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교육으로 미래를 선도하자
2020-04-18
월드뷰 04 APRIL 2020●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15 |
글/ 천세영(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코로나19, 모든 것이 멈춘 대한민국
우한 폐렴이라 불러야 할 코로나19 위기가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최초 발생하였고, 2020년 1월 춘절 대이동을 통해, 전 중국으로 그리고 일차 피해국 대한민국을 넘어, 이제 유럽의 이탈리아를 기점으로 세계로 무섭게 번지고 있다. 위기가 쉬이 잡히지 않고, 정말로 중세의 페스트나, 20세기 초 스페인독감과 같은 팬데믹이 되었다. 향후의 역사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것이다. 2020년 3월 10일 자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적 대유행 곧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으며, 미국 정부는 앞으로 한 달간, 영국을 제외한 전 유럽인의 미국 입국을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중국에서의 코로나 위기가 끝났다고 선전하고 있으나, 그것을 믿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이제 코로나는 모든 것을 멈춰 세우고 있다. 사람들의 모임이 줄어들고, 교회의 새벽예배가 중지되더니,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e)’라는 데카당스적 퇴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드디어는 대한민국의 교육이 중단되었다. 처음에는 일주일 혹은 두 주일 동안 입학, 개교, 개강이 연기되었으나, 며칠도 못 가서 3월 한 달 동안 재연기되었으며, 그 이후로서는 솔직히 아무도 답을 할 처지가 못 된다. 필자는 1월 21일 처음 대한민국의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고 2월에 접어들면서, 고향에서 설을 지내고 돌아오는 7~8만여 명의 중국 유학생의 대거 귀국이 걱정되었고, 의사협회 등 관련 전문가 단체들에서는, 즉각적 입국 통제를 통한 방역 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어쩐 일인지 중국인 입국은 제한하지 않고, 예상 잠복 기일인 14일간 기숙사에 특별 격리를 할 것과 이 기간, 곧 3월 첫 2주간 개강과 입학을 연기하였다. 얼마 안 가서 이것은 매우 어리석은 대책이었음이 금방 탄로 나고 말았으며, 작금의 위기를 맞았다.
대한민국의 교육은 그 엄혹했던 6·25전쟁 중에도 멈춘 적이 없었으며, 전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그 열매가 인류사에 유례를 찾을 수 없었던, 50년 만의 국가발전의 기적으로 이어졌다. 겨우 코로나 위기로 초중고등학교와 대학의 문을 닫아걸자는 것인가?
대한민국의 스마트교육, 교육은 계속되어야 한다
2011년 대한민국은 전 세계를 향해 스마트교육 비전을 선포했다. ‘SMART: Self-directed, Motivated, Adapted, Resource-enriched and Technology-embedded Education’이 그것이다. 즉 스스로 흥미롭게 자기에게 맞는 공부를, 정보의 바다를 마음대로 항해하는 기술을 이용하여서, 할 수 있는 교육 세상을 열자는 것이었다. 삼성의 애니콜이 세계를 정복하였고, LG 디스플레이 기술이 미래를 약속했으며, KT와 SKT의 통신기술이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가장 싸고, 가장 쉽게, 서로와 서로를 연결하는 초연결사회로 대한민국을 변모시키고 있었다.
그런데 그 후 십 년간, 정치가 교육을 망가뜨렸다. 이념과 정치에 매몰된 교육감 선거의 폐해는, 교실에서 학생과 선생님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학습 활동을 가로막고, 교실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을 선전하는 곳으로 만들었다. 와이파이는 막히고 세계 최고의 학습콘텐츠들은 학교 안에서 제대로 활용도 되지 못하고 사장되거나, 중국과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며 고생하고 있다. 그런데 느닷없는 코로나 위기가 발생하자, 이제 모든 교사와 교수가 온라인으로 수업해야 하고, 동영상 강의를 녹화해야 하는 압력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교실의 사정을 잘 모르는 교장과 총장, 교육감과 교육부 장관이 내리는 공문과 지시 사항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내려오고 있다. 이미 1~2주로 연기된 학사 일정은 더는 연기를 못하고,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기 때문이다. 정의사회를 바라는 전국교수 모임 교육 전문위원회에서는 이를 알고, 3월 2일 자 논평을 내고1) “스마트교육 비상체제로 수업을 듣게 하자”며, 국가는 이른 시일 내에 비상대책기구를 수립할 것을 건의하였다. 논평문의 요점은 다음과 같다.
한시라도 빨리 교육부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고 국가백년대계의 업을 엄중하게 수행해야 할 것이다.
첫째 막연히 1주 혹은 2주 정도의 휴업이나 휴교 조치를 각급 학교와 대학의 책임으로 미루지 말고, 사태가 종료될 때까지 IT 강국의 인프라를 총동원하여 온라인과 사이버체제에 기반한 스마트교육체제로, 모든 교육 활동을 전환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결손난 수업을 보강하고 보충하는 것이 아니며, 예정대로 내일모레 3월 2일에 모든 학교와 대학이 정상적으로 문을 여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많은 장애 요소들이 있으며, 해결해야 할 행·재정적 정책적 과제들이 있다. 그러나 백년대계를 중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엄숙한 과업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며, 국가적 총력을 기울인다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미 대한민국의 교육 정보화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경험 또한 축적되어 있다. 다만 정부의 각종 규제 정책으로 인하여, 실행 단계에서 소소한 걸림돌들이 놓여 있을 뿐이다. 이런 것들은 쉽게 걷어낼 수 있는 것들이다. 양질의 교육 콘텐츠들도 민간뿐 아니라, 공공 섹터에서 풍부히 갖추어 왔으며, 5G 통신망은 물론 세계 최고의 스마트 디바이스들이 보편화하여 있다.
둘째, 대통령 직속으로 스마트교육 비상체제 TF를 즉시 설치하고, 전국의 모든 학교와 대학 그리고 교사와 학생들을 위한 지원 활동에 나서야 한다. 장애 요소의 대부분은 정부의 비효율적 규제인바, 학교 현장의 교사들과 민간 전문가들 중심으로 실행력을 갖춘 조직을 꾸리고, 전권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벌써 역량 있고 뜻 있는 현장 교사들과 창업 초기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을 격려하고 지원만 해도 충분할 것이다.
셋째 코로나19 바이러스 초기 방역은 분명 실패했으며,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는 중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못 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 전국의 대학들은 7~8만 명에 이르는 중국 유학생들이 등교했을 때,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에 대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좌고우면할 일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고, 사태가 종료될 때까지는 모든 수업을, 온라인과 사이버를 이용한 스마트교육 체제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미 입국한 학생들은 각 대학이 고육지책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더 이상의 모험을 감수하지 말게 해야 한다.
물론 아직도 우왕좌왕이다. 다행인 것은 전국의 교사들과 신생기업들이 앞다투어 자신들의 사례를 SNS에 올리고 있으며 콘텐츠와 솔루션들을 무료로 방출하고 개방하고 있다. 교사들 모임 단체인 스마트교육학회(www.smarteducation.or.kr)는 3월 16일부터 매일 저녁 전국 교사들을 위한 온라인 무료강좌를 열기로 했으며, 코로나로 가장 고생을 하는 대구·경북 지역의 교사들은 ‘http://학교가자.com’ 사이트를 구축하고 교수자와 학습자들을 지원하고 나섰다.
이 지점에서 가장 명심해야 할 사실은, 스마트교육은 온라인이나 화상교육을 말하는 게 아니라, “중단없는 교육”을 의미하는 것이다. 학교가 없었던 조선 시대에도, 우리의 조상들은 이웃 친구의 책을 빌리고, 반딧불을 모아 불을 켜고, 서당 앞마당 개들도 풍월을 읊듯이, 어깨너머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명심해야 한다. 전쟁 중에도 가난한 중에도, 나무 그늘 밑에서 선생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으며, 라디오를 듣고 학습지를 우편으로 받아가면서, 공부했다. 학교에 반드시 등교해야 하는 것도 아니며, 선생님의 얼굴을 꼭 쳐다봐야 하는 것도 아니며, 교수님의 강의를 들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벌써 일부에서는 휴강 휴교로 인한 수업일수 단축에 대해서는, 등록금을 삭감 환급해 달라고 요구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공교육제도의 틀이 느슨한 사립유치원과 민간어린이집에서의 요구는, 너무나 당연하며 학원들도 정부의 강압에 못 이겨 휴원함으로써, 식당이나 가게와 같은 일반 자영업자들과 같은 경영난에 부닥쳤다.
스마트교육, 위기 극복에 대한 기대
더더욱 심각한 것은 이 와중에 온 나라가 멈춰 서고, 교육이 멈춰 선다는 것이다. 대안을 찾아야 한다. 대안이 충분히 있지 않은가? 적어도 교육에서만큼은, 스마트교육이라는 대한민국의 브랜드가 이미 있었다. 하루라도 빨리 비상한 각오로 대응해야 한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장애물들 몇 가지를 들어보자.
첫째, 국가와 정부, 대학과 학교, 선생님과 학부모들은 각자의 수준에서, 비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필요한 행·재정적 지원을 모두 찾아 나서야 한다.
둘째, ICT 기술 의존적인 온라인교육과 화상교육에만 매달리면 안 된다. 전화, 편지, 방송, SNS 등 모든 동원 가능한 수단을 이용하여 학습자와 교수자 간의 연결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최선을 두어야 한다.
셋째, 학습성과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데,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정치에 함몰된 대한민국 교육은, 최근 들어 가장 강점이었던 월말 기말 학습평가를 무력화시켜버림으로써, 모두가 깜깜이 교육을 하는 중이다.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교육의 본질적 명제를 되돌아보고, 학습자와 교수자가 엄정한 기준에 따라, 상호 교수학습 성과를 점검하고, 개선을 위한 방책을 세워야 한다. 건국 후 대한민국 교육은 사실 이를 너무나도 완벽하게 수행했으나, 이념과 정치가 교육을 망가뜨리면서 그 뿌리를 뽑아내고 있다.
코로나 위기는 모두를 죽음으로 모는 위험이다. 그러나 위기는 또한 현명하고 정직한 자를 살리는 기회이다. 스마트교육으로 위기를 극복하면, 대한민국의 교육 기적은, 다시 한번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를 살릴 것이다.
<sychun56@gmail.com>
1) http://whytimes.kr/news/view.php?idx=5615
글 | 천세영
서울대학교에서 교육학으로 학·석·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을 거쳐 현재 충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통령실 교육비서관 및 한국학술정보원장, 유아교육발전위원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