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의 자유를 상실한 한국 언론
2020-08-12
월드뷰 08 AUGUST 2020●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10 |
글/ 성창경(목사,전 KBS 공영 노조위원장)
필자는 한국의 위기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을 ‘언론의 위기’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를 병들게 하는 이념 충돌이 언론에서 시작했다고 할 만큼 언론은 현재 이념 지향적이다. 많은 언론이 진영(陣營)의 대변지나 나팔수로 전락했다. 언론사나 언론인이 많지만, 제대로 비판 역할을 감당하는 언론사나 언론인은 드물다. 이렇게 된 이유를 필자가 오래 기자 생활을 했던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고찰해 본다.
1.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에 장악된 한국 언론
한국 언론의 이념 편향성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부터 꾸준하게 ‘진지(陣地)’를 구축해, 국내 최대 노동단체인 민주노총이 공영방송을 장악했다. 민주노총 산하에 130개 언론사 노동조합이 가입돼있다. 방송사 노조가 대부분이 여기에 속하고, 신문사 노조도 조선, 동아, 중앙을 제외하고는 상당수가 민주노총 소속 ‘언론노조’와 연결돼 있다.
이들은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교체된 이후, 사회를 진보정권으로 회귀(回歸)하게 하려고 정치에 개입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2008년 ‘광우병 사태’이다. 거짓 뉴스로 이명박 정부에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이 명백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무기력하게 그저 ‘촛불’에 놀라기만 할 뿐이었다. 이후 수차례에 걸쳐서 선동적인 보도가 한국 언론에 많이 등장했다. 그 이후 가장 심했던 것이 2014년 ‘세월호 참사’ 보도였다. 어린 학생들이 한꺼번에 많이 희생당한 슬프고 아픈 뉴스였지만, 사고 원인자를 찾아서 응징(膺懲)하려는 듯한 선동성이 강한 보도가 이어졌다.
이후 결정적인 시기가 왔다. 이른바 ‘최순실 사태’가 JTBC의 태블릿PC 보도를 시작으로 본격화된 것이다. 국정농단(國政農壇)이라는 프레임이 작동했다. 당시 “세월호 7시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굿을 했다”, “밀애(密愛)를 즐겼다”, “안면 수술을 했다”라는 식의 괴담 같은 뉴스를 보도했다. 공영방송에서 거짓 뉴스를 반복적으로 무려 3개월 이상 보도해, 박근혜 정권이 붕괴(崩壞)되었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언론의 난(亂)’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2. 언론노조, 문재인 후보와 ‘정책협약’ 체결
이후 문재인 정권이 탄생하기 직전인 2017년 4월 27일,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와 언론노조 간부들이 모여 ‘정책협약’을 체결한다. 유력한 대선후보와 중요한 언론사 노조 대표들이 모여 ‘서로 협조하겠다’라는 계약 같은 것을 체결했다. 이미 박근혜 정권의 탄핵에 크게 이바지했던 언론노조 소속 언론사들은 주로 민주당 후보에게 유리한 보도를 많이 한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미 살아있는 권력을 탄핵하는 데 성공한 후여서 거침이 없었다.
그리고 문재인 정권이 2017년 5월 9일 탄생하자 권력과 언론의 본격적인 협업(協業) 또는 밀월(蜜月)관계가 이어졌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비판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울 지경이었고, 주로 문재인 정권이 잘하고 있다는 홍보성 기사가 많았다. 특히 이런 현상은 방송이 주류를 이루었다.
특히 이 가운데서 기억에 남는 몇 가지 보도 사례를 살펴보면, KBS 1TV <오늘 밤 김제동>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백두 위인 맞이 환영단’의 대표를 인터뷰 방송했다. 방송에서 김정은의 서울 방문을 열렬히 환영한다는 내용이 나가자, 많은 국민이 KBS를 찾아와서 항의 집회를 하는 등 파문이 컸다.
이 밖에도 KBS 1TV에서 김용옥과 영화배우 유아인 씨가 진행하는 토크 프로그램 “도올아인 오방간다”에서 김용옥 씨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무덤을 국립묘지에서 파내야 한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서, 또 많은 시민이 KBS를 찾아와 항의하고, KBS 양승동 사장 등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이 밖에도 당시 문재인 정권이 적폐 몰이를 하자, KBS와 MBC 등 공영방송들은 일제히 적폐 몰이의 홍보에 앞장섰다. 검찰과 경찰 등에서 적폐 조사를 한다고 하면서, 조사 내용이나 피의 사실 등을 흘리면, 방송들이 이를 일제히 보도하는 방식이었다. 일방적으로 한쪽으로 몰아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반론이나 검증 없이 이른바 불러주는 대로 보도한 셈이었다. 대표적인 예로 ‘박찬주 대장의 공관병 갑질’, ‘대한항공 오너 가족의 직원 갑질’, ‘국군기무사의 계엄검토 문건’, ‘국군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의혹’ 등 주로 보수 세력에 대한 공격성 보도였다. 나중에 밝혀진 대로 박찬주 대장의 공관병 갑질은 무죄로 드러났고, 대한항공의 오너 갑질도 그 자체가 처벌받은 것은 없다. 다만 이 사태로 대한항공의 조양호 회장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로 결국 경영권을 잃게 되었고, 그 후 멀리 미국에서 한(恨)을 품은 채 병사(病死)했다.
이 같은 보도와 적폐 몰이의 여파 등으로 박근혜와 이명박 등 두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고 대법원장과 대통령 비서실장, 국정원장 4명 등 수많은 사람이 구속되었다. 또한, 이재수 국군기무사령관 등 4명이 자살하는 사태를 빚었다. 이처럼 방송과 일부 신문들이 하나의 ‘이념적 카르텔’로 뭉친 것처럼 정권과 서로 호응하면서 문재인 정권을 비호하거나 홍보하는 데 앞장서 왔다.
3. 사상 초유의 언론사 내 적폐 청산위원회 설치
여기서 하나 지적할 중요한 사안은 언론사상 처음으로 KBS와 MBC 그리고 연합뉴스 등에도 적폐 청산위원회를 설치한 것이다. KBS의 경우 진실과 미래위원회, MBC는 정상화위원회 그리고 연합뉴스는 혁신위원회 등 기관마다 명칭은 달랐지만, 과거 정권 시절에 활동했거나 보도했던 내용 등을 조사해 해당 기자와 PD 등을 해임이나 정직 등의 징계를 했던 사실이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도 찾아보기 힘든 언론사 내에 무시무시한 사정기관을 둬서 언론인들의 과거를 파헤쳐 소환해서 처벌했다. 여기서 특기할 사항은 KBS의 경우, 진실과 미래위원회 운영 규정에는 당사자가 소환 통보를 받았을 때 출석하지 않아도 처벌받고, 조사받은 내용을 외부에 누설해도 처벌받는 조항이었다. 그래서 당시 이 기구를 계엄사령부와 같다고 말했다.
조사도 특정 노조 소속의 후배 기자나 PD 등이 과거 보직을 가졌던 선배들을 상대로 실시했다. 그래서 더욱 수치스러웠고 무서웠다고 했다. MBC의 경우 과거 보도 내용 등을 이유로 조사를 받고 해임된 사람이 19명이나 되었다. 정직과 감봉 등의 징계를 합치면 수십 명이 되었고, 이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회사를 그만둔 사람들도 많았다.
KBS의 경우 1차 조사에서 19명 정도가 징계 대상자였지만, 당시 KBS 공영노동조합이 진실과 미래위원회의 운영 규정이 사규 등과 배치된다고 하면서 불법성을 강조해 법원에 가처분 소송을 내서 1심에서 승소하는 등 시간을 끌다가 최종심에서 패하는 바람에 모두 8명이 정직 6개월에서 정직 1개월 등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현재 징계를 받은 직원들은 회사를 상대로 징계가 부당하다는 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다.
과거에 중견 기자들이 중심이 돼서 ‘기자협회 정상화를 바란다’라는 성명서를 사내 게시판에 올린 일이 있었다. 주로 젊은 기자들이 적극적인 활동을 하던 KBS 기자협회가 특정 이념이나 정파(政派)성을 띠고 있어서 이를 시정하라는 것이었다. 그 당시 성명서에 약 130명의 기자가 지지하며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이를 트집 잡아 징계 사유로 제시한 것이다. 당시 보직을 가진 기자들이 이 성명서에 이름을 올리지 않는 기자들에게 불이익을 줄 의도가 있었거나 ‘줄 세우기’를 했다는 것이 징계의 사유였다. 정권이 바뀌어 회사 내 실권을 잡은 언론노조 측이 과거 자신들과 다른 길을 갔거나 자신들에게 피해를 줬던 인물들을 골라서 적폐로 몰아세운 뒤에 처벌한 것이다.
그 밖에도 ‘4대강 보도’, ‘세월호 보도’, ‘사드 배치’ 등을 조사했지만, KBS공영노조가 징계 시효 문제를 놓고 사측과 소송을 다투자 흐지부지돼 버렸다. 어찌 되었든 언론사 안에 이런 무시무시한 기구를 만들어 놓고 압박을 했다. 이 때문에라도 기자들이 정권에 일방적인 홍보성 보도를 해도 사측에 제대로 저항이나 반대의견을 표시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 기구의 위원장을 맡았던 정필모 기자는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당선됐다. 회사 안팎에서 자신의 동료 언론인들을 징계하고 그 피 값으로 배지를 달았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4. 정권의 비리나 부정선거 의혹을 가짜뉴스로 몰아가
그뿐만 아니라 언론이 문재인 정권의 비리나 불법행위는 아예 보도하지 않거나 소극적으로 보도해서 국민이 제대로 된 실상을 알지 못하게 만들었다. ‘조국 사태’나 ‘울산시장 선거 부정 의혹사건’, ‘신라젠 주가조작 사건’, ‘이재수 전 금감위원장 감찰 무마 사건’, ‘우리들병원 부당 대출사건’, ‘정의연 윤미향 사건’ 등 정권의 핵심세력이 개입된 권력형 게이트가 터졌지만, 제도권 언론 특히 방송들은 이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조국 사태’와 ‘울산선거 부정 의혹’에 관련돼 수사를 받는 자들이 버젓이 국회의원에 출마해 당선됐다. 최강욱 전 공직기강비서관,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 한병도 전 정무수석, 김남국 변호사 등 피의자 신분인 자들이 지역구와 비례대표 등에서 당선된 것이다. 언론의 견제와 비판이 거의 없다 보니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범법 사실 등을 제대로 모른 채 투표하는 예도 많았다.
그 가운데 아주 심각한 것은 부정선거 의혹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의혹처럼 보였지만 갈수록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 시작했다. 서울, 경기, 인천지역의 사전투표와 본 투표 사이의 일정한 비율의 득표는 아무리 설명을 해도 납득가지 않았다. 그래서 유명한 통계학자는 신(神)이 의도적으로 만들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결과라고 했다. 미국의 유명학자도 한국선거는 부정(Fraud)이라고 단정적으로 발표했다. 그 외 빳빳한 투표용지, 연이어 붙어있는 투표용지, 투표한 사람들보다 투표지가 더 많이 나온 선거구 등 객관적인 증거들이 차고 넘쳤지만 단순한 의혹 보도라도 공영방송과 대부분 신문은 보도하지 않았다. 그리고 부정선거를 외치며 집회하는 사람들의 외침에 대해서도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대신 극우 유튜버들과 결탁한 괴담(怪談) 또는 가짜뉴스라고 몰아붙였다.
그나마 ‘TV조선’과 ‘채널A’와 같은 우파성향의 종합편성 채널이 제한적이나마 보도했지만, 이 또한 최근에 보도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며 방통위에서 재인가(再認可)를 유예하는 등의 압박을 해왔다. 이런 가운데 ‘유튜브’가 사실과 진실 등을 보도하고 있지만, 이 역시 광고 제한조치와 명예훼손 고소 고발을 남발하는 등의 상황으로 악전고투(惡戰苦鬪)하고 있다.
5. 맺음말
한국은 지금 심각한 체제 위기를 겪고 있다. 곳곳에서 자유 민주주의와 자유 시장경제 체제가 위협받는 정책들이 마구 쏟아지고 있다. 사회주의로 체제 변혁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지만, 대다수 국민은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문재인 정권을 지지하고 있다. 언론의 왜곡, 조작, 선동 보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그래서 한국 위기 해결의 핵심은 바로 이 언론을 바로 잡는 데에 있지만, 불행하게도 한국에서 언론의 자정 노력으로 언론의 독립과 공정언론을 쟁취하기가 지금은 너무나도 어렵고 멀어 보인다.
<sck1302@gmail.com>
글 | 성창경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을 졸업하였다, 1987년 KBS 기자로 입사하여 경제부 차장, 디지털뉴스국장, KBS 울산방송국장, KBS 공영 노조위원장을 역임했다. 2020년 2월 KBS를 퇴사해 현재 ‘성창경 TV’ 유튜브 방송 대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