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티니즘과 이교
2021-10-21리버티니즘과 성 혁명 (4)
월드뷰 OCTOBER 2021●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WORLDVIEW MOVEMENT 4 |
글/ 민성길(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
11. 기독교와 우상숭배와 리버티니즘
전통적 유대-기독교 전통에서는 일부일처제 결혼제도 내에서의 절제적인 성 윤리를 가르치고 동성애를 금한다. 초대 교회가 유럽지역으로 전파될 때 사도들이 당시 이방의 개방적인 성문화를 목격한 바는 다음과 같다.
너희가 음란(debauchery)과 정욕(lust)과 술취함(drunkenness)과 방탕(orgies)과 향락(carousing)과 무법한 우상숭배(detestable idolatry)를 하여 이방인(pagan)의 뜻을 좇아 행한 것이, 지나간 때로 족하도다(베드로 전서 4:3).
이 말씀에 등장하는 음란, 정욕, 술취함, 방탕(orgy, 술과 춤과 섹스의 파티) 등 모든 성적 타락의 행동은 현대 사회의 리버티니즘 그대로이다. 또한, 성경 말씀은 이런 행태를 이방인(pagan)의 우상숭배(idolatry)와 나란히 하면서 금하고 있다. 성경에서 말하는 ‘이방 종교(paganism)’는 occultism, esoterism, heresy 등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우리말로는 이교(異敎), 이단(異端), 비교(秘敎), 비전(祕傳) 등으로 번역된다(이 글에서는 이하 이교로 통일하여 기술한다). 대개 이교는 다신교이며 다문화주의적이고 혼합주의(syncretism)이다. 이교는 흔히 기독교적 윤리는 물론 성적 규범을 위반하는 리버티니즘으로 나타나고 있다. 역사적으로 이교적인 행태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했지만, 그 중심 사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12. 이교와 리버티니즘의 역사
초대 교회 시대의 사도들이 처음 목격한 이방 문화는 그리스-로마 문화였다. 이방 즉 pagan의 의미는 기독교를 늦게 받아들인 로마제국의 시골에 사는 어리석은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고대 로마의 문화는 고대 그리스의 문화를 이어받은 것인데, 신화로 대변된다. 그리스 신화는 온통 아버지 살해, 욕정, 섹스, 질투, 분파, 폭력 그리고 전쟁 이야기이다(현대 사회와 다를 바 없다). 수많은 그리스 신들은 도덕적 성 규범을 초월한 ‘문란한’ 신이었다. 대표적인 신 제우스는 상습적 강간자였다. 트로이전쟁은 섹스에 의해 유발되었고, 결국 형제-자매 등 신들이 편을 갈라 벌인 전쟁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따르는 인간 신도들을 사랑하고 보호할 마음이 없는 무자비한 신이었다. 이러한 신을 숭배한 고대인들의 남녀관계나 성도덕이 어떠했는지는 짐작할 수 있다. 그리스 철학자나 엘리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헤타이라(Hetaera, 고급 창녀)의 주선으로 술과 음식과 섹스의 ‘향연’을 즐기면서 지혜와 아름다움과 에로스에 대해 ‘대화’하는 것을 행복으로 알았다. 현대 서구인들이 찬양해 마지않는 고대 로마 시대의 사람들도 남녀 신 또는 만신(萬神)을 숭배했다. 박카스 축제도 그리스의 디오니소스 축제를 계승한 것으로 로마적 리버티니즘의 한 표현이었다.
초대 교회 당시, 이교로서 고대 그리스 이래 다신교와 숭배제의는 물론 갓 등장한 영지주의(gnoticism), 헤르메스주의(Hermeticism), 마니교(manichean), 신플라톤주의(Neoplatonism) 등이 있었다. 영지주의는 엄격한 금욕을 주장했다고는 하지만 교부 이레네우스(Irenaeus)의 폭로에 의하면, 당시 로마 영지주의의 주류를 이루었던 발렌티누스 영지주의에는 내부적으로 비밀스러운 성적 문란이 있었다고 한다.
중세에 이교나 리버티니즘은 기독교에 의해 철저히 억압되었지만 여러 교리상의 이단들이 있었고, 이교로서 마술(마법), 점성술, 연금술, 에녹의 마법(Enochian magic), 주문법(grimoire) 등이 은밀히 성행했다. 그들과 관련되어 성 문란 행동도 있었지만 워낙 그들의 행태는 비밀스러웠다. 대중들의 리버티니즘은 카니발로 조금씩 해방되었다. 중세의 리버티니즘은 소위 정조대로 반증 된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방탕한’ 그리스 신들이 다시 소환되었다. 당시 지식인들은 고대 그리스 이방 신의 이야기에 매혹된, 말 그대로 ‘pagan romanticist’들이 되었다. 화가들은 문란한 신들의 나신과 에로틱한 행위를 그렸고, 작가들은 소위 지배욕(libido dominandi)이 신성화(sacralize)된 세계를 그렸다. 그들은 그리스 신들에게 자신들의 욕망을 투사한 것 같았다.
계몽시대에 이르면 지식인들은 이성을 신격화하고, 예배하는 이신론(deism)을 내세우며 기독교를 공격했다. 이는 이교가 기독교 세계에 공개적으로 등장했음을 의미한다. 덩달아 소위 ‘계몽주의 에로티시즘’이 등장했는데, 사드 후작 같은 작가들이 성적 방탕의 문학을 썼다. 에로티시즘은 낭만주의 시대에 더욱 노골화되었다.
19세기 산업화된 서구 국가에서 공공연히 다양한 종류의 이교 운동이 등장했다. 대표적인 이교는 신지학(theosophy, 神智學)과 강신술(spiritualism; medium-ism)이었다. 이들 이교는 현대 이교, 신(新) 이교(neopaganism), 또는 현대 오컬티즘이라 불린다. 신지학은 고대의 지혜를 전수한다는 사상으로 영지주의, 신플라톤주의, 르네상스 마법, 카발라(유대교 영성 사상) 등 서구 이교들과 고대 이집트 및 그리스 신화 그리고 힌두교, 불교 등 낭만적 ‘동양사상’을 종합한 것이다. 당시 니체 같은 ‘계몽적’이거나 ‘낭만적’인 지식인들이 관심을 갖고 신지학을 공부하고 자신의 사상에 통합했다. 초창기 페미니스트들도 영지주의와 신지학을 근거로 소위 ‘신성의 여성성(Divine Feminine)’을 내세웠다.
20세기 직전에는 황금 새벽의 헤르메스 종단(The Hermetic Order of the Golden Dawn)이 그리고 20세기 초반에 텔레마(Thelema), 1950년대 위카(Wicca) 등이 등장했다. 20세기 후반 이들 이교의 전통은 1970년대 뉴에이지(new age)로 나타났다. 기타 잡다하게 드루이드교(druids), 오딘 숭배(odinists), 샤머니즘, 영성 생태학(sacred ecologists), UFO 종교(외계인 숭배), 흡혈귀 숭배(Vampirism), 루시퍼 숭배(Luciferianism), 릴리스 숭배(Lilith ritual), 카인 숭배(The Cain ritual) 등의 수많은 이교 종파들이 있다. 1970년대에 사탄숭배가 사회에 공포를 야기했는데 2016년에 재등장했다. 21세기에는 포스트모더니즘과 디지털 문화를 통합한 혼돈의 마법(Chaos magic)이 등장했다.
13. 섹스 매직
이교도들의 실제 예배적 제의(Ceremonial rituals)에는 거의 공통적으로 명상, 기도, 음악과 춤, 주문의 영창(chanting), 신성한 술을 부음, 음식과 음료를 나눔(종교적 만찬) 등이 포함된다. 이들은 전체적으로 주술적이어서 제의적 마법(ritual magic)이라 한다. 여기에 성적 매직(sex magic)도 포함된다.
섹스 매직이란 종교적 및 영적 추구를 위해 제의(예배의식)에서 성적 행위를 사용하는 것이다. 흔히 성적 흥분이나 오르가슴을 이용하고, 참여자들에게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섹스 매직에는 가볍게 특수한 복장을 하는 것에서부터 집단적 규모의 ‘성스러운 결혼’이라는 제의까지 있다. 섹스 매직은 고대 이교에서 마법사(witches)가 섹스의식을 통해 신을 부르고 받아들이는 행위를 계승한 것이다. 현대 이교들은 전문가가 아닌 보통 사람도 수련을 통해 매일 섹스 매직을 시행할 수 있다고 한다. 널리 알려진 현대 섹스 매직은 다음과 같다.
Eroto-comatose lucidity(에로스-혼수-각성상태)
이는 1912년 텔레마(Thelema)의 창시자 알리스터 크롤리(Aleister Crowley, 1875~1947)가 신지학에서 사용하는 ‘Sleep of Siloam’이라는 마법을 근거로 고안했다고 한다. 이는 섹스 매직 중 특이한 극단 형이다. 여러 보조자가 한 신도를 성적으로 자극하는데 신체 자극, 성기 자극, 심리 자극, 섹스 용품 등의 도구 사용, 약물 사용(환각제, 하시시, 기타 최음제 등) 등 여러 수단을 동원한다. 거의 오르가슴 수준에 이르게 되면 자극을 중단하고 약간 깨운 후 다시 자극을 반복하며, 반혼수 상태 또는 트랜스 상태를 유지하게 한다. 이 몽롱한 상태에서 우주 지고의 존재와 교통하는 신비한 경험을 하고, 강한 예지력을 얻는다. 이 제의는 오르가슴을 경험한 후 깊은 잠에 빠짐으로 종료된다(이때 사정된 정액은 엘릭서(elixir, 불로불사의 만능 약)로 간주되어 의식 참여자들이 섭취하거나, 케이크에 넣어 예배 시 성체(Cake of Light)로 사용하기도 한다). 다른 이교 집단에서도 이를 다소 변경해 사용하고 있다.
나치스 독일의 국가 차원의 이교
20세기 전반에 나타난 특이하고 거대한 이교적 현상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이교를 시행했던 나치스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나치스가 보였던 아리안족 신화와 민족 우월주의, 전쟁에 이기기 위한 강박적인 이교적 수단에 대한 집착, 룬(rune) 문자의 마술적 힘에 대한 믿음, 마술적 물질인 브릴(Vril) 신봉 등은 하나의 거대한 이교적 현상이었다. 특히 나치스는 아리안족의 ‘우생학적’ 번성을 위해(홀로코스트 말고도) 리버티니즘을 이용했다. 아리안 혈통의 아이가 태어난다면 불륜도 상관하지 않았고, 낙태도 금했다. 나치스는 SS 병사들의 정책적 결혼은 물론, 자연 속에 남녀 청소년들에게 야영 훈련을 하도록 하고 섹스를 묵인해 아기를 낳게 했다. 이런 일에 세뇌된 많은 어린 소녀들이 자발적으로 섹스에 탐닉했고, 어린 소년들은 동성애는 물론 소아 동성애(pederasty)와 수간을 범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전장에서 나치 병사들은 거리 매춘으로, 장교들은 고급 창녀와 살롱에서 섹스 파티를 즐겼다. 그 결과 성병이 창궐했다.
위카(Wicca)의 섹스 매직
제의(ritual) 공간을 설정하고, 거기서 BDSM을 시행한다. 이는 몸을 묶음(bondage), 처벌(discipline), 지배(dominance), 복종(submission) 등을 시행하는 가학피학(sadomasochism)의 한 형태이다. 이때 욕설, 나체 같은 다양한 에로틱 행위와 역할놀이(role playing)를 곁들인다. 현대의 위카는 위험한 섹스를 금하고 상징을 사용한다고 주장하지만, 성폭력이나 도착증이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 쌍방의 완전한 동의(consent)를 요구한다고 한다.
‘성스러운 결혼(sacred marriage)’은 주로 위카(Wicca)에서 시행하는데, the Great Rite라고 한다. 그 논리는 우주의 모든 것에 존재하는 남녀 신 또는 남녀 양극성의 우주적 결합을 통해 완전한 하나를 이루면서 신비한 마술적 에너지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는 연금술에서 설명하는 바와 비슷하다(이것은 동양의 음양 이론을 연상하게 한다). 이런 마술적 능력을 실현하기 위해 남녀 고위 사제의 성교로서 남녀 신에 예배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성행위는 상징적으로 시행된다고 하는데, 칼을 칼집에 넣는 식이다. 이는 남녀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영적 및 점성술적 결합이며, 나아가 신과 여신과의 결합을 상징한다. 그러나 때때로 상호 허락하에 고위 남녀 사제가 실제 성교를 하기도 한다고 한다. 또한, 이런 섹스행위에 신의 빙의 현상이 개입한다고도 한다.
사탄숭배와 악마적 · 재의적 · 소아성애적 학대(Satanic Ritual Abuse)
1969년 앤턴 라베이(Anton LaVey, 1930~1997)가 <사탄 성경(The Satanic Bible)>을 썼는데, 그해 마침 끔찍한 맨슨 컬트(Manson cult)에 의한 연쇄살인 사건이 있었다. 1971년 <엑소시스트(The Exorcist)>라는 소설이 나오고 1973년에 영화화되어 미국을 공포에 빠트렸다. 이후 사탄숭배(Satanic Rituals)가 소개되고 연달아 연쇄살인 사건이 생기면서 컬트에 대한 공포가 높아졌다. 사탄 숭배적 록 음악도 관심을 부채질했다. 1980년, 부자나 사회 엘리트들이 사탄숭배(Satanic rituals) 또는 검은 미사(black mass)를 통해 여자, 어린이 등을 납치하고 성적으로 학대하고 포르노를 찍거나 심지어 제물로 희생시킨다는 소문이 나면서 실제 이를 고발하는 책이 출판되었다. 이런 상황은 고대 로마에서의 리베르 축제(본 시리즈의 제1편 참조)에서 제물인 어린아이들의 살과 피를 먹었다는 전설을 상기하게 한다. 드디어 이를 반대하는 움직임(Anti-occult crusader)이 등장했다. 이 와중에 1980년 뉴욕의 한 탁아소에서 직원들이 소아를 성 학대했다는 기사가 나와 사람들의 엄청난 분노를 야기했고, 고발사태가 벌어졌다. 이 현상을 악마적 패닉(Satanic Panic) 또는 Satanic ritual abuse hysteria라 한다. 현재, 이런 현상에 대해 명백한 증거 없이 음모론만 무성하다.
뉴에이지
뉴에이지(New Age)는 1970년대에 등장한 보다 현대적이고 세련된 이교이다. 이는 신지학(theosophy)을 핵심으로 하는 18~19세기 유럽의 이교 사상과 제의 전통, 브릴(Vril) 사상, UFO(외계인) 신봉, 인간 잠재력 운동 등을 종합한 현대적 영지주의이다. 뉴에이지는 ‘사랑과 빛의 새로운 시대’라는 의미로 개인적 변신(transformation)과 치유(healing)를 통해 새로운 (미래의) 시대를 미리 경험할 수 있다는 사상이다. 뉴에이지는 당대 서구문화권의 발달한 과학과 의학을 비기독교적 영성과 혼합함으로 뉴에이지 과학(new age science) 등을 주장하고 대안 의학을 고안하여 치유 능력을 발휘한다고 주장한다.
뉴에이지도 다신교적이다. 특히 프리섹스 시대에 ‘사랑과 아름다움과 섹스의 여신’을 숭배한다. 예를 들어 2017년 TV 드라마 <American Gods>에는 빌퀴스(Bilquis)라는 ‘섹스와 사랑의 여신’이 상징적으로 등장한다. 이 여신은 남자가 자신과의 섹스에 예배하게 하며, 절정기에 달하면 자신의 성기로 남자를 잡아먹는다.
뉴에이지도 다른 이교들처럼 매직 제의를 한다. 뉴에이지의 섹스 매직은 불교와 힌두교의 탄트라(Tantra), 중국 도교에서의 방중술, 기타 고래 종교들의 성적 수행(practice) 등을 차용해 조합한 것처럼 보인다. 뉴에이지에서 섹스 매직은 친밀성(intimacy) 및 몸과 마음의 연결(mind and body connection)을 사용하여 의식을 넓히고, 남성적 에너지와 여성적 에너지를 하나로 합쳐 강력한 에너지를 얻는다고 주장한다(‘의식 확장’은 psychedelism의 선전 문구이다). 그런 의미에서 ‘soul mate’라는 말이 사용된다. 내면적으로는 한 사람의 내면에 있는 두 존재의 결혼(합)이 성적 결합이다. 이는 카를 융(Carl Jung)이 말하는바, 내면의 아니마와 아니무스가 연금술적으로 결합한다는 이론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뉴에이지의 섹스 매직은 우주의 최고 영적 존재와 교통함으로 영적 깨달음(enlightenment)과 자기-발달을 이루고 행복과 치유를 얻는 방법이 된다. 성스러운 섹스행위는 과거 성적 상처를 치유하고 육체적 성을 영적 차원으로 높이고 개인을 변화(transformation)시킨다는 것이다. 그런 영적 기능은 모든 종류의 섹슈얼리티에 다 있을 뿐 아니라 자위에도 있다고 한다.
그리하여 뉴에이지는 모든 다양한 섹슈얼리티에 대해 평등(equality)과 개방성(openness)을 주장한다. 말하자면 일부일처제적 범위를 초월하며, LGBT도 영적으로 정당하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뉴에이지는 현대적인 진보되고 세련된 리버티니즘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 사회 문화는 뉴에이지(New Age)와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로써 이교는 현대 문화에 깊이 침투해 있다. 특히 뉴에이지는 여신 숭배를 통해 여성의 지위를 수정하는 새로운 시대를 연다고 주장한다.
한편 섹스 매직은(예를 들어 타로점을 통해) 이상적인 연인(soul mate)을 찾는다거나, 누군가를 자신과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사랑의 주문(love spell)이 아니라고 한다. 사랑의 주문이나 ‘사랑의 묘약’은 상대방의 자유의지에 상관없이 ‘허락(consent)’을 강제한다는 의미에서 보면 인권침해이다. 실제 타인에 대한 매직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고, 후유증과 부작용이 있다.
뉴에이지는 한때 유행했으나, 현재는 문화적으로 사그라들고 있다. 그러나 현대 사회의 대중에게 뉴에이지적 섹스 매직이 말하는 섹스 기술은 상식이 되고 있으며, 또한 상업화되고 있다. 섹스 매직 마법사(Witch)들은 침실에서의 섹스 매직에 사용될 초와 향, 부적 등을 온라인으로 팔고 있다. 섹스 매직 관련 블로거들이 온라인 커뮤니티(online community)에서 섹스 매직에 대해 해설하고 질의 답변하는 비즈니스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
14. 정신역동적 이해
이교(pagan)는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도 매력적이고, 지식인들에게도 탐구할 만한 요소들이 있다. 그 이유는 섹스 자체가 워낙 강력한 본능이고, 그것에 대해 누구나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교는 섹스 매직을 제공함으로써 성에 관련된 사회적 수치감, 열등감, 공포, 죄의식 등 감정적 콤플렉스에서 해방되고 영적, 감정적, 및 육체적 자유를 얻는다고 생각하게끔 유혹하기 때문이다. 이교를 옹호하는 현대의 성 혁명가들은 성적 쾌락을 자연의 선물로 보고, 이를 생식에 앞선 우선적인 것으로 설명한다. 이교는 리버티니즘의 욕구를 기독교의 도덕적 노예 됨 없이 실현할 수 있다는 소원 성취적 희망으로 사람을 현혹한다. 거기다 이교는 덤으로 섹스의 쾌락을 통해 신성을 접하고 ‘구원’에 이르게 해 준다고 설명하기에 기독교보다 더욱 매력적이다. 이러한 설명을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 전통적 유대-기독교를 흉내 낸 영지주의와 힌두교 탄트라와 도교 등 아시아적 방식과 계몽주의적 성 개방 사상들을 모두 ‘혼합’해 신비한 ‘마법적 제의’로 나타내고 있다. 종합적으로 보면 섹스 매직은 성적 자유(리버티니즘)를 바라는 사람들의 욕망을 포착하여, 이를 대안적 종교로 만족시키려는 심리적 메카니즘(기제)의 결과라 생각한다. 그러나 기독교는 “진리가 인간을 자유케 한다”라고 가르친다.
필자가 보기에 뉴에이지 섹스 매직은 위카에서 말하는 성스러운 결혼과 탄트라 의식에 1960년대 마스터스와 존슨(Masters & Johnson)이 연구한 성 생리학과 그들이 개발한 성 치료(sex therapy)에서 사용하는 기법들을 적당하게 혼합한 것처럼 보인다. 그 치료기술은 ‘sensation focus’, 이완 요법, 탈감작법, 자기 주장훈련 그리고 배우자 대신 섹스 기술자가 섹스파트너로 참여하는 치료(매춘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등이다. 이런 섹스 기술이 요즘은 ‘정보의 홍수’를 통해 상식이 되고 있다. 탄트라 의식은 특정 의도에 정신을 집중하는 마음챙김(mindfulness)이라는 일종의 정신치료기법으로 보인다.
또한 ‘뉴에이지’는 현대 인본주의 심리학에 근거한 의식 확장(expanded conscious)이라는 신선한 설명과 환각제에 의한 ‘즉각적’ 의식 확장을 홍보하는데, 이 즉각성이 오랜 수련을 요구하는 기성종교에 불만인 현대인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본다.
이교는 다양한 성적 지남(동성애)과 성 정체성(트랜스젠더, 젠더퀴어)이 모두 똑같이 가치 있다고 ‘합리화’ 해 주기 때문에 LGBT들은 물론 그 옹호자들을 기쁘게 한다. 페미니스트들도 현대 이교들이 기독교가 여성을 비하하고, 폭력적인 가부장 제도를 옹호한다고 비판해 주기 때문에 환영한다.
이러한 이교의 다양성과 허용성으로 인해서 합리적 비판에도 불구하고 인류 역사를 통해 지금까지 존속하는 것 같다. 현대 사회에 이 모든 비교와 섹스 매직이 여전히 유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리버티니즘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교들이 성황을 이룰수록 도덕적 타락이 더욱 심각해질 것임을 예측하게 한다.
리버티니즘과 도덕적 타락의 실제적 문제점과 후유증은 의학과 과학이 밝혀줄 수 있고, 따라서 그 현실적인 해결책도 제시할 수 있다. (다음 호에 계속)
<skmin518@yuhs.ac>
글 | 민성길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세대학교 의대 교수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대한민국 의학한림원 종신회원이다. 현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 및 효자병원 진료원장으로 있다. 저서로는 <최신정신의학>, <화병연구> 등 다수가 있으며 국제신경정신약리학회 선구자 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