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 예수님의 터치
2020-07-15
월드뷰 07 JULY 2020●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13 |
글/ 정광용(분당우리교회 국내선교분과 담당목사)
1. 들어가면서
“세상에 이런 일이… 교회에서 교회로 이런 일이…
생각만으로는 가능한 일이겠으나
실제로 상품권과 사랑의 편지를 받고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내 교회 아니고 다른 교회가 되게 하심도 은혜입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보게 되어 큰 힘과 용기가 납니다.”
– “월세대납운동”에 지원한 대구의 한 목사님이 보내준 손편지 글 중에서
이찬수 담임목사는 지난 3월 코로나의 위기 속에 있는 미자립교회들을 위해 헌금을 하자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코로나19 구호 특별헌금’으로 시작하였는데, 실제적인 도움을 주고자 70만 원씩 3개월 치의 월세를 대신 납부하는 ‘월세대납운동’으로 전환했다. ‘월세대납운동’을 마치고, 이찬수 목사는 지난 5월 31일, “예수님의 터치 속에는”이라는 주제로 말씀을 전했다. 설교를 들으면서 언택트 시대에 정말 필요한 것은 ‘예수님의 터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코로나의 위기 속에 있는 미자립교회들에 예수님께서 은혜 베푸실 것을 기도하면서 ‘월세대납운동’을 하면서 경험했던 예수님의 세 가지 터치를 적용해본다.
2. 성육신(incarnation)의 원리로 터치하라
1) 사랑이 모이다
‘월세대납운동’은 매스컴(크리스천투데이, 조선일보, KBS 뉴스)을 통해서 전국으로 전해지면서, 코로나19 구호헌금으로 총 32억 원이 모금되었다. 그중에서 8억 8천 원은 코로나19 구호금으로 지급하였고, 24억여 원은 미자립교회를 위해 사용하였다. 중요한 것은 이 후원금은 누군가 몇 사람이 거액을 낸 것이 아니라 1만 6천 명 이상의 개미군단들의 소액들이 합해진 헌금이었다는 사실이다. 분당우리교회를 비롯하여 전국에 있는 교회와 해외교회의 성도들, 심지어 예수 안 믿는 비기독교인들도 어려운 교회를 돕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운동에 동참했다.
2) 사랑이 담을 넘다
‘월세대납운동’에 5,000여 교회가 서류 신청을 했다. 그러나 우리가 받은 후원금으로는 모든 교회를 지원할 수가 없고, 그렇다고 지원한 교회들을 평가할 자격이 우리에게 없기에 추첨을 하여 총 900여 교회를 선정하게 되었다. 그러나 “미선정된 4100 교회는 어떻게 섬겨야 하는지” 기도하며 고뇌하게 되었고, 성도들의 사랑이 잘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담임목사의 격려편지와 함께 20만 원의 상품권을 보내드리게 되었다.
‘성육신의 원리로 터치한다’는 말은 영원하신 하나님께서 사람이 되심 같이 ‘낮아짐과 같아짐’의 원리로 섬기는 것을 의미한다. 이전에 어느 선교사가 ‘선교는 비오는 날 우산을 들고 비를 맞지 않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산을 내려놓고 함께 비를 맞고 걷는 것’이라고 한 말을 기억한다. 이런 의미에서 성육신의 원리로 터치하는 것은 ‘내가 속한 교회의 필요가 아니라 미자립교회의 필요가 무엇인지’를 고뇌하여 센스 있게 섬기는 것이다. ‘월세대납운동’도 수많은 고뇌와 회의 가운데 기도하면서 최선을 다했다. 이 운동을 통해서 하나님께서는 이름도 빛도 없이 섬기는 미자립교회의 필요를 보게 하셨고, 교단의 담도, 지역의 담도, 비대면의 담도 뛰어넘을 수 있도록 인도해주셨다. 이처럼 언택트 시대, 미자립교회를 성육신의 원리로 섬길 때 담을 뛰어넘는 은혜가 있을 줄로 믿는다.
3. 균등(equality)하게 터치하라
1) 사랑이 균등하게 흐르다
미자립교회를 섬기는 사역은 큰 교회가 작은 교회를 ‘불쌍하다’라는 생각으로 돕는 ‘긍휼 사역’이 아니다. 해마다 여름이면 국내 단기선교를 농촌으로 다녀온다. 단기선교를 다녀오는 팀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섬기러 갔는데 섬김을 받고 왔다.”, “은혜를 전달해 주러 갔는데 은혜를 받고 왔다.”는 간증을 한다. 이처럼, 미자립교회를 섬길 때는 섬기는 자도 하나님으로부터 받는 영적인 부요함이 있기에 우월감 아닌 하나님이 주실 은혜를 기대하며 섬겨야 한다.
바울은 고린도 교회를 향하여 상호 간의 섬김은 한 교회를 위함이 아니라 서로를 균등하게 하려는 하나님의 뜻임을 전해주고 있다.
“이는 다른 사람들은 평안하게 하고 너희는 곤고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요 균등하게 하려 함이니 이제 너희의 넉넉한 것으로 그들의 부족한 것을 보충함은 후에 그들의 넉넉한 것으로 너희의 부족한 것을 보충하여 균등하게 하려 함이라(고후 8:13-14).”
이 말씀의 의미를 묵상할 때, ‘균등하게 터치하라’는 의미는 예수님의 사랑이 일방적이 아닌 쌍방향으로 균등하게 흐르는 것이다.
2) 사랑이 모두를 울리다
월세대납운동을 섬기면서 우리도 큰 은혜를 경험하였다. 서울의 어느 목사님에게 지원금을 전하기 위해 전화했을 때, 목사님이 너무 침착하고 조용한 분위기로 말을 해서 처음에는 당황했다. 그런데 전화통화 중에 알게 된 사실은 사모님께서 말기위암으로 투병을 하시다가 안타깝게도 며칠 전 소천하셨고, 전화를 건 날은 사모님의 발인예배를 드린 날이었다. 사랑하는 아내를 먼저 보내야 하는 목사님의 아픔이 느껴졌다. 사모님을 보내고 힘든 중에 계신 목사님께 예수님의 사랑을 전해드릴 수 있어서 감사했다.
또한, 서류 추첨이 된 몇몇 교회에 전화하는 중, 옆에 있던 동료 목사가 인천의 한 교회 목사님과 전화하는데 목사님의 통곡 소리가 전화기를 넘어 필자에게도 들려왔다. 사정을 알고 보니 처음에 동료 목사가 전화를 걸었을 때, 사모님이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목사님이 주중에 건설 일용직으로 노동을 하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고 있어서 전화를 잘 못 받기 때문에 신청서류에 사모님 번호를 적어서 지원했다는 것이다. 남편 목사님 전화번호를 물어 전화했더니, 지원금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는데 전화기를 붙잡고 한참을 통곡하며 우셔서 그곳에 함께 있던 동역자들 모두가 민망하고 가슴이 먹먹했지만, 이번 사역이 하나님의 위로의 손길이 된 것 같아 감사했다.
이 외에도 많은 교회들이 감사 인사를 전해주었다. “미자립교회는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데 이렇게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교단을 초월하여 사랑을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씀하셨을 때, 섬기는 우리도 큰 감동이 되었다. 또한 미선정된 어떤 목사님은 “본인의 교회보다 더 필요한 교회가 있다면 그곳으로 후원금이 잘 흘러가게 해달라고 기도해왔다.”라고 말씀하셔서, 다시 한번 한국 교회 안에 있는 주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처럼 월세대납운동은 성공한 자도 실패한 자도 없는 모두가 기뻐하고 감사할 수 있었던 ‘사랑의 선순환’ 운동이었다.
4. 해피엔딩을 넘어 네버엔딩(never-ending)으로 터치하라
1) 사랑이 ‘작은 불꽃’이 되다
‘월세대납운동’ 대상에 선정되지 않았지만, 일산의 박 목사님은 이런 내용의 편지를 보내주셨다. “갑자기 건물주 성도님께서 분당우리교회의 ‘월세대납운동’에 헌금은 못 했지만 본 교회에 3개월간 월세를 받지 않음으로 월세대납운동에 동참하겠다고 했습니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해주셨다.
서울에서 직장생활하는 김 집사님은 “넉넉한 형편은 아니오나 하나님께서 미자립교회를 돕고자 하는 마음을 주셔서 다섯 교회에 30만 원씩 후원하고 싶다.”고 교회 소개를 요청하였다.
전국의 많은 성도들이 담임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어려운 미자립교회를 섬기고 싶으니 교회를 소개해 달라.”고 문의를 해왔고, 교단을 초월한 교회들에서도 ‘월세대납운동’을 통하여 미자립교회들을 섬기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익산의 한 교회는 부활절 헌금을, 울산의 한 교회는 한 끼씩 금식한 헌금을, 전주 교회와 서울의 교회들도 헌금을 모아 함께 참여해주었다. 하나님께서는 ‘월세대납운동’을 작은 불꽃처럼 사용하셔서 전국의 성도들과 교회들로 확장해 나가는 ‘교회사랑운동’으로 이어지게 해주셨다.
2) 사랑이 ‘네버엔딩’ 되다
‘월세대납운동’이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운동이 되었으면 한다. 예수님의 사랑도 ‘순간’이 아니라 ‘영원’이셨던 것처럼 우리의 섬김도 ‘해피엔딩’을 넘어 ‘네버엔딩’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분당우리교회에서 미자립교회를 섬기는 교회섬김부는 비대면 시대에 미자립교회를 위해 ‘기도운동’으로 사역 방향을 전환하였다. 동역하고 있는 교회들의 기도 제목을 모으고, 부서 카톡방을 통해서 주중에 매일 두 교회씩 합심하여 집중기도를 드리고 있으며, 온라인으로 ‘교회사랑 기도회’를 진행하며, 아름다운 프로젝트(교회섬김 프로젝트)를 이어갈 계획이다. 미자립교회를 섬기는 사역이 우리 기준의 ‘해피엔딩’을 넘어 ‘네버엔딩’으로 나아갈 때 오병이어의 기적과 같은 하나님의 일하심을 경험하게 될 줄로 믿는다.
5. 나가면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시대에는 ‘예수님의 터치’가 필요하다. ‘월세대납운동’은 한 사람, 한 교회의 힘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한국교회 성도들의 사랑을 모아주신 사랑의 터치였다. 우리가 미자립교회를 미래 자립교회라고 부르지만, 지금 미자립교회는 관계적인 단절과 영적인 침체, 경제적인 압박을 받고있는 암담한 현실이다. 모르드개가 에스더에게 외쳤던 “이때를 위함이 아닌지 누가 알겠느냐(에 4:14).”라는 외침에 귀를 기울여, 형제교회를 위해 ‘작지만 아름다운 섬김(small and beautiful service)’에 동참해보면 어떨까? 오병이어의 작은 섬김을 통해 큰일을 행하신 주님께서 한 알의 밀처럼 헌신하는 동역자분들을 통하여 위대한 일을 행하실 줄로 믿는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 12:24).”
언택트 시대에 ‘예수님의 터치’를 실천함으로 “나를 섬기면 아버지께서 그를 귀히 여기시리라(요 12:26).”는 주님의 약속을 경험하게 되길 축복한다.
<ezrajky@gmail.com>
글 | 정광용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석사(M.div)를 받고, 분당우리교회에서 교구목사로 섬기고 있으며, 쉬운배열성경(Easy-Syntactic Arrangement Bible) 연구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