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출산 시대 유아교육 및 유아 복지

2023-02-08 0 By 월드뷰

미래세대가 준비되기 바라는 희망을 담아 월드뷰는 2023년 한 해 동안 특집 키워드를 아둘레센스(adulescens, 청년/젊은이) ‘미래세대’로 정했다. 이달에는 이화여자대학교 박은혜 교수로부터 초저출산 시대 유아교육 및 유아 복지에 관한 견해를 들었다. 박은혜 교수는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유아교육과 교수로 이대부속유치원장과 이화어린이연구원장을 역임했고,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장을 맡고 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70여 개국의 회원국을 가진 세계유아교육기구(World Organization for Early Childhood Education, OMEP)의 세계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연구 분야는 유아교원교육 및 유아교육정책으로, 교육부, 국가교육위원회, 외교부 등에서 다양한 위원회의 위원으로 봉사하였다(편집자 주).

<저출산>

김승욱 세계에서 가장 먼저 지구에서 사라질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할 정도로 우리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운 초저출산을 겪고 있습니다. 저출산의 원인으로 개인 및 자녀에 대한 인식의 변화, 개인주의와 쾌락주의의 확산, 자녀 양육 및 교육비 부담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자녀 키우기 어렵다는 것이 아마 가장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에서 유아 복지와 유아교육에 대한 교수님의 견해를 듣고자 합니다. 지난 2022년 2분기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인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0.75명으로 역대 최저입니다. 2021년 기준으로 OECD 38개국 중에서 꼴찌인 것은 물론이고 우리보다 바로 위에 있는 37위 이탈리아(1.24명)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납니다. 고령화가 가장 심한 일본(25위)도 1.33명입니다. 우리나라가 유독 이렇게 출산율이 낮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박은혜 새삼스럽게 언급할 필요도 없이, 인구문제는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커다란 과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특별히 우리나라는 2021년 합계 총출산율이 0.81명으로 ‘세계에서 유일한 합계 출산율 1명 미만’의 국가입니다. 한 국가의 인구가 감소하지 않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수준의 출산율을 대체출산율이라고 하는데, 아프리카 지역과 같이 영아 사망률이 아주 높은 나라를 제외하고는 보통 2.1명으로 계산합니다. 합계 출산율이 2.1명보다 보다 낮아지면 저출산 현상이 시작되었다고 이야기하지요.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상이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통계청 자료를 보면 1983년의 합계 총출산율이 2.06명이었고, 이후 2.0명을 넘긴 적이 없으므로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상은 1983년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02년에 합계 총출산율 1.3명 이하의 초저출산 국가에 진입하였는데, 정부에서 저출산 현상의 심각성을 깨닫고 처음으로 종합계획을 발표한 것이 2010년입니다. 그러므로 실제 인구문제가 시작된 시기와 대처 방안을 마련한 시기 사이에는 약 30년이라는 상당한 격차가 있는 셈입니다.

김승욱 저출산 문제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처가 상당히 늦었군요. 우리나라도 나름대로 저출산에 대한 여러 가지 대책을 세웠지만 효과가 없었습니다. 문제점은 어디에 있을까요?
박은혜 저출산 현상과 맞물려 그동안 국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정책 가운데 하나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의 시설 수와 기관 이용시간을 확대하여 부모들의 양육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를 낳으면 국가가 책임진다는 담론이 상당히 오랫동안 설득력을 가졌고, 일찍부터 학습을 위한 준비를 시키려는 부모들의 열망, 그리고 자녀 양육 부담에서 벗어나려는 요구 등이 맞물려 영유아의 기관 취원율이 매우 높아지고 기관 이용시간은 늘어났습니다. 2021년 현재, 만 1세 어린이들의 92퍼센트, 만 2세 어린이들의 98.6퍼센트가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으며, 이용시간은 6-7시간에 이릅니다. 어머니가 취업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처럼 모든 가정에 보육서비스를 보편적으로 제공하는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이와 같은 정책에도 불구하고 합계 출산율이 계속해서 낮아지는 것을 보면, 보편적 보육서비스가 해법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와 사회, 부모들이 계속해서 이 방안을 고집하는 것은 어쩌면 또 다른 방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김승욱 전업주부의 자녀에게도 보편적으로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는 나라가 거의 없다니 놀랍습니다.
박은혜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보육은 국가가 책임지고 자녀 양육을 대신하는 기관이 아니라, 취업 등의 이유로 자녀 양육이 어려운 가정을 지원하기 위한 복지 서비스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좀 더 말씀드리면, OECD는 만 2세 이하는 30퍼센트 정도만 기관을 활용하고 나머지는 부모의 육아휴직과 같은 가정 친화적인 정책을 활용할 것을 권고합니다. 유네스코의 국제표준교육분류(ISCED : International Standard Classification for Education)에 의하면 하루 2시간, 1년에 100일 정도의 교육적인 활동이 이루어지면 0~5세 어린이들이 충분한 교육을 받았다고 인정합니다. 이와 같은 국제적인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은 지나치게 어린 나이부터, 지나치게 긴 시간을 가정으로부터 분리되어 기관에서 보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말 보육이 필요한 가정에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가정에서 자녀 양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이는 특별히 어린 시기에 가정에서부터 이루어져야만 하는 과업이 있기 때문입니다.

김승욱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돈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것으로는 안된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이지요. 과거 유교문화권에서는 자손을 잇는 것을 매우 중요시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개인주의와 쾌락주의가 확산되어서 젊은이들의 의식이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은혜 정부가 2010년 이후 4차례의 기본계획을 통해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현상은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많은 학자와 정책가들이 경제생활의 어려움, 주택 문제, 자녀 교육에 드는 과다한 시간과 비용, 훈육의 어려움, 여성의 경력 단절, 아동 돌봄의 사회적 책임 부재 등을 요인으로 지목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경제적, 사회적, 물질적인 관점에서만 보면 ‘생명을 잉태하고, 낳아서, 기르고, 교육하는 것이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이자 축복이며 약속’이라는 관점은 설 자리가 없습니다. 물론 자녀를 양육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자녀를 기르면서 느끼는 어려움보다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영, 혼, 육을 가진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나 그 생명체가 가져다주는 기쁨과 감사를 알게 하는 기독교적 대안이 적극적으로 홍보되면 좋겠습니다.

김승욱 아이들이 적게 태어나는 것도 문제이지만, 태어난 아이들을 어떻게 기를 것인가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특히 영유아기의 발달과정에서 가정에서의 부모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좀 더 전문적인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박은혜 두뇌 과학자들은 영유아기를 ‘민감기’라고 부르는데, 이 시기에 두뇌의 기초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듣기’나 ‘보기’와 같은 감각기능은 1~2세가 민감기이고, 감정조절이나 외부 자극에 대한 습관적인 반응과 같은 정서는 2~3세, 또래 관계와 같은 사회적 발달 및 언어, 수와 같은 인지적 영역은 3~4세에 민감기를 거쳤다 사라집니다. 두뇌는 마치 건물과 같아서 상층에 아무리 많은 것을 쌓고 싶어도 기초공사가 튼튼하게 되어 있지 않으면 제대로 쌓을 수가 없고, 쌓았다 하더라도 곧 무너집니다. 따라서 영유아기에는 3층에 해당하는 인지보다, 1층에 해당하는 감각 및 신체 발달이나 2층에 해당하는 정서적 발달의 기초를 먼저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시기에 부모를 포함한 주 양육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김승욱 건물에 비유하니 이해가 쉽네요. 보육기관에 아이를 맡기면 부모만큼 개별접촉이 어렵겠지요. 주 양육자의 역할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박은혜 만 18개월 이전의 영아들이 감각 경험을 하면서 두뇌를 자극할 때, 주 양육자는 눈을 맞추며 감정적, 언어적, 정서적으로 지원해주거나 포옹 같은 신체적인 접촉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18개월에서 30개월 정도의 걸음마기에는 자아개념, 정서조절과 같은 발달의 이정표들이 있습니다. 또한, 이 시기의 아이들은 해도 되는 일과 하면 안 되는 일을 구별하고, 이 과정에서 절대적인 기준이나 사회적인 규칙에 따라 자신의 힘, 생각, 감정을 표현하고 조절하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이러한 억제 기제는 청소년기에 완성되지만, 그 기초는 2세를 전후해서 시작됩니다. 청소년기에는 두뇌가 발달하여 스스로 절제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어린 영아의 경우에는 성인이 두뇌의 역할을 대신하여 절제시켜야 합니다. 이것이 부모나 주 양육자가 해야 하는 훈육이지요.

김승욱 2세 전후에 절제훈련을 시켜야 한다는 말을 들으니 제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18개월 된 제 손자는 할아버지를 제일 좋아해서 제 부모에게 안 가고 저에게만 매달려요. 아마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어서 그런 모양이에요. 예부터 할아버지가 손자 버릇 나빠지게 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어릴 때 절제가 중요하군요.
박은혜 조부모님들의 역할은 무조건적 사랑을 많이 주는 것이 맞습니다(웃음). 그런데 가정에서 누군가는 권위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최근 부모들은 ‘친구 같은 부모’가 되는 것을 이상(理想)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생각하는 친구 같은 부모란 ‘훈육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훈육을 체벌이나 야단치는 것으로 여기거나 ‘권위적’인 것과 동일시하기 때문입니다. ‘권위’와 ‘권위적’인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부모, 특히 아버지는 가정에서 권위자이면서 민주적으로 가정을 운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마치 하나님께서 우리를 당신의 형상대로 지으시고 자유의지를 주시면서 존중해 주시지만, 동시에 공의로우신 것과 같습니다. 하나님은 질서와 경계를 중요시하고, 이를 분명하게 다음 세대에 가르치라고 명령하십니다. 어린 자녀들이 창조의 질서와 권위, 권위자에 대한 순종을 가정 안에서 배울 수 있도록 부모가 제 역할을 해야 합니다. 가정에서 부모의 권위와 질서를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곳은 식탁이지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밥상머리’ 교육이 거의 사라진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사회 변화와 영유아의 발달을 위한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

김승욱 ‘밥상머리’ 교육은 차치하고, 함께 밥 먹는 기회도 거의 사라진 것 같아요. 함께 밥을 먹는 것이 식구(食口)인데, 요즈음 젊은이들은 가족이 함께 밥 먹는 것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 같더군요. 이제 교육과 관련된 이야기를 좀 나누지요. 지난번 박순애 교육부 장관이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현재 만 6세에서 만 5세로 1년 낮추는 학제개편을 논의하다가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교육부의 논리는 유아들이 영양 상태도 좋아지고 인지적으로도 빨리 발달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은혜 정부는 어린이들이 ‘똑똑’해졌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는데, 이는 아마 성인도 사용하기 쉽지 않은 디지털 기기를 직관적으로 사용하고, 일찍부터 사교육을 통해 한글이나 영어를 배워서 겉으로 보이는 기능이 발달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정말로 똑똑해졌을까요?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디지털 기기 사용과 사교육 현황을 들여다보면 긍정적인 면보다 염려스러운 면이 더 많이 보입니다.
행정안전부 실태조사 통계(2021)를 보면 3세에서 5세까지 유·아동의 24.6퍼센트가 단순 사용의 증가를 넘어서 이미 스마트폰 사용 ‘과의존 위험군’으로 분류됩니다. 즉, 3명 중 1명 정도가 이미 스마트폰 중독 초기에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육아정책연구소에서 실시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모들은 90퍼센트 이상이 18개월을 기점으로 자녀가 스마트폰을 원하는 대로 봐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과학기술(technology)의 활용과 시작 연령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 하지만 만 5세 미만(프랑스) 혹은 만 2세 미만(호주)의 영유아들에게 스마트폰 노출을 아예 금지하는 외국과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이른 시기부터 노출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디지털 세상에서 유통되는 콘텐츠 대부분이 하나님보다는 세상의 문화를 대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김승욱 입학연령을 낮추는데 찬성하는 부모들은 아마 사교육비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는 늦둥이를 영훈초등학교에 보냈는데, 입학 때 보니 영어유치원을 한 번도 안 다닌 아이가 제 아이밖에 없더군요. 벌써 16년 전의 일인데, 그때 영어유치원 비용이 월 100만 원이었어요. 지금은 아마 두 배는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싸면 안 보내면 되지만, 그럼에도 자녀에게 영어 교육을 일찍부터 시키고 싶어하는 부모들이 있기 마련인데, 유아기에 이렇게 교육을 많이 시키는 것이 좋을까요? 유아기에 반드시 길러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박은혜 많은 부모님이 영어유치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시는데, 일단 영어유치원은 정식명칭이 아니고, 영어학원유치부가 맞습니다. 즉, 유치원은 정식 학교이고, ‘영어유치원’이라고 부르시는 곳은 ‘학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교육문제를 이야기할 때 사교육은 빼놓을 수 없는 화두입니다. 대개 중고등학교의 문제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영유아기의 사교육도 그 비용이나 범위 면에서 만만치 않습니다. 다른 각급 학교와 마찬가지로 영유아기에도 사교육이 상당히 일찍부터 다양한 종류로 이루어집니다.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영유아 1인당 총 사교육비 추정비용은 월평균 11만 6천 원, 시간제 사교육비 추정비용은 5만 4천 원이며, 총 사교육비 연간 총액은 3조 7,397억입니다(김은영 외, 2017, 최효미외, 2017). 기관에서 보내는 시간에 사교육 시간까지 더하면 우리나라의 영유아들은 상당히 긴 시간을 학습 혹은 학습과 유사한 유형의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세 이하의 영아기에는 가정에서 양육을 받는 것이 가장 좋고, 유아기에도 하루 2시간 정도만 양질의 교육을 받으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부모님들이 시키는 사교육은 대부분은 인지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 시기의 어린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심신의 건강입니다.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식사와 휴식, 그리고 수면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2세까지 계속해서 신경세포를 만드는데, 이때는 균형 잡힌 식사, 특히 아침밥이 굉장히 중요하지요. 2020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1~2세 어린이의 8.4퍼센트, 3~5세 어린이의 12.1퍼센트가 아침 식사를 하지 않고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갑니다. 이른 아침에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버스를 타기 위해 일어나고, 아침을 결식한 채 기관에서 주는 간식으로 오전 영양을 보충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평균적으로 오전 7시 45분에 기상하고, 9시 52분에 취침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김은영, 2018). 수면시간은 유아의 권고시간인 10시간 정도지만 9시 30분 이전에 취침하는 비율이 21퍼센트에 불과해, 우리나라 아이들은 굉장히 늦게 자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이 겉으로는 ‘똑똑’하게 보일는지 몰라도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믿음의 사람들은 세상이 아닌 하늘의 기준에 소망을 두고 살아가야 합니다. 지금 믿는 부모들은 과연 세상의 성공과 복을 얻으려는 부모들과는 다른 삶의 기준을 자녀들에게 제공하고 있는지 반문해 볼 시점입니다.

<유치원/어린이집의 역사와 개신교 선교>

김승욱 초저출산 시대에 기독교 정신에 따라 자녀를 많이 낳고, 잘 키우는 데에는 교회의 역할이 큰 것 같습니다. 저도 어릴 때 교회에서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을 다녔습니다. 당시에 유치원은 거의 교회에서 세웠던 것 같습니다. 오늘날은 어떤가요?
박은혜 2021년 현재 우리나라에는 8,660개의 유치원(공립 58.4퍼센트, 사립 41.6퍼센트)과 34,236개의 어린이집(국공립 16.4퍼센트)이 있습니다. 유치원은 유아교육법에 근거하고 교육부가 관장하는 학교이며,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영유아 보육법에 근거하여 관리하는 사회복지시설입니다. 유치원은 3~5세 어린이가 취원하고, 어린이집은 0~5세 어린이가 다닐 수 있습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3~5세 어린이들은 ‘누리과정’이라는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으로 교육받습니다. 지금까지 이 두 기관은 교육과정을 제외하고 관리부처를 비롯한 법률, 교원 자격 등에 이르기까지 이원화되어 있으나 이번 정부에서 통합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그 시작부터 목적이 달랐으나 두 기관 모두 개신교의 선교사역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역사적 관점에 따라 최초의 유치원에 대한 견해가 다르기는 하지만 형식적인 교육기관의 모습을 갖추고 교육과정을 정식으로 운영한 유치원으로는 이화유치원(이화여자대학교사범대학부속이화유치원)을 꼽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에 온 대부분의 선교사들이 정식으로 해당 학문을 전공한 전문가였던 것처럼, 이화유치원을 설립한 브라운리(Charlotte Georgia Brownlee, 한국명 부래운富來雲) 역시 미국에서 정식으로 유아교육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전문가였습니다. 브라운 리 선교사는 미국 감리회 해외여선교회(Woman’s Foreign Missionary society of Methodist Episcopal Church)의 파송을 받아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1914년에 이화유치원을 설립하였습니다. 당시 감리교선교회는 ‘여성에게는 여성이 복음을 전한다’는 이념을 가지고 있었고, 무조건 교회를 먼저 세우기보다는 방과후 학교나 유치원을 운영하는 것을 권장하는 방침에 따라 처음부터 여성 및 아동 중심의 교육사업으로 선교가 시작되었지요. 1910년대는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유치원이 세워졌지만, 후에 지역 분할 선교정책에 따라 산간벽지까지 교회가 설립되었습니다. 1926년을 기준으로 총 93개의 유치원 가운데 70퍼센트 이상이 개신교가 설립한 것으로 추정되며, 1945년에는 165개의 사립유치원이 존재하였습니다(박혜진 외, 2021). 단순 숫자로 보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지만, 해방 당시 우리나라 사립 초등학교의 수가 67개인 것을 감안하면 절대로 적은 숫자가 아니며, 1976년에야 처음으로 공립유치원이 설립된 것을 고려할 때 사립유치원, 특별히 개신교가 설립한 유치원들이 우리나라 유아 교육에 얼마나 큰 공헌을 하였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화여대 명예교수인 이상금은 일제 시대의 유치원은 타 학교급에 비해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고 미인가방식으로 설립이 가능했기 때문에 독립운동 및 우리말 지킴이의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하였습니다. 처음부터 전문가들이 설립한 유치원은 이후 대학의 모체가 되기도 하는데 중앙대학교가 그 한 예입니다.

김승욱 맞습니다. 제가 봉직했던 중앙대학교도 1918년 설립된 중앙유치원에서 대학교로 발전했지요. 어린이집의 역사도 말씀해 주시지요.
박은혜 처음부터 유아교육 전문가에 의해 설립된 유치원과 달리, 어린이집은 1921년 서울태화기독교 사회복지관에서 빈민 아동을 위한 탁아프로그램이 시초입니다. 이후 1961년 아동 복리법, 1968년 사단법인 한국어린이집 협회 창설, 1982년 유아교육진흥법, 1991년 영유아 보육법에 따라 각각 탁아소, 어린이집, 새마을유아원, 어린이집으로 명칭이 달라졌고, 지금은 모든 어린이들이 다닐 수 있는 보편 보육기관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어린이집 역시 유치원과 마찬가지로 그 시작은 개신교에 의한 선교적 사명에 따라 시작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개신교 선교에서 시작된 우리나라의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어린이들을 안전한 환경에서 보호하고, 발달을 지원하며,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우선 고려하였습니다.


김승욱 맞벌이 시대를 맞이해서 자녀 키우는 것이 부담되어 자녀도 잘 안 낳고 있는데, 마지막으로 이 시대에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박은혜 지금은 여성의 재생산권 패러다임이 강조되면서 결혼과 출산이 선택이 되었고, 부모의 양육권이나 노동권에 초점이 맞추어지면서 결국 가정으로부터 자녀를 분리하여 기관에서 양육하는 제도가 일반화되었습니다. 자녀는 낳기만 하면 가정이 아닌 국가가 기르는 것이라는 담론이 너무 지배적인데,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해체하고자 했던 것이 가정과 교회라는 것을 상기해 본다면, 지금의 사회적 흐름 뒤에 있는 영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깨어 기도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국회나 언론 앞에서 자신의 입장을 대변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가장 어린 구성원들을 위해 믿음을 가진 어른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자문하게 됩니다.

김승욱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참고문헌]

김은영 외(2017), <영유아 사교육 실태와 개선방안(III)>, 연구보고 2017-10. 육아정책연구소
김은영(2017), “영유아의 하루일과에 비추어 본 아동권리의 현주소 및 개선방안”, <이슈페이퍼> 2017-01 육아정책연구소.
박혜진, 강영택, 박상진, 조성국(2021), <기독교 학교 운동사>, 쉼이있는교육.
이상금(1987), <한국 근대 유치원 교육사>,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최효미 외 (2017), <영유아교육,보육비용 추정연구(V)>, 연구보고 2017-28. 육아정책연구소
행정안전부(2018),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