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표현의 법적 규제는 가능한가?

혐오 표현의 법적 규제는 가능한가?

2020-08-07 0 By worldview

월드뷰 08 AUGUST 2020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5


글/ 정영화(홍익대학교 외래교수)


Ⅰ. 혐오 표현의 개념


혐오 표현의 개념은 글로벌 공적 담론의 뜨거운 이슈이다. ‘혐오 표현’(hate speech)이란 “인종, 종교, 성별 또는 성적 취향 등에 근거하여 개인 또는 집단에 대한 폭력을 선동하거나 조성하는 표현”으로 정의된다.1) 즉, 혐오 표현은 “인종, 피부색, 출신 국가, 성별, 장애, 종교 또는 성적 취향의 집단 특성으로 인해 개인이나 집단의 적개심이나 비방의 표현”을 포함하고 있다.

‘혐오 표현’에서 ‘혐오’(hate)란 화자(speaker, author)가 불특정 대상이나 집단을 차별(배제)하는 감정이나 견해를 의미한다. 또 ‘표현’이란 화자의 내면적인 생각이나 사상을 외부의 불특정한 청자(hearer)에게 전파하는 행위이다. 여기서 혐오 표현이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에 의해서 보호되는지에 따라서 법적 규제의 당부가 결정된다.

그런데 현재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혐오 표현은 현실 공간보다는 가상공간에서 훨씬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그러므로 혐오 표현의 법적 규제의 쟁점인 현실적인 혐오 표현과 가상공간의 혐오 표현을 살펴보려고 한다. 혐오 표현은 헌법상 보호 범위에 있는지, 규제 가능한 법적 규제의 유형과 그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검토한다.


Ⅱ. 혐오 표현의 법적 규제


1. 법적 규제의 의의

국내법과 국제인권법에서 혐오 표현은 그 대상이 특정한 사회 또는 인구 통계 집단과 동일시되는 점에 기초하여, 특히 차별이나 적대감 또는 폭력의 선동을 옹호하는 표현을 의미한다. 폭력 행위를 선동, 조성하는 표현을 포함하지만, 이에 국한되지 않는다. 혐오 표현은 차별, 적대감 및 폭력적인 공격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편견과 차별을 강화하는 표현으로 확장될 수 있다. 민주국가에서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정당이나 사회 세력에 의해서, 혐오 표현이 조작되기 쉽다. 혐오 표현은 정치적 경쟁자들 사이에서 자주 발생한다. 그래서 권력 집단은 자신에 대한 상대방의 비판을 억제하기 위해서 혐오 표현을 규제하려고 한다. 혐오 표현(데이터, 이미지 또는 음성 매체)은 공격받는 집단이 자존감을 잃게 하거나 무기력하게 할 수 있다.


2. 법적 규제의 유형

혐오 표현에 대한 법적 규제는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첫째는 개인의 인간 존엄권의 침해를 억제하기 위한 헌법적 규제이다. 둘째는 공공질서의 유지를 위한 경찰법의 규제가 필요한 경우이다.

첫 번째에 해당하는 인간 존엄권의 고도의 법적 보호가 요구되는 법적 규제는,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및 덴마크의 입법례가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두 번째에 해당하는 공공질서의 법익 침해에 대한 경찰법의 규제는, 북아일랜드의 법제밖에 없다.2)

나아가 국제인권법 차원에서 ICPR(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에 따르면 “차별, 적대감 또는 폭력에 대한 선동을 구성하는 국가, 인종 또는 종교적 증오에 대한 옹호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3) 또 모든 형태의 인종 차별 철폐에 관한 협약(ICERD)은 인종 차별에 대한 모든 선동을 일절 금지하도록 천명했다. 1948년 대량학살 협약에서 “집단 학살에 대한 직접적 및 대중적 동기 유발”을 금지했다.4) 특히, 인터넷의 보편적 사용으로 인해, 가상공간의 혐오 표현을 ‘혐오 사이트’라고 한다.


3. 가상공간에서 혐오 표현 규제의 특성

일반적으로 사이버 혐오 표현은, 소셜 미디어(SNS)나 인터넷 등에서 인종, 종교, 민족, 혈통, 성적 지향, 장애, 성별 등의 특성에 근거하여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일방적인 가해 행위를 목표로 한다. 그러한 혐오 표현은 다양한 긴장의 교차점에 있다. 그것은 사회에서 상이한 집단 간의 갈등을 표현한다. 가상공간의 표현의 자유와 인간 존엄권의 기본권과 법 원칙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5) 온라인상의 혐오 표현은, 본질적으로 오프라인에서 발견되는 의사 표현과 유사하지만, 가상공간의 표현 내용의 규제는 매우 어렵다. 사이버공간은 영속성, 순회성, 익명성 그리고 사법 공조의 필요성 등의 문제가 있어 해결이 다소 복잡하다. 혐오 표현은 여러 플랫폼에 걸쳐 상이한 형식으로 장기간 가상공간으로 확산하여 반복적으로 접속될 수 있다. ‘온라인 혐오 표현 연구소’의 대표 오볼로(A. Oboler)는 “콘텐츠가 오래 유지될수록, 피해자에게 더 큰 피해를 주고, 가해자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라고 지적한다. 초기에 혐오 표현을 삭제하면, 유출이나 확산을 차단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쓰레기 청소와 같아서 사람들이 쓰레기 버리는 것을 멈추지는 않지만, 만약 혐오 표현의 문제를 처리하지 않으면 해악이 쌓이고 더 악화된다. 혐오 표현의 사례를 수집하는 ‘Hate Base’에 의하면, 대다수 혐오 표현은 인종과 국적을 기준으로 개인을 목표로 하지만, 종교와 계층에 기초한 혐오 선동도 증가하고 있다.6) 가상공간의 혐오 표현은 지속적으로 유포될 수 있다. 한 곳에서 그 표현이 삭제되어도 동일한 플랫폼이나 다른 가상공간에서 그 표현을 볼 수 있다. 웹사이트가 폐쇄되면 규제가 덜한 웹호스팅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혐오 표현에 대한 높은 장벽의 법제를 시행하는 국가의 가상공간을 통해 빠르게 재생산할 수 있다. 혐오 표현의 순회성도 과거 대중의 지지를 얻지 못했을 비합리적인 표현도 이제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가상공간에서 찾을 수 있다.

익명성은 온라인에서 혐오 표현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인터넷은 개인에게 가공할 소통 능력을 부여한다. 정부와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실명제를 시행하려고 노력해왔다. 이러한 조치는 프라이버시(privacy) 및 표현의 자유의 침해로 논란이 되었다. 또 다른 문제는 인터넷의 초국가적 이용으로 혐오 표현에 대응하는 법적 구제와 관련하여 재판관할의 사법 공조가 제기되고 있다. 여러 국가가 사법 공조 조약들을 시행하지만, 그의 효과는 지연되고 있다. 민간 인터넷 서버의 초국가적인 도달 범위는 때에 따라 다양한 문제 해결에 더 효과적인 채널을 제공하지만, 특정 콘텐츠의 작성자의 신원 확인을 위해서는 행정 협력이 보다 효과적이다. 가상공간의 혐오 표현에 대한 기소는, 관련 국가들이 혐오 표현의 정의에 대한 합의가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인터넷 서버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는 미국의 사회적 맥락과 언론의 자유에 대한 헌법적 신념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두드러진다.


Ⅲ. 혐오 표현의 법적 규제의 한계


혐오 표현이 원칙적으로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되지만, 그에 대한 규제는 아래와 같이 법적 판단이 요구된다. 혐오 표현은 의도하는 개인이나 집단에 대하여, 불합리한 비난, 적대감, 증오의 감정으로, 차별 또는 배제하는 의도를 가진 모든 형태(언어, 비언어, 시각, 상징, 데이터 등)의 의사 표현이다.

첫째, 혐오 표현의 대상이 되는 개인이나 집단을 특정할 수 있고, 또 그 표현이 초래할 수 있는 해악의 잠재적인 중요성(존엄권 및 자유권의 침해)과 개연성 등을 판단한다. 그 표현이 상대방에게 끼치는 모욕, 굴욕, 자존감, 상실 등 정신적 고통의 해악을 평가해야 한다.

둘째, 혐오 표현으로, 동조 세력이나 제삼자에게 증오 감정을 확산하거나 조장함으로써, 상대방에 대한 사회적인 평가나 인식에 회복할 수 없는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포함한다.

셋째, 적어도 혐오 표현의 화자는, 그 해악과 상당한 인과관계에 대한 입증책임을 부담한다. 더구나, 혐오 표현의 화자는 상대방에게 상당한 해악 발생의 개연성이 낮거나, 급박한 해악의 부존재에 대한 입증책임도 부담한다.

요컨대, 혐오 표현의 법적 규제는 현실 공간보다는 가상공간에서의 폐해가 중대하다. 현실의 혐오 표현은 인간 존엄권 및 자유권의 법익 침해에 대한 법적 규제가 우선 고려되어야 한다. 특히, 정치집단의 정쟁 차원에서 정부나 고위 공직자에 대한 비판 또는 반대의 혐오 표현은 실질적인 해악이 없는 한(actual malice rule) 표현의 자유의 보호 범위에 해당한다. 공공질서와 관련된 혐오 표현에 대한 경찰법적 규제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억제할 수 있으므로 헌법 위반이 될 수 있다.

<hoajung@gmail.com>


1) https://dictionary.cambridge.org/us/dictionary/english/hate-speech
2) 예컨대 공공질서의 혐오 표현의 규제에 관한 입법례는 북아일랜드에서 1992년부터 시행하지만, 현재까지 위반행위 1건만을 기소하고 있다.
3) 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Article 20.
4) “Incitement to Genocide in International Law”. United States Holocaust Memorial Museum.
5) 올포트 척도(Allport’s Scale)는 사회적 편견의 표현에 대한 척도(1~5점)로서 1954년 심리학자 고든 올포트가 고안한 것이다. 올포트의 편견 척도는 1에서 5로 증가했다.
1. 차별의 혐오 표현(Antilocution) – 집단 내에서 집단 외부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유포하는 경우로서 이 단계에는 혐오 표현이 포함된다(민족, 지역민에 대한 편견).
2. 회피(사회적 배제) – 집단 내 구성원은 집단 외부인들을 적극적으로 회피한다. 직접적인 피해는 의도하지 않지만, 심리적 피해는 종종 고립을 통해 발생한다(사회적 배제 참조).
3. 차별 – 외부 집단은 기회와 서비스를 거부하고 편견으로 인하여 차별을 받는다. 행동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교육이나 직업을 얻지 못하게 하여 집단 외부인을 불리하게 하는 의도가 있다. 미국의 Jim Crow 법률, 영국의 킬 케니 법령, 남아프리카의 아파르트 헤이트, 뉘른베르크 법 1930년대 독일과 중동의 반유대 법.
4. 물리적 공격 – 집단 내의 집단 파괴, 화상 또는 기타 방식으로 집단 외부인의 재산을 파괴하고 개인 또는 집단에 대한 폭력을 행한다. 집단 외부인에게 신체적 피해가 발생하고, 예컨대 유럽의 유대인에 대한 포그롬(pogrom), 미국의 흑인과 이탈리아인의 살인 살상, 파키스탄의 힌두교도와 인도의 이슬람교도에 대한 지속적인 폭력이 포함된다.
5. 멸종(Extermination) – 다른 집단의 사람 전체 또는 일부를 멸종하는 예로서 캄보디아 대량학살, 나치 유대인 대량학살, 르완다의 대량학살, 아르메니아 대량학살, Hellenes의 대량학살 및 보스니아 전쟁의 민족 청소 등이 있다.
6) Hate Base, Hate speech statistics, http://www.hatebase.org/popular


글 | 정영화

서울대 법학박사와 미국 Northwestern Law School(LLM)을 취득하여 전북대(법학전문대학원)에서 2020년 정년퇴직 후, 현재 홍익대 외래 교수로서 출강하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헌법해석을 연구하여 헌법소송, 헌법사회학과 헌법 경제학 및 인공지능/Robot 법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