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교육의 특징과 북한 해방 전후 교육의 방향 (1)

북한 교육의 특징과 북한 해방 전후 교육의 방향 (1)

2019-11-25 0 By worldview

북한 교육의 특징과 북한 해방 전후 교육의 방향(1)

월드뷰 11 NOVEMBER 2019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WORLDVIEW MOVEMENT 2

글/ 심대한(‘생명의 강’ 회원)

1. 들어가는 말

아프리카 어린이를 돕자는 유니세프 등의 끔찍한 홍보 영상을 볼 때면 필자는 후원 회원이면서도 ‘독재자가 고혈을 빤 허기진 빈속을 부자 나라의 착한 사람들이 채워주고 있을 뿐’이라는 ‘불손한’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런데 북한의 거짓과 압제와 빈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상화된 3대 세습과 당의 지배에 대한 절대복종은 북한 주민의 생활 준칙이자 지배 이념으로, 거기에는 자유나 인권은 없고 오직 국가 노예만 존재한다. 민주주의는 허울이고 민노(民奴)주의가 실상이다. 그러므로 통일에 앞서 북한 동포를 거짓, 빈곤, 압제, 인권 탄압으로부터 구해내는 ‘해방’이 앞서 와야 할 것이며 진정한 통일은 적어도 한 세대를 거치면서 서서히 유사성과 동질성을 회복해야만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에서 내부 붕괴든 외부 충격으로든 북한 주민들이 압제로부터 벗어나는 해방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것이다.

만일,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쪽으로 통일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면 우리의 통일 방식은 독일이 모범 답안이다. 그런데 북한의 ‘사회주의 도덕과 법’ 관련 교육 과정 문서를 보면 학생들에게 “미제와 남조선 괴뢰들을 비롯한 우리의 원쑤들과 언제든지 한 번은 결판을 봐야 하며 놈들과 싸워 반드시 이겨야 한다”라며 호전성을 가르친다.

북한의 교육 강령에 따르면 ‘세뇌 반복 주입’ 교육을 통해 기르고자 하는 통일 역군은, “계급의식으로 튼튼히 무장하고 군사를 중시하며 만일 미·일 제국주의자들과 남조선 괴뢰들이 덤벼든다면 단연 결판을 내여 조국 통일의 력사적 위업을 이룩하고야 말겠다”라는 담력과 배짱을 가진 인간이다. 남한이 평화나 화해, 대화나 원조를 말하지만, 북의 대남 적대 의식이나 호전성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특히 핵무장 이후 북의 호전성이나 남에 대한 위협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우리 정부 당국자나 국방, 외교 등은 매우 저자세이며 도리어 북의 요청을 들어주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

이 글에서는 먼저 북한 교육 과정의 특징을 개괄적으로 살펴보고, 다음 글에서는 북한 주민의 해방을 전후로 한 교육의 방향과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by news.harvard.edu

2. 북한 사회주의 교육의 특성

남한은 자유·민주 시민 나아가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는 세계 시민을 양성하는 데 교육 목적을 두지만, 북한은 사회주의 체제 유지에 필요한 사회주의적 인간 양성에 교육 목적을 둔다. 사회주의적 인간 양성에 요구되는 교육 목표는 5가지인데 일반 교과와 예능 교과의 교육 목표는 통상적인데 반해, ‘정치사상 교육’에서는 “혁명적 세계관의 골격이 튼튼히 서고 학습과 생활에서 진실하고 문화적이며 고상한 정신 도덕적 품성을 지니도록 하는 것”이고, ‘군사적 능력 함양’ 관련 목표는 “조국보위가 최대의 애국이라는 자각을 가지고 군사 활동을 벌일 수 있는 초보적 능력을 소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심지어 체육 교육의 목표도 “노동과 국방에 필요한 건장한 체력”을 가지도록 하는데 기본을 두고 있다.

북한은 유치원(1년) – 소학교(5년) – 초급중학교(3년) – 고급중학교(3년)의 12년을 의무교육 기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남한은 연간 수업 일수가 190-195일이나, 북한은 소학교 283일, 초급중학교 310일, 고급중학교 279일이다. 고급중학교는 노동과 군사 훈련으로 인해 수업 일수가 가장 짧으며 일과 후에도 과외 학습, 소년단과 청년동맹 생활, 과외 체육을 추가로 더한다. 북한 교육은 ‘과외 노동’을 강조하기 때문에 학년이 높아질수록 수업 시간 수가 감소하고 실습, 노동, 조직 활동에 투입되는 시간은 점차 늘어나 소학교는 연간 2~4주, 초급중학교 이후는 연간 4~10주에 이르는 의무 노동활동을 한다.

북한의 정치사상 교육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숙, 김정은 4인에 대해 소학교에서는 어린 시절, 초급중학교에서는 혁명 활동, 고급중학교에서는 혁명 역사를 공부한다. 북한의 모든 교과 수업은 형식상 김일성, 김정일 등의 교시로 시작하는데 마치 신학교에서 기도로 수업을 시작하는 것과 유사하다. 또한 ‘사회주의 도덕(법),’ ‘현행 당 정책,’ ‘군사 활동 초보,’ ‘심리와 논리’등도 공부한다. 고급중학교의 ‘심리와 논리’는 충성심과 사상을 표현하고 자신과 타인을 논리적으로 비판하는 매우 중요한 과목이다. 또 수업이 끝나면 매일 또는 매주 단위로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고 잘잘못을 비판하는 ‘총화’ 시간을 갖는데 이기주의나 개인주의, 자유주의, 종파주의 등은 신고와 비판의 대상이다. 북한인들이 마이크나 대중 앞에서 유창하게 말하는 능력은 총화에서 흠 잡히지 않으려고 노력한 데서 기인한 면이 크다.

남한은 정보 기술을 초등에서 17시간, 중학교에서 34시간을 가르치는 데 반해, 북한에서는 소학 52시간, 초급중학교 192시간으로, 고급중학교까지 355시간을 가르친다. 초급중학교 이후부터 수학과 과학 등 기초 자연과학을 중시하는데 여기서 길러진 북한의 정보 기술과 해킹 기술은 세계적이다. 외국어 교육은 과거 러시아어를 가르치다, 이제는 제국주의 언어인 영어를 강조하는데 다만 북한에서 해외 정보를 알고, 무역 등을 통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수단인 외국어는 일반인들이 교육의 대상이기보다는 특권층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고급중학교를 졸업하면 90%는 군대나 직장에 배치되므로 고교에서는 상대적으로 공업, 실습, 군사 훈련 등이 강화되는데 출신 성분이 좋지 않으면 당과 수령이 부르는 곳, 원하지 않는 고된 일터로 떠나야 한다. ‘조직 생활’의 경우 만 7세가 되면 조선소년단에, 만14세에서 만30세까지는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이하 청년동맹)에 의무 가입해야 한다. 고급중학생들은 교내 군사 조직인 붉은청년근위대에 들어가 교내 훈련 및 근위대 야영 훈련소의 군사훈련을 받는다. 이런 전체주의 사회에서는 학생 때부터 전체를 위하여 자아를 내세우지 못하는 수동적인 삶에 익숙하게 되고 당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바라게 되므로 개인의 책임감은 매우 취약해진다.

3. 주민을 노예화하는 차별 교육

짧게 살펴보았지만 남북한은 교육의 이념이나 목표, 교육 내용뿐 아니라 방과 후에 실시하는 활동에서도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북한의 12년 의무 무상교육을 통해 자국민을 심하게 노예화하고 있다. 인민을 국가 노예로 부려먹기 위해 저급한 세뇌 교육을 하는 셈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불평등을 내재한 자본주의와 자유 민주주의는 교육을 모든 시민의 권리로 보아 이를 교정하고 복지를 통해 평등하게 보장하려고 하지만, 평등을 강제하는 듯한 사회주의 국가의 경우 교육을 교화의 수단으로 보고, 질 높은 교육은 특권층의 전유물로 간주해 일반인들과 차별하여 엘리트 교육을 시행한다. 북한에서는 대다수를 위한 저급한 보통 교육과 출신 성분이 좋은 일부 특권층을 위한 엘리트 교육의 차별 교육 또는 우열 교육이 매우 두드러진다. 대다수 인민을 당과 수령의 명령에 고분고분 복종하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12년 동안 이념은 깊고 교양은 낮은 보통 교육 정도면 충분하다고 여긴다. 인민들이 배우면 배울수록 비판의식이 성장하여 자유를 갈망하게 되므로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 이러한 교육 제도를 만들었다.

북한 교육의 밑바탕에는 9할의 인민들을 열등한 존재로 생각하는 평양 중심 지배층의 우월감이 깔려있다. 그들은 신과 같은 폭군(暴君)과 유일 당에 절대복종해야 하는 민노(民奴)주의를 택하였고 100만 명의 엘리트들이 특권층(노멘클라투라)을 형성하고 있다. 특권층 자녀들에게는 외국어 교육, 엘리트 교육을 하며 큰돈을 들이지만, 대다수 인민에게는 출신 성분, 당성 등 온갖 명분을 붙여 고의로 기회를 차단하는 것이다.

북한은 내부 단속을 위해 온갖 거짓과 위협, 감시와 처벌로 지탱되는 사회이며 이런 점에서 북한 지배층의 역사적 죄악은 매우 크다. 현재 김정은 정권 등장 이후 반인권적 행위나 핵 실험 등으로 해방과 통일은 더 멀어지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결국, 수령 체제가 대체되어야 북한 주민들은 노예 상태에서 해방되고 남북은 교류와 협력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 도서]

교육부(2015).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교육부 고시 제 2015-74호.
교육위원회(2013). 제1차 전반적 12년제의무교육강령(소학교). 교육위원회.
교육위원회(2013). 제1차 전반적 12년제의무교육강령(초급중학교). 교육위원회.
교육위원회(2013). 제1차 전반적 12년제의무교육강령(고급중학교). 교육위원회.
김일성(1977). 사회주의 교육에 관한 테제. 김일성저작선집(7). 조선로동당출판사.
김현식(2007). 나는 21세기 이념의 유목민. 김영사.
이명희 편(2015). 통일 후 북한교육 디자인. 한반도선진화재단.
홍후조‧민부자‧신효숙‧이인정‧조정아(2015), 남북한 교육과정 총론 비교와 전망, 교육부.

글 | 심대한

고려대학교 대학원 교육학과 석사 졸업, 전 한국교육개발원,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원. 남북한 교육에 관심이 높고, 특히 정치사상 교육에서 신분제 사회의 신민으로부터 자유롭고 독립적인 근대 시민, 국민 국가의 국민 형성 교육에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