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게 길들여지는 ‘북한 주민’의 성향

2019-07-05 0 By worldview

특별하게 길들여지는 ‘북한 주민’의 성향

 

월드뷰 07 JULY 2019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10

 

글/  엄현숙 북한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유치원 교육 환경은 어린이들을 사회화하는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일반적으로 자아는 발전하는 것이다. 그것은 출생과 동시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 사회적 경험이나 활동을 통하여 생긴다. 그것은 또한, 그 과정과의 관계의 결과로서, 또 그 과정 안에서의 다른 개인과의 관계로서 생긴다. ‘사람을 달라지게 하는 원인이 되는 것, 그것이 그의 진정한 환경’이라고 한다면 ‘백두산 3대 장군’의 어린 시절과 관련된 교육 환경은 이를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북한에서 유치원은 만 5세에서 6세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다. 그리고 북한의 유치원은 낮은 반, 높은 반의 2년 과정이다.

 

어린 시절 교양실

 

유치원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백두산 3대 장군’을 따라 배우는 ‘교양실’이 자리한다. 이를 북한 용어로 표현하면 ‘사상 교양 거점’을 통한 교양이라고 한다. 유치원에서의 ‘사상 교양 거점’은 어린 시절 교양실이다. 어린 시절 교양실에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숙의 역사를 수록한  도록과 사진들, 혁명 사적물이 전시되어 있고 그것을 해설 선전할 수 있는 직관 수단들이 갖추어져 있다.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숙의 역사를 가리켜 ‘백두산 3대 장군’의 어린 시절이라고 한다.

‘백두산 3대 장군’의 어린 시절은 유치원마다 별도로 꾸며진 각각의 교양실 즉 《김일성 대원수님을 따라 배우는 교양실》과 《김정일 대원수님을 따라 배우는 교양실》, 그리고 《김정숙 어머님을 따라 배우는 교양실》에서 이루어진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비슷하다. 작은 규모의 유치원의 경우 《김정숙 어머님을 따라 배우는 교양실》이 별도 마련되어 있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럴 때는 《김정일 대원수님을 따라 배우는 교양실》에서 ‘도록’(내용을 그림이나 사진으로 엮은 목록)을 제시하면서 수업을 한다.

 

장소의 특수성 

 

어린 시절 교양실은 유치원 외부에서도 바로 알 수 있도록 건물의 가장 중심에, 그리고 가장 높은 층에 위치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타 교양실과는 달리 창문에 흰색 커튼이 항상 드리워져 있다. 어린 시절 교양실은 유치원 내 일반실들과는 달리 접근이 제한되어 어린 시절 수업 외에는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숭엄한 분위기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활동적이고 장난이 심한 어린이들조차 이곳에서는 숨소리조차 조심하는 곳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교양실은 교양원이 다루는 풍금에 조차 붉은색 천을 드리우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 교양실에 놓여있는 고향집 사판(김일성, 김정일의 고향집 모형으로 만든 역사 판)은 수업이 시작되면 드리워져 있는 흰 천을 벗겨내고, 수업이 끝나면 다시 흰 천을 씌운다. 어린이들은 유치원의 타 교양실 – 유치원에는 현관을 중심으로 낮은 반, 높은 반 교양실, 침실, 탈의실, 유희실, 위생실, 교편물실, 식당 등이 있다 – 과는 달리 어린 시절 교양실에 들어갈 때에는 미리 교양실 문밖에 일렬로 줄을 서야 하고 일체의 속삭임도 허용이 안 된다. 먼저 들어간 교양원의 입장 곡의 선율에 따라 줄을 맞춰 들어와야 하고 나갈 때 역시 교양원의 풍금 연주에 따라 일렬로 움직여야 한다. 어린 시절 교양실 안에서의 모든 행동, 몸가짐은 존경과 흠모와 절제를 요구하며 이는 교양원과 유치원 어린이 모두에게 해당된다.

 

욕구 충족의 제한

 

유치원에서의 어린 시절 교양실은 국가가 추구하는 교육 교양 목적에 의해 의도적으로 갖추어진 공간이며 이 공간을 이용함에 있어 허락된 행위만이 요구되는 메커니즘이 작동되는 곳이다. 또한 그 행위를 벗어나고자 하는 자아가 통제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 행위를 숙지할 때 내려지는 칭찬은 5세와 6세의 어린이들로 하여금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해서는 안 되는 것에 대한 스스로의 통제를 이루기에 충분하다. 다음의 예는 허락된 행위를 벗어난 어린이와 이를 통제하는 교양원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그 행위를 벗어났을 때에 어린이가 치러야 할 대가가 어떠한 것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 알 수 있게 한다. 다음의 인용을 통해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빨간 복숭아’에 대한 노래를 배워주면서(‘가르치다’의 북한말) 도록판(김일성, 김정일의 활동을 그림으로 담은 판) 그림을 보여주었고 노래를 배워주었다. 도록판 그림에는 어린 시절의 김일성이 할아버지인 김보현에게 두 손으로 복숭아를 드리는 그림이 있었다. 그런데 한참 노래를 배우다 광국이라는 아이가 갑자기 도록 사진 앞으로 가더니 “복숭아 날 좀 다”라면서 큰 소리를 지르더니 손을 내미는 것이었다. 이것을 본 선생님은 “광국이 제자리에 가 앉으시오”라고 말했으나, 광국이는 무척 복숭아를 먹고 싶었는지 그림판 앞에서 손을 내밀면서 계속 복숭아만 달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는 선생님한테 지적을 받고서야 제 자리에 가 앉았다.

 

… ‘보고 싶은 원수님’ 노래를 배우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따라 부르는데, 철진 이라는 아이만은 입을 곡 다물고 딴 장난을 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몇 번 지적하더니 마지막에는 철진이 보고 오늘 배운 노래를 동무들 앞에서 불러 보라고 하였다. 하루 종일 장난질만 하다 보니 노래 첫머리도 몰라서 입도 벌리지 못하였는데 선생님은 철진이를 교실에 남겨 두고 노래를 마지막까지 부를 줄 알게 한 다음에야 보냈다.

 

이러한 경험의 축적은 5와 6세의 어린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자아를 통제하고자 하는 마음가짐과 동시에 북한 인민으로서의 특성을 획득하게 한다. 위의 예와 같이 유치원 교육 환경에서 교양원은 아동의 사회화와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외는 없다

 

교양실 안에서의 모든 행동, 몸가짐은 존경과 절제를 요구하며 이는 교양원과 어린이 모두에게 해당된다. 특히 유치원 교양원은 어린이들의 사회화를 선도에서 이끌어주어야 할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유치원에서 교양원의 활동은 기성 지식의 전수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사상과 품격을 형성하는 정치 사회화로 인도한다는 데 있어서 그 중요성이 부각된다. 모든 시간의 교육 교양 목적은 어린 시절부터 동무들과 꼭 같이 생활하신 원수님은 이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분이시라는 것을 잘 알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양원의 수업은 사전에 원장과 경험 많은 교양원들의 의견이 반영할 수 있는 토론회를 거친다. 유치원에서 진행되는 모든 수업이 사전 토론회를 거쳐 가장 좋은 말, 가장 적절한 형상, 최고의 표상을 통해 어린 시절을 더 잘 전달함과 동시에 충성심을 키워주고 따라 배우도록 하는 것에 집중된다.

북한은 교육 내용과 방법, 그 환경에 있어서 하나의 고리에 연결된 사슬과도 같이 같은 모습, 같은 목소리, 같은 구조를 유지시키려 한다. 산만하고 집중력이 부족한 만 5세에서 6세의 원생들에게 있어 유치원의 주어진 환경은 철저히 따라야만 하는, 온갖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 것이며 감히 떨쳐낼 수 없다. 그 속에서 그들은 철저히 교육되고 ‘올바른 행위’ 만을 추구하는 규제와 통제에 익숙하게 된다.

<oem503@daum.net>

 

글 | 엄현숙

북한에서 교원대학 김일성학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2005년 탈북하였다. 입국 후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북한의 교육 방법 연구: 1960-2015”으로 북한학 박사 학위(2016)를 받았다. 현재는 북한대학원대학교 심연 북한연구소 연구교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