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포전은 나의 포전

2019-07-05 0 By worldview

농장포전은 나의 포전

 

월드뷰 07 JULY 2019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7

 

글/ 이애란 자유통일문화원장

 

남북이 분단된 지 70년을 훌쩍 넘어섰고 그동안 남북한의 주민들은 교류나 대화는 물론이고 편지 왕래조차도 중지당한 채 지구상의 어떤 지역보다도 단절된 시간을 보내왔다. 북한이라는 전체주의 국가는 주민들에게 국가에 절대적 복종을 요구하고, 김 씨 봉건 왕조를 신으로 떠받들게 했고 그에 합당한 다양한 원칙과 규정들을 제시했다.

개인의 자유권과 사적 재산권 보호를 내세운 대한민국의 법치 제도와 달리 북한은 전체주의와 집단주의를 강요당해 개인의 자유나 사적 소유라는 개념조차도 없는 사회이다. 북한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호되는 영역은 김 씨 일가와 관련된 것들이고 국가의 체제 수호와 관련된 것들이다. 물론 북한에도 형법이 정해져 있고 살인‧강도 행위나 도둑질 등 반인륜적 행위들에 대한 처벌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김 씨 일가의 우상화에 반하는 행위나 반국가, 반체제 행위에 비해서는 처벌이 비교적 허술한 편이다.

법치에 기초한 자유 민주주의 시장 경제 체제에서 생활하는 남한 국민들의 세계관은, 수령의 지시가 모든 영역의 기초가 되는 1당 독재 전체주의 공산 사회주의 체제인 북한 사회 구성원들의 세계관과 큰 차이가 있다.

북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집단주의적 왕조국가로써 개인주의가 말살되고 집단주의를 강요받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개인보다는 집단, 자신보다는 국가의 최고 지도자인 수령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도록 교육받고 있고, 이러한 교육은 탁아소에서부터 무덤까지 지속된다. 북한에서 가장 비판 대상이 되는 것은 자유주의(제멋대로 행동하는 것), 개인주의, 이기주의, 기관 본위주의, 가족주의, 지방주의 등으로, 개인적이거나 분파적 행동은 매우 위험한 사상 요소로 간주해 심한 경우에는 종파로 몰려 처벌되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들은 집단주의를 약화시키고 국가와 조직의 이익보다는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불건전한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이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생활 총화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비판 대상은 아마도 개인주의, 이기주의, 자유주의 등이다. 북한에서는 조직적인 행동에 참여하지 않는 행위, 규율을 위반하거나 지각하는 행위 등을 자유주의로 규정하고 이러한 사람들을 자유주의  분자라고 지칭하여 강력하게 비판한다. 그리고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가장 극복해야 하는 가치관으로 교육받으며, 인간의 본능적 욕심을 개인 이기주의라고 생각해서 이를 배격하고 물건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는 것을 아주 부끄러운 행위라고 교육한다.

반면에 북한에서 최고의 가치관은 당과 조국, 수령과 인민을 위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초개와 같이 바치는 것이다. 개인의 삶은 오직 당과 수령이 지도하는 집단 안에서만 존재하고 의미가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주체사상으로 교육을 받지만 실제로 주민들은 주체적이 아닌 수동적인 삶의 태도를 보여야만 된다.

이러한 행태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군에서 제대할 때, 마음에는 없지만 우선적으로 당과 수령이 부르는 곳으로 가겠다고 대답하는 데서 표현된다. 북한의 학생들은 졸업 후 진로를 결정하는 상담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1지망을 당과 수령이 부르는 곳으로, 2지망도 당과 수령이 부르는 곳으로 그리고 3지망에서야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곳을 쓰곤 하는데, 이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당과 수령이 부른 곳이 탄광이나, 광산, 농촌이나 건설장 같은 어렵고 힘든 곳이라면 모두 기피하고 그곳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엄청난 뇌물을 제공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온갖 권력을 총동원하지만 사람들 앞에서는 당과 수령이 원하는 곳으로 가겠다고 표현하는 것이 체화되어 있다.

 

특히 간부들이나, 조금이라도 휘두를 수 있는 권력이 있는 사람들일수록 자신들의 자녀와 친척들을 빼내어 먹을알 있고(실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다루고 그러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직업이나 직위를 표현하는 북한 말) 편안한 직업으로 빼돌리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러니 인민의 나라, 평등한 나라, 인민이 주인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인 모든 권력은 최고 권력자인 수령과 수령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당 간부들, 그리고 당으로부터 부여받은 지방 권력과 각종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에 의해 행사되고 있다. 이러한 권력을 가진 자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자녀들과 친척, 가족들을 빼돌려 또 하나의 거대한 권력 및 이익 공유 집단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권력을 차지하는 데서 배급제 시절에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 조선노동당에 입당하는 것이었으며 북한 주민들에게 있어서 조선노동당 입당은 “사람 구실 하는 것”으로 명명되기도 했다.

그리고 조선노동당에 입당하기 위해 북한의 젊은 청년들은 군대에 나가거나 돌격대에 자원하기도 하고 자신이 일하는 곳에서 당에 충성하기 위해 온갖 열의를 다 보이기도 했다. 북한에서 조선노동당에 입당하는 것이야말로 출세하여 권력을 행사하고 먹을알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초가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열의만 가지고 충성한다고 하여 조선노동당에 입당하거나 출세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출신 성분이 나쁘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조선노동당 입당이나 대학 입학, 승진이나 간부 등용이 어렵기 때문에 출신 성분이 나쁜 사람들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조용히 살아가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처지를 개선해 보려고 갖은 노력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람들을 위해서 김일성과 김정일은 광폭 정치를 떠들면서, 출신 성분이 나쁜 사람들도 당에 충성하면 기회를 준다고 감언이설을 하기도 하고 가끔은 출신 성분이 나쁜 사람들을 내세워 주는 쇼를 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프로파간다일 뿐 실제 현장에서 그러한 일이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포전(圃田), 구획을 나눠놓은 경작지 “농장 포전은 나의 포전”이라 떠들어대며 자신들의 도둑질 행위를 정당화

북한 주민들은 집단 속에서 자신의 이익을 취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 집단의 이익으로 객관화 시키려고 한다. 말은 집단의 이익을 추구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갖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특히 북한에서 물자가 부족해지고 실제 생활이 어려워지면서부터 북한의 간부들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주민들은 아침에 출근은 자기가 일하는 공장이나 회사로 하지만 출근하여 하는 실제 일은 집안에 필요한 물자를 구입하고 돈벌이가 되는 일을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행태는 간부들일수록 더욱 심하게 나타나고 있고 힘없는 노동자들은 기껏해야 공장에서 물건을 훔쳐내거나 진단서를 떼고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 개인의 일을 보는 정도였다.

북한이 주민들에게 집단주의를 강조하고 국가의 재산이 공동의 재산이자 개인의 재산이라고 강조하다 보니 주민들은 국가 재산이나 공동 재산에 대한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공동 재산을 또 다른 공동 소비를 하는 경우에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게 되고 개인 재산을 훔칠 때에도 그것이 공공성을 띠는 경우에는 매우 노골적이고 당당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북한에서 김정일은 “농장 포전(圃田, 구획을 나눠놓은 경작지)은 나의 포전이다.”라는 구호를 제시한 적이 있는데, 북한의 돌격대원들이나 집단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배고파서 농장의 농산물을 훔치러 갈 때 그들은 “농장 포전은 나의 포전”이라고 떠들어대며 자신들의 도둑질 행위를 정당화하기도 한다.

북한 사회는 전 분야에서 물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부족한 물자를 보충하기 위해 개인들에게 분담하여 가져오도록 한다. 시멘트, 페인트, 신나, 나카, 휘발유 등 각종 물자를 얻기 위해 다른 기관의 것을 훔쳐 오거나 뇌물을 주고 빼내오는데, 이런 행위에 대해서도 자리 이동이라며 스스로를 자위하기도 한다.

북한 주민들은 집단주의를 강요받지만 사실상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특질이기 때문에, 이러한 개인주의와 이기심은 상당히 굴절된 상태로, 때로는 자본주의 국가의 사람들에 비해서 오히려 더 강렬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러한 행태는 매우 이중적인 생활 태도로 나타나며, 자신의 본능적 욕구를 집단의 이익에 은폐하여 더욱 강렬하게 추구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자본주의 체제하에서는 자신의 이익 추구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오히려 서로의 이익 집단들이 공개적으로 이익을 놓고 경쟁하고 이익 분배에 대해 보다 투명하게 진행되지만 북한에서는 개인의 이익 추구는 숨기고 집단의 이익을 위하는 척하면서 개인의 이익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에 이익의 분배 과정이 매우 불투명하고 여러 가지 담합에 의해 오히려 이익의 분배가 대단히 불평등하게 왜곡된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 경제 체제에 비해 배급 체제는 평등을 추구하지만 더욱더 불평등을 초래하게 되고 이러한 불평등은 더욱더 물자의 부족을 야기하고 부정과 부패가 만연하게 되며 이러한 부정부패도 집단적인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reeran2000@naver.com>

 

글 | 이애란

신의주 경공업대학 발효공학과를 졸업하였으며, 1997년 탈북하였다. 2009년 이화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북한 과학기술위원회 품질감독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리버티코리아포스트 발행인 및 자유통일문화원 원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