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다시 교육으로 일으키기 위한 2020 책갈피

대한민국을 다시 교육으로 일으키기 위한 2020 책갈피

2020-04-19 0 By worldview

월드뷰 04 APRIL 2020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16


글/ 책읽는사자(유튜버, 사자그라운드 대표)


원래 성경 오직 성경


‘교육’이라는 단어는 교육의 중요성을 모두 담지 못한다. 사람이 어떤 교육을 받느냐에 따라 영원히 살 수도, 영원히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믿음은 들음에서 나온다. 그 행위가 교육이다. 고통은 영혼을 성장케 한다. 그것도 교육이다. 우리는 구원을 값없이 받았다. 그것도 교육이다. 이처럼 교육은 단순히 ‘유일한 계층 사다리’ 또는 ‘부와 권력 대물림 도구’ 정도가 아닌 훨씬 영적이기에 중요하다. 하지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사탄은 ‘교육’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그의 성실하고(?) 꾸준한 ‘미혹 공작’ 탓에 지금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무신론과 유물론의 기저로 쌓아 올린 학술 지식(이라 불리는 배설물)을 가르쳐도 수많은 크리스천은 가만히 있다. 교육 내용과 아이의 영혼의 안전함보다는 점수라는 결과물에 집착한다. 하물며 우리 아이들에게 창세기에서 말씀하신 생물학적 남자와 여자, 성별 구분과 부부와 가정의 정의를 파괴하는 ‘젠더 이데올로기’를 정답이라 가르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신앙과 생활이 분리되어 방관했다. 지성이 죽은 것이다.

대한민국을 다시 교육으로 일으켜 세우기 위한 궁극적인 책은 오직 성경이다. 국내 미션스쿨과 대안학교에서 시행되는 성경 교육이 더욱 체계화, 활성화되어야 하며 그 권리는 법적으로 철저히 보호받아야 한다. 더 나아가 공립학교에서도 인간의 일생에는 반드시 따라야 할 ‘옳은 (성경적) 법칙과 가치’가 있다는 ‘프로트루스(Pro-truth)’가 전제된 교육 시스템이 가동되어야 한다. 이 토대가 자리 잡히면 올바른 역사·도덕·과학·사회문화·근대사는 자연스럽게 재 교정된다. 이는 지나친 주장이 아니다. 우리가 무뎌졌을 뿐 오히려 크리스천은 빅뱅론·진화론·상대주의적·반생명주의적 사상이 ‘자연스럽게’ 학습되고 있는 현 공교육 체계를 매우 부자연스럽게 체감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체계적, 전문적으로 검증된 교과서라 할지라도 비복음적인 요소는 구별해야 한다. 진지함이 곧 옳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교과서는 원래 성경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오직 성경이었다는 것을.

현재 대한민국 교육계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국내 교육계의 정치적 편향성만 바로잡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글로벌 대기업을 주축으로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3D 프린트, 클라우드 기술 등)이 원인이다. 하물며 일본마저도 150년 만에 교육혁명을 단행해 2020년까지 입시교육을 폐지하고 독서, 토론, 글쓰기를 핵심으로 삼는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공교육을 전면 교체하고 있다. 150년 전에는 서양 국가들에 패권을 빼앗겼다면 이제는 어느 한 ‘대기업’에 국가의 주권이 종속될 수 있다는 심각한 위기의식이 소모적인 좌우 정쟁을 초월한 국가 차원의 대연합과 단결을 이뤄낸 것이다.

경직된 주입식 교육의 메카(?)였던 일본의 환골탈태 소식은 우리 발등에 불이 아니라 번개가 내리친 꼴이다. 진정 위기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자식 수능 잘 보게 하기 위한 ‘대전살이(대치동 아파트 전세살이)’가 이루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 글에서는 위기 자각, 미래 교육을 위한 디테일한 솔루션이 될 수 있는 책 두 권을 추천했다. 추천 권수가 적은 것은 두 권이 가진 ‘혁명적 주장’을 여러분께 조금 더 집중적으로 소개하기 위해서이다. 부디 <월드뷰> 독자들이 이 책들을 통해 대한민국의 ‘성경적 교육혁명’의 선구자가 될 수 있는 통찰력을 얻길 진심으로 바란다.


1. 미래 교육을 논하기 전 이 책부터 읽으라

이지성 저,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는 나를 만드는 법 에이트(EIGHT)> (차이정원, 2019).

이 책은 현재 인공지능 기술이 우리에게 얼마나 위협적으로 다가왔는지를 말해준다. 제목 <에이트(eight)>는 작가가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는 인간을 만드는 여덟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총3장으로 구성되었는데 1,2장은 인공지능과 관련한 전 세계의 구체적인 실증 사례를 통해 현재 대한민국이 왜 위기인지, 얼마나 위기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3장에는 작가가 제시하는 여덟 가지 솔루션이 제시되는데 독자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그런데도 이 책을 추천한 이유는 1,2장에 언급된 상당한 메시지 때문이다. 작가는 우리가 갖고 있는 ‘인공지능 피로도’를 말끔히 씻어준다. 그리고 다시 세워준다. 교육의 시작이다.

국내에서 ‘인공지능’ 붐이 일게 된 알파고 이슈가 2016년이었다면,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제프리 힌턴(Geoffrey Everest Hinton)교수가 인공지능 딥러닝(Deep Learning)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한 때는 2006년이다. 논문이 발표되자 “실리콘밸리 상위 1%가 움직였다. 하여 그들은 2008년에 새로운 교육기관을 세웠다. 이름하여 ‘싱귤래리티(Singularity)대학교다(p. 34).” “결과는 놀라웠다. 첫 입학생으로 40명을 뽑겠다고 밝혔는데, 13개국에서 무려 1만 2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교육을 받는 대가로 3천만 원 넘는 돈을 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 대학의 설립자들이 말하는 싱귤래리티, 즉 특이점이란 ‘인류의 모든 지능을 합한 것보다 더 높은 지능을 가진 인공지능이 출현하는 때’다. 그들은 특이점을 2045년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니까 싱귤래리티 대학교는 2045년에 인류를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이 탄생한다는 것을 전제로 세워졌다(p. 38).” 독자는 아직도 감이 잘 안 올 수 있다. 그러나 이 일이 무려 12년 전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상기하자.

작가는 계속해서 말한다. “그런데 혹시 알고 있는가? 서양에서 현대적 의미의 인공지능 역사가 시작된 게 헌종 8년인 1842년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때 고작 스물일곱 살이던 영국의 에이다 러브레이스(Ada Lovelace)가 <찰스 배비지의 해석기관에 대한 분석(Observations on Mr. Babbage’s Analytical Engine)>이라는 책에서 현대적 의미의 인공지능 가능성을 최초로 언급했다.”(p. 57) “1950년에는 ‘인공지능의 아버지’라 불리는 앨런 튜링(Alan Turing)이 <계산기계와 지성(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이라는 논문에서 인공지능 판별 테스트인 튜링 테스트를 언급했다. 참고로 2014년 6월, 유진 구스트만(Eugene Goostman)이라는 인공지능이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다(p. 59).” “서양은 에이다 러브레이스 이후 무려 155년 동안 인공지능에 대해 구상하고 연구한 끝에 (비록 지능의 한 영역에 국한되긴 했지만)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 딥블루를 개발했다는 것이다(p. 61).” “미국·캐나다·유럽·일본은 2012년에 출현한 딥러닝 기술의 의미를 깨닫고 경악을 했다. 그리고 국가 시스템을 특히, 교육을 인공지능 시대에 맞게 바꾸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은 가질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능력을 가진 사람을 길러내는 시스템을 (국가 차원에서) 만들기 시작했다는 의미다(p. 65).” “즉 서양은 이미 2012년에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을 완성했다. 그리고 4년 뒤 알파고를 한국으로 보냈다. 1차 산업혁명 때 일본으로 흑선을 보냈던 것처럼 말이다(p. 66).” 우리가 전혀 알지 못했던 인공지능 기술의 역사적 ‘내러티브(narrative)’다.

이제 바로 그 인공지능 기술이 얼마나 우리 삶에 깊게 파고들었는지 구체적인 실증 사례를 접할 차례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 말이다. “인공지능 슈퍼비전이 ‘세계 최대 이미지 인식 경연대회’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사건이 일어난 지 약 1년 뒤인 2013년의 일이다. 대니얼 내들러(Daniel Nadler)라는 청년이 ‘켄쇼 테크놀로지’라는 인공지능 스타트업을 만들었다. … 그리고 얼마 뒤 켄쇼 테크놀로지의 인공지능 켄쇼가 골드만삭스 뉴욕 본사에 입사했다(p. 79).” “인공지능 켄쇼는 마치 중세 유럽의 수도승들이 속세와의 인연을 끊고 오직 기도와 묵상에 전념하듯 그렇게 아름답게, 투명하게, 정직하게 일만 했다. 그 결과 켄쇼는 당시 월 스트리트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던 600명의 트레이더가 한 달 가까이 처리해야 하는 일을 고작 3시간 20분 만에 끝낼 수 있었다. 그것도 600명을 합한 것보다 몇 배는 일을 더 잘해서 회사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었다. 덕분에 598명의 트레이더는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 말고는 회사에서 할 일이 없어졌다. 그렇다면 남은 두 명은 무엇 때문에 해고를 피할 수 있었을까? 인공지능보다 일을 잘해서? 아니다. 인공지능의 업무를 보조할 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남은 두 명은 인공지능의 지시를 받는 처지로 전락했다(p. 80).” 기억하자. 해고된 이들은 단순 노동직이 아닌 지구상 최고의 연봉을 받는 아이비리그 출신 수재 전문직 종사자였다는 사실을.

이뿐만이 아니다. 작가가 소개하는 의사, 변호사, 선생님까지 ‘훌륭히’ 대체하고 있는 각종 실증 사례들을 읽고 있노라면 정신이 아찔해진다. “2016년 인공지능 의사 왓슨을 도입한 가천대학교 길병원이 그해 말 암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만일 인간 의사와 인공지능 의사가 서로 다른 처방을 내린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100명 모두 ‘인공지능 의사의 처방을 따르겠다.’고 답했다. 실제로 암 환자들은 인간 의사와 인공지능 의사 왓슨의 치료법이 다르게 나오면 왓슨의 처방을 따랐다(p. 89).” “영국의 셰필드대학교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은 미국의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와 함께 인공지능 판사를 개발했다. 비록 초보 수준의 인공지능 판사지만 판결의 정확도는 무려 79%에 달한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 판결 정확도가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재판을 한다는 유럽인권재판소(ECHR)의 실제 판결과 비교한 것이라는 점이다. 즉 인공지능 판사는 법적 판단은 물론이고 도덕적 판단에 있어서도 인류 최고 수준의 판사들과 비교해서 전혀 뒤떨어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2020년까지 개인 회생·파산 재판에 인공지능 판사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p. 97).” “1982년부터 자폐 아동 치료를 연구해온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교 패멀라 롤린스(Pamela Rollins) 교수팀은 인공지능 기업 로보카인드(RoboKind)와 자폐 아동들을 위한 인공지능 교사 마일로(Milo)를 개발했다. 마일로는 자폐 아동들의 감정 조절 능력, 공감 능력, 사회적 관계 능력 등의 향상을 돕는데, 전통적인 교육법의 치료 효과 3%보다 무려 23배나 높은 70%의 치료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마일로를 학교에 도입해 자폐 아동들을 교육하고 있는 텍사스주의 키프(kipp) 초등학교 교장 케이티 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마일로를 만난 자폐아들은 즉각적인 변화를 보여주었다. 자기절제력이 크게 향상되었고, 사회적 상호작용 또한 놀라운 개선을 보여주었다.’ 현재 마일로를 도입한 미국의 학교는 무려 300개에 이른다(p. 107).” 참고로 인공지능에 대한 과대해석을 견제하는 현 MIT 미디어랩 디렉터인 알렉스 샌디 펜트랜드(Alex Sandy Pentland) 교수 역시 회계사·변호사·은행원 등 일부 화이트칼라 직종은 사라진다고 판단했다. 이제 점점 체감되는가? 무언가 ‘본질적’으로 바뀌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판이 말이다.

작가가 말하는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는 인간만의 비법’은 공감능력과 창조적 상상력 즉 “지혜”라고 말한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지혜를 주신다고 말씀하셨다(잠 2:6).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는 인간력의 본질이 성경 속에 있다. 예수님의 사랑만이 내 몸처럼 내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막 12:31) 거룩한 공감 뉴런을 활성화하게 하며 창세기 1장을 순결하게 믿는 사람만이 해 아래 새것 없는 이 땅에서 복음의 창조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자녀를 둔 학부모, 교사 및 전문직 종사자,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 모두 읽어야 한다. 하물며 성직자도 읽어야 할 책이다. 인간을 초월하는 인공지능의 해박한 지식의 바다는 ‘신학’이라 해서 비껴가지 않는다. 자폐아의 교육 능률을 23배나 높인 인공지능의 ‘효율적 케어 및 교육’은 종교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성직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진짜 복음 선포밖에 남지 않는다. 어떤 이에게는 큰 위기인 것이다. 자. 우리 모두 이 책을 읽자.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4차 산업혁명 속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게 하자. 그렇다면 우리부터 배워야 한다. 왜 위기인지, 얼마나 위기인지 깨달아야 한다. 나만의 바칼로레아(Baccalaureate) 교육을 당장 실천해야 한다.


2. “개개인학” 미래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

토드 로즈 저, <평균의 종말> (21세기북스, 2018).

작가 포드 로즈(Todd Rose)는 교육신경과학 분야의 선도적 사상가이자 하버드 교육대학원 개개인학 연구소 소장이다. 인상적인 것은 작가 본인이 중학생 때 ADHD 장애 판정을 받은 뒤 성적 미달로 고등학교를 중퇴했으나 그 이후 대학입학자격 검정시험을 통과해 지역대학에 입학한 ‘지난한’ 노력 끝에 현 위치에 올라온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 작가가 주장하는 ‘개개인학’은 적어도 자신의 삶이 녹아든 ‘실제 이론’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즉 ‘개개인성’과 ‘개개인학’은 근 150년 동안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킨 테일러주의 교육 시스템의 거의 모든 패러다임을 뒤바꾸는 학설이다. 그만큼 강한 스테레오타입이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혁명이 괜히 혁명인가. 우리가 가늠했던 교육혁명보다 더 혁명적이어야 그것이 비로소 교육혁명 아닐까. 간절한 만큼 겸손한 태도로 작가가 전개하는 차분한 논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작가는 책 프롤로그에서 매우 인상적이고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일화를 소개한다. 1940년대 말, 미국 공군은 심각한 난관에 봉착했다고 한다. 제트엔진이 개발되면서 전투기 속도는 빨라졌으나 동시에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 것이다.

“최악의 순간에는 단 하루 사이에 17명의 조종사가 추락을 겪었다(p. 17).” 

“수차례의 조사에서 아무런 해답을 얻지 못하자 담당자들은 (제트기의 기계공학적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기에) 조종석의 설계로 관심의 초점을 옮겼다. 군에서 최초의 조종석을 설계했던 때는 1926년으로, 당시에 엔지니어들은 남성 조종사 수백 명의 신체 치수를 잰 뒤 이 자료를 기준으로 조종석 규격을 표준화했다. 그 뒤로 30년이 지나도록 조종석 시트의 규격과 모양, 가속페달과 기어의 배치 거리, 앞 유리의 높이를 비롯해 심지어 비행 헬멧의 모양까지도 1926년 조종사의 평균 신체 치수에 맞춰 설계했다. 20세기 초반기에 이 분야는 평균 체형별 사람들의 특성을 분류하는 시도, 이른바 ‘전형화(typing)’에 관심이 집중돼 있었다. 그러나 대니얼스는 전형화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공군에서 조종사들의 신체 치수 측정 업무를 맡겼을 당시 대니얼스는 평균에 관한 한 100년 가까운 군 설계 철학에 반하는, 남다른 소신을 품고 있었다. 항공의학연구소에 앉아 손, 다리, 허리, 이마를 재는 내내 그는 머릿속에서 한 가지 의문을 떨칠 수가 없었다. ‘과연 평균치인 조종사들이 몇 명이나 될까?’ … 하지만 실제 값을 일람표로 작성해보니 대니얼스 조차도 깜짝 놀랄 만한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0명이었던 것이다. 조종사 4,063명 가운데 10개 전 항목에서 평균치에 해당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대니얼스가 얻어낸 이러한 결과를 통해 논의의 여지없이 명백히 입증됐다시피 평균적인 조종사 같은 것은 없었다. 평균적인 조종사에게 맞는 조종석을 설계해봐야 어느 누구에게도 맞지 않는 조종석을 설계하는 셈이었다. 대니얼스가 밝혀낸 이 예상 밖의 결과는 개인적 특징에 대한 기본적 가정의 부문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 만한 중대한 개념이었다.

대니얼스는 1952년도 공군 기술 보고서에 ‘평균적 인간(The Average Man)?’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조사 결과를 실었다. 그리고 이 글을 통해 군이 조종사들을 비롯한 병사들의 수행력을 향상시키고 싶다면 해당 병사들의 임무 수행 환경의 설계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런 주장에 이어 파격적인 변화를 제안하며 환경을 평균치보다는 개개인에 맞춰야 한다고 권하기도 했다. 공군은 평균을 참고 기준으로 삼던 관행을 버리고 개인 맞춤형을 새로운 지침 원칙으로 삼으면서 설계 철학에서 비약적 진전을 이뤘다. 이제는 개개인을 시스템에 맞추기보다 시스템을 개개인에 맞추게 됐다. 엔지니어들은 하나의 해결책으로서 (조종사 개개인의 신체에 맞는) 조절 가능한 시트를 설계해냈는데, 이는 현재 모든 자동차의 표준으로 자리 잡힌 바로 그 기술이다. 군에서 그런 파격적 변화를 그토록 신속하게 받아들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런 시스템 변화가 지적 차원의 문제가 아닌, 시급한 문제에 대한 실용적 해결책이었기 때문이다(pp. 17-28).”

작가는 “평균적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고 단언한다. 이 말은 과학적 사실이다. ‘평균’은 서로 다른 두 그룹의 사람들을 비교할 경우라면 쓸모가 있으나 “어떤 개개인과 관련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라면 평균은 쓸모가 없다.”라고 말한다. “개개인학은 평균을 개개인의 이해를 위한 주요 도구로 삼길 거부하며 개개인을 이해하려면 개개인성 자체에 초점을 맞춰야만 한다는 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최근 들어 세포생물학자, 종양학자, 유전학자, 신경과학자, 심리학자들이 이 새로운 개개인학의 원칙을 하나둘씩 채택하면서 세포, 질병, 유전자, 두뇌, 행동 등의 연구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p. 32).”고 말한다. (작가는 스위스 생체모방공학 연구소 부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그러면서 “이 원칙이 가장 중대한 영향을 끼칠 만한 한 영역”은 바로 우리 자신의 삶이라고 말한다. (개개인학의 세 가지 핵심 원칙은 ‘들쭉날쭉의 원칙’, ‘맥락의 원칙’, ‘경로의 원칙’이다. 반드시 읽어보라. 기존 우등생과 열등생을 평가하는 ‘기준’이 바뀐다. 세계관이 바뀐다.)

tvN <알쓸신잡 2>에 출연해 국민에게 건축에 대한 인상을 바꿔준 건축가 유현준 교수는 <어디서 살 것인가>에서 자신이 직접 겪은 학교 건축에 대한 에피소드를 털어놓으며 현재 우리나라 교육 체계의 실상이 얼마나 경직되었는지를 알려준다. 근 100년 동안 바뀌지 않은 건축물은 학교와 교도소라고 말하며 우리 “아이들을 좀 더 다양성을 받아들일 줄 아는 도전의식 있는 인간으로 키워야 한다.”라고 말하는 그의 주장은 토드 로즈와 결이 같다. 현재 국내 학교 건물이나 수업 방식은 약 150년 전에 테일러에 의해 만들어진 ‘평균적 아이들’을 찍어내는 공장식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테일러주의 교육 목적은 창조적 상상력을 겸비한 영롱한 리더 육성이 아닌 삭막한 공장 중간급 ‘관리자’ 배양이다. 너도나도 4차 산업혁명을 운운했지만, 교육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150년 동안 한 번도 업데이트하지 않은 것이다.

토드 로즈의 학설 역시 다른 비기독교인 학자들의 논지처럼 진화론과 포스트 모더니즘에 의거한 부분이 있으나 ‘일반 계시’적 차원에서 살펴보자면 그럼에도 개개인성을 중요시하는 그의 논지는 복음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구원의 은혜 그 부르심의 단위도 ‘개인’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평균이라는 틀’로 날 과소평가하거나 가치 절하해도 하나님께서는 외모보다 마음의 동기를 보시며 그 개개인의 진정한 고백과 과정을 함께 기뻐하시는 분이시다. 우리의 자존감은 ‘나보다 날 더 잘 아시는’ 바로 그 하나님의 인격적 만남에서 가꿔진다고도 볼 수 있다. 복음의 개개인성이다.

최인혜 작가는 <벤츠·베토벤·분데스리가>라는 책에서 한국에서는 우등생이었던 자식이 독일 학교에서는 열등생 취급을 받은 에피소드를 풀어 놓는다. 독일 선생님이 학부모를 불러 상담을 한 이유가 ‘도통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 대목이 매우 상징성 있지 않은가? 우리 아이들은 모두 우수하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몸의 장기가 각자 그 역할과 기능을 달리하듯 우리를 부르신 모양과 사명의 색깔을 달리하셨기 때문이다. 귀중한 아이들의 더욱 밝은 미래를 위해서는 교육의 토양을 바꿔야 한다. 토드 로즈는 “새로운 개념을 배울 때 가장 어려운 일은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옛 개념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다시 대한민국”의 회복을 위한 중요한 그 무엇을 건드리고 있음이 틀림없다.


마무리


이 밖에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미래 직업군에 대한 통찰을 얻으려면 테일러 피어슨의 <직업의 종말>(부키, 2017)을 추천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제약 요인’이 한 인간의 창업가정신(뿐)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주장이 매우 인상적이다. 이 책은 Inc. Magazine 선정 올해의 비즈니스 북이기도 하다. 또한 미래 교육에 대한 더욱 실질적인 솔루션을 얻고 싶은 이에게는 김영록 작가의 <변종의 늑대>(쌤앤파커스, 2019)를 추천한다. 이 책 역시 창업에 대해 말하고 있다. 가난하고 보잘것없던 약소국이 매년 1만 개나 넘는 기업이 창업을 하고 독립 23년 만인 2018년 기준, GDP 1만 9000달러를 이룩한 ‘창업국가 에스토니아’ 사례와 창업이 어떻게 전인격적 교육이 될 수 있는가를 말하는 작가의 통찰이 돋보인다. 또한 개개인학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하고 싶은 이들에게 토드 로즈와 오기 오가스 공저 <다크호스>(21세기북스, 2019)를 추천한다. 책 말미에 개개인학을 미국의 정신, 즉 미국 독립선언서의 핵심 가치 중 ‘행복추구’를 연결 지어 이야기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마무리는 ‘오직 성경’이다. 이 모든 것이 복음으로 귀결될 때 가치 있는 열매를 맺게 된다. 성경적 가치가 대한민국에 ‘다시’ 굳게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의 교육 현실에 대한 냉철한 자각이 있어야 한다. 그 뒤 새롭게 프로그래밍 되어야 하는 올바른 교육 소프트웨어를 장착해야 한다. 이제 우리도 유대인 교육법, 실리콘밸리 교육법, 스위스 교육법이 아니라 복음이 살아 숨 쉬는 대한민국 교육법을 만들자. 비록 그 과정이 지난할지라도 대한민국의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희생하고 또 희생하자. 바로 그 “사랑”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몸소 보여주신 가장 값진 가르침이었으니 말이다.

<sazaground@naver.com>


글 | 책읽는사자

기독교 유튜버로서, 성경적 관점으로 다양한 사회 주제를 다루고 있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실제적이면서도 바른길을 제시하려고 노력 중이며, ‘사자그라운드’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