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수업에서 하나님을 외치다
2019-02-04세상 수업에서 하나님을 외치다
월드뷰 02 FEBRUARY 2019●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6 |
이의주/ 은혜의동산 기독교학교 교사
대부분의 나라들이 교육과정을 통해 나라의 소위 ‘인재’를 길러 내듯이, 우리나라도 오래된 교육이념과 목적으로 사람들을 길러낸다. 내용은 이러하다.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민주 국가의 발전과 인류 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데 이바지함을 목적에 두고 있으며, 이것과 연관하여 우리나라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인간상은 다음과 같다.
가. 전인적 성장을 바탕으로 자아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신의 진로와 삶을 개척하는 자주적인 사람
나. 기초 능력의 바탕 위에 다양한 발산과 도전으로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창의적인 사람
다. 문화적 소양과 다원적 가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류 문화를 향유하고 발전시키는 교양 있는 사람
라.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세계와 소통하는 민주 시민으로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더불어 사는 사람
훌륭한 내용도 많지만 자아 정체성은 어디서부터 시작이며, 다원적 가치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기준을 토대로 이해를 얻게 되는지 등을 조심스럽게 되짚어 본다면 분명 성경과 일치하는 부분보다는 그렇지 않은 부분들이 더 많다는 것을 짐작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런 부분들을 공감하는 대다수의 기독교 학교들이 그동안 국가의 재정 지원이라는 큰 유혹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기독교 학교 및 기독교 대안학교를 세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화성 도농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비인가 기독교 학교이다. 학교 전임 및 담임교사들은 자신이 전공한 교과 외에 초등 주요 교과목 국, 수, 사, 과, 영들 중 몇 과목을 선택하여 가르치는데 이번에 내가 선택하여 가르친 과목은 과학을 제외한 국어, 수학, 사회, 영어였다. 마침 이번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된 4학년 담임교사로서 바뀐 교육과정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소개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은 문·이과 구분에 따른 지식 편중 현상을 개선하고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하여, 지식 정보 사회가 추구하는 인간상과 창의 융합형 인재가 갖추어야 할 핵심 역량으로 여섯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여섯 가지 핵심 역량은 다음과 같다. 1) 자기 관리 역량, 2) 지식 정보 처리 역량, 3) 창의적 사고 역량, 4) 심미적 감성 역량, 5) 의사소통 역량, 6) 공동체 역량이다. 이 여섯 가지 역량을 토대로 각 과목에서 추구하는 핵심 역량을 좀 더 보충한 것이 핵심이라고 소개한다.
무엇보다 기독교적 세계관과 많이 상충되는 사회 과목에 좀 더 집중해 보기로 한다. 위에 제시한 핵심 역량에 사회과는 아래의 핵심 역량을 좀 더 상세하게 하였다고 한다. 새롭고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창의적 사고력, 사태를 분석적으로 평가하는 비판적 사고력,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문제 해결력 및 의사 결정력, 자신의 견해를 분명하게 표현하고 타인과 효과적으로 상호 작용하는 의사소통 및 협업 능력, 다양한 자료와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정보를 수집·해석하고 창조하는 정보 활용 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배경을 토대로 4학년 사회과 교과서에는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알아보고, 지역의 문화유산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갖는다. 우리 지역과 관련된 역사적 인물의 삶을 알아보고, 지역의 역사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다.” 와 같은 내용이 첨가되었다. 또한 학생들이 사회과를 어려워하고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교과서의 내용을 단순 암기해야 한다는 것이기에, 학습자의 흥미와 관심, 능력에 맞춘 ‘사고력이 쑥쑥‘이라는 활동 꼭지를 마련해 놓은 것이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특징이다. 비전공자인 나로서는 교사 지침서 등을 의존하는 단계로 수업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지혜가 필요한 교사와 수업의 여정
학생들과 사회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학생들이 물었다.
“선생님, 화성에 있는 문화유산들을 찾아봤는데… 융릉, 건릉, 용주사, 제암리 3·1 운동 순국 기념, 남양 성모 성지, 당성, 공룡알 화석지, 어촌·농업 박물관 등이 있대요. 우리는 하나님 믿으니깐, 절이나 성모 성지는 안 갈 거죠? 절에는 가면 안 되는 거잖아요. 융건릉도 무덤인데. 거기 갈 필요 없는 거죠?”
이럴 때면 “홍익인간의 이념, 진화론과 단군 할아버지는 어쩔 수 없이 모르고 배웠던 선생님만 알면 되니, 여러분은 알 필요 없어요. 여러분은 오직 하나님만 알면 돼요.”라고 가르치는 극단적인 교사가 되면 안 될 것 같고, 반대로 모든 것은 가르치되 선택과 판단은 학생들이 하는 것이라고 여과 없이 교과서대로 가르쳐야 하는 것도 옳은 선택은 아니라는 생각에 난감해진다. 게다가 그 여과 과정을 선생님이 도와줘야 하는 초등학생들이라는 점이 내게는 더없이 긴장되고 때로는 맹인이 맹인을 안내하는 것 같아 두려울 때도 있다. 여느 선배 기독 교사들처럼 나도 교과를 기독교적으로 가르치는 나의 행위 자체에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으며, 교과를 성경적 관점으로 가르치기 위해 열심히 배우고 가르치며, 나의 가르침을 통해 학생들의 생각이 성경적 관점으로 바뀌었는지 궁금한 적도 있었고, 비기독교적 가르침과 구별되어야만 기독교적인 수업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많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선배님들께서 또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다. 기독교적 전제가 수업에서 드러날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는 것과, 하나님의 창조를 믿는 교사의 신앙이 가르침에 반영되는 것도 신앙과 지식을 통합한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 교사의 가르치는 행위와 능력이 아닌 하나님의 ‘은혜’를 통해 ‘하나님을 알도록 인도’한다는 것이 내게 참 위로가 많이 되었다. 그래서 다시 이번에도 시작하게 되었다.
세상보다 더 크신 하나님, 모든 것이 하나님 것
화성시에서는 화성지역을 알리고자 화성 시티 1일 투어를 진행한다. 그래서 우리는 앞서 언급한 문화 유적지를 함께 견학하기로 했다. 시티 투어에 앞서 간략히 비기독교적인 수업 내용이 있을 것에 대한 언급과 하나님이 기뻐하시지 않는 내용들, 죄로 인해 훼손된 부분이 회복되어야 할 내용들과 모든 것이 하나님 것이기에 ‘돈’ 자체 보다 ‘돈’을 어떻게 사용하는가가 중요하듯 문화 유적지를 바라보는 시각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을 한 후 시티 투어에 참여하였다. 시티 투어에는 가이드도 함께 하였는데, 가이드는 역시나 융건릉, 용주사 등을 방문했을 때 그 내용을 여과 없이 설명하였다. 기독교적 세계관과 정확히 반대인 설명도 있었고 진화론에 입각한 설명도 많았다. 융건릉의 역사적인 사건을 소개하며 옛날 우리나라의 유교 문화도 소개해 주었다. 학생들은 가이드의 설명을 의아해하며 나를 쳐다보기도 했고, 절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한 학생들도 있었고, 혹은 긴장하며 심호흡을 크게 한 학생들도 있었다. 모태신앙이 대부분인 학생들이 많이 난감해 하는 눈치였다. 반면 제암리 3·1 운동 순국 기념관에서는 처참했던 그 시대의 교회에 대한 탄압과 참혹함을 여과 없이 소개하는 내용에 대해 학생들은 많이 불편해하고 힘들어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하나님은 그 순간에도 함께 하셨다. 투어를 마치고 학교에 돌아와서 어린 학생들의 질문과 자문자답으로 하나님의 진리를 풍성하게 하였다.
“선생님, 그 가이드는 하나님 안 믿으시는 분이신가 봐요. 나중에 전도해야겠어요.”, “선생님, 옛날에는 우리나라가 하나님 안 믿었기 때문에 절이 있고, 이런 우상 같은 것 있는 거죠?” “우리가 앞으로 하나님 잘 믿으면 교회 더 많이 세워지는 거죠? 스님들 위해 기도해 주면 되는 거잖아요.” “그 사람들 하나님 믿으라고, 우리가 더 사랑해 주면 되는 거잖아요.” “순국 운동 너무 슬펐어요.” “옛날에 하나님 안 믿었던 나라인데 이제 우리 하나님 믿는 사람 많잖아요. 신기해요.” “선생님 여기 남양 성모 성지 완전 예뻐요. 낙엽 정말 아름다워요. 하나님 완전 멋있어요.” “절이랑 융건릉 무서운 데 아닌 거 같아요.”
오히려 학생들의 질문에 다시 내가 공부하고 깨닫는 시간이 되었다. 불교 국가였을 때도, 단군 할아버지를 섬기며 조상들에게 절을 할 때도, 하나님은 우리나라와 함께 계셨을 것이다. 또한 조선 시대 왕들이 점을 보며 나라 정세를 살폈을 때도 하나님은 우리나라를 돌보셨을 것이다. 그랬던 우리나라가 선교사들을 통해 이렇게 성장하고 복음의 통로가 되는 나라로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우리나라 역사에 함께 하셨던 하나님께 감사했다.
먼저 가르쳐주시고 길이 되어주시는 하나님
하나님은 기독교적 세계관을 배우는 학생들뿐 아니라, 세상 지식을 배웠던 나부터 가르쳐 주시는 것 같다. 내가 비기독교적인 문화유산을 보면서도 하나님의 섭리와 은혜를 깨닫기 원하시고 올바른 앎을 통해 기독교적 행동을 할 때, 그 자체가 학생들에게는 기독교적인 수업이 된다는 것을 말이다. 아직은 여정이 길고 험난해 보인다. 마치 골리앗 앞에 서있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우리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전쟁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반대로 세상은 지금의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내용처럼 달콤하게 유혹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소금의 역할을 하며 세상 안에서 하나님을 외쳐야 한다. 하나님께서 먼저 소통하기를 원하시는 분이고, 공동체로 우리를 부르셨으며 창조주이신 하나님이 먼저 창조성을 드러내셨던 것처럼 하나님이 교육의 원조이심을 드러내기를 원하시는 것 같다. 앞으로 나처럼 아직도 배워야 할 것 많은 교사에게도 관록이 있으신 나이 지긋하신 선생님들에게도 하나님은 든든한 길이 되어 주실 것을 믿는다.
<hawn-lee@hanmail.net>
글/ 이의주 (은혜의동산 기독교학교, 초등과정 4학년 담임교사)
아주대학교 교육대학원 초등 영어교육을 전공하고 현재 은혜의동산 기독교학교에서 담임교사로 10년간 재직 중이다. 기독교 교육과정 연구소(Center for Christian Curriculum)에서 공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