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의 주요 골자와 문제점
2020-09-06
월드뷰 SEPTEMBER 2020●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3 |
글/ 전용태(법무법인(유) 로고스 고문변호사)
평등사상의 발전
사람은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난다는 평등사상은, 고대로부터 내려와 그리스 시대에는, 정의 관념과 결부되어 정의를 일반적 정의와 특수적 정의로 나누고, 특수적 정의를 평등이라 불렀다. 이러한 평등사상은 중세기에는 신 앞의 평등으로, 근세에는 자연법 앞의 평등으로 발전했으며, 현대 헌법에 와서는 1919년 바이마르헌법을 필두로, 특수적 정의가 정치적인 면에서의 평균적, 절대적 평등에 머무르지 않고, 경제적, 사회적인 면에서 배분적, 상대적 평등을 보장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경제적 평등의 급진적 실현을 요구하는 공산주의와 1차 대전 이후 전체주의가 등장하여, 개인의 인권이 극도로 유린당하자, 2차 대전 후에는 각국의 헌법과 국제연합기구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확인하고 존중히 여기는 규정을 두게 되었다. 우리 헌법도 이를 모방하여 전문에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라고 선언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정신에 따라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하여 국가의 천부인권 보장의무를 규정하고, 헌법 제 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평등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안의 발의 과정
우리나라는 이러한 헌법규정에 따라 ‘남녀 고용평등법’ 등 많은 노동 관련 입법과 그 외에 차별금지사유와 영역별, 개별적 차별금지법들이 제정됐는데, 2001년에는 서구 일부 국가의 타락한 성문화, 이른바 성 혁명(sexual revolution) 사상의 법제화 현상에 영향을 받아, 모든 차별금지사유와 영역을 하나로 포괄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인 국가인권위원회법을 제정하면서, ‘성적 지향’을 새로운 차별금지사유의 하나로 전격 도입하게 되었다. 차별금지법 제정의 두 형태인 개별적 차별금지법과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각각 그 장단점이 있으나, 동성애로 대표되는 ‘성적 지향’이 차별금지사유로 도입된 국가인권위원회법이 20년 가까이 시행되어 오면서, 우리 사회에는 역차별과 역차별 보호 논란 등 많은 법률적 문제점과 동성애 보호 조장 활동으로 인한 에이즈(AIDS) 확산 등 심각한 사회적 병폐가 초래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기 시작했다.
그래서 2006년 이후, 차별금지와 규제를 강화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이 7회나 발의되었고, 그때마다 국민과 종교계의 반대로 철회되거나 폐기되었다. 최근에는 차별금지사유인 ‘성별’의 개념도 종전의 태도를 바꾸어 남녀의 2분 법적 구분을 폐지하고, 남녀 외의 다른 성을 포함하는 성 즉, 젠더(gender)라고 국가인권위원회가 해석하기에 이르자, 그 위헌성을 문제 삼아 지난 20대 국회에서 ‘성적 지향’을 삭제하고 ‘성별’을 남녀의 성별로 고치는 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21대 국회에 지난 6월 29일에 또다시 장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이 계류하고 있어, 이에 대한 찬반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안의 주요 골자
차별금지법안에 열거된 23개의 차별금지사유는 가치판단의 대상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 가치적인 차별금지사유와 가치 중립적(몰가치적)인 차별금지사유로 나눌 수 있다. 헌법 제11조 제1항은 차별금지영역에 있어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이라고 되어 있어 이것이 예시규정이라고 하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차별금지사유에서는 차별금지영역과는 달리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으로 한정되어 있어, 문맥상으로 볼 때는 열거규정이라 볼 수도 있으나, 설사 그것이 예시규정이라 하더라도 아무런 제한이 없는 예시규정이라고 보는 데는 문제가 있으므로, 제한적 예시규정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1) 이와 관련하여 지금까지 주로 문제가 제기되어온 조항이 ‘성적 지향’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이를 중심으로 하여 윤리적, 교육적, 기본권적 측면에서 차별금지법안의 주요 골자와 구조를 요약해 보기로 한다.
첫째, 차별금지법안은 ‘성적 지향’을 차별금지사유로 규정함으로써, 우리나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부도덕한 성 만족 행위로 판시하고 있고, 국민 대부분이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는 동성애(동성애 성행위를 포함하는 개념임)와 동성결혼을 도덕적으로 정상적인 것으로 취급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둘째, 그래서 차별금지법은, 학교나 군대에서, 성 정체감이 아직 형성이 안 된 어린 자녀들에게 이를 정상적이라고 교육하게 한다.
셋째, 반면 학부모, 교사, 성직자가 동성애 동성결혼이 비정상적이라고 가르치거나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보아 금지한다.
넷째, 차별행위자에 대하여는 무거운 민사상 손해배상책임(거증책임전환, 500만 원 이상 2배 이상 5배 이하의 배상금)과 이행강제금(3천만 원 이하)을 부과하고 일정한 경우에는 징계 책임과 처벌(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도 부과된다.
차별금지법안의 문제점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시행결과 많은 법률적 문제점과 사회적 폐해가 초래되었는데, 차별금지와 차별로 인한 규제를 강화하는 차별금지법안이 제정된다면, 사회적 병폐가 더욱 심화할 것은, 외국의 사례에 비추어보아도 분명해, 우려가 된다. 차별금지법안에 관하여는 위헌성 법률이라는 비판이 가능하다. 첫째, 법은 최소한의 윤리라는 법의 도덕성,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는 정의 관념, 인권은 성적 자기 결정권에 의해, 인간이 본성에서 나오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무한한 권리가 아니라, 인간이 인간이기 때문에 당연히 갖는 것으로 생각되는 유한한 권리라는 인권의 천부 인권성 내지 자연 인권성에 반하고, 비법률적 용어이며, 개념이 모호한 ‘성적 지향’은, 그 규제의 기준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법률 명확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둘째, 국가기관이 반만년 이상 연면하게 내려온 우리나라 남녀 중심의 성문화가 아닌 동성애·동성결혼을 정상이라 교육하는 것은 전통문화와 민족문화를 계승 발전시켜야 할 국가의 책무에 관한 헌법(제9조)정신에 저촉된다.
셋째, 반면에 도덕적인 사안에 대한 도덕적 판단=합리적 차별을 평등권 침해의 차별로 간주하여 금지하는 것은, 아무런 합리적 근거 없는 역차별로서, 도리어 그것이 평등권(헌법 제11조) 침해의 차별행위라 할 것이다.
넷째, 동성애에 대한 반대와 비판을 차별로 간주하여, 무거운 손해배상책임과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일정한 경우 징계 책임과 형사책임을 지우는 것은, 국민의 신앙, 양심, 종교, 표현의 자유(헌법 제19조, 제20조, 제21조)에 관한 침해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시행결과와 외국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차별금지법안이 제정될 경우 우려되는 폐해는 매우 심각하다. 첫째, 무엇보다도 동성애 등에 대한 역차별 보호는 동성애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약화하거나 포기하게 함으로써, 본인 자신이 불행해진다는 점이다. 동성애자 자신이 심한 우울증에 시달려, 자살률이 일반인보다 3배가량 높고, 수명도 일반인보다 훨씬 짧은데, 이는 차별을 금지하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와 행복추구권을 실현한다는 차별금지법안의 목적(제1조)에 역행한다.
둘째, 차별금지법안이 제정되면, 그 후속 조치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법률이 제정되어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성질서와 일부일처의 가정이 붕괴할 것이다.
셋째, 남성 간의 성행위로 인한 에이즈(AIDS)가 급증한 것은 이미 질병관리본부의 통계에 나타나 있으며, 막대한 에이즈(AIDS) 환자의 진료비 전액을 국가와 국민이 부담하게 된다.
넷째, 차별금지법안이 제정되면, 또한 군 내부의 동성애를 처벌하는 군형법 규정이 폐지되고, 전투력이 약화하여 국가의 안보가 위태롭게 될 것이다.
‘성적 지향’ 외에 ‘성별’, ‘성별 정체성’, ‘종교’, ‘사상’ 조항도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많은 사회적 혼란이 예상된다. ‘성별’은 생물학적인 남녀의 성 외에 제3의 성이 포함되는 젠더(gender)라 규정하고 있고, ‘성별 정체성’은 자신의 성별에 관한 인식 또는 표현을 말하며, 자신이 인식하는 성과 타인이 인지하는 성이 일치할 필요는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성전환 수술이 없어도, 그 많은 성 가운데 아무 성이나 선택도 하고 변경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 인권론은 우리나라 반만년 역사에 한 번도 수용한 적이 없고, 혼인은 남녀의 결합으로만 성립된다는 헌법 제36조 제1항의 근본규범에도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또한 ‘종교’가 헌법상 차별금지사유의 하나로 규정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종교’의 평등을 구체적으로 보장하는 법률로서는, 종교라는 이름으로 가정과 사회의 안정을 저해하는 이단에 대하여 이를 비판하는 것이 허용될 수 있도록, ‘종교’의 기준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사상’도 자유 민주주의라는 대한민국의 정체성(헌법전문, 헌법 제4조)을 부정하는 사상에 대한 비판이 차별행위가 되지 않도록, 일정한 기준을 정하여야 할 것이다. 차별금지법안에 열거된 차별금지사유 말미의 ‘등’은 위에 말한바, 차별금지사유의 제한적 예시 규정성에 반한다. 차별금지사유를 무제한 허용할 경우, 마약사범이나 처벌의 대상이 되는 음주자도 소수자 인권 논리의 보호막 속에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성적 지향’을 차별금지사유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의 논거
몇 가지가 있는데 수긍하기 어렵다. 동성애는 선천성과 유전성이 있으므로, 유책성이 없다는 주장이 있으나 의학적으로 확증된 바 없고, 도리어 후천성이라는 게 정설이다. 동성애를 내적인 성향이 아니라, 책임이 수반되는 성행위를 차별금지사유로 보는 법 현실에서는, 이를 논할 실익이 없다. 남녀의 성 구분이 정치 제도적 산물이라고 보는 성 정치성론은, 자연의 순리와 타고난 생물학적 성을 성으로 보는 우리 헌법적 규범과 종교 규범에 반한다. 윤리의 상대성론도 윤리의 가변성은 있으나, 성도덕과 같이 시대와 공간에 따라 변치 않는 인간의 보편적 윤리는 존재하므로 수용할 수 없다. 성적 지향을 보호하는 것이, 인권의 세계적 추세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동성애에 대해 모든 영역에서의 차별을 금지하는 법을 입법하여 법적, 도덕적 보호를 하는 나라는 35여 개국에 불과하고, 대부분 국가는 동성애를 처벌하거나 비범죄화하여 그 자유를 허용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UN 인권이사회가 회원국에 성적 지향 보호 정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구속력이 없고, UN 인권이사회의 상급기관인 UN 총회에서는 이와는 달리 대다수의 회원국이 동성애에 반대함으로 인해, 동성애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하는 결의안이 채택되지 아니하였다. 오히려 UN 총회는 세계인권선언에 따라 각국의 인권정책은, 그 나라의 윤리, 도덕, 문화의 제약을 받아야 하고, 각국의 전통 가족 형태는 보호되어야 한다고 선언하거나 결의하였음에 유의하여야 한다.
차별금지법안에 대한 대안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다. 죄는 미워하되 죄인은 사랑해야 한다(憎罪愛人). 이것이 종교 규범이고 윤리 규범이며 실정법의 정신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인간은 죄를 미워하다 보니 죄인까지 미워하게 되고, 죄인을 사랑하다 보니 죄까지 사랑하게 되는 실수를 범하기 쉽다. 또한, 국민이 법에 굴복하여, 그것을 지키는 동기는 법의 내면적 도덕성에 있지, 결코 그 강제성에 있지 아니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동성애 행위가 부도덕하고 죄로 인식하는 한, 동성애자는 이해하고 사랑하되, 동성애 행위 자체는 단호히 배격하는 자세를 취하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동성애 행위 자체에 대한 합리적인 반대와 비판=정당한 차별을 혐오로 간주하여, 이를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안은 결코 제정되어서는 안 된다.
실정법은 부도덕한 행위를 처벌하거나, 처벌하지 않는 권능이 있으나, 도덕률을 폐기, 형성할 권능은 없다. 자유와 평등은 정의와 인권이라는 행복 마차를 이끌고 가는 두 수레바퀴이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실현이다. 그러므로 평등구현을 위한 입법 조치와 함께 자유 수호를 위한 입법화에도 노력해야 우리 사회에 진정한 평등이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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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헌법의 제11조 제1항 제2문에 명시된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을 예시적으로 규정된 것으로 보아 이들 이외의 다른 차별금지사유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예시규정설이고, 명시되어 있는 3가지 이외의 다른 차별금지사유는 포함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열거규정설이다. 예시규정이라고 보더라도 어떠한 차별금지사유든지 무제한적으로 다 포함되는 것은 아니고, 성적 지향과 같이 법의 도덕성에 위반되는 사유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제한적 예시규정설이다.
글 | 전용태
서울대학교 사법대학원을 졸업하고, 춘천·청주·인천·대구검찰청 검사장과 대통령 직속 부패방지위원회 위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을 역임하였다. 현재 법무법인(유) 로고스 고문변호사이고, ‘진정한 평등을 바라는 나쁜 차별금지법 반대 전국연합(진평연)’ 상임대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