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정치에 있어서 언론의 중요성

바른 정치에 있어서 언론의 중요성

2021-10-03 0 By 월드뷰

월드뷰 OCTOBER 2021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1


글/ 명재진(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언론의 자유와 미국 헌법


언론의 자유로 대표되는 표현의 자유는 개인 내심의 사상이나 의견을 외부에 표현하고,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을 보장하는 자유로써, 기초적 인권체계 중에서 매우 중요한 지위를 차지한다. 역사적으로 오랜 왕정 시대 속에서 개인의 의견표명이나 정치적 비판이 공권력에 의해서 제한되고 탄압을 받은 결과, 이에 국민이 저항하고 투쟁하여 표현의 자유 보장이 국가로부터 점차 확립되었다. 역사적으로 문화의 진보는 한때 공식적인 진리로 생각되었던 오류가 새로운 믿음에 의해 대체되고, 새로운 진리에 자리를 양보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언론의 자유가 우리 사회에서 그 필요성을 인정받는 이유는 개인이 언론 활동을 통해 인격을 발전시키는 자기실현이 가능하고, 다른 하나는 언론 활동으로 국민이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언론의 개인적·사회적 가치가 구현될 때 진정한 바른 정치를 꽃피울 수 있다.

언론의 자유는 미국 헌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는 “연방의회는 국교를 수립하거나 자유로운 신앙 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또한, 언론·출판의 자유나 국민이 평화롭게 집회할 수 있는 권리 및 고충 사항의 구제를 위하여 정부에게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여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의 절대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미국 독립정신인 저항권의 보장을 구체화한 것이다. 종교개혁과 관련한 개신교 활동의 자유와 절대왕정에 저항하는 근대정신을 담은 표현의 자유가 헌법적으로 명문화된 것이다.

미국에서 언론의 자유와 관련된 가장 의미 있는 판결 중에 하나로 뉴욕 타임스 사건이 있다(New York Times v. Sullivan). 이 사건은 1960년 3월 29일 뉴욕 타임스에 실린 전면광고에 대한 것이다. 전면광고는 흑인 인권운동가인 마틴 루터 킹 주니어(Martin Luther King, Jr.) 목사에 대한 경찰의 강압 행위를 비난하고 킹 목사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당시 경찰청 책임자인 설리반(L.B. Sullivan)은 광고에서 지적한 경찰의 폭행 등 강압 행위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며, 뉴욕 타임스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지역법원에서는 설리반이 승소했으나, 미 연방대법원은 언론의 자유를 강조하며 경찰의 강압 행위에 대한 신문사의 보도가 악의적인 허위사실이라 볼 수 없어 뉴욕 타임스의 보도는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미국 법원의 태도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와 관련하여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된다.


사상의 자유로운 교환


언론의 자유는 사상의 자유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 다양한 사상은 자유의 시장에서 만들어지고 시대에 맞는 이데올로기가 이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탄생한다. 그 시대의 진리는 사상의 자유로운 교환에 의해서 발견되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의 언론에 대한 간섭의 한계가 존재한다. 정부가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여 정부가 불의라고 정한 사상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불의한 사상을 억압할 경우, 사회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된다. 공화주의자 존 밀턴(John Milton)은 그의 책 <아레오파지티카(Areopagitica)>에서 언론의 허가제를 비판하며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진실과 거짓이 싸우도록 내버려 둘 것”을 주창했다. 미국의 자유주의자 홈즈(Oliver Wendell Holmes) 대법관도 “최상의 진리란 사상의 자유 교환에 의하여 이루어지며, 진리를 발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the best test of truth) 사상시장의 경쟁에서 스스로 살아남는 사상을 받아들이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 헌법정신을 이어받은 우리 헌법은 제21조에 ‘언론·출판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다. 우리 헌법 질서는 인간의 존엄성에 바탕을 둔 자주적 인간의 공동생활형식을 뜻한다. 이러한 생활 질서에서 표현의 자유는 자주적 인간에게 자유로운 의사 표현의 권리를 부여하여, 그에게 헌법 생활의 ‘생명의 공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올바른 정치가 되려면 헌법 합치적 정치이어야 할 것이다. 헌법은 국민의 자기 지배를 완성하는 과정이며, 여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소가 언론의 자유이다. 공동체 사회에서 국민의 자유롭고 건전한 토론에 의해 도출되는 국민적 합의와 여론 통합이 공감대적 가치를 만들고, 이에 의해 정치가 순화되고 국민의 생활이 안정된다. 이러한 언론의 자유는 국민의 정치 생활과 사회생활의 중요한 방법적 기초가 되며, 민주시민의 의사 표현의 중요 수단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다른 기본권보다 우월적 지위를 인정받는다.

언론의 보도는 시기 적절성이 중요하고, 다양한 국민의 의사를 전달해야 하므로 이로 인해 공공복리에 주는 위험이 명백하고 현존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국가는 이를 허용하여야 하고, 보도에 대한 비판은 여론이라는 정화장치에 맡겨야 한다(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리). 정부가 사상의 자유시장에 개입해서 특정 여론을 만들고자 하면, 언론의 자유는 침해되고 만다.


언론의 정부 견제 역할


언론의 자유는 국민이 매일매일 행사하는 정치·사회영역에 대한 국민투표의 역할을 한다. 국민이 정부가 잘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칭찬을 하고, 잘못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비판을 하는 자유는 국민주권을 가지는 시민들의 원초적 욕망이자 권리이다. 언론의 자유는 여론의 형성과 국민의 공감대를 인식하는 수단이 된다. 한 나라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성숙했는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언론의 자유가 중요한 평가의 가치척도라고 인식된다.

언론의 자유가 종교의 자유와 결합하는 경우, 기본권 보호의 정도는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종교의 자유는 기본권체계에서 가장 개인적인 내심의 영역이어서 침해 불가한 절대적 기본권으로 보호되고, 정교분리의 원칙에 의해 국가에 의한 간섭이 인정되지 않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언론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통해 보호되는 기본권의 영역은 광범위하고, 종교라는 특수성이 존재하며, 우리 헌법이 정교분리를 규정하고 있어서 그 보호 강도가 높아진다.

지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는 CTS 기독교 TV ‘긴급대담-포괄적 차별금지법 통과 반드시 막아야 한다.’라는 주제로 방송한 프로그램에 대해 ‘경고’ 처분을 결정했다. 보도에 의하면 이 프로그램이 방송의 공공성을 지키지 못하고 찬성자 참여 없이 차별금지법을 일방적으로 반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위원회의 결정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며, 특히 기독교방송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과도한 제재에 해당한다.

정부가 기독교 언론매체의 보도에 대해서 제한하려면 이러한 기독교 언론매체 보도의 특성을 고려하여 다른 일반의 언론매체보다 덜 침해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일반 언론의 동성애 비판 보도 내용에 대한 정부의 제한 조치와 기독교 언론매체의 동성애 비판 보도에 대한 정부의 제한 조치가 달라야 할 것이다. 성경은 동성애를 음행 죄의 하나로 명확하게 정죄하고 있다. 동성애에 대한 기독교 언론매체의 비판논의를 일반 언론매체와 동일한 언론 보도준칙으로 심사하고 경고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처분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종교의 자유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불합리하게 모든 언론매체에 동일한 제재 기준을 두고 있다. 이러한 정부 위원회의 태도는 종교방송의 독자성과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경고 조치는 민주주의 구현을 위한 언론의 자유를 과잉으로 침해하는 것이며, 기독교 언론매체의 자유로운 이단이나 동성애 비판의 보도를 막아 종교적 언론의 자유와 선교의 자유를 침해한다.

바른 정치는 언론의 자유를 전제로 한다. 현대정치에 있어서 다양한 미디어의 성장은 사회 기능적으로 특별한 역할을 한다. 정당정치로 인해 여당이 대통령과 의회를 모두 장악할 때, 국회 내 야당은 무력하기만 하다. 이 경우 언론은 집권당에 대한 통제를 통해 건전한 민주주의 여론을 형성하게 된다. 그러므로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집권당의 폭주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야당은 언론이 되는 것이다. 바른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마음은 언론의 권력 통제적 기능을 통해 집권당에 전달되어 대통령과 국회의 권력이 제한되고, 국민을 존중하는 정치를 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가 바른 정치를 원한다면 국민의 자기 지배를 인정하고, 국민의 여론을 담은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

<bonn@cnu.ac.kr>


글 | 명재진

연세대학교 법과대학과 대학원 법학과(석사) 졸업 후 독일 Bonn 대학에서 헌법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헌법재판소 비서관, 충남대학교 법과대학장과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을 지냈다. 18기 민주평화통일정책자문회의 상임위원을 역임하고 현재 충남도 행정심판위원, 대전시 소청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전 대흥침례교회 장로로 시무하고 있다.