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블레셋, 전쟁하며 공존하는 이웃

이스라엘과 블레셋, 전쟁하며 공존하는 이웃

2021-11-14 0 By 월드뷰

월드뷰 NOVEMBER 2021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WORLDVIEW COLUMN 2


글/ 이성구(Cebu Bible College, PHL 교수)


세계 최강 미국까지 패배의 늪으로 몰아간 전쟁


미국이 다시 전쟁에 실패했다. 철수 일정을 최종 결정한 바이든(Joe Biden) 대통령이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지금까지 가장 감추고 싶은 역사인 베트남 전쟁 이후, 그보다 더 수치스럽게 전장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곤혹스러운 모습을 세계에 노출했다. 미국의 여론이 들끓고 있고, 8월 30일까지 아프간을 빠져나오지 못한 미국인들도 있음이 알려지면서 바이든 정부는 대단히 당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미군과 연합군이 물러나자 탈레반(Taliban)이 약속과는 달리 독점적으로 권력을 장악했고, 아프가니스탄의 여인들은 얼굴도 내놓지 못할 뿐 아니라 아예 집 밖 출입이 통제되었다. 여학생들은 학교에 출석하지도 못하고 집에 갇힌 신세가 되었다고 알려졌다.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Al-Qaeda)를 진압하고 그들을 도운 탈레반 정권을 해체하겠다는 미국의 노력은 완전히 물거품이 되었다. 2001년부터 2021년까지 20년간 계속된 최장기간 전쟁에서 미국은 완전히 패한 것이다.

세계 최강의 군사 대국임을 자랑하는 미국도, 그 이전의 점령국 소련도 아시아의 고산지에 자리한 작은 나라 아프가니스탄의 강성 이슬람 집단을 어쩌지 못한 이 역사적 사실은 우리를 매우 불안하게 만든다. 2001년 9월 19일 뉴욕의 쌍둥이 빌딩을 비롯한 미국 본토 네 곳이 비행기 납치범들에 의해 무참하게 파괴되는 소름 끼치는 사건이 일어나자 미국, 캐나다, 영국과 모든 나토국가를 비롯한 40여 개국이 전폭적으로 지지하여 아프간 전쟁을 수행했다. 그런데 탈레반과 지하드 깃발을 단 소위 테러단체는 5만 3천여 명이 사망했으나, 압도적인 무력을 갖춘 아프간군과 연합군은 7만 3천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과연 전쟁은 어떻게 이길 수 있는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1, 2차 세계대전은 그야말로 전 세계를 파멸로 몰았고, 수많은 사람이 생명을 잃었다. 1914년 7월 28일부터 1918년 11월 11일까지 유럽을 중심으로 한 1차 세계대전으로 7천만 명이 전쟁에 휘말려, 900만 명 이상이 생명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2차 세계대전은 더욱 심각했다. 1939년 9월 1일부터 1945년 9월 2일까지 지속된 2차대전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남겨 가장 파괴적인 전쟁으로 일컬어진다. 제2차 세계대전의 군 전사자는 약 2,500만 명으로 1차대전의 피해를 훨씬 능가했다. 민간인 희생자도 약 3천만 명에 달했다. 2차 대전이 있기 전인 1937년 이미 일본 제국은 중·일전쟁을 일으켜 난징 등에서 수십만 명을 대학살 했다. 한마디로 전쟁은 그 어떤 종류라도 인명의 대량살상을 피할 수 없는 법이다.


여전히 전쟁 중인 세계


두 번의 엄청난 세계 전쟁으로 지구촌 국가들은 전쟁의 폐해에 대한 교훈을 충분히 얻었다. 그런데도 전쟁은 끊이지 않으며, 앞으로 전쟁이 종식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없다. 세계 각국은 국방력 강화에도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다. 2018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GDP 대비 1인당 국방비 비율이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미국, 영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 6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해마다 국방비는 증가하고 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는 전쟁의 기운이 맴돌고 있으며, 소리 없이 죽어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현재 진행 중이거나 최근까지 발생한 군사 분쟁을 다음과 같이 열거할 수 있다.

아프리카 지역 – 연합민주군 반란, 영어권 위기바트와-루바 충돌, 보코 하람 반란, 부룬디 봉기,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분쟁, 나이지리아 집단 분쟁(유목민-정착민 분쟁), 나이저강 삼각주 분쟁, 남수단 민족 충돌(남수단 내전), 이집트 반란, 마그레브 반란, 튀니지 반란, 모잠비크 이슬람 반란, 이투리 분쟁, 캄비나 사푸 반란, 카탕가 반란, 키부 분쟁, 리비아 위기(제2차 리비아 내전), 신의 저항군 반란, 북부 말리 분쟁, 오가덴 반란, 오로모족-소말리족 분쟁, RENAMO 반란, 2차 아파르 반란, 시나이 반란, 소말리아 내전(소말리아 전쟁), 수단 남부 내전(수단 민족 갈등), 다르푸르 분쟁, 티그라이 전쟁

아메리카 지역 – 콜롬비아 분쟁, 파라과이 반란, 자메이카 정치 분쟁, 멕시코 마약 전쟁, 페루 분쟁

아시아 지역 – 발루치스탄 분쟁, 시스탄주 및 발루치스탄주 반란, 라오스 반란, 북동인도 반란, 아삼 분리주의 운동, 메갈라야 반란, 마니푸르 반란, 나갈랜드 민족 분쟁, 필리핀 내전 CPP-NPA-NDF 반란, 모로 분쟁, 방글라데시 분쟁, 미얀마 내전, 카친 분쟁, 카렌 분쟁, 로힝야족 분쟁, 카슈미르 분쟁, 낙살라이트-마오이스트 반란, 파푸아 분쟁, 파키스탄 종파 분쟁, 태국 남부 반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반란 점령, 와지리스탄 분쟁, 신장 분쟁

유럽지역 – 돈바스 전쟁(우크라이나 전쟁, 현재 휴전 중)

중동 지역 – 후제스탄 아랍 분리 운동,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가자-이스라엘 분쟁, 쿠르드족-이란 분쟁(2016년 이란 서부 충돌), 터키-PKK 분쟁(PKK 반란),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 카티프 분쟁(카티프 소요사태), 시리아 내전, 예멘 위기(예멘 내전), 이라크 반란


세계 각국이 패배하고 있는 전쟁


현대의 전쟁은 이렇게 눈에 보이는 충돌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겉으로는 멀쩡한 것 같으나 사실 각 나라는 거의 예외 없이 각종 전쟁을 겪고 있다. 세계의 경찰국가로 일컬어지는 미국은 전쟁이 아니라도 끊임없이 가정, 학교, 상가, 길거리 등 곳곳에서 총격전을 벌이고 있다. 어린 학생들조차 수시로 희생자가 된다. 유럽 각국은 언제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테러 위협에 노출되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과 서유럽이 겪고 있는 인종 갈등은 엄청난 노력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근년에 발생한 중국 우한 폐렴 때문에 한인을 비롯한 애매한 아시아인들이 물리적, 경제적 공격을 받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은 인간이 만난 가장 심각한 바이러스와의 전쟁으로 전 세계 경제가 위축되었다. 만남과 이동의 통제로 신체적, 정서적, 경제적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의 증후들이 나타나면서 증가하는 탄소와 전쟁상황에 돌입했다. 그에 따라 자동차 산업, 에너지 산업 등 전 세계 산업계가 서로 다른 나라의 변화를 강요하고 강요당하고 있다. 과학이 발달하고 교육이 수준이 높아지고 있지만, 인류는 여전히 전쟁을 벌이고, 전쟁 못지않은 상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실도 세계와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은 아직 1953년 7월 27일에 맺은 휴전협정으로 근근이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 1950년 6월 25일에 발발한 한국전쟁은 6개월이 지나면서 휴전협정 논의를 시작했으나, 중공군이 거절하면서 지루하게 전개되었다. 유엔에서 휴전협상이 실패하면서 미국이 협상에 나섰고 마침내 미국 아이젠하워(Dwight David Eisenhower) 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한국전쟁 휴전을 내세우면서 협상이 급진전했고, 한국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한 미국을 이승만 대통령이 끝까지 설득하여 한미동맹 강화 약속을 받고 휴전협정을 맺게 되었다. 종전하지 못한 채 68년을 보낸 상황이라 우리는 여전히 긴장 속에서 군비를 강화하지 않을 수 없어 많은 국방비를 투입하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핵 개발을 강행하고 미사일 시험 발사를 계속하고 있어 위협이 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모욕을 참으면서 평화협정을 끌어내려 하고 있으나, 그런다고 전쟁이 종식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우리는 70년의 세월 동안 전쟁의 위험에 노출된 채 살아가고 있다.

이런 처절한 역사 현장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자신과 나라를 지키며 치열한 외교전이 벌어지는 국제사회에서 안전한 삶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가 처한 상황이 워낙 복잡해 그 누구도 쉽게 정답을 도출하기 어려운 난감한 상황이다. 결국, 우리는 성경으로 돌아가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를 통해 하나님은 어떻게 평화의 나라를 이루어가려 하셨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이스라엘, 전쟁으로 점철된 역사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는 시작부터 전쟁의 역사였다. 건국공신 모세와 이집트 대왕 바로는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전투를 벌였다. 전쟁과 비교할 수 없는 열 가지의 대재앙을 겪고서야 이집트는 이스라엘을 광야로 나가게 허락했다. 광야도 전투현장이었다. 먹고 마시는 문제로 사투를 벌였을 뿐만 아니라 물리적 전쟁도 계속되었다. 아말렉족속과의 르비딤 전투(출 17:8∼16) 끝에 ‘여호와 닛시’ 제단을 세웠다. 헷, 여부스, 아모리, 해변의 가나안인과 요단강을 따라 거주하는 가나안인(민 13∼14장) 등 만나는 민족들과 싸우기를 거듭했다.

하나님이 약속하신 땅 가나안은 공짜로 주어지지 않았다. 전쟁을 치르지 않고서는 얻을 수 있는 땅이 아니었다. 31명의 왕을 파멸한 후에야 가나안 시대를 열 수 있었다. 그렇다고 전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었다. 사사 시대도 전쟁의 시대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는다. 새로운 사사의 등장은 후계 계승 작업 과정이 아니라 또 다른 전쟁을 치르기 위함이었다. 통일왕국 시대인 사울왕과 다윗왕국 시대도 전쟁은 치열했다. 다윗은 그가 치른 ‘사방의 전쟁으로 말미암아’ 그렇게 소원했던 성전 건축을 할 수 없었다(왕상 5:3).


대척점에 선 블레셋과 이스라엘의 전쟁과 공존의 역사


이스라엘의 전쟁 역사 가운데 시선을 끄는 것은 역시 블레셋과의 전쟁이다. 블레셋은 이스라엘의 불구대천지원수(不俱戴天之怨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블레셋은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에 정착하기 전에 가나안 땅의 해안지역에 정착한 ‘바다 민족(sea people)’으로 갑돌, 곧 그레데섬으로부터 올라온 사람들이다(신 2:23, 렘 47:4, 암 9:7). 역사적으로 살피면 아브라함 이전에 그들은 먼저 가나안으로 이주하여 정착했고, 아브라함과는 상호 불가침 조약을 체결하기까지 한 관계였다(창 21:32, 34). 출애굽 당시에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을 블레셋 지역이 아닌 광야로 우회하도록 지시하셨다(출 13:17). 이러한 사실은 블레셋이 당시에 이미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민족을 이루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가나안 정복 시대에 블레셋은 지중해 연안 주요 5대 도시를 요새화하고 강력한 도시 연합 국가를 형성했다(수 13:3). 사사 시대의 블레셋은 이미 철기 문화를 누리고 있어 이스라엘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무장능력으로 끊임없이 이스라엘을 위협했다. 사사 삼갈이 소를 모는 막대기로 블레셋 군사 600명을 죽였다는 기사(삿 3:31)나 그 유명한 삼손 이야기(삿 13∼16장), 사사 시대 말기 엘리 대제사장 때 발생한 블레셋의 언약궤 탈취 사건(삼상 4∼6장) 등은 이스라엘과 블레셋 간의 갈등과 민족적 적대감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잘 보여 준다. 그래도 그들은 함께 살아야 했다.

사울 왕국 시대가 열리면서 늘 우위에 있던 블레셋이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삼상 14장). 특히 다윗과 블레셋 장수 골리앗의 싸움은 이스라엘과 블레셋의 세력이 역전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결정적 사건이다(삼상 17장). 마침내 다윗 중심의 통일 왕국 시대가 되면서 블레셋은 이스라엘에 완전히 예속되어 조공을 바치는 신세로 전락했다(삼하 5:17∼25). 분열 왕국 시대에서도 블레셋은 이스라엘의 견제하에 있었다(왕상 15:27; 왕하 18:5, 8; 대하 17:11; 26:6∼7). 물론 여호람왕(대하 21:16∼17)이나 아하스왕(대하 28:18) 때에는 블레셋이 유다 왕국에 위협을 가하는 사례들도 발생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블레셋의 주요 5대 도시(가사, 아스글론, 아스돗, 에글론, 갓)는 앗수르의 티글랏 빌레셀 3세, 사르곤 2세와 애굽의 바로 느고에 의해 끊임없이 공격을 받았고, 마침내 바벨론의 느부갓네살에 의해 완전히 멸망하여 단지 ‘팔레스타인’이란 이름만을 인류 역사에 남긴 채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스라엘과 상관없이 블레셋은 이웃 국가들에 의해 사그라졌다.

그러나 블레셋은 끈질겼다. 21세기 현재까지 여전히 그들은 가자지구, 요르단 서안지구(West Bank)에 둥지를 틀고 있으며 팔레스타인 국가를 수립했다. 이스라엘과 끊임없는 분쟁을 벌이면서도 같은 땅에서 두 개의 나라를 이루며 공존하는,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신비스럽기까지 한 역사를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인류 역사와 전쟁, 나아가 블레셋과 이스라엘의 수천 년에 걸친 전쟁과 공존의 역사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1. 인류가 존재하는 동안 전쟁은 피할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어느 한 개인이나 국가가 갖가지 이유를 들어 전쟁을 일으키면 상대편은 어쩔 수 없이 전쟁에 나서야 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먼저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전쟁을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쟁의 잔혹성을 아는 사람들은 그 잔혹한 전쟁을 굳이 치러야 할 이유를 찾느라 ‘정의로운 전쟁(Just War)’이라는 논리를 동원한다. 전쟁은 정당한 근거를 바탕으로(Just cause) 합법적인 권위에 의해 선포되고(Declared by lawful authority), 옳은 목적을 지향하되(Right intention) 마지막 방안으로서(Last resort) 성공의 가능성이 있을 때(Reasonable chance of success) 사용해야 하는 수단이어야 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전쟁을 피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정당성은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오랜 전쟁 역사 속에서 얻는 결론인 셈이다. 어쨌거나 인류가 존재하는 동안 전쟁은 지속된다는 사실만큼은 보편적 역사나 이스라엘 역사가 다르지 않음을 말해주고 있다. 블레셋처럼 끈질기게 개인이나 국가를 괴롭히는 이웃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 피할 수 없는 전쟁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2. 대적에 맞설 수 있는 국방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블레셋과 맞설 삼손이나 다윗 같은 용장이 준비되어야 한다. 골리앗 같은 대적을 만날 때 다윗의 형들처럼 피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물맷돌만 들고서라도 맞설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데 맞서는 일이 쉽지 않다. 세계는 지금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벌이는 전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미국은 20년 전 알카에다가 저지른 9.11 테러를 응징하고, 테러범들을 소탕하기 위해 아프간의 탈레반과 전쟁을 치렀다. 미국 병사 2,400명이 생명을 잃었고,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미국과 영국 캐나다를 비롯한 나토군이 함께 전쟁에 참여했지만 결국 이겨내지 못하고 아프간 정부를 그들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이슬람 극단주의는 세계 최강 미국의 군대를 이겨냈다. 국방력은 첨단 무기나 고도의 숙련된 전략 전술로만 이루어지지 않음을 잘 보여주었다. 블레셋은 매우 적은 민족이었지만 대국들의 위협에도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우리와 북한은 70년 동안 대적으로 맞서고 있다. 우리의 국방력이 월등하게 우수하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아프간 사태를 볼 때 핵무기를 가진 북한과 실제 전쟁을 해서 이길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동맹 관계 역시 문제를 매우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북한 핵과 북·중·러 동맹은 우리에게 심각한 위협이다. 이런 위험 속에서 우리가 살아남는 길은 결국 국방력을 강화하는 길이다. 삼손과 다윗 같은 출중한 인물들을 얻어야 하며, 그와 함께 또 다른 힘을 갖추어야 한다. 이슬람 원리주의들에 맞서려면 다윗이 외쳤던 그 기백을 갖추어야 한다. 지금 우리 민족이 잃어버리고 있는 능력이다.

너는 칼과 창과 단창으로 내게 나아 오거니와 나는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 곧 네가 모욕하는 이스라엘 군대의 하나님의 이름으로 네게 나아가노라(삼상 17:45).

신앙은 영혼의 구원만 얻게 하는 것이 아니다. 바른 신앙은 육체적 삶의 현장에서도 큰 힘을 발휘하는 법이다.


3. 전쟁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아직 규모를 갖춘 공동체를 이루기 전(前) 단계였던 아브라함 초기 시대부터 블레셋과는 조약을 맺으며 우물 문제로 얽힌 갈등을 풀고 관계를 개선했다(창 21:32). 개인이든 국가든 전쟁의 긴장을 안고 계속 살아가기는 어려운 일이다. 작은 나라 블레셋이었지만 한발 앞선 철기 문명으로 이스라엘을 괴롭혔고, 이스라엘은 블레셋과 수시로 전쟁을 치르며 살아야 했다.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을 가장 괴롭히는 대적이었고 예레미야 선지자의 예언(렘 47장)대로 강대국 바벨론에 의해 주전 604년경 블레셋이 역사에서 일시 사라졌으나 그렇다고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었고 지금도 서로 전쟁 중이다.

“모든 민족에게 복(창 12:3)”으로 존재하도록 부름을 받은 이스라엘이었지만 수많은 나라로부터 침공을 받으며 살아야 했다. 지상에 존재하는 동안 이스라엘을 비롯한 모든 나라는 뛰어넘을 수 없는 한계를 인식해야 함을 말해준다. 아프간을 포기하고 떠난 미국이 증명하고 있다.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는 일은 모든 경우에 매우 중요하다.


맺음말


전쟁을 피할 수 없다면 이겨낼 준비를 해야 하고, 무엇보다 강력한 리더를 발굴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강한 나라라고 할지라도 자신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웃과 더불어 사는 법을 익히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 넓어진 시공간 속에서 하나님이 행동하시는 역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sungklee814@hanmail.net>


글 | 이성구

부산대학교, 고신대학교 신학대학원과 대학원, 영국 브리스톨 트리니티 대학교에서 구약윤리에 관심을 두고 공부했다. 경성대학교와 고려신학대학원에서 구약학을 가르쳤으며, 현재 통일교육문화원 이사장, 애국지사 손양원 목사 기념사업회장으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