신 중에 나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규식 교수님은 미국 하와이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으시고, 연세대학교 보건과학대학 보건행정학과에서 교수 생활을 하시고, 보건과학대학원장을 역임하셨고, 한국보건행정학회 회장도 역임하셨습니다. 2010년에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초대 원장을 역임하셨는데, 이 평가인증원이 어떤 기관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규식 : 우리나라 병원의 의료서비스 제공과정을 평가하여 의료의 안전함과 질의 적정 수준을 평가하고 적정 수준을 넘으면 인증을 해주는 기관으로 미국의 JCI(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JCI 인증을 받은 병원이 세브란스 병원인데, 인증비용이 엄청났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인증을 해주는 기관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국에서 인증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이러한 기구를 만들자고 하여 정부가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을 설립하게 되었고 제가 초대 원장을 역임하였습니다.


김승욱 :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장’도 역임하셨습니다. 이 기획단이 어떤 기구였는지 보충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규식 : 우리나라는 2000년에 건강보험을 하나로 통합해서, 보험재정을 전 국민이 같이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재정을 같이 사용하면 보험료 내는 방법도 동일해야만 공평성이 보장되는데, 통합을 너무 성급하게 추진하다 보니 근로자와 지역주민의 보험료 부과방법이 달라지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의료보험을 조합 단위로 관리할 때는 근로자는 근로자대로, 지역주민은 지역주민대로 재정을 따로 사용하였기 때문에 보험료를 다른 방법으로 받아도 문제가 없었지만, 재정을 같이 사용하면서 보험료 내는 방법이 다르면 유리한 사람이 있고, 불리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갈등이 일어납니다. 이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하여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을 정부가 운영하였는데, 기획단에서는 외국의 사례 등을 참고하여 모든 국민에게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자는 제안을 하였습니다. 현재 정부는 그 당시의 제안에 맞추어 보험료 부과체계 단일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김승욱 : 그럼 아직도 이 문제는 완전히 해결된 것이 아니고, 지금도 계속 단일화가 추진되고 있군요. 교수님께서는 지금 현재 건강복지정책연구원 원장을 맡고 계시는데, 이 연구원의 연역과 설립 목적 등에 관해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규식 : 2008년 11월에 설립하였으니 벌써 12년째가 되는군요. 설립 목적은 우리나라의 의료정책과 건강보험 정책에 대하여 학계나 민간 의료기관 종사자 등이 모여서 정책 이슈에 관한 토론과 정책 제안을 하는 일을 하도록 하였습니다. 특히 의료 분야가 너무 이념적으로 치우쳐 있어 이를 바로 잡아 균형을 취하자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김승욱 : 연세대학교에서는 <보건의료정책론>과 <의료보장론> 과목을 가르쳤기 때문에 오늘 질문드리려는 보건의료정책에 관한 가장 권위있는 답변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한국 보건의료제도 전반에 대한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COVID-19 팬데믹에 대처를 잘했다고 K-방역이라는 등 자랑을 합니다. 이민 가고 싶어도 한국 의료제도가 세계 최고라서 못 간다는 분도 보았습니다. 이렇게 저렴한 의료비 부담으로 세계 최고의 혜택을 받는다고 좋아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의료인들은 의료수가(醫療酬價)가 너무 낮아서 보건의료의 발전에 저해가 된다고 합니다. 먼저 한국의 의료시스템의 발전과정과 특징을 유럽의 의료보장국가나 이웃 나라들과 비교해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규식 :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6·25전쟁을 겪었고 1960년대까지는 절대빈곤으로 전염병이 가장 큰 문제가 되었지요.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 방역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1962년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개발 5개년계획과 가족계획사업 5개년계획을 통하여 시·군·구 단위로 전국에 보건소를 설립하여 전염병을 예방하고 영아사망율도 떨어뜨렸습니다. 그리고 가족계획 사업을 통해 출산율을 낮추는 동시에 꾸준한 경제성장을 통하여 절대빈곤 문제를 해결하였습니다.

그래서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가 되는 1977년에 국민이 보험료를 부담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해서 의료보험제도를 시행했습니다. 그렇지만 당시 한국은 절대빈곤을 겨우 면하는 정도의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에, 유럽의 의료보장국가와는 경제력 수준이 상대가 되지 않았지요. 박 대통령은 의료서비스가 너무 많거나 고급이면 의료보험료가 높아지고, 결국 임금이 인상되기 때문에 수출경쟁력이 약화된다고 판단하여 가능한 보험료를 낮추려고 했습니다. 보험료가 낮으니 의료수가가 낮을 수밖에 없었지요. 낮게 시작한 수가를 경제가 성장하였다고 급하게 올릴 수가 없었지요. 그리고 당시에는 보험에서 제공하는 의료서비스가 종류도 적었기 때문에 이를 더 늘리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심해지니 보험 적용 의료서비스의 종류를 늘려야 했는데, 여기에다가 수가까지 올리기는 어려웠지요.

우리나라 제도는 특이하게 보험에서 인정하지 않는 서비스(비급여)를 보험서비스와 같이 제공할 수 있습니다. 유럽 국가들은 이와 같은 서비스는 영리병원에 가야 받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보험 의료와 같이 제공하게 됨에 따라 비급여도 수가가 외국에 비해서 낮은 편입니다. 보험서비스 가격이 낮은데, 비급여 서비스 항목이라고 너무 높게 받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경제가 계속 성장을 하면서, 웬만한 새로운 의료기술들이 보험급여로 되거나 비급여에서 제공하게 되었지요. 이러한 기술들은 유럽에서는 영리병원에서 아주 비싼 가격으로 이용해야 하는 데 비하여 우리나라는 매우 가격이 낮고 미국에 비하면 더 낮은 편이지요.

그러다 보니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의료를 최고로 꼽게 되었습니다. 특히 서비스 제공을 모든 병원에서 할 수 있으니 시술 건수가 유럽의 웬만한 국가들보다 많아 우리나라 의사들의 임상경험이 크게 늘어서 시술 기술도 유럽 국가들보다 좋아졌기 때문에, 의료기술도 우리나라가 미국 다음가는 최고 수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승욱 : 2010년에 <의료보장과 의료체계>라는 책의 제3판을 발간하였고, 2018년에는 <의료보장론 개정판>을 발간해서, 베스트셀러까지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전공서적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인데, 정말 대단합니다. 이 책은 서구 각국의 의료개혁 내용을 상세히 소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나라마다 저마다 문화와 역사에 맞는 보건의료제도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제도가 가진 장단점이 무엇인지,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규식 : 우리나라는 의료보험을 도입하면서 유럽 국가들과는 다르게 시장수요로 의료를 배분하는 보험 도입 이전의 방식을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보험제도가 도입되면 병원비의 상당 부분을 보험료에서 보험공단이 지급하기 때문에 환자는 비용 인식이 거의 무디어집니다. 따라서 시장수요에 맡기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됩니다. 즉 몸에 조금의 이상이 생겨도 과도하게 의료기관을 찾습니다. 그래서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의료 이용이 가장 많은 국가입니다. OECD 국가 평균의 2배가 넘고, 소위 복지국가라 하는 스웨덴이나 덴마크에 비하여 3배 정도 됩니다. 지금까지는 수가가 낮아 이용을 많이 해도 국가 전체의 의료비는 OECD 국가들보다 낮습니다.

단점은 이렇게 의료 이용을 많이 함에 따라 의료비 증가 속도가 OECD 국가들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 추세대로 가면 2030년에 이르면 OECD 국가들보다 GDP 대비 의료비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인구는 고령화되고 의료비를 부담해야 할 젊은 세대의 인구수는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합니다. 거기다 정부는 포퓰리즘에 빠져 복지비를 크게 증대시켜서 국가 부채는 증가하고 있는 것을 생각한다면 지금의 장점이 곧 단점으로 바뀔 것입니다.


김승욱 : 이번에 COVID-19로 인해서 유럽의 이탈리아 등 국가가 운영하는 형태의 공공의료 시스템을 가진 나라들의 허점이 많이 드러난 것 같습니다. 나라에서 무료로 다 치료해준다고 하니까, 의료 천국 같은데, 어떤 문제점들이 있었습니까?

이규식 : 유럽 국가들도 무료 치료가 없어진 지는 오래되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보다 본인 부담이 낮을 뿐입니다. 유럽 국가들은 환자의 부담액이 우리보다도 더 낮기 때문에, 시장에 맡기면, 과잉진료가 너무 심하게 되어서 시장수요에 맡길 수 없습니다. 따라서 수요 대신 필요도(need)를 토대로 의료를 배급하고 있습니다. 즉 본인이 병원을 가고 싶어 해도, 의사가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야 병원에 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나라와 같이 의료를 마음대로 이용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 나라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60년대 경제의 황금 시기(golden ages)를 맞아 복지제도가 확충되고, 사람들은 생활의 여유를 즐기는 문화가 형성되어, 의사들도 우리나라와 같이 하루에 80~100명씩 많은 환자를 보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유럽의 의사들에게는 이번 COVID-19가 초기에 대구에서 발생하였을 때 전국의 의사들이 총동원되어서 잠도 제대로 안 자고 환자를 돌보는 그런 문화가 없습니다. 이것을 놓고 유럽 국가들의 의료시스템이 나쁘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의료보장제도를 도입한 이상, 필요도에 따라 서비스를 배분하는 것이 경제원리로 볼 때 불가피합니다. 지금 우리처럼 수요에 따라 각자가 원하는대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면 언제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붕괴할지 모릅니다.


김승욱 : 이번에 코로나바이러스에 미국은 왜 이렇게 많은 사망자가 나왔는지요? 미국은 의료비가 너무 비싸서 많은 국민이 적절한 의료혜택을 못 받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이렇게 미국에서 많은 사망자가 나온 것도 그런 보건의료제도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 맞습니까?

이규식 :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미국 국민이 워낙 자유분방하여 국가의 방역지침을 잘 따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트럼프 대통령마저 마스크를 외면하지 않았습니까? 후에는 이런 미국 국민들의 태도가 바뀌었지요. 둘째는 미국은 의료시스템이 시장 접근 방법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바마 케어를 실시하지만, 보험 가입을 강제화할 따름이지 의료수가 결정에 정부가 간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의료시스템과 방역체계는 차이가 있습니다. 의료가격이 비싸도 대부분 국민이 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의료혜택을 못 받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김승욱 : 그럼 이제 최근에 논란이 되는 공공의대 설립과 관련해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지방 의료인력이 부족해서 공공의대를 설립하겠다고 했습니다. 지방에는 의사 구경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방 사람들도 아프면 다 서울의 대형병원을 찾습니다. 어차피 병원비가 같다고 하면 큰 병원에서 치료받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지방에 의사가 부족한 이유가 정말 의사 숫자가 부족하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지방에 환자가 없기 때문입니까?

이규식 : 공공의대는 논리적으로 모순입니다. 공공의료란 공적재정으로 제공되는 의료로 정의하고 있고, 모든 나라는 공적재정으로 의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공의료라는 용어를 특별히 사용하지도 않고, 그런 법률도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2000년에 엉뚱하게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서, 공공병원이 생산하는 의료만 공공의료라고 정의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또 공공병원은 무엇인가 정의를 내려야 합니다. 그래서 이 법률이 문제가 많다는 비판이 나옴에 따라 2012년에 이 법률을 개정하여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이용을 보장하는 것을 공공의료로 정의하여 결국 건강보험의료가 공공의료라고 간주하게 되었습니다.

건강보험의료가 공공의료이기 때문에 모든 병원이 공공의료의 생산자이고, 모든 의과대학이 공공의료를 생산하는 의사를 교육하는 공공의과대학입니다. 그런데도 별도의 공공의대를 설립하겠다는 것은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서 정의된 공공의료의 정의와 정면 배치되는 것입니다.

지방에 의사가 부족한 것은 제도가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1989년 7월 전국민의료보험제도가 실시되면서 전국을 진료권으로 구분하여 의료자원의 균점을 시도하였습니다. 시군 단위로 ‘중진료권’, 도 단위로 ‘대진료권’을 설정하여 병이 나면 우선 자기가 거주하는 지역의 중진료권 안에 있는 의료기관을 이용하고, 여기서 진료가 어려우면, 자기 거주지가 속한 대진료권 안의 3차 의료기관을 이용하고, 여기서도 진료가 어려우면 서울의 종합병원으로 올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런데 2000년 건강보험 통합을 앞두고 국민이 불편해한다고 진료권을 철폐하였습니다. 거기다 2004년부터 KTX가 개통되어 전국이 일일생활권이 되니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자기 지역의 의사를 외면하고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어 지방에 환자가 없으니 누가 개업을 하나요? 지방 거주민의 의료이용횟수를 보면 수도권과 차이가 없습니다. 이 문제는 환자를 분산하는 별도의 정책 없이 지방에 공공의대를 설립해서 해결하겠다는 것은, 정말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입니다. 의과대학의 증설이 김영삼 정부 때 많이 이루어졌는데 이때 의사들이 지방에 개업하도록 지방에 의과대학을 허가하였지만, 지방 의과대학 나와서 그 지역에 개업하는 사람이 있나요?


김승욱 : 그리고 이번 공공의대 설립과 관련해서 국민이 크게 반발한 것은 학생선발 방식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시도지사에게 추천권을 부여하고, 학생선발에 시민단체가 영향력을 미친다고 하던데, 이에 대한 문제점을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규식 : 어떤 학생은 시험 봐서 의대에 들어가고 어떤 학생은 추천을 받아서 의대에 들어간다면 그게 바로 공정에서 어긋난 방식이겠지요. 그리고 시험을 봐서 의대에 들어간 학생과 추천을 받아서 의대에 들어간 학생의 질적 차이가 없겠습니까? 이 차이를 시민들이 더 잘 알 것입니다. 이런 선발 방식은 말도 안 되는 것입니다. 환자를 어떻게 분산시킬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환자를 분산시키는 문제만 해결되면 공공의대를 설립할 필요가 없습니다.


김승욱 : 일명 문케어라고 불리는 현정부의 건강보험제도에도 문제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 만들어준다고 비급여의 상당 부분을 급여화했습니다. MRI 검사나 초음파 검사 등 급여항목으로 검사 횟수를 제한하던 것을 풀고 2인실까지 다 급여항목으로 넣었습니다. 저소득층의 본인 부담 상한액을 연 소득의 10% 수준으로 인하하는 등 의료보험의 혜택 폭을 넓혔습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재원 마련으로 누적된 보험공단 재원 20억 중에 절반인 10억 원을 5년 안에 투자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다음 5년간 다 쓰고 나면 10년 후에는 무슨 돈으로 재원을 마련할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문케어의 지속가능성 문제뿐만이 아니라, 상급병원 쏠림 현상이라든지 많은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문제점에 관해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규식 : 이 문제도 더 이상 언급할 가치가 없습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습니다. 병원비 걱정 없이 서비스를 막 제공하면 그 돈은 누가 부담합니까? 현세대에 부담을 안 주고, 그 빚을 우리의 손자 세대에 넘기자고요? 이는 도덕성이 전혀 없는 정책입니다. 상급병실 쏠림은 의료이용을 시장수요에 맡기는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김승욱 : 현정부는 왜 이러한 의료정책을 펴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이미 우리나라 의료보험은 가성비 면에서 매우 좋다는 평이 많은데, 의료재정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혜택을 더 늘리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이규식 : 의료정책만 그렇습니까? 다른 복지정책도 그렇지 않습니까? 이념적 지향점은 평등을 보다 더 강조하는 좌파라고 하는데, 유럽의 좌파도 이렇게 막무가내식의 정책은 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미래를 보지 않고 현재 투표권을 가진 세대만을 보는 포퓰리즘이지요. 여기에 무슨 이념적 지향점이 있겠습니까?


김승욱 : 한국은 교육분야와 마찬가지로 의료분야에서의 영리 행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아까 말씀하신 비급여 서비스항목은 영리적 목적에서 운영하는 것이니, 한국에서 의료분야에 영리병원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영리병원에 대해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규식 : 일반적으로 의료보장국가는 시장수요에 의하여 서비스를 배분하지 않고 필요도 접근으로 배분한다고 하였는데, 필요도 접근이란 엄격한 의미에서는 배급입니다. 그래서 유럽의 의료보장국가는 배급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하여 시장수요에 따른 의료를 허용합니다. 즉 국민건강보험료는 누구나 내지만, 그 서비스보다 더 질이 좋은 서비스를 받기 원하면, 자비 부담으로 영리병원에서 비싼 돈을 주고 이용이 가능합니다. 단 영리병원을 이용하면 국민건강보험은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합니다. 우리나라는 일부 보험적용 되는 항목은 보험적용을 받고, 보험적용이 안되는 비급여 항목은 자기 부담으로 하지만, 유럽에서는 영리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보험 적용이 가능한 분야도 보험혜택을 못 받고 전액 자비 부담으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자신이 낸 보험료의 혜택을 포기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영리병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매우 소득이 높은 일부 계층에 한정됩니다. 자기가 부담할 보험료를 내고 스스로 혜택 받는 것을 포기한 것이니 허락하지 않을 이유도 없지요. 그러나 사실 이런 영리병원을 이용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많지 않습니다. 정부 재정으로 의료를 보장하는 영국도 영리병원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이 획일적인 평등을 좋아하여 일부 부유층만 이용할 수 있는 영리병원을 반대하니 어쩔 수 없지요. 이것이 틀렸다고는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김승욱 : 영리병원은 일종의 귀족병원이라고 보면 되겠군요. 이번에는 원격 의료와 관련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이번 COVID-19로 불가피하게 상당 부분 원격 의료가 이루어졌습니다. 한국은 여러 가지 규제 때문에 원격 의료가 막혀 있었습니다. 이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무엇이 바람직한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규식 : 원격 의료는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병원이 비대면 진료하겠다는 것은 이번 코로나로 병원에서 재진을 통하여 약 처방 받으러 오기 어려운 환자에게 불가피하였습니다. 이 문제를 말하기 위해서는 대형 병원과 각 동네의 소형 의원을 구분해야 합니다. 대형 병원이 원격 의료를 할 수는 없고 해서도 안 됩니다. 원격 의료는 지역 의원에서 재가 환자와 해야 하는데 원칙적으로 기동이 가능한 환자는 의원에 와서 진료를 받고, 거동이 어려운 노인 환자의 경우에만 원격 의료가 허용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재가 노인 환자가 의사의 지시나 처방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방문간호사 제도를 만들어 방문간호사가 의사와 재가 노인을 연계하는 기능이 있을 때 원격 의료가 이루어져야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원격 의료를 의사협회에서 반대하는 이유는 처음 원격 의료가 제기될 때 주로 의공학자나 의료기기 제조회사가 산업적 차원에서 함에 따라 원격 의료의 개념이나 내용이 잘못 이해되었기 때문입니다. 원격 의료의 주체는 의사가 되어야 합니다. 고령화 시대에 반드시 의원과 재가 고령 환자 간에 원격 의료가 이루어져야 병원 입원도 줄이고 편의성도 높아집니다. 이와 같은 원격 의료는 덴마크,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가 활발합니다.


김승욱 : 이제 마무리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한국 의료제도의 장단점, 현정부 의료정책에 대한 진단 등을 들어봤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을 의료강국으로 만들기 위해서 어떤 제도변화나 정책이 필요할까요? 이에 관해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규식 : 우리나라는 의료보장제도를 운영하는 국가입니다. 그런데 의료비가 계속해서 증가한다면 지금과 같은 의료보장제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정책이 의료보장의 기본원리인 필요도를 토대로 이루어지고, 이와 같은 원칙 위에서 의학교육, 의료공급체계, 환자의뢰체계가 수립되어야 합니다. 필요도를 토대로 할 때 불가피하게 영리병원과 같은 문제도 쉽게 해결이 됩니다. 건강보험공단이 시장 기능을 해주어야 합니다. 건강보험공단이 중앙 재정 역할을 하고 이를 관리하는 지사들을 만들고, 가입은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그래서 환자들의 반응성을 높이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의료보장제도를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의료계획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의료보장 국가로 의료계획이 없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할 것입니다.


김승욱 : 5개월 코스의 ‘이규식의 의료정책 교실’을 8번 개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도 하시는지요? 오늘 짧은 시간에 못 들은 이야기를 더 듣고 싶으면 어떻게 들을 수 있을까요?

이규식 : 코로나 때문에 올해에는 개설을 못 하였습니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내년도에는 개설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봅니다. 정책 교실을 수강하고 싶은 분은 건강복지정책연구원 홈페이지에 들어오면, 수강절차를 알 수 있고, 또한 연구원이 비정기적으로 발간하는 이슈 페이퍼가 게재되어 있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김승욱 : 장시간 귀한 말씀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