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의 나아갈 방향

한국 의료의 나아갈 방향

2020-11-01 0 By worldview

월드뷰 NOVEMBER 2020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발행사


글/ 김승욱(발행인, 중앙대 명예교수)


들어가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있는데 수해까지 겹쳐 어수선한 중에 정부는 지방 의료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을 골자로 한 의료정책을 발표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전공의들의 80%가 집단파업에 동참했고, 의대생들은 의사고시 필기시험에 불과 14%인 446명만 응시했습니다. 정부는 의사들이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단체행동을 통해 이익을 챙기는 집단이기주의라고 비판했고, 일부 언론에서는 의사들의 민낯이 발가벗겨졌다는 비판을 했습니다. 반면에 의료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서 의료인들이 이미 오랜 시간 고통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이런 정책을 제시하는 정부의 잘못을 지적합니다. 그리고 인턴수급 문제와 교육의 질 하락 등 연쇄 부작용을 우려해 의사고시 미응시 학생들에게 재시험의 기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실 적정 의료인력에 대한 논쟁은 10년을 끌어왔습니다. 간호사의 경우 입학정원을 늘렸지만, 효과가 미미했습니다. 의료계에 종사하지 않는 국민들은 어느 주장이 옳은지, 그리고 한국 의료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어떤 선택이 바람직한지 분별하기 어렵습니다. 그저 몇 가지 각자의 경험으로 판단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캄보디아에 단기선교 가서 의료선교가 얼마나 효과가 좋은지 경험하고 놀랐습니다. 약 10여 년 전만 해도 농촌 지역에 의료선교를 가면 동네 고령자들이 매우 감사해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에 교우들과 낙도에 선교 가서 느낀 것은 더 이상 한국에서는 의료선교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봉사를 위해 함께 간 미용팀은 인기가 매우 좋았지만, 의료팀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배 타고 잠시 나가면 무료로 좋은 의료혜택을 받기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의 의료제도가 세계 최고라서 자녀가 사는 외국으로 이민 가지 않는다는 은퇴자의 말을 들었습니다. 외국인도 3개월만 거주하면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소위 먹튀 의료 쇼핑 사례가 빈번해서 작년에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외국인이 국내에서 의료보험 혜택을 받기 위한 체류 기간을 6개월로 연장했습니다. 이렇게 외국인들도 한국은 의료비는 저렴하면서 의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합니다. 미국은 의료비가 너무 비싸고, 유럽에서는 의사 만나기가 어려워서 한국이 의료복지는 세계 최고라고도 합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한국은 방역을 잘했다고 K-방역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 자랑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의료정책은 잘한 셈인데 왜 자꾸 새로운 문제를 일으키느냐는 의문도 듭니다. 의사들은 의료수가가 너무 낮아서 의료 산업의 발전에 저해가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전히 최우수 학생들이 의대로 몰리는 현상이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심지어는 <죽음을 죽이다>라는 책이 나올 정도로 과학의 발달은 인간을 영원히 살릴 수도 있다고 합니다. 게놈 해독으로 맞춤형 의료도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아직 불법이지만, 미국은 100만 원 정도면 개인의 게놈 정보를 분석해 주고, 그것도 하루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앞으로 갈수록 비용이 낮아지고 걸리는 시간도 줄어들 것이라고 합니다. 종래 화학약품의 기술 수준의 복잡성을 자전거라고 하면, 1기 바이오 의약품은 자동차, 현재 나오는 2기 바이오의약은 항공기에 비유할 정도로 그 복잡성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 4차 산업혁명으로 IT, 로봇, 나노 테크놀로지, 소재산업 등이 의료에 접목되면서 의료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팬데믹도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의료 산업의 중요성은 아마 상상하기 힘들 정도일 것입니다. 지난 100년간 전기, 석유화학, 금융, 자동차, 반도체, 스마트폰 관련 IT 산업 등의 순으로 세계 최대 산업이 변화되어 왔습니다. 앞으로 이 자리를 생명공학과 의료 관련 산업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런 면에서는 한국에서 우수한 인재가 의료분야에 몰리는 현상은 바람직합니다. 각자의 재능이 무시되고, 한쪽 분야로 쏠리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의료 산업은 앞으로 가장 중요한 산업이 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특집에서는 현재 논란이 되는 공공의대 설립 및 의대 정원 확대뿐 아니라, 한국의 의료 현황을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의료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특집 칼럼


커버스토리에서는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연세대 이규식 명예교수를 모셨습니다. 연세대학교 보건과학대학원장, 한국보건행정학회 회장,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초대 원장,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장 등을 역임한 이규식 교수는 우리나라의 의료 정책의 대표적인 전문가입니다. 그를 통해서 이번 주제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특집에서는 한국 의료 산업의 현황, 현정부의 의료 정책 평가, 마지막으로 한국 의료 산업의 미래 등 세 부분으로 나누어 열세 편의 칼럼을 실었습니다. 먼저 한국의 의료 수준에 대한 평가에 관한 칼럼을 다섯 편 실었습니다. 순천향대 의대 박윤형 교수는 한국은 단기간에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하며,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이규식 교수는 인터뷰에서 못다 한 한국 의료 정책의 역사에 대해서 “의료의 이념적 성격과 의료 정책”이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보충 설명하면서 한국 의료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게 된 역사적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의 진기남 교수는 한국 의료의 국제화 현황을 소개했으며, 메디게이트뉴스의 임솔 기자는 한국의 의료수가가 미국, 유럽, 일본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어느 정도 수준인지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첫 번째 주제의 마지막 칼럼은 보건 분야로 K-방역에 대한 내용입니다. 우리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에 잘 대응했다고 자화자찬하면서 확진자의 동선 추정 등 철저한 통제에 성공해 코로나바이러스 희생자를 줄였다고 하면서 이를 K-방역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서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김정호 원장은 우리와 달리 거의 정부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은 일본과 코로나 사망 통계를 비교하면서 K-방역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두 번째 주제는 최근 논란이 되는 문재인 정부의 의료 정책과 관련된 칼럼을 네 편 실었습니다. 먼저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박은철 교수가 현정부가 주장하는 것과 같이 과연 의사가 과연 부족한가 하는 주제를 가지고 각종 통계를 제시하면서 그 현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이은혜 교수는 공공의대라는 용어 자체가 잘못된 것이며, 공공의대는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각종 통계를 활용해서 설득력 있게 논리를 전개합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위원인선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경기대 법대 석희태 명예교수는 의사의 수준이 얼마나 높아야 하는지 설명하면서, 현재 제시되고 있는 공공의대 학생 선발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번 의료계의 파업에 대해서 우리 사회 일각에서 의료인의 자기희생 없음에 대한 질타가 많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질타가 적절한 것인지에 관해서 장로교신학교의 김철홍 교수가 성경적 인간관을 근거로 평가했습니다.

세 번째 주제로는 한국 의료와 관련된 현안들 중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차의과학대학교 지영건 교수), 영리병원(건국대 경제학과 김원식 교수), 원격의료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박종훈 교수) 등에 대한 세 편의 칼럼을 실었고, 마지막으로 한국 의료가 나갈 방향에 대해서 이규식 교수가 결론적으로 정리해 주었습니다.


맺음말


이번 특집을 준비하면서 비교적 생소했던 의료 분야에 관하여 많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는 영리병원을 금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보면 모든 병원이 공공병원인 동시에 영리병원이며, 이러한 제도를 가진 나라가 한국 외에는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또한 한국 의료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이유라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한국만 가진 독특한 제도를 통해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된 의료 분야를 위협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알고 나니, 이번 정부의 의료 정책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과 시각도 생겼습니다. 이번 특집이 한국 의료 분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월드뷰 발행인 김승욱 | 중앙대학교 명예교수이며, 한국제도경제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박사학위(Ph.D.)를 받고 UNDP 국제 전문가와 경제사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1989년에 9명의 교수들과 함께 “기독교학문연구회(현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를 창립해, 2000년부터 2012년까지 회장으로 봉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