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에서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
2019-02-04공교육에서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
월드뷰 02 FEBRUARY 2019●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3 |
박상호/ 단원고 교사
리처드 에들린은 <기독교교육의 기초>에서 교육의 종교적 중립성은 거짓이라는 점을 여러 사례를 들어 논증하였다. 북미, 유럽, 오스트레일리아의 많은 학부모는 자녀를 공립학교에 보내면서 교육을 중립적인 활동으로 생각하지만, 교육이 중립적일 수 없음을 주장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느 교육청은 교육과 종교의 분리를 주장하지만 그러한 주장은 신화에 불과하다. 공교육에서 기독교사로 산다는 것은 교사로서 겪는 여러 어려움 외에 반기독교적 정서를 경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계의 여러 문제는 개인적 차원도 있지만, 구조적, 제도적인 차원도 있다.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문제들은 주로 교사들이 겪는 제도적인 어려움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기독교사로 사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문제
많은 사람의 생각처럼 교육은 정치적, 종교적 중립 활동이면 좋겠지만, 많은 연구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또한 교육은 기업과 같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어서 기업에서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성과급과 같은 제도를 통하여 교직 사회에서 경쟁을 통한 성장을 추구하려고 시도한다. 한때 교육부를 교육인적자원부라고 부른 것을 보아도 교육을 기업의 인사과처럼 생각한 것을 알 수 있다. 교육부 장관의 임명과 교육과정 개정에서 정치적 접근은 우리나라의 교육이 중립적 활동으로 볼 수 없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즉, 교육부 장관의 임명과 교육과정의 개정 역사는 교육백년지대계(敎育百年之大計)라는 말을 무색하게 한다.
예를 들어 38대 교육부 장관은 교육전문가라기보다는 정치인인 이해찬 의원이 역임했으며 그 이후에도 정치인이 교육부 장관을 역임한 예를 찾을 수 있다. 교육의 문제를 교육적 접근이 아닌 정치적 접근으로 해결하려고 시도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지난 2001년 43대 한완상 장관에서부터 2018년 59대 유은혜 장관에 이르기까지 교육부 장관이 16명이었다. 이는 교육부 장관의 임기가 평균 1년 정도라는 것이다. 사실 임기를 1년도 못 채우고 중간에 낙마한 교육부 장관의 수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교육의 문제를 장기적 안목으로 해결할 수 없음을 교육부 장관의 임명과 그들의 임기만으로도 알 수 있는 반증인 것이다. 강지영과 소정희 역시 김재춘 교수의 연구를 인용하여, 교육과정 개발이 서로 다른 집단의 권력 및 이해관계가 각축을 벌이는 정치적 과정이라는 사실을 지적했다. 이러한 현실은 각종 교육 현안이 교육 현장에까지 지속적 연계성과 일관성을 갖기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잦은 교육과정 개정의 문제
게다가 교육과정 개정 역시 교육부 장관의 임기와 비슷하게 수시로 일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은 1954년 1차 교육과정이 고시된 이후로 7차까지 발표되었고 그 이후로는 2007, 2009, 2015 개정교육과정으로 불린다. 2015년 한겨레 신문에서 “교육과정 너무 자주 바뀌어…최소 5년 이상 건드리지 말자”라는 기사가 다루어질 정도다. 지난 10년 사이에 2007, 2009, 2015와 같이 큰 교육과정 개정이 있었다. 이러한 사실만으로도 교육이 장기적 안목에서 독립적 혹은 중립적으로 교육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추구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잦은 교육과정으로 인한 피해의 결과는 2019년에 서로 다른 교육과정을 고등학교 1, 2, 3학년에 적용해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현장의 교사들이 교육과정에 무관심한 이유도 이와 같은 잦은 교육과정 개정에 있다고 하겠다. 개정된 교육과정이 현장에 잘 정착되기도 전에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한 각종 설명회와 연수 그리고 자료들이 현장에 있는 교사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힘들게 하는 이유이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교육과정 개정은 교육과정을 실행하는 당사자인 교사들의 공감과 협력을 끌어내는 데 있어서 한계가 있다.
학생 인권과 교권의 문제
교육과정 개정 못지않게 교육 현장에서의 어려움으로 학생들의 인권과 관련된 문제가 있다. 물론 그동안 학생들의 인권에 대한 깊은 반성 없이 교권이 너무 강화된 면이 있었지만, 이제 상황은 바뀌어 교권 침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2009년 경기도 교육감 이었던 김상곤이 발의한 학생인권조례가 2010년 9월 16일 경기도의회를 통과된 후 교실에서의 학생들의 문제행동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갈등이 시작되었다. 학생인권조례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도 있겠지만, 교사들과 학생들의 갈등 관계에서 교사들의 교권과 인권은 보호받지 못 하는 일이 많아졌다. 예를 들어 2019년 1월 11일 자 기호일보에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교권침해 사례가 1만2천311건이나 발생했고 주체별로 살펴보면,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가 여전히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나,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증가 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기사를 발표했다.
물론 지역마다 학교마다 상황은 좀 다르겠지만 일반계 학교에서 교실의 모습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예를 들어 수능이 끝난 고3 교실도 아닌데 엎어져서 잠을 자고, 화장하고, 학생들끼리 잡담을 해도 많은 교사가 그러한 아이들을 어찌하지 못한 채 혼자서 외롭게 몇 아이들과만 수업하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학교 현장을 모르는 사람들은 담당 교과목 교사의 개인 문제로 치부하고 싶겠지만, 학생들을 혼내도, 달래도, 사정해도 상황을 바꿀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학생이 교무실에서 자신의 잘못을 수긍하기는커녕 큰 소리로 교사에게 대들기도 하고, 마음대로 해보라고 윽박지르는 경우도 다반사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이러한 행동들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할 수도 있다. 그리고 종합의견란에 반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기록을 남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설사 잘못한 학생이 다른 학교로 전학을 하거나 자퇴를 하게 되어도 이는 잠시 문제를 덮을 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학생문제가 다반사가 된 현장에서 더 필요한 것은 학생들의 수업 문제가 아니라 학생들의 생활지도 문제다. 일반 학교에서 이러한 현상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지만, 현장의 상담 교사는 학생 상담만으로도 버겁다.
학생부 기록의 문제
2018학년도 중, 고등학교 교육부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에 따르면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란에는 행동발달상황을 포함한 각 항목에 기록된 자료를 종합하여 학생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된다고 나와 있다. 이를 위해 학급담임 교사가 문장으로 입력하여 학생에 대한 일종의 추천서 또는 지도 자료가 되도록 작성하며, 단점을 입력하는 경우에는 변화 가능성을 함께 입력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약 1,000자가량 기록할 수 있는 종합의견란에 학생에 대하여 사실적, 객관적으로 기록하기보다는 학생의 미래를 위하여 긍정적으로 그리고 좋은 말 위주로 기록할 수밖에 없다. 자율활동 특기 사항이나 진로 활동 특기 사항도 마찬가지여서 학년 말에 담임들은 학교생활기록부 작업으로 정신이 없다. 학생들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자료보다는 행정적 소모가 많은 일에 학년 말 방학을 두고 매년 벌어지는 일이다. 이 학생부 자료로는 그 아이가 수업 시간에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 아이가 초지일관 부정적 태도로 학교생활을 했는지, 학업에 관심 없고 시험에는 한 번호로 답을 긋고 자는 학생인지 알 수 없는 것이다. 학교생활기록부의 출결을 표시하는 근태와 성적 외에 학생들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자료는 없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좋은 말로만 포장되어있는 학교생활기록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성과급의 문제
정부는 2010년 교원의 실적과 노력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통해 사기를 증진함으로써 교직 사회에 경쟁력을 유도하여 교육의 질과 학교조직의 효과성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교원성과급제도를 도입하였다. 그러나 오수임은 교원성과급 제도가 교원 간의 불화만 일으킨다는 점,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점, 교육성과의 양적 측정에의 모호성 등 교직 사회에 성과급과 관련된 많은 갈등과 문제점을 드러냈다(2010, 미래교육연구, 58)고 언급했다. 물론 전교조에서 성과급 폐지를 위한 청원서 서명을 주도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Danniel Baeerens도 자신의 교장 생활의 경험을 통해 교사들과 아무리 관계가 좋아도 교원 평가 시기에 교사들과의 불편한 긴장과 분노의 수준이 높아지고 교사들과의 관계가 깨질 위기에 직면한다고 했다(2000, Evaluating teachers for professional growth, 4). 그는 이어서 교원평가는 성과급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교사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여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사실 어떤 학급은 1년 내내 교사가 아이들과 씨름하지만 특별한 성과 없이 끝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 담임이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았다고 평가할 수 없다. 교직 사회에서 정량 평가로 교사의 능력을 평가할 수 없는 일이 많이 있다. 다면평가라는 이름으로 객관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하지만, 형식적일 뿐 정량평가에 의한 성과급 지급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교사들도 그 평가 기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S, A, B 3등급으로 나누는 교원평가에서 등급간 성과급의 차이가 백만 원이고, S와 B 등급의 교사는 약 200만 원의 차이가 난다. 이러한 현실에서 B등급을 받은 교사의 상실감은 말할 수 없이 크다. 특히 초임 비담임 교사가 S등급을 받기 어려운 구조적 어려움에서 아무리 열심히 해도 B등급을 받는다면 이는 불합리한 제도인 것임이 틀림없다.
맺는말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은 학교 교육의 본질인 가르침과 배움과는 무관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기독교사로 살아간다는 것은 견고한 성경적 세계관에 기초한 교육관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정치적, 종교적 중립성의 논리를 간파하고 그들의 허상을 날카롭게 비판할 줄 아는 힘이 필요하다. 또한 끊임없이 변화하는 교육과정에 대해서도 40여 쪽의 총론에 대해 비판하기 위해서는 그 논의의 이면에 있는 학문적 배경을 알아야 하고 그것에 대해 비판이 필요한데, 이는 현장의 교사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따라서 기독교적 안목이 있는 교수의 도움이 필요하다. 마이클 고흰과 크레이그 바르톨로뮤의 주장처럼, 그 상황 속에 복음을 충실히 옮기려 할 때 기독교 세계관의 적용을 함께 고민해 줄 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2013, 세계관은 이야기다, 346). 왜냐하면 학교 교육도 창조, 타락, 구속의 관점에서 볼 때, 결국 전적 타락의 한 영역이며 그리스도의 구속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확고한 신앙 못지않게 교육에 대한 전문적 식견과 자신의 교과목에 대한 이해도 자라나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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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상호
백석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 박사를 받았으며 안산동산고등학교에서 교사를 현재 단원고등학교 영어 교사로 재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