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급 중단 이후 북한 주민의 변화
2019-07-05배급 중단 이후 북한 주민의 변화
월드뷰 07 JULY 2019●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9 |
글/ 최성국 웹툰작가
하나님 김일성
북한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김일성이 곧 하나님인 그런 통치를 받으며 생활했다.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교회에서의 운영 방식과 북한의 통치 방법이 소름 돋을 정도로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그 주체가 교회에서는 하나님이고 북한에서는 수령일 뿐이다. 김일성은 성경적 논리를 가지고 통치를 한 것이고 그것이 김정일에게 대물림된 것이며, 생명의 말씀이 잘못된 방향으로 쓰이면서 그릇된 영에 사로잡혀 잘못된 세계관이 형성되어버렸다.
나는 어릴 적부터 김일성이 북한 땅을 평화의 땅, 그리고 평등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소리를 들으며 자라왔다.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공산주의를 받아들인 것이고, 그 논리로 펼쳐진 정책들이 배급 제도, 계획 경제, 신고 제도 등이다. 공산당이 주도하는 복지로 인하여 북한도 한때는 잘 살았던 적이 있다. 그러나 그 끝의 참담함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나님이 땀 흘려 일하고 그 결과로 먹을 것을 취하라 하셨거늘, 정해주는 대로 일하고 정해진 대로 받는 것에만 익숙해진 삶의 형태로 인하여 잘못 형성된 세계관이 오늘날의 북한을 이끈 것이다.
북한의 계획 경제, 배급 제도, 신고 제도
계획 경제는 정부가 경제를 계획하는 것이다. 개인이 얻는 이득은 전혀 없으며 모두 공산당으로 귀속되기 때문에, 계획 경제의 이론대로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가 없다. 거짓이 난무하고 위선이 판을 치며, 농산물은 생산자들에 의해 다 없어지고 만다. 어디론가 전부 빼돌리는 것이다. 계획대로 진행했으니 자신들의 할 일은 다 끝났다는 것이다. 아파트 건설의 경우도 자신들이 팔 것도 아니고 살 곳도 아니기 때문에 대충대충 지어 무너지는 것이다. 심지어는 철근을 빼돌려 그 돈으로 술을 사 먹는다. 악이 악을 낳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되고, 전체주의, 집단 체제이다 보니 개인의 책임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배급 제도의 경우 한 아이가 태어나면 당으로부터 먹을 것이 배급된다. 사실 북한은 복지의 끝판 왕이다. 수령이 하나님과 동일시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탄생에서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무상 배급이 끝도 없이 무상(無償)으로 이어지면서 진짜 무상(無常)이 되어버리는 삶을 사는 것이다. 자신이 얼마나 의지적이며 힘이 있는 존재인지를 깨닫지 못한 채 당과 수령이 없으면 죽을 것만 같은 바보 인간으로 전락해 버린다. 태어나서 한 번도 자신의 의지와 힘으로 무엇인가를 시도해 본 적이 없는 배급 인생이 지금의 북한 체제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배급에만 의지하다 보니 아주 작은 불평등도 용납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일례로 가정 내에서도 당의 일을 하는 아빠는 쌀 700g,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400g, 집안일을 하는 엄마는 300g을 배급받게 되는데, 이 정도의 배급량은 한 가족이 생활을 하기엔 늘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항상 적은 양의 쌀로 생활하기 때문에 철이 덜 든 아이들은 자신들 보다 적게 배급을 받은 엄마가 더 먹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평등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엄마와 가족을 신고하면서 가족 간에는 매울 수 없는 금이 가게 되고, 가족 간의 사랑보다도 당과 수령이 최고라는 생각이 의식화되어 버린 것이다.
배급 중단 이후 북한 사회의 변화
북한 주민들의 의식 속에 계획 경제, 배급 제도, 신고 제도와 같은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적 세계관이 자리 잡으면서 사회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삶을 영위하기에 매우 위험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배급 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1995년부터 미국이 대북 제재를 시작하면서 배급이 끊기게 되었는데, 배급으로 생존을 이어온 사람들이다 보니 배급 중단은 곧 죽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 당시 300만 명 이상이 굶어서 죽게 되었고, 일부 북한 주민들은 살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중국으로 넘어가 밀수 밀거래를 하게 된다. 그 물건들 중에 한국 영화와 한국 노래들이 섞여 들어오게 되었는데, 그로 인해 북한 사람들은 변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거의 다 국가 일은 하지 않고 자영업을 한다. 고속버스도 생겨났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동의 자유가 없는 곳에서 이동을 시켜준다는 것은 정말 기적에 가까운 변화인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장 경제가 엄청난 규모로 형성되고 있다.
배급 중단 사태 이후에도 당 간부들이나 권력자들은 계속 배급을 받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들마저도 돌아선 상태이다. 불법적으로 주고받는 금품 수수가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문제가 지속되면서 북한 당국은 현재 장마당을 단속하고 있으며, 김정은이 미국과 비핵화 논의를 잘해서 대북 제재가 풀리면 그때 배급을 정상화 시켜준다고 주민들을 달래고 있다. 공산주의 사회에서 자유 시장경제 체제가 일반 사람들에게 확산되는 것은 체제 유지에 치명적 위험 요소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1995년생 이후의 탈북자들을 대해보면 그전의 탈북자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부모 교육도 잘 받은 느낌이 들고 스스로 돈을 벌어 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남한에서의 사회 적응력도 뛰어나며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법을 안다. 그래서 남한의 사업장에서는 탈북한 젊은이들을 고용하고자 한다. 이는 정말 큰 변화이다. ‘배급받으며 사는 것 보단 낫다’라는 마음가짐으로 두려움 없이 장사를 하며 자유 시장경제를 몸으로 체험한 사람들, 이들이 지금 남한에 와서 정착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 기독교인들이다. 하나님이 보내주신 몇 만 명의 탈북자들을 지렛대로 삼아 북한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깨우쳐 통일을 이룬다면 극명하게 다른 세계관으로 살아온 남과 북의 이질감도 그 간극을 좁혀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북한의 타락상
나라가 가난해지고 영적 타락이 시작되면 제일 먼저 나타나는 것이 성적 타락이다. 나름 진보주의자이며 사회주의를 글로만 배운 어떤 한 부부가 신혼여행을 북한으로 가서 고려호텔에 머물렀는데, 그 날 저녁 틀어주는 영화가 포르노여서, 큰 충격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당 간부들이나 군대에서도 성적 타락이 심각하다. 피해자는 모두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들과 노약자, 어린이들이며, 하나님께서 부여해 주신 거룩하고 아름다운 개념의 성 인식이 아니라 이 또한 하나의 상품으로 간주되어 거래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도둑이나 강도도 성행하고 마약도 판을 치고 있어서 한집 건너 한집이 거의 다 마약을 하는 수준이다. 집에서 키우고 제조까지 하는데, 김정일 정권 시대에 백도라지 사업이라고 하면서 마약을 재배해서 해외에 팔기 시작했다. 당 차원에서 이루어지던 일들이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책임과 신뢰라는 개념이 없으므로 누군가에 의해 기술이 빼돌려져, 민간으로까지 마약 제조가 확산된 것이다. 심각한 마약 중독으로 인해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심장 쇼크를 일으키며 죽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자신이 하나님이 되어 북한 땅을 에덴동산과 같은 천국으로 만들겠다며 큰소리를 치던 김일성과 3대 세습 전체주의 집단의 민낯을 여과 없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탈북자들과 통일
현재 우리는 탈북자 3만 명이 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들 중에는 자신이 꿈꾸던 남한 사회가 아니어서 실망감에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중에는 자의든 타의든 다시 북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고 제3국을 택해 다시 남한을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사람들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말없이 잘 살아가고 있으며 각자의 꿈을 향해 전진하는 중이다. 우리는 이들을 보면서 통일을 준비해 가야 한다.
남한에 와서도 북한에서 살던 공산주의 가치관을 그대로 가진 체 생활하려는 사람들이 문제인 것이다. 자신이 변화해야겠다는 마음이나, 그 어떤 노력도 의지도 없이 배급만을 바라보던 그때의 관점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남한의 탈북자 공동체에게도 도움은커녕 부담으로 자리하고 있다.
지금의 한국 정부는 ‘사람이 먼저’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나는 ‘사람이 먼저’라고 주장하는 곳에서 살다 왔다. 사람이 먼저가 되면, 사람이 사람을 잡는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보아온 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다.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보기 좋은 가면에 가려진 채 자연스럽게 상품 가격이 올라가고, 최저임금제도 및 각종 기업규제들로 인해 자본가들의 힘이 점점 줄어들게 되면, 튼튼한 기업들도 점점 힘을 잃게 되고, 교묘하게 점점 사회주의 체제의 형태로 기울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자각해야 한다. 기업이 먼저 살아남아야 건강한 자유 경쟁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
현재 남한에서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더욱더 많은 것들을 해결해주길 바라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집단주의 성향으로 인한 개인이나 기업의 책임 회피가 팽배해지고 있는데, 이런 사회적 현상이 우리들의 의식 속에 들어와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해 볼 때이다.
성경과 대치되는 동성애 퀴어 축제, 보편 복지 등은 우상을 만든다. 사람이 우상이 되고 국가도 우상이 된다. 미국의 경우 공화주의자들도 민주주의자들도 북한은 ‘악의 축’이라고 한목소리를 낸다. 우리처럼 하나의 날개로써 친북주의자들도 공존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산 독재체제에서 사람을 신으로 떠받들며 살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가치관들이 부디 자유 민주주의, 자유 시장 경제에 걸맞은 세계관으로 변화되어 남과 북이 함께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 통일된 조국을 후손에게 물려줌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nk_artoon@naver.com>
글 | 최성국
평양 미술대학 아동미술학과를 졸업하고 조선 4·26아동영화촬영소에서 근무했다. 2010년 탈북하여 1년 정도 대북 관련 방송국 PD 생활을 했다. 작품으로는 <로동심문>, <한국청년 류시진의 북한 표류기-북한 더 알기>, <고발>, <남조선일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