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과 표현의 자유
2020-08-06
월드뷰 08 AUGUST 2020●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4 |
글/ 전윤성(자유와 평등을 위한 법정책 연구소 연구실장)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6월 29일에 차별금지법안(이하 “장혜영의원안”)을 대표 발의하였다. 다음날, 국가인권위원회는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안(이하 “국가인권위안”)을 국회에 입법 촉구하였다. 장혜영의원안과 국가인권위안은 모두 성적 지향(동성애)과 성별정체성(트랜스젠더리즘)을 포함하고 있어 사회적 갈등과 반목을 가중시키고 있다.
차별금지법의 핵심은 민·형사상의 처벌이다. 장혜영의원안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 시정명령 불이행 시 3천만 원 이하의 이행강제금(반복 부과 가능), 손해액의 2배~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상한 없음), 1년 이하의 징역·1천만 원 이하의 벌금 등의 법적 제재를 담고 있다. 인권위안도 법원의 간접강제 이행배상금, 손해액의 3배~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상한 없음), 3년 이하의 징역·3천만 원 이하의 벌금 등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어 큰 차이가 없다.
‘동성애 = 죄’ 설교 금지
그런데, 이들 법안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억압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장혜영의원안은 제28조에서 인터넷, 소셜미디어, 전기통신 등 정보통신서비스의 공급·이용에서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동성애와 트랜스젠더리즘, 제3의 성에 대한 비판과 반대하는 의견을 인터넷, 카카오톡,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 퇴출시키겠다는 발상이다. 동성애가 죄라는 설교를 인터넷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 등 온라인으로 내보내면 차별금지법 위반이 된다.
또한, 안 제29조는 신문기사, 광고, 라디오, 공중파·케이블·인터넷 방송에서 반동성애, 반트랜스젠더리즘, 탈동성애 등의 방송통신콘텐츠를 제작·공급·이용하는 것을 금지한다. CTS, CGNTV, 극동방송, 국민일보 등 기독교 언론사가 반동성애 설교를 방송, 신문, 인터넷 등으로 내보내면 법적 제재를 당하게 된다. 국가인권위안도 마찬가지로 제24조에서 신문, 인터넷신문, 방송통신콘텐츠 제공과 이용에서 동성애와 트랜스젠더리즘, 제3의 성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종교 차별금지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단·사이비 종교에 대한 비판과 반대도 금지된다.
교회의 오프라인 반동성애 설교도 차별이 될 수 있다. 장혜영의원안은 동성애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분리·구별·제한·배제·거부 등 불리한 대우를 표시하거나 조장하는 광고 행위를 차별의 범위에 포함시켰는데(안 제3조 제1항 제4호), 여기서 말하는 광고 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 규정이 법안에 없을뿐더러, 이에 대해서는 유독 차별 영역에 대한 제한도 두지 않았다. 따라서 교회 오프라인 예배에서의 설교뿐만 아니라 길거리에서의 반동성애 피켓팅, 현수막 게재 등에 대한 금지가 가능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동성애의 보건적 유해성에 대한 학문 연구와 발표, 동성애 차별금지법의 부작용에 대한 학술 토론회 개최도 금지대상 차별에 해당될 수 있다.
한편, 장혜영 의원은 동성애 등을 이유로 적대적·모욕적 환경을 조성하는 등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도 차별에 포함시켰는데(안 제3조 제1항 제3호),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러한 행위를 ‘괴롭힘’이라고 정의하면서 혐오표현의 한 유형으로 보고 있다(혐오표현 리포트, 국가인권위원회, 2019, 23). 장혜영의원안은 괴롭힘 금지를 고용, 재화·용역, 교육, 행정서비스 영역으로 제한하고는 있으나, 교회도 사무직원, 간사, 전도사 등을 고용하고 있기 때문에 고용 영역 괴롭힘 금지의 적용 대상이다. 따라서 교회 내 오프라인 반동성애 설교나 표현이 법적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기독교 병원의 원목과 기독교 기업의 사목의 반동성애 설교도 마찬가지이고, 군목이 군대 내 예배에서 반동성애 설교를 하면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신학교, 기독대학, 미션스쿨의 예배·채플에서 교목이 반동성애 설교를 한 경우에는 교육 영역에서의 괴롭힘 금지 위반으로 해당 교목이 법적 제재를 당하게 될 것이다.
국가인권위안은 ‘괴롭힘’을 혐오표현으로 명시하면서 좀 더 상세히 규정하였는데(안 제2조 제7호), 고용과 교육 영역에서의 괴롭힘 금지도 차별로 보기 때문에(안 제3조 제3항), 교회, 신학교, 미션스쿨, 종교단체, 기독언론사, 종립기업, 기독교 사회복지시설에서의 교내·사내 예배에서 동성애가 죄라는 설교와 표현을 하면 괴롭힘 금지 위반이 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동성애를 죄로 표현하는 것을 혐오표현으로 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6년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보고서에서 미션스쿨에서 “동성애는 잘못된 것이고 죄”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게재한 것이 ‘증오선동’ 유형의 혐오표현이라고 기술하였다(17). 장혜영의원안과 국가인권위안은 모두 국가인권위원회에게 차별 행위를 조사하고 결정하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고, 따라서 차별금지법이 제정이 되면 국가인권위원회가 “동성애는 죄”라고 하는 설교에 대해 차별이라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동성혼은 죄’ 설교한 영국 목사 징계
차별금지법이 입법이 된 해외의 수많은 차별금지법 적용 사례들이 이러한 예측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배리 트레이혼(Barry Trayhorn) 목사는 영국 HM 교도소에 근무하면서 교도소 내 예배를 인도해 왔는데, 2014년 2월 예배에서 동성 간의 결혼은 잘못된 것이라고 설교했다. 그런데, 이후 교도소 측은 트레이혼 목사의 설교를 금지시켰다. 2014년 5월 트레이혼 목사는 찬양 인도를 하면서 동성애를 금지하는 성경 고린도전서 6장 9~10절을 인용하였다. 그러자 교도소 측은 트레이혼 목사의 예배 인도를 아예 중단시켰고, 징계 처분까지 내렸다. 그는 교도소의 징계가 영국 평등법(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종교 차별행위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하였다(Trayhorn v. The Secretary of State for Justice, United Kingdom Employment Appeal Tribunal, Appeal No. UKEAT/0304/16/RN).
영국인 해리 하몬드는 69세의 노방 포교자였는데 2001년에 노방 포교를 하다가 40명의 화난 군중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그는 “그리스도는 평화를 주십니다.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비윤리적인 행위를 그만하세요. 동성애를 그만 하세요. 레즈비언이 되지 마세요. 그리스도는 주님이십니다.”라고 적힌 대자보를 들고 있었다. 군중들은 그를 둘러싸고 밀쳐서 땅에 넘어지게 했고, 물과 흙을 그에게 던지고 대자보를 끌어 내렸다. 경찰이 출동했으나 그를 보호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체포하였다. 그에게 폭행을 한 군중은 단 한 명도 체포되지 않았다. 동성애를 회개하라는 대자보에 대해 동성애자들이 항의를 하였기 때문이다. 그는 혐오표현을 금지하는 영국 공공질서법에 의해 기소가 되어 유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그가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것을 알고도 비이성적으로 대자보를 들었다고 판시하였고, 그에게 벌금형을 선고하였다[Hammond v Director of Public Prosecutions (2004)].
윌리엄 왓콕(William Whatcott)은 2001년과 2002년에 캐나다의 공립학교 앞에서 동성애를 금지하는 성경 구절이 적힌 유인물을 배포하였다가 인권위원회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왓콕은 성경 고린도전서 6장 9절 “불의한 자가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할 줄을 알지 못하느냐 미혹을 받지 말라 음행하는 자나 우상 숭배하는 자나 간음하는 자나 탐색하는 자나 남색하는 자나”가 적힌 유인물을 배포했었다. 캐나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동성애에 반대하는 성경을 표현하는 것은 증오 범죄라고 판결하였다[Saskatchewan (Human Rights Commission) v. Whatcott [2013] 1 SCR 467]. 캐나다 대법원은 남색(sodomy)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특정 그룹의 사람을 표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하였고, 왓콕이 동성애자를 표적으로 하기 위해 성경을 사용한 것이 문제였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그에게 2명의 동성애자에게 7,500달러의 손해 배상을 하고, 수십만 달러에 달하는 인권위원회의 소송비용을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직장에서 전도한 영국 기독교인 징계
영국 NHS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었던 빅토리아 와스테니는 기독교인이었는데, 무슬림인 직장 동료에게 신앙서적을 선물해 주고,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 초대했다. 어느 날 그 직장 동료가 자신의 사무실로 찾아와서 울면서 자신의 개인적인 문제를 이야기하였다. 건강 문제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말했고, 상대방의 동의를 받고 나서 빅토리아는 “하나님 저는 당신이 평화를 주시고, 치료해 주실 것을 믿습니다.”라고 짧게 기도해 주었다. 이후 그 무슬림 직장 동료는 주변인들로부터 압력을 받았고 병원에 빅토리아에 대한 진정을 제기하였는데, 이로 인해 빅토리아는 정직과 감봉 등 징계 조치를 받았다. 빅토리아는 병원이 자신에 대하여 영국 평등법(차별금지법)을 위반하여 종교를 이유로 한 차별을 한 것이라며 고용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법원은 빅토리아의 전도 행위는 직장 동료에 대한 종교적인 괴롭힘이라고 하면서도, 병원 측의 징계에 대해서는 종교를 이유로 한 차별이나 괴롭힘이 아니라는 모순된 판결을 내렸다[Wasteney v. East London NHS Foundation Trust (2016)].
2012년에 동성애자 권리 지지 운동을 하는 ‘Stonewall’이라는 단체가 영국 런던 시내버스에 “어떤 사람들은 동성애자이다. 인정하라!”(“SOME PEOPLE ARE GAY. GET OVER IT!”)라는 광고 문구를 게재하였다. 이에 대응하여, ‘Anglican Mainstream’이라는 단체는 2012년 4월에 “나는 동성애자 아니고, 예전에 동성애자였다. 탈동성애자인 것이 자랑스럽다. 극복해라!”(“NOT GAY! EX-GAY, POST-GAY AND PROUD. GET OVER IT!”)라는 광고를 런던 시내버스에 게재하였다. 그러나 항의를 받은 후에 런던 운송회사는 탈동성애 광고만 중단하였다. ‘Core Issues Trust’는 런던 운송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하였다. 항소 법원은 런던 운송 회사의 행위가 적절하지는 않았으나 불법적이거나 인권 침해를 한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여 역차별 논란이 일어났다[Core Issues Trust v Transport for London [2013] EWHC 651 (Admin)].
차별금지법은 소위 혐오표현을 금지한다는 명목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 표현의 자유가 자유롭고 열린 토론 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안전장치로 기능할 때에야 비로소 민주주의 사회가 지속 가능할 수 있는데, 차별금지법은 우리의 자유 민주주의 체제의 존속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어떤 의견 자체가 일부 듣는 이들에게 불쾌감을 일으킨다는 이유만으로 그러한 의견에 대한 대중적 표현을 금지하는 법은 소수 의견과 반대 의견을 금지시킬 수 있으므로 결국, 모두에게 해를 주게 된다.
소위 혐오표현도 표현의 자유로 보호하는 미국
미국 연방대법원은 오랫동안 표현의 자유 보장의 근거로 사상의 자유시장이론(Marketplace of Ideas)을 발전시켜 왔는데, 법이 관점의 중립을 강제할 경우 반대 의견을 침묵하게 만들고, 사상의 자유시장을 왜곡시킨다는 것이다. 소위 혐오표현이라도 정부가 규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진보와 보수를 떠나 모든 연방 대법관들이 표현의 자유 보호의 중요성에 대한 일치된 견해를 가지고 있다[Matal v. Tam 137 S.Ct. 1744 (2017)].
또한, 미국 연방대법원과 영국 대법원은 ‘표현하지 않을 자유(right not to speak)’ 혹은 ‘강요된 표현으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 compelled expression)’와 같이 표현의 내용을 표현주체가 자율적으로 구성하고 결정할 권리도 표현의 자유의 중요한 부분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동성결혼 축하 케이크 제작을 해주지 않은 제과점을 차별금지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은 바로 강요된 표현으로부터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Lee v. Ashers Baking Company Ltd and others [2018] UKSC 49(영국 대법원 판결)과 Department of Fair Employment and Housing v. Cathy’s Creations, Superior Court of California, BCV-17-102855 (2018)(미국 캘리포니아주 지방법원 판결) 등].
미국 연방대법원은 Hurley v. Irish-American Gay, Lesbian and Bisexual Group of Boston [GLIB] (515 U.S. 557 (1995) 사건에서도 같은 법리에 의한 판결을 내렸다, 미국 보스톤시 성 패트릭의 날(St. Patrick’s Day) 퍼레이드는 ‘South Boston Allied War Veterans Council’이라는 민간단체가 주관하여 기획진행하고 시민이 참여하는 지역의 대표적인 연례행사인데, GLIB라는 동성애자 단체가 자신들을 알리는 현수막을 들고 퍼레이드에 참여하도록 허가해 달라는 신청을 했고, 주관단체는 동성애자들을 제외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퍼레이드가 전달할 표현의 내용이 GLIB의 참여로 인해 달라진다는 근거에서 신청을 거부하였다. GLIB는 공공편의시설에서 ‘성적 지향’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는 주(州) 법률에 근거하여 소송을 제기했으나, 연방대법원은 해당 주법을 주관단체에게 적용하여 GLIB의 참여를 강제하는 것은 미국연방헌법 수정 제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위반하는 행위이며 민간단체는 강요된 표현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표현의 자유 억압하는 차별금지법은 민주주의 지속가능성을 위협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는 기독교대학인 한동대학교에서 건학이념에 반하는 다자성애, 성매매합법화 교내 강연회를 불법 강행한 학생을 학칙 위반으로 징계를 한 것에 대해, 학교가 학생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결정을 내렸다. 인권위는 강요된 표현으로부터의 자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조차 모르는 듯하다. 그런데 만약 국가인권위안이 제정이 된다면 더 심각한 결과가 발생할 것이 예상된다. 불이익 조치를 금지하는 조항 때문에 한동대학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안 제37조 제1항 및 제38조).
언론을 검열하고 통제하는 것은 권위주의나 전체주의 체제에서 여론 형성을 좌지우지함으로써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되는 전형적인 수단이다. 동성애, 트랜스젠더리즘에 대한 보건적 유해성, 유전학적 사실의 전달 및 윤리적 문제 제기뿐만 아니라 타종교에 대한 건전한 비판 표현조차도 차별행위에 포함시켜 법적인 제재를 가하는 차별금지법이 제정이 되면 그러한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입법자들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차별금지법이 민주주의 사회의 존속에 매우 중대하고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점을 반드시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
<heavenlyadvocate@gmail.com>
글 | 전윤성
성균관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한 후, 한동대학교 국제법률대학원에서 미국법을 전공하였다. 미국 아메리칸대학교 로스쿨에서 국제법으로 법학석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였다. LG전자 사내변호사, BASF Korea Legal Counsel, 사단법인 크레도 미국변호사를 역임하였고 현재 자유와 평등을 위한 법정책 연구소 연구실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